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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 기자의 CAR TALK - 막강 험로주행 SUV

김태진 기자의 CAR TALK - 막강 험로주행 SUV

기아자동차가 개발한 소형 전술차량 KM-1이 차세대 군용차로 선정됐다. 군용에서 출발해 민간용으로 진화한 SUV의 세계로 들어가보자.인간이 포식 동물과 구별되는 점은 ‘생각한다’는 의미의 호모사피엔스다. 생각하는 능력과 함께 수반되는 것이 소유욕이다. 소유욕은 기술 발전과 풍요로움을 이끌기도 하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결과도 수반한다. 대표적인 게 전쟁이다. 인간은 전쟁을 통해 가장 많은 동족을 살상한 동물일 게다. 전쟁의 필수요소는 군대다. 자동차 역사에서도 군대를 통해 발전한 차량이 있다. 군용으로 시작했지만 민간용으로 변신해 인기를 끌고 있는 사륜구동 스포츠 유틸리티차(SUV)가 그 주인공이다. 지프 랭글러,험머, 랜드로버 디펜더, 벤츠 G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위풍당당한 외모를 뽐내는 미국 허머 H1은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군의 전술차량으로 맹활약한 험비의 민간용 모델이다. SUV의 대명사로 불리는 랜드로버의 디펜더 역시 영국군 특수부대 SAS의 기동차량으로 활약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전장을 누빈 미군의 군용차를 계승한 지프 랭글러도 빼놓을 수 없다. 또 30여 개국에서 군용차로 채택한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도 군대에서 넘어온 SUV의 계보를 잇는다.한국에서는 기아 레토나가 육군의 1/4톤 차인 K111, K131을 베이스로 만들어졌다. 올해 1월 육군의 차세대 전술차량으로 기아 KM-1이 선정돼 내년 실전 배치된다. 이 차 역시 민간용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군용차는 뛰어난 기동성과 고장 없는 내구성이 기본이다. 야전에서 손쉽게 수리할 수 있도록 정비 편의성도 좋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포탄에 움푹 파인 구덩이를 돌파하도록 사륜구동의 강한 힘을 갖춰야 한다.때로는 개울물까지 가뿐하게 건널 수 있는 전천후 이동성이 필요하다. 이런 군용차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일반 승용차와 확연하게 달라진다. 민간인이 중시하는 연비나 에어로 다이내믹(공기역학) 디자인보다는 전투에 맞는 요구조건을 만족하도록 설계하는 게 핵심이다.
 2차대전의 영웅 지프 랭글러
지프 랭글러 루비콘 4도어.
특유의 디자인과 사륜구동 주행성능이 특징인 지프는 한국전쟁에서도 활약해 한국에서 인기가 높다.

지프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이다. 독일은 월등한 기동력을 앞세운 사륜구동 차량으로 미국과 연합군을 압박했다. 이에 미국 국방부는 곧바로 사륜구동 군수차 개발에 착수했다. 목표는 ‘최고 시속 80㎞, 차체 무게 590㎞, 적재량 0.25t, 승차 정원 3명’이었다. 1941년 이 조건에 맞는 업체로 윌리스 오버랜드 사의 ‘윌리스 mb’가 낙찰됐다. 가벼운 차체와 뛰어난 기동력으로 산악전과 기습전에서 탁월한 성능을 냈다. 전쟁이 끝나자 군용 지프는 민간용으로 개조됐다. 1945년 말, 윌리스는 맵시 있게 외관을 다듬었다. 민간용 ‘cJ(civilian Jeep)’ 시리즈로 변신한 것이다. 물론 험로 주파 능력과 개성만점 디자인은 그대로 계승됐다. 민간용은 처음에는 농부나 건설현장 노동자가 주고객이었다. 하지만 점점 산악 캠핑카 같은 레저용으로 용도가 다양해졌다. 이에 맞춰 디자인도 꾸준하게 바뀌었다.

지프의 마니아층은 두터웠지만 대중적인 확산은 어려웠다. 별도의 운전기술이 있어야 했고 승차감도 형편없었다. 이런 단점을 완벽하게 개선해 대박을 터뜨린 차가 1983년 출시된 ‘체로키’다. 성능과 디자인은 지프 고유의 맛을 살리면서 편의장치를 듬뿍 달았다.

1987년 지프는 원조 cJ 시리즈의 후속인 랭글러를 내놓는다. 랭글러의 슬로건은 ‘자연생활로 돌아가자’이다. 한국에서 1990년대 ‘맥가이버 차’로 유명해진 모델이다.현재 시판 중인 랭글러(JK)는 2007년 나왔다. 2도어만 나오던 구형과 달리 5명이 넉넉히 탈수 있는 4도어 타입의 롱 휠베이스 버전(언리미티드)가 새로 추가 됐다. 여기에 연비가 좋은 2.8L 터보 디젤 모델까지 출시했다. 한국에서 4도어 디젤 모델은 인기 정상이다. 변속기는 5단 자동을 달았다. Abs도 없었던 구형과 달리 각종 편의장치가 추가됐다. 가격은 5140만원.
 세계 군용차의 대명사 벤츠 G클래스
2차 세계대전 때 군용차 기술을 가장 확실하게 확보한 나라가 독일이다. 전쟁에서 얻은 노하우를 이용해 탁월한 등판력과 험로 주파력으로 이름을 떨친 차가 바로 메르세데스-벤츠의 G5다. 1935년 개발,독일군에 납품했다. 패전 후 연합군에 의해 군용차 제작 면허를 뺏긴 벤츠는 1972년 자회사를 통해 G5의 장점을 살린 민간용 다목적 사륜구동을 개발한다. G바겐(W460)의 시작이다. 이미 1946년부터 제설용 사륜구동 다목적차 유니목을 생산해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었다.

1979년 시판된 G바겐은 짧은 앞뒤 오버행과 이상적인 무게 밸런스, 박스형 차체가 강인한 이미지 그 차체였다. 특히 등판능력이 뛰어나 80%의 경사로를 올랐다. 문제는 성냥갑 같은 직사각형 덩어리의 이 차를 구입할 소비층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다시 군용차로 전환했다. 당시 벤츠의 주주였던 이란 국왕은 자국 군대용으로 2만 대를 사전 주문했지만 이란 왕조가 전복되면서 계약은 물거품이 됐다. 결국 독일 경찰과 관공서, 아르헨티나ㆍ스위스의 군용차로 처음 4000대가 납품되면서 판로가 트였다. 현재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군용차로 쓰인다. G바겐은 암살 위기를 모면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탄차로 애용하면서 일반인에게 유명해졌다.

G바겐을 민간용으로 살짝 변형해 출시한 게 G클래스다. 실내는 안락한 편의장치를 더했지만 차체는 군용차 그대로다. 딱딱한 승차감과 견고함이 특징이다. G클래스는 군용차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외형 변화없이 단일 모델로서 최장기간 생산된 차로도 유명하다. 일반 도로에서는 앞뒤 구동비를 50:50으로 나누다가 험로에 들어서면 전자센서가 도로 상태를 감지해 0.01초 만에 필요한 만큼 동력을 앞뒤로 배분한다. 깊이 50㎝의 물길을 헤쳐나갈 뿐더러 최대 50%의 경사각 비탈에서도 전복되지 않는다. 데뷔 이래 지금까지 20만 대가 팔렸다. 한국에서는 2개 모델이 판매중이다. G350 블루텍은 3.0L V6 디젤 엔진에 자동 7단 변속기를 달았다. 최고 211마력에 최대 토크 55.1㎏ㆍm을 뿜어낸다. 가격은 1억4400만원. 고성능 모델인 G63 AMG에는 배기량 5.4L V8 바이터보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7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최고 544마력에 최대 토크 77.5㎏ㆍm을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불과 5.4초 만에 주파한다. 가격은 2억300만원. G클래스의 국내 연간 판매량은 수 십대 정도다.
 마초의 상징 험머, 미 군용차가 시초
험머 H3.
덩치가 크고 험로 주파력이 좋은 군용차를 원했던 미 육군은 1979년 고기동성 다목적 차(high mobility multi-purpose Wheeled Vehicle)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성능의 기준은 험로 주파력, 연비, 내구성, 혹한기 성능, 수륙 도하능력이었다. 이런 능력을 만족하기 위해 지면에서 차바닥까지 높이를 의미하는 최저 지상고를 40㎝ 이상 확보해야 하고 등판각 60%의 언덕을 오를 수 있어야 했다. 아울러 경사도 40%의 비탈길에서 전복되지 않고 깊이 76cm의 참호와 높이 46㎝의 수직 장애물도 통과해야 했다. 가히 탱크와 맞먹는 기동성이 필요한 셈이다.

당시 3개 방위산업체가 지원해 ‘Am 제너럴’이 선정됐고 이 회사가 개발한 차량이 1985년 실전 배치됐다. 동력장치는 V8 6.2L 디젤 엔진과 3단 자동 변속기를 결합했다. 10t에 육박하는 무게여서 연비는 고작 3,4㎞/L 에 그쳤다. 차체 보디는 알루미늄과 철판을 함께 썼다.병력 수송용을 기본으로 장갑 수송차, 앰뷸런스, 통신차 등 20여 가지 전술 모델로 나왔다. 1988년까지 7만 대의 험비가 보급됐다. 대당 가격은 약 22만 달러(2억3000만원)였다. 미군은 이 차의 정식명칭인 m998 대신 험비(humvee)라고 불렀다.

1991년 걸프전은 험비를 민간인에게 할리우드 스타만큼 유명하게 만든 무대였다. 이에 자극받아 Am 제너럴은 걸프전 이듬해 이름을 허머(hummer)로 바꿔 민간용으로 출시했다. 허머는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전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1호 차를 구입하면서 선풍적 인 인기 몰이를했다. 할리데이비슨과 더불어 미국 마초맨의 상징이 된 것이다. 군용과 달리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차체를 썼다. V86.5L 디젤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를 달았고 V8 5.7L 가솔린 엔진까지 차례로 개발됐다. 이후 V8 6.5L 터보 디젤 엔진 모델로 진화했다.

허머가 인기몰이를 하자 1999년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였던 Gm이 허머의 브랜드와 판매권을 사들였다. Gm은 이름을 h1으로 바꾸고 2002년 쉐보레의 픽업트럭인 타호 차체를 이용해 2세대 h2를 출시했다. 사실상 험비의 기본을 버리고 마초적인 디자인만 채용한 셈이다. 2005년에는 실용성을 강조한 보다 작은 크기의 h3가 나왔다. 원조 모델 h1은 2006년 단종됐다. 현재 길거리에서 볼 수 있는 h2는 V8 6.2L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허머는 전 세계에서 20만대 이상 팔렸다. 2008년 금융위기로 파산한 Gm은 2010년 허머 브랜드를 중국 회사에 매각했다. Gm에 허머를 납품해 오던 Am 제너럴은 현재 차세대 군용차를 개발하고 있다. 험머는 국내에 약 100여대가 비공식으로 수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영국 특수부대의 차, 랜드로버 디펜더
2015년형 랜드로버 얹었다. 디펜더의 헤리티지 에디션.
랜드로버의 첫 출발은 1940년대 영국의 최대 자동차 회사였던 로버의 사륜구동 전용차로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군의 지프 차체를 기반으로 험로 주행이 가능한 사륜구동을 개발했다. 1948년 첫 선을 보인‘시리즈1’은 3인승으로 1.5L 디젤 엔진을 얹었다. 오늘날 디펜더의 원조 모델이다. 별다른 편의장치 없이 동력성능이 뛰어나 농부용 화물차로 인기였다. 화물공간을 넓히기 위해 스페어 타이어를 보닛 위에 얹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차체는 녹이 슬지 않고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만들었다. 고장날 게 없는 단순한 구조로 만들어진 이 차는 지금도 굴러다닐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났다. 이런 내구성에 험로 주파능력을 본 영국군은 랜드로버를 별다른 개조 없이 군용차로 도입했다.

사막이나 정글을 가리지 않고 랜드로버는 영국군의 발이 됐다. 한국전쟁 때는 전장에서 실전 능력을 검증 받았다.

1958년 출시된 시리즈2는 랜드로버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2L 디젤 엔진을 얹은 이 차는 6만 대나 생산됐다. ‘핑크 펜더’라는 애칭도 붙었다. 영국 특수부대 sAs가 사막에서 위장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분홍색 페인트로 칠하면서 생긴 이름이다. 이후 랜드로버는 1983년 시리즈3을 내놓으면서 이름을 ‘디펜더’로 바꾼다.

탄생 60주년인 2007년 새롭게 출시돼 지금까지 큰 변화없이 생산되는 디펜더는 2.4L 터보 디젤 엔진을 얹고 최고 122마력에 최대 36.7㎏ㆍm의 토크를 낸다. 사륜구동에 6단 수동변속기를 얹었다.
 차세대 한국군 전술차 기아 KM-1
올해 1월 방위사업청은 기아자동차가 개발한 소형 전술차량 Km-1을 차세대 군용차로 선정했다. 올해 6월 개발 완료될 이 차는 전투지휘와 수색정찰, 근접 정비지원이 주목적이다. 그동안 한국군의 전술차량으로는 K-131(옛 아시아자동차 레토나)였다. 아시아차는 기아차에 합병돼 레토나는 기아차에서 생산하다 2003년 단종됐다. 레토나는 소총 방탄이 불가능해 탑승자가 위험에 노출된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이에 반해 Km-1은 적의 소총 공격에도 방탄과 기동이 가능하게 제작됐다. 첨단 IT 기술을 접목해 야전 현장뿐 아니라 야간에도 이동할 수 있다. 임무에 따라 지휘용 4인승ㆍ8인승, 기갑수색용 방탄차, 통신차, 화생방 정찰차 등으로 구분된다.

동력장치는 3.0L 터보 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달린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달고 최고 225마력에 50㎏ㆍm의 토크를 뿜어낸다. 무게는 5700㎏이 넘는다. 기아차는 내년부터 전국 야전부대에 2000대의 전술차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가격은 방탄차량이 1억5000만원선, 비방탄이 8000만원 내외로 알려졌다. 미국 군용차인 험비의 절반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수출 전망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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