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한국도 ‘급하다 급해’

한국도 ‘급하다 급해’

쿠바 아바나의 전자제품 판매장에선 한국 가전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013년 11월 쿠바를 방문한 연기자 윤상현씨는 예상치 못한 경험을 했다. 그를 알아본 쿠바 시민들이 몰려들어 아바나 공항이 북새통이 된 것이다. 당시 쿠바 공영방송에선 한국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었다. 그는 짧은 쿠바 일정 동안 거의 국빈급 대접을 받으며 선풍을 일으켰다. 그동안 쿠바에선 ‘아가씨를 부탁해’ ‘대장금’ ‘꽃보다 남자’ 등이 인기리에 방영됐다. 특히 ‘꽃보다 남자’에서 구준표 역을 맡은 이민호는 최고의 스타로 자리 잡고 있다. 한류 콘텐트의 쿠바 공급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작품이다. KOTRA 관계자는 “2012년 쿠바 국제 박람회 때 현지 방송국에서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보였다”며 “쿠바 문화원과 협의해서 한류 작품 공급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KOTRA가 한류 확산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이를 자동차, 전자제품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끌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쿠바가 미수교국이기에 KOTRA가 나선 것도 있다. 정부나 방송사가 직접 방송 콘텐트를 공급하기 어려워서다. KOTRA는 2005년 아바나에 무역관을 열고 양국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들어 직원 2명이 일하고 있는 아바나 무역관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미국과 쿠바가 국교를 정상화하자 한국도 쿠바와의 수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쿠바는 1949년 7월 한국을 정식 승인하고 한국전쟁 때도 지원한 바 있다. 하지만 쿠바 혁명 이후 북한과 수교를 하면서 멀어졌다.

정치·외교적으로는 거리를 뒀던 양국이 다시 교류를 시작한 계기는 2005년이다. 당시 한국은 아바나에 KOTRA 무역관을 설치하고 교역에 나섰다. KOTRA 무역관이 문을 열 당시 한국과 쿠바의 무역량은 4000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6년 2억 달러 수준으로 5배 증가했고 2008년에는 3억4000만 달러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급감했다. 2009년 4800만 달러까지 급락했던 양국 교역량은 지난해에도 회복하지 못하고 5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과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움직임이 보이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 기업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인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미수교국임에도 한국은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아시아 국가 중 쿠바와의 교역을 세 번째로 많이 하는 국가다. 한국 기업은 다양한 방법으로 시장을 공략해 왔다. 미수교국이다 보니 삼성은 브라질을 통해 쿠바에 제품을 공급해왔고, 현대차는 도미니카공화국의 대리점을 통해 현지에 차량을 판매했다. 한국산 중고차는 멕시코를 통해 쿠바로 건너가 거래됐다. 쿠바 거리에서 현대·기아 자동차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이유다. 쿠바의 버스터미널에선 대우 브랜드가 가장 많이 보이고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쿠바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기 대부분을 현대중공업에서 제조했다. 현지 관계자는 “한국산 중고차는 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 가장 경쟁력 있다”며 “쿠바 거리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브랜드가 현대”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기업의 눈이 쿠바로 향한 배경이다.

경제협력도 확산되는 추세다. 2012년엔 아바나 국제박람회에 한국 대표단이 참석했다. 지난해 3월 쿠바가 신외국인 투자법을 발표한 이후 대외무역투자부의 일레아나 누녜스 차관을 5월 한국에 파견, 투자 설명회를 진행했다. 또 9월에는 쿠바 수입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쿠바 수출입공기업그룹(GECOMEX)의 아우렐리오 몰리네다 사장을 보내 수출상담회도 열었다.

지난 2월 9일에는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아바나에서 쿠바중앙은행(BCC), 쿠바대외은행(BEC)과 ‘한국기업의 대(對)쿠바 수출지원을 위한 무역보험 신용공여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 덕에 쿠바로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에 6000만 유로(약 750억원) 한도의 무역보험을 제공한다. 쿠바중앙은행은 수입 대금결제를 위해 쿠바대외은행이 개설한 신용장에 대해 승인서를 발급하기로 했다. 이는 한국 기업이 수출 계약에 대해 쿠바 정부 차원의 지급보증을 받을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쿠바와의 수출신용 거래 시 제3국 은행의 보증 절차가 필요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며 “앞으로는 쿠바중앙은행이 승인한 신용장만으로 거래가 가능해 쿠바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업계는 미국·쿠바 간 금융거래가 확대되면 자동차, 자동차부품, 가전, 발전기, 의료기기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쿠바 정부가 외국인투자자 소유권 허용, 조세 감면, 사업 승인절차 간소화 등 새로운 외국인투자법을 도입하는 만큼 관련 제도를 활용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면서 “한국·쿠바 수교도 머지않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만큼 전략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운전 중 돌연 가로수 쾅...20대 중학교 동창 3명 사망

2현대차,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 누적 판대 1000대 돌파

3제주도 활보한 ‘베이징 비키니’…“한국에서 왜 이러는지”

4하늘길 넓히던 티웨이항공...특정 항공기 운항정지·과징금 20억

5고려아연 “MBK·영풍 공개매수 ‘위법’ 소지…즉각 중단돼야”

6‘불꽃축제’ 위해 띄운 위험한 뗏목·보트…탑승자 4명 구조

7도검 전수조사한 경찰청…1만3661정 소지 허가 취소

8KB금융, 광주광역시와 소상공인 돌봄 지원 업무협약

9한적한 스페인 시골 마을 '와인 핫플'이 되다

실시간 뉴스

1운전 중 돌연 가로수 쾅...20대 중학교 동창 3명 사망

2현대차,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 누적 판대 1000대 돌파

3제주도 활보한 ‘베이징 비키니’…“한국에서 왜 이러는지”

4하늘길 넓히던 티웨이항공...특정 항공기 운항정지·과징금 20억

5고려아연 “MBK·영풍 공개매수 ‘위법’ 소지…즉각 중단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