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기본급 최대폭 올린 도요타 왜? - 임금 올리고 투자 늘리라는 아베에 화답
13년 만에 기본급 최대폭 올린 도요타 왜? - 임금 올리고 투자 늘리라는 아베에 화답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자동차(이하 도요타)가 2015년 임금 협상에서 월 급여를 평균 3.2%(약 1만1300엔) 올리기로 결정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일종의 ‘화답’ 성격이다. 이 액수는 도요타의 현행 임금 협상 시스템이 도입된 2002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기본급 인상이다. 도요타의 파격적인 임금 인상은 ‘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국내 재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는 3월 16일 올해 임금 인상분을 확정했다. 기본급 인상 4000엔, 호봉 승급으로 인한 인상분 7300엔을 합친 1만1300엔(약 12만900원)이다. 연간 인상률로는 3.2%다. 노동조합의 기본급 인상 요구액 6000엔에는 못 미쳤지만 지난해 2700엔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도요타는 이와 별도로 일률 성과급(보너스)을 월급의 680%인 246만엔(약 2288만원)으로 정했다.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의 소외감을 덜기 위해 비정규직의 일급도 300엔 올리기로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도요타의 결정이 다른 기업들의 임금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도요타의 파격적인 임금 인상은 다른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요타 발표 다음날 일본 2위 자동차 업체인 닛산은 월 기본급을 5000엔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도요타 노사가 합의한 월 4000엔 기본급 인상을 웃도는 것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인상 폭은 지난해 월 3500엔보다 1500엔 더 증가했다. 닛산 노조는 기본급 월 6000엔 인상을 주장해왔다.
도요타가 기본급을 얼마나 인상할지는 아베 정권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도요타의 올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영업이익은 엔저로 인한 수출 호조가 더해져 역대 최고치인 2조7000억엔(약 25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도요타가 큰 폭으로 임금을 인상하면 비슷한 실적 개선을 보인 수출 대기업도 상당 폭의 임금 인상을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앞서 엔저 효과로 호실적을 낸 히타치제작소·도시바·파나소닉·미쓰비시·후지쓰·NEC 등 6대 전자 업체도 올해 월 기본급을 3000엔(약 2만8000원) 올리기로 합의했다. 자동차 업체 가운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보인 혼다와 후지중공업도 3000엔 수준의 기본급 인상을 확정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견 기업이나 엔저 효과를 못 느끼는 내수 기업들이 이런 임금 인상 행보를 따를 수 있을지 여부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오사카 지역의 기업들은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기 부양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해 임금 인상은 어렵다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납품가 인하 압박을 받는데다, 엔저로 인한 원자재 수입 비용까지 올라 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통상산업성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가운데 임금을 올린 곳은 25%에도 못 미쳤다.
2012년 말 취임 이래 아베 총리는 경기를 부양한다며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이는 즉각 수출 업체의 영업이익 증대로 나타났다. 문제는 낙수 효과다.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출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금 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1월에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經團連) 사카키바라사다유키 회장 등 재계 인사와 골프 회동을 하면서 임금 인상을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직후 아베 총리는 노동계·재계·정계 인사들이 참여한 노사정 회의에서 “법인세를 3.3%포인트 내리겠다”는 당근을 재계에 제시하면서 임금 인상과 투자 증액을 요청했다.
한국에서도 도요타의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최근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먼저 전년 실적 악화를 이유로 ‘기본급 동결’을 선언했다. 이런 움직임에 최경환 부총리는 최근 한 강연에서 “일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선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최저임금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올해 임금인상률 목표를 지난해 대비 7.8% 오른 24만5870원, 민주노총은 23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부정적이다. 수출 시장에서 정부 정책의 혜택을 거의 못 받는데다 실적마저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일부 대기업은 경제 단체를 통해 “임금을 올리면 직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다. 경기가 살아나는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나빠져 임금을 인상하면 실적 부진에 고용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계의 총대를 맨 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범위 안에서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에서 도요타의 임금 인상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때 도요타는 한국 언론과 재계에서 호실적을 내고도 노조가 먼저 임금 동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엔고 이전의 이야기다. 도요타는 2001년 일본 제조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엔 시대를 열었다. 이후 도요타는 매년 1조엔이 넘는 영업이익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도요타 노조는 2001년 이후 5년 동안 임금 동결을 먼저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임금 인상 대신 정년(60세)까지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경영진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연유에는 한국과 다른 물가상승률에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한 2014년 이전까지 매년 디플레이션으로 고생했다. 매년 4%가 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마이너스 0∼1%에 머물렀다. 한국과 다른 경제 환경이 노조가 임금 동결을 주장한 배경이다. 아울러 도요타 경영진은 임금 동결 분위기를 이끌었다. 1990년대 영업적자가 누적돼 부도 위기에 몰렸던 닛산을 지칭하며 “세계 자동차 업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임금을 올릴 경우 위험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틈만 나면 강조했다.
호실적을 내고도 보너스를 줄인 경우도 있다. 도요타는 2004년 역대 최대인 1조1621억엔의 순이익을 냈다. 다음해 5월 임금 협상에서 전년 대비 보너스를 6% 줄이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연결 재무제표는 호조지만 일본 단독결산 실적은 나빠졌다는 게 이유였다. 일본 내 자동차 판매가 줄었을 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 목표에 미달한 것도 보너스 삭감의 원인이었다.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은 해외 현지법인의 호실적 때문이라는 경영진의 설명이 노조를 설득한 것이다. 도요타 노조는 1950년 이후 64년째 무파업을 기록중이다. 나고야 주쿄(中京)대학 전우석(경영학) 교수는 “도요타는 1962년 노사화합 선언을 하면서 노조의 가장 큰 권리인 파업권을 회사에 반납했다”며 “도요타 노사 협상이 순조로운 것은 노사 신뢰 분위기에 경영층의 고통 분담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원 평균 임금을 근로자 평균 임금의 세배 이내로 줄였다. 이 점이 노사 신뢰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실제 도요타 사장의 연봉은 5000만엔(약 4억7000만원) 전후인 것으로 알려진다.
도요타는 1997년 55세 임금피크제도 도입했다. 2007년부터 희망자에 한해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했다. 정년 연장자의 경우 최종 임금의 50∼70% 지급하는 식이다. 회사 측은 직원들에게 종신 고용을 보장하고 같은 업종 최고의 복지후생 혜택을 제공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도요타는 3월 16일 올해 임금 인상분을 확정했다. 기본급 인상 4000엔, 호봉 승급으로 인한 인상분 7300엔을 합친 1만1300엔(약 12만900원)이다. 연간 인상률로는 3.2%다. 노동조합의 기본급 인상 요구액 6000엔에는 못 미쳤지만 지난해 2700엔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도요타는 이와 별도로 일률 성과급(보너스)을 월급의 680%인 246만엔(약 2288만원)으로 정했다.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의 소외감을 덜기 위해 비정규직의 일급도 300엔 올리기로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도요타의 결정이 다른 기업들의 임금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언급했다.
한국 대기업은 줄줄이 동결
도요타가 기본급을 얼마나 인상할지는 아베 정권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도요타의 올 회계연도(2014년 4월~2015년 3월) 영업이익은 엔저로 인한 수출 호조가 더해져 역대 최고치인 2조7000억엔(약 25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도요타가 큰 폭으로 임금을 인상하면 비슷한 실적 개선을 보인 수출 대기업도 상당 폭의 임금 인상을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앞서 엔저 효과로 호실적을 낸 히타치제작소·도시바·파나소닉·미쓰비시·후지쓰·NEC 등 6대 전자 업체도 올해 월 기본급을 3000엔(약 2만8000원) 올리기로 합의했다. 자동차 업체 가운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보인 혼다와 후지중공업도 3000엔 수준의 기본급 인상을 확정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견 기업이나 엔저 효과를 못 느끼는 내수 기업들이 이런 임금 인상 행보를 따를 수 있을지 여부다.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오사카 지역의 기업들은 아베노믹스(아베 정권의 경기 부양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해 임금 인상은 어렵다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납품가 인하 압박을 받는데다, 엔저로 인한 원자재 수입 비용까지 올라 더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통상산업성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가운데 임금을 올린 곳은 25%에도 못 미쳤다.
2012년 말 취임 이래 아베 총리는 경기를 부양한다며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 이는 즉각 수출 업체의 영업이익 증대로 나타났다. 문제는 낙수 효과다.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출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금 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1월에는 일본경제단체연합회(經團連) 사카키바라사다유키 회장 등 재계 인사와 골프 회동을 하면서 임금 인상을 호소했다. 지난해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한 직후 아베 총리는 노동계·재계·정계 인사들이 참여한 노사정 회의에서 “법인세를 3.3%포인트 내리겠다”는 당근을 재계에 제시하면서 임금 인상과 투자 증액을 요청했다.
한국에서도 도요타의 큰 폭의 임금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최근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먼저 전년 실적 악화를 이유로 ‘기본급 동결’을 선언했다. 이런 움직임에 최경환 부총리는 최근 한 강연에서 “일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선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며 “최저임금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올해 임금인상률 목표를 지난해 대비 7.8% 오른 24만5870원, 민주노총은 23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부정적이다. 수출 시장에서 정부 정책의 혜택을 거의 못 받는데다 실적마저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일부 대기업은 경제 단체를 통해 “임금을 올리면 직원 수를 줄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편다. 경기가 살아나는 미국·일본과 달리 한국은 대내외 경제 여건이 나빠져 임금을 인상하면 실적 부진에 고용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계의 총대를 맨 경영자총협회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1.6% 범위 안에서 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에서 도요타의 임금 인상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때 도요타는 한국 언론과 재계에서 호실적을 내고도 노조가 먼저 임금 동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엔고 이전의 이야기다. 도요타는 2001년 일본 제조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엔 시대를 열었다. 이후 도요타는 매년 1조엔이 넘는 영업이익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도요타 노조는 2001년 이후 5년 동안 임금 동결을 먼저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임금 인상 대신 정년(60세)까지 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경영진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연유에는 한국과 다른 물가상승률에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한 2014년 이전까지 매년 디플레이션으로 고생했다. 매년 4%가 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마이너스 0∼1%에 머물렀다. 한국과 다른 경제 환경이 노조가 임금 동결을 주장한 배경이다. 아울러 도요타 경영진은 임금 동결 분위기를 이끌었다. 1990년대 영업적자가 누적돼 부도 위기에 몰렸던 닛산을 지칭하며 “세계 자동차 업계가 급변하는 가운데 임금을 올릴 경우 위험한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틈만 나면 강조했다.
호실적을 내고도 보너스를 줄인 경우도 있다. 도요타는 2004년 역대 최대인 1조1621억엔의 순이익을 냈다. 다음해 5월 임금 협상에서 전년 대비 보너스를 6% 줄이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연결 재무제표는 호조지만 일본 단독결산 실적은 나빠졌다는 게 이유였다. 일본 내 자동차 판매가 줄었을 뿐 아니라 생산성 향상 목표에 미달한 것도 보너스 삭감의 원인이었다. 순이익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은 해외 현지법인의 호실적 때문이라는 경영진의 설명이 노조를 설득한 것이다. 도요타 노조는 1950년 이후 64년째 무파업을 기록중이다.
경영층의 고통 분담으로 노사 신뢰 두터워
도요타는 1997년 55세 임금피크제도 도입했다. 2007년부터 희망자에 한해 65세까지 정년을 연장했다. 정년 연장자의 경우 최종 임금의 50∼70% 지급하는 식이다. 회사 측은 직원들에게 종신 고용을 보장하고 같은 업종 최고의 복지후생 혜택을 제공한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미국투자이민 새 기준’ 국민이주㈜, VIP 미국영주권 세미나 개최…예비 신청자 기대감 모아
2컴투스 ‘스타시드’, 출시 하루만에 태국 구글 인기 게임 1위
3지씨셀 떠난 제임스 박 대표...롯데바이오로직스로
4S&P "내년 한국 기업 신용도 둔화 가능성 높아"
5자본시장법으로 '주주 충실 의무' 보장한다…정부안, 여당 협의 후 국회 제출 계획
6김준수 협박해 8억 갈취한 30대 여성 BJ, 끝내…
7'내가 고라니라니' 낚시하다 공기총 기습 '탕탕'
8우리금융, 그룹 통합 슈퍼앱 ‘뉴 우리WON뱅킹’ 출시
9'아무 이유 없어' 고속도로서 돌팔매질·직원 폭행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