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그러워도 영양은 듬뿍
징그러워도 영양은 듬뿍
지난해 12월 어느 비 내리는 밤 가죽 재킷을 입은 남자가 뉴욕 펜 스테이션 건너편 어두운 실내 주차장에 홀로 서 있었다. 밀짚 모자를 눈이 덮이도록 푹 눌러 쓰고 손에는 서류 가방을 꼭 쥐고 있었다. 그 가방 속에는 그가 특별히 갈아 만든 귀뚜라미 가루 샘플이 들어있었다. 미국 농무부(USDA)의 자금 지원으로 개발한 공정을 이용해 만들었다. 모든 게 계획대로라면 이 귀뚜라미 가루는 식품산업의 판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
그 남자는 미국에서 곤충 붐을 일으키고 있는 주요 공급업자 중 한 명인 아론 T 도시다. 귀뚜라미 가루는 도시의 최신 제품으로 곤충 단백질바 업체 엑소(Exo) 납품용으로 제조됐다. 도시의 회사 올 싱즈 벅스(All Things Bugs)는 귀뚜라미 단백질 바 회사 채펄(Chapul)과 귀뚜라미 칩을 만드는 식스 푸즈(Six Foods)에도 납품한다.
2013년 곤충을 식량으로 추천하는 유엔 보고서가 나온 이후 기업과 식당, 농장들이 앞다퉈 곤충의 식품화에 나서고 있다. 이 보고서는 곤충은 냉혈이라 닭이나 소보다 열량을 덜 소모해 먹이 소비량이 더 적기 때문에 환경에 이롭다고 설명했다. 또 곤충은 포유동물이 소화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폐기물을 먹을 수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분의 1이 농업에서 나오며 가축 사료용 작물은 농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작은 곤충이 기후변화 방지에 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곤충은 또 영양가가 높고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식용 곤충 농장 넥스트 밀레니엄 팜스(Next Millennium Farms)의 창업자 재러드 골딘에 따르면 여러 연구에서 곤충은 오메가3와 6를 거의 완벽한 비율로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중보건을 위해 기쁜 소식이다. 서양식 식사에서 오메가3와 6 비율의 불균형은 심혈관질환부터 암까지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곤충은 철분이 풍부하다.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곤충 껍질에 프리바이오틱스가 들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 골딘의 예측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돼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탄수화물의 일종이다. 골딘은 자신의 회사가 현재 귀뚜라미 가루로 프리바오틱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곤충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미 건강식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호주에서는 꿀벌레큰나방의 유충을 먹는다.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높고 아몬드 맛이 난다. 스페인 사람은 아즈텍왕국의 시장에서 파는 아샤야카틀 벌레 알을 맛본 뒤 ‘멕시칸 캐비어’라고 부르며 즐겨 먹었다. 하지만 서양 문화에서는 곤충을 먹는다는 게 여전히 낯설다. 또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곤충을 먹어 오긴 했지만 대량으로 사육해 분말로 만드는 일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서양에서는 곤충을 먹는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아 곤충 관련 알레르기나 독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또 식용 곤충 산업에 요구되는 적절한 안전방침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다. 유엔에 따르면 그 때문에 미국의 규제기관들은 곤충의 안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고 그것이 곤충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곧 사정이 달라질 듯하다. 곤충 산업이 확산되면서 과학자들이 업계와 협력해 지식격차를 메우고 식용 곤충의 안전을 위한 방침을 마련하고 있다.
도시는 생화학과 미생물학 박사후과정 연구원으로 일할 당시 교수로 임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날 그는 곤충학과 친구들과 온라인 곤충 요리 프로그램 ‘걸 미츠 버그(Girl Meets Bug)’의 진행자 다니엘라 마틴과 함께 식용 곤충에 관한 토론을 했다. 도시는 화학 및 분자생물학과 관련된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 곤충식품 시장에서 경쟁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금과 20달러짜리 믹서 한 대로 플로리다주의 작은 아파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단백질 바 제조법을 실험했다. 하지만 경영학 부문의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있는 엑소나 식스 푸즈와 경쟁이 안 된다고 판단해 그는 전략을 바꿨다. “그런 큰 회사에 재료를 공급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는 귀뚜라미 가루를 개발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안전 지침을 문의했지만 답변은 애매했다. 그들이 제시한 공정에는 몇 단계가 빠져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그는 귀뚜라미 가루의 유통기한과 알레르기 유발 가능 성분을 직접 연구하기 위해 USDA에 보조금을 신청했다. 그의 연구 항목에는 귀뚜라미가 먹이를 통해 섭취한 중금속의 체내 잔류량 조사도 포함됐다.
USDA는 이 같은 연구에 기꺼이 자금을 지원한다. USDA 산하 국립식품농업연구소(NIFA)의 소니 라머스와미 소장은 오랫동안 곤충의 식용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 온 곤충학자다. 자신이 만든 귀뚜라미 커리 요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곤충 애호가가 지금은 식용 곤충 연구에 자금을 대는 기관의 장이 됐다.
많은 과학자가 곤충은 가축에 비해 사람들이 먹기에 더 안전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유엔 보고서의 검토에 참여한 코펜하겐대학의 곤충병리학 교수 요르겐 아일렌베르크는 이렇게 말했다. “곤충의 경우에는 조류독감이나 돼지독감처럼 바이러스가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대다수 곤충 바이러스가 매우 특화돼 있어서 특정 숙주만 공격한다.” 아일렌베르크 교수는 곤충에 감염되는 박테리아와 곰팡이 역시 인간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조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곤충을 먹을 때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조개와 곤충의 생물학적 유사성 때문이다. 또 곤충 먹이 속의 어떤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곤충에게 옮겨지는지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 예를 들면 메뚜기가 글루텐이 함유된 먹이를 먹을 경우에도 메뚜기를 글루텐 프리 식품으로 볼 수 있을까?
도시는 곤충이 어떤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네브래스카대학[재미있게도 과거 내브래스카대학 스포츠팀의 별명이 ‘버그이터스(Bugeaters, 곤충을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였다]과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다음 단계는 유전자 염기서열분석이지만 거기엔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도시는 말했다. 알레르기 반응을 확실히 입증하기 위해서는 동물과 인간에 대한 좀 더 광범위한 고비용의 검사가 필요하다.
알레르기 유발 성분과 독소에 관한 정보는 대형 제조업체나 물류회사들과 일할 때 매우 중요한 문제다. 과자 상자에 ‘땅콩이 포함된 제품을 처리하는 시설에서 제조됐다’는 등의 문구가 표기되는 이유다. 미국의 일반 소비자는 곤충을 징그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다른 식품에서 곤충의 흔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를 꺼린다.
식용 곤충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빠르게 성장 중이다. 엑소는 지난해 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120만 달러를 모금했다. 넥스트 밀레니엄 팜스는 최근 더 큰 시설을 사들여 매달 약 455㎏의 귀뚜라미 가루를 생산한다. 올 싱즈 벅스는 지난해 약 1만4000㎏의 귀뚜라미 가루를 만들었으며 도시는 제품 생산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USDA의 보조금을 추가로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식용 곤충 업계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려면 규제의 혼선을 해결해야 한다. FDA에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된다(GRAS)’는 판정을 받아낸다면 큰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 식품을 판매하기 위해 꼭 GRAS 판정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도시는 대형 제조업체와 물류회사들이 GRAS 판정을 받은 식품만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GRAS는 성배나 마찬가지다.”
라마스와미 소장은 곤충에서 얻는 단백질은 닭이나 돼지에서 얻는 단백질과 기본적으로 같다고 말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지의 20억 명이 곤충을 일상적으로 먹는다. 하지만 곤충이 인간에게 안전한 음식이라는 사실을 FDA에서 인증 받으려고 시도한 회사는 아직 없었다.
GRAS 인증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이 소규모 신생기업이 감당하기엔 너무 비싸다는 점이 한 가지 이유다. 도시는 한 컨설턴트가 자사의 귀뚜라미 가루 분석 비용 견적가를 25만 달러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식용 곤충 사업에 관한 FDA의 통찰력 부족은 규정을 시행하는 지역 규제당국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애매한 규정은 곤충 단백질이 들어간 요리를 메뉴에 올리고 싶어하는 레스토랑에 혼란을 준다. 뉴욕의 멕시코 식당 안토제리아 라 파퓰러(Antojeria la Popular)의 지배인을 지낸 질리언 토드는 2013년 그 식당이 ‘그래스 와퍼(Grass-Whopper)’ 같은 곤충 요리로 크게 주목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 뉴욕시 보건·정신위생국이 곤충 요리의 판매를 중지하라는 압력을 넣었다고 말했다. F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업체에서 들여온 재료를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뉴욕시 보건·정신위생국은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검사관이 그 식당에서 말린 귀뚜라미 한 부대를 발견했다. 식당 측은 캘리포니아의 한 업체로부터 공급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부대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식품 부대엔 반드시 공급업체와 내용물의 이름이 표시돼야 하며 내용물은 승인 받은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것이어야 한다.”
토드는 그런 공급업체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토제리아 라 파퓰러는 그 후 얼마 안 가서 문을 닫았다. 따라서 메뚜기 요리를 멕시코의 전통 음식으로 내놓는 뉴욕의 다른 식당들 역시 메뚜기를 미승인 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는 이유로 문을 닫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일부 업체는 지역 규제당국과 좋은 관계를 맺어 혜택을 보기도 했다. 귀뚜라미 칩을 만드는 식스 푸즈가 그런 예다. 이 회사의 소유주 중 한 명인 로라 다사로는 매사추세츠주 보건부로부터 제품의 승인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매사추세츠주 전역의 식료품점에 납품할 수 있게 됐다. “다른 대다수 주의 보건부가 이 문제에 관해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들은 곤충을 식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해충 정도로 생각했다.”
FDA는 식용 곤충에 대해 몇 가지 확실한 규정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제조업체는 적합한 상표 부착과 제품 오염 방지 등 일반 식품에 적용되는 규정을 따라야 한다. 또 야생에서 채취한 것을 그대로 판매해선 안 된다. 말하자면 들에서 메뚜기를 잡아다가 농산물 직거래장에서 바로 팔 수는 없다. 곤충은 반드시 식품용으로 사육돼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FDA 규정이 더 상세하고 명확하게 보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과 유럽에서 식용 곤충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역겨운 느낌이다. 서양인들이 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극복하려면 어려서부터 곤충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데 많은 사람이 의견을 같이한다. 넥스트 밀레니엄 팜스의 골딘은 “내 딸들은 버터를 넣은 화이트 파스타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부 업체가 귀뚜라미 가루를 넣은 파스타를 개발 중이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딸들의 식성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응력이 뛰어난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더 빨리 식용 곤충을 받아들일지 모른다. 라마스와미 소장은 곤충학자로 일할 때 어린이들과 함께 작업하는 걸 좋아했다고 말했다. 곤충을 이용해 어린이들에게 생태계와 기후변화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소개할 수 있어서다. “난 곤충을 들고 학교를 찾아가곤 했다. 어린이들 앞에서 산 애벌레를 씹어 먹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징그럽다고 난리를 피웠다. 물론 남자 아이들은 내게 달려 와서 ‘와, 나도 먹어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번역 정경희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 남자는 미국에서 곤충 붐을 일으키고 있는 주요 공급업자 중 한 명인 아론 T 도시다. 귀뚜라미 가루는 도시의 최신 제품으로 곤충 단백질바 업체 엑소(Exo) 납품용으로 제조됐다. 도시의 회사 올 싱즈 벅스(All Things Bugs)는 귀뚜라미 단백질 바 회사 채펄(Chapul)과 귀뚜라미 칩을 만드는 식스 푸즈(Six Foods)에도 납품한다.
2013년 곤충을 식량으로 추천하는 유엔 보고서가 나온 이후 기업과 식당, 농장들이 앞다퉈 곤충의 식품화에 나서고 있다. 이 보고서는 곤충은 냉혈이라 닭이나 소보다 열량을 덜 소모해 먹이 소비량이 더 적기 때문에 환경에 이롭다고 설명했다. 또 곤충은 포유동물이 소화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폐기물을 먹을 수 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분의 1이 농업에서 나오며 가축 사료용 작물은 농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작은 곤충이 기후변화 방지에 큰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
곤충은 또 영양가가 높고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식용 곤충 농장 넥스트 밀레니엄 팜스(Next Millennium Farms)의 창업자 재러드 골딘에 따르면 여러 연구에서 곤충은 오메가3와 6를 거의 완벽한 비율로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중보건을 위해 기쁜 소식이다. 서양식 식사에서 오메가3와 6 비율의 불균형은 심혈관질환부터 암까지 다양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곤충은 철분이 풍부하다.
이 정도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곤충 껍질에 프리바이오틱스가 들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 골딘의 예측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돼 장 건강에 도움을 주는 탄수화물의 일종이다. 골딘은 자신의 회사가 현재 귀뚜라미 가루로 프리바오틱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곤충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미 건강식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호주에서는 꿀벌레큰나방의 유충을 먹는다. 지방과 단백질 함량이 높고 아몬드 맛이 난다. 스페인 사람은 아즈텍왕국의 시장에서 파는 아샤야카틀 벌레 알을 맛본 뒤 ‘멕시칸 캐비어’라고 부르며 즐겨 먹었다. 하지만 서양 문화에서는 곤충을 먹는다는 게 여전히 낯설다. 또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곤충을 먹어 오긴 했지만 대량으로 사육해 분말로 만드는 일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다.
서양에서는 곤충을 먹는 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아 곤충 관련 알레르기나 독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또 식용 곤충 산업에 요구되는 적절한 안전방침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지 않았다. 유엔에 따르면 그 때문에 미국의 규제기관들은 곤충의 안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고 그것이 곤충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곧 사정이 달라질 듯하다. 곤충 산업이 확산되면서 과학자들이 업계와 협력해 지식격차를 메우고 식용 곤충의 안전을 위한 방침을 마련하고 있다.
도시는 생화학과 미생물학 박사후과정 연구원으로 일할 당시 교수로 임용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느 날 그는 곤충학과 친구들과 온라인 곤충 요리 프로그램 ‘걸 미츠 버그(Girl Meets Bug)’의 진행자 다니엘라 마틴과 함께 식용 곤충에 관한 토론을 했다. 도시는 화학 및 분자생물학과 관련된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 곤충식품 시장에서 경쟁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지원금과 20달러짜리 믹서 한 대로 플로리다주의 작은 아파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엔 단백질 바 제조법을 실험했다. 하지만 경영학 부문의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 있는 엑소나 식스 푸즈와 경쟁이 안 된다고 판단해 그는 전략을 바꿨다. “그런 큰 회사에 재료를 공급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는 귀뚜라미 가루를 개발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안전 지침을 문의했지만 답변은 애매했다. 그들이 제시한 공정에는 몇 단계가 빠져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래서 그는 귀뚜라미 가루의 유통기한과 알레르기 유발 가능 성분을 직접 연구하기 위해 USDA에 보조금을 신청했다. 그의 연구 항목에는 귀뚜라미가 먹이를 통해 섭취한 중금속의 체내 잔류량 조사도 포함됐다.
USDA는 이 같은 연구에 기꺼이 자금을 지원한다. USDA 산하 국립식품농업연구소(NIFA)의 소니 라머스와미 소장은 오랫동안 곤충의 식용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여 온 곤충학자다. 자신이 만든 귀뚜라미 커리 요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곤충 애호가가 지금은 식용 곤충 연구에 자금을 대는 기관의 장이 됐다.
많은 과학자가 곤충은 가축에 비해 사람들이 먹기에 더 안전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유엔 보고서의 검토에 참여한 코펜하겐대학의 곤충병리학 교수 요르겐 아일렌베르크는 이렇게 말했다. “곤충의 경우에는 조류독감이나 돼지독감처럼 바이러스가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대다수 곤충 바이러스가 매우 특화돼 있어서 특정 숙주만 공격한다.” 아일렌베르크 교수는 곤충에 감염되는 박테리아와 곰팡이 역시 인간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조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곤충을 먹을 때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조개와 곤충의 생물학적 유사성 때문이다. 또 곤충 먹이 속의 어떤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곤충에게 옮겨지는지 아직 확실히 알 수 없다. 예를 들면 메뚜기가 글루텐이 함유된 먹이를 먹을 경우에도 메뚜기를 글루텐 프리 식품으로 볼 수 있을까?
도시는 곤충이 어떤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네브래스카대학[재미있게도 과거 내브래스카대학 스포츠팀의 별명이 ‘버그이터스(Bugeaters, 곤충을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였다]과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 다음 단계는 유전자 염기서열분석이지만 거기엔 추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도시는 말했다. 알레르기 반응을 확실히 입증하기 위해서는 동물과 인간에 대한 좀 더 광범위한 고비용의 검사가 필요하다.
알레르기 유발 성분과 독소에 관한 정보는 대형 제조업체나 물류회사들과 일할 때 매우 중요한 문제다. 과자 상자에 ‘땅콩이 포함된 제품을 처리하는 시설에서 제조됐다’는 등의 문구가 표기되는 이유다. 미국의 일반 소비자는 곤충을 징그럽게 생각하기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다른 식품에서 곤충의 흔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밝히기를 꺼린다.
식용 곤충 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빠르게 성장 중이다. 엑소는 지난해 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에서 120만 달러를 모금했다. 넥스트 밀레니엄 팜스는 최근 더 큰 시설을 사들여 매달 약 455㎏의 귀뚜라미 가루를 생산한다. 올 싱즈 벅스는 지난해 약 1만4000㎏의 귀뚜라미 가루를 만들었으며 도시는 제품 생산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USDA의 보조금을 추가로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식용 곤충 업계가 본격적으로 발전하려면 규제의 혼선을 해결해야 한다. FDA에서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된다(GRAS)’는 판정을 받아낸다면 큰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 식품을 판매하기 위해 꼭 GRAS 판정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도시는 대형 제조업체와 물류회사들이 GRAS 판정을 받은 식품만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GRAS는 성배나 마찬가지다.”
라마스와미 소장은 곤충에서 얻는 단백질은 닭이나 돼지에서 얻는 단백질과 기본적으로 같다고 말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각지의 20억 명이 곤충을 일상적으로 먹는다. 하지만 곤충이 인간에게 안전한 음식이라는 사실을 FDA에서 인증 받으려고 시도한 회사는 아직 없었다.
GRAS 인증 절차에 들어가는 비용이 소규모 신생기업이 감당하기엔 너무 비싸다는 점이 한 가지 이유다. 도시는 한 컨설턴트가 자사의 귀뚜라미 가루 분석 비용 견적가를 25만 달러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식용 곤충 사업에 관한 FDA의 통찰력 부족은 규정을 시행하는 지역 규제당국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애매한 규정은 곤충 단백질이 들어간 요리를 메뉴에 올리고 싶어하는 레스토랑에 혼란을 준다. 뉴욕의 멕시코 식당 안토제리아 라 파퓰러(Antojeria la Popular)의 지배인을 지낸 질리언 토드는 2013년 그 식당이 ‘그래스 와퍼(Grass-Whopper)’ 같은 곤충 요리로 크게 주목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 뉴욕시 보건·정신위생국이 곤충 요리의 판매를 중지하라는 압력을 넣었다고 말했다. FDA의 승인을 받지 않은 업체에서 들여온 재료를 사용한다는 이유에서다.
뉴욕시 보건·정신위생국은 뉴스위크에 이렇게 말했다. “검사관이 그 식당에서 말린 귀뚜라미 한 부대를 발견했다. 식당 측은 캘리포니아의 한 업체로부터 공급받았다고 주장했지만 부대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식품 부대엔 반드시 공급업체와 내용물의 이름이 표시돼야 하며 내용물은 승인 받은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것이어야 한다.”
토드는 그런 공급업체를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안토제리아 라 파퓰러는 그 후 얼마 안 가서 문을 닫았다. 따라서 메뚜기 요리를 멕시코의 전통 음식으로 내놓는 뉴욕의 다른 식당들 역시 메뚜기를 미승인 업체로부터 공급받는다는 이유로 문을 닫게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일부 업체는 지역 규제당국과 좋은 관계를 맺어 혜택을 보기도 했다. 귀뚜라미 칩을 만드는 식스 푸즈가 그런 예다. 이 회사의 소유주 중 한 명인 로라 다사로는 매사추세츠주 보건부로부터 제품의 승인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매사추세츠주 전역의 식료품점에 납품할 수 있게 됐다. “다른 대다수 주의 보건부가 이 문제에 관해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들은 곤충을 식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해충 정도로 생각했다.”
FDA는 식용 곤충에 대해 몇 가지 확실한 규정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제조업체는 적합한 상표 부착과 제품 오염 방지 등 일반 식품에 적용되는 규정을 따라야 한다. 또 야생에서 채취한 것을 그대로 판매해선 안 된다. 말하자면 들에서 메뚜기를 잡아다가 농산물 직거래장에서 바로 팔 수는 없다. 곤충은 반드시 식품용으로 사육돼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FDA 규정이 더 상세하고 명확하게 보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과 유럽에서 식용 곤충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은 역겨운 느낌이다. 서양인들이 곤충에 대한 혐오감을 극복하려면 어려서부터 곤충 먹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데 많은 사람이 의견을 같이한다. 넥스트 밀레니엄 팜스의 골딘은 “내 딸들은 버터를 넣은 화이트 파스타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일부 업체가 귀뚜라미 가루를 넣은 파스타를 개발 중이어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딸들의 식성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적응력이 뛰어난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더 빨리 식용 곤충을 받아들일지 모른다. 라마스와미 소장은 곤충학자로 일할 때 어린이들과 함께 작업하는 걸 좋아했다고 말했다. 곤충을 이용해 어린이들에게 생태계와 기후변화 같은 추상적인 개념을 소개할 수 있어서다. “난 곤충을 들고 학교를 찾아가곤 했다. 어린이들 앞에서 산 애벌레를 씹어 먹었다. 그러면 아이들은 징그럽다고 난리를 피웠다. 물론 남자 아이들은 내게 달려 와서 ‘와, 나도 먹어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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