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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이주열 왜 ‘2분기’에 주목하나] 재정·금리·저유가 효과 ‘2분기’가 분수령

[최경환·이주열 왜 ‘2분기’에 주목하나] 재정·금리·저유가 효과 ‘2분기’가 분수령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두 경제 수장은 최근 올 2분기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나라 재정·통화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들에게 올 2분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2분기 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정책의 성패가 드러나고, 한국 경제의 회복세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4월 28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동향 간담회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에 미약하지만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2분기 경기 흐름이 앞으로 회복세의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나흘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1% 선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었다. 왜 2분기일까?
 정책 시차 고려할 때 2분기가 분기점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재정·통화정책 효과가 시차를 두고 시장에 나타나는 시기가 올 2분기라는 기대 때문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 때 정책 효과가 일정한 시간을 두고 시장에 반영되는 것이 정책 시차다. 일반적으로 경제학자들은 기준금리 조정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를 2~3분기 후로 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였던 기준금리를 2.25%로 낮춘 게 지난해 8월이다. 두 달 후에는 2.0%로 내렸다. 때문에 금리 인하 효과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타나는 게 올 2분기라는 것이다. 이주열 총재가 올 1월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효과를 보려면 시차가 존재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그 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배경이다.

이 총재는 2월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에도 “금리 인하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기까지는 적어도 2~3분기는 걸린다고 본다”며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렸기 때문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었다. 시차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획 재정부 고위 관료 역시 구체적인 시기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3월 초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3~4분기 뒤로, 이를 감안하면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재정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효과도 올 2분기에 나타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통화정책에 비해 재정정책은 시장에 영향을 주는 시차가 짧다. 정책을 세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내부 시차), 정책이 결정되면 바로 돈이 풀리기 때문에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경기 부양을 위해 상반기에 예산 3조원을 추가로 당겨 쓰고, 연내에 공공·민간 투자를 7조원으로 늘리는 등 10조원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놨다. 또한 경제활성화를 위해 운용 중인 46조원 자금의 잔여분 중 올 상반기 집행액을 애초 5조 5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효과가 2분기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또 하나의 ‘시차 효과’는 국제 유가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의 긍정적인 영향은 2~3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며 “국제 유가가 지난해 3분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4분기에 본격적으로 급락했기 때문에 올 2분기에 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으로 원료 수입 단가가 내려가고 수출과 가계 구매력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저유가에 따른 선진국 등 자원 수입국의 수입 증가와 기업생산비 하락 효과가 점차 확대될 여지가 있다’며 ‘과거 유가 급변 시기의 세계 경기 변화를 살펴보면 약 2분기 후에 성장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론에만 그칠 가능성도
하지만 이런 기대가 ‘이론’에만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금리 인하 효과만 봐도 그렇다. 2011년 6월 한국은행은 3.25%이던 기준금리를 3%로 낮췄다. 2012년 7월과 10월, 2013년 5월에도 각각 0.25%포인트씩 내렸다. 이주열 총재의 말대로 ‘2~3분기 후’에 경기가 좋아졌을까? 2011년 2분기~2013년 2분기 사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네 차례 낮췄지만, 2~3분기 후 경제성장률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인 것은 2014년 1분기(3.9%)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오히려 기준금리를 내린 시점보다 경제성장률이 더 나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금리 인하 효과를 말하기 무색할 만큼 하락세를 이어갔다. 결국 한국은행은 올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75%로 낮췄다. 재정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정부는 46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경기 회복의 시그널은 미약하기만 하다. 경제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에 갇혔고, 자산시장 외에는 경기 회복세로 판단할만한 지표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한국개발연구원은 4월 초 펴낸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 성장세는 미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고, 지난해 말과 올 초 한국은행을 포함한 국내외 경제전망기관들은 일제히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오랜 저금리·저성장 기조 속에서는 재정·통화정책의 효과가 미미하다고 설명한다. 금리를 내려 돈을 풀어도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자산시장으로만 몰려가는 현상도 금리인하 효과를 반감시킨다. 세계 교역 규모의 정체와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대외 환경 등 근본적인 문제도 금리 인하나 재정 확장의 영향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 이주열 총재는 “금리 인하 효과의 크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며 “대외 여건 불확실과 경제 심리 부진 때문에 과거보다는 제한적 효과가 아닐지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2분기가 한국 경제의 분기점이라고 할 때, 나쁜 방향으로 이끌 악재도 있다. 바로 엔화 약세다. 과거 통계를 보면, 엔화 가치 하락은 2년 정도 시차를 두고 한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재정환율인 원·엔 환율이 본격적으로 급락한 것은 2012년 말부터다. 하지만 우리 수출기업들이 손익분기 환율로 여겼던 100엔당 1100원이 무너진 것은 2013년 2분기다. 따라서 ‘2년 시차’를 감안할 때 올 2분기가 엔저의 악영향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올 들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한국 수출의 2분기 전망도 어둡다.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4월 수출이 7.6% 줄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2분기 경제지표가 정부 바람대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 경제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이 경우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카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2분기가 초조하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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