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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도 디톡스 바람

패션에도 디톡스 바람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70만㎢를 뒤덮을 정도로 양이 어마어마하다.
지속가능성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치는 있지만 따분한 부차적 주제였다. 그러니 요즘처럼 멋진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제 지속가능성은 자동차와 호텔 광고에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수단이 됐다. H&M 같은 글로벌 의류업체들은 지속가능성을 모토로 내세웠다. 독일의 스포츠웨어 대기업 아디다스는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친환경 섬유로 의류를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퍼렐 윌리엄스 등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뮤지션들이 운동가들과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일에 앞장선다.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운동을 지지하는 바다 보호 단체 팔리(Parley)와 아디다스를 연결해준 사람이 윌리엄스였다.

덴마크 패션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은 석유에 이어 세계 2위의 환경오염 산업이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화학제품의 4분의 1이 섬유 제조에 사용된다. 목화 재배에 쓰는 살충제부터 나일론과 폴리에스터 직조에 사용되는 석유화학제품까지. 의류제조업은 또 농업 다음으로 물을 많이 소비하며(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7000ℓ의 물이 들어간다) 수질을 가장 많이 오염시키는 산업이다.

지속가능성은 오늘날 패션 산업이 당면한 긴급한 문제다. 스웨덴에 본부를 둔 지속가능 패션 아카데미(SFA)의 사무총장 마이클 슈래거는 이렇게 설명했다. “의류 산업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또 섬유 제조에는 막대한 양의 물과 화학제품이 사용된다. 동물 복지나 토지 이용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 노동 문제와 근로자의 생활조건도 고려해야 한다.”

그린피스는 의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고자 ‘디톡스 마이 패션(Detox my Fashion)’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의류산업이 초래하는 수질 오염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독성 화학제품 사용에 주목한다”고 그린피스의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트리스턴 트렘슈니크가 말했다. “중국은 2010년 세계 섬유 생산량의 57%를 생산함으로써 수질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대도시의 음용 지하수 64%가 “심각하게 오염됐고” 지표수의 절반은 식수로 적합하지 않다. 우리는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다른 의류생산국들도 상황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버버리, H&M, 막스&스펜서(M&S) 등 18개 패션업체가 이 운동에 동참해 공급업체들의 독성 화학제품 사용을 금지하기로 약속했다. M&S는 8년째 ‘플랜 A’라는 광범위한 관련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H&M CEO 칼-요한 페르손은 지난해 자사가 발표한 117쪽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이렇게 썼다. “품질 좋은 패션을 최상의 가격에 제공하는 게 우리의 사업 모토다. 최상의 가격은 최저가가 아니라 최고의 가치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지속가능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매우 진보적인 느낌을 주지만 재활용 해양 플라스틱으로 만든 ‘바이오닉(bionic, 생체공학적인)’ 실에 관한 이야기는 특히 그렇다. 오래 입을 수 있는 작업복처럼 질기지만 가정용 퇴비상자에 넣으면 몇 달 안에 분해되는 바지 같은 획기적인 아이템의 개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피 반대 운동을 한번 생각해 보라. 10년 전 그 운동이 그렇게 거세게 일어났지만 요즘 들어 모피가 다시 패션쇼 무대에 슬금슬금 등장하고 사람들의 거부감도 덜해진 듯하지 않는가? 지속가능성도 같은 길을 걷게 되진 않을까? 패션 소비자가 이 운동을 더는 멋지다고 생각하지 않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마이클 슈래거는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이 유행을하고 안 하고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문제를 염두에 두지 않는 사업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운동은 추진력을 얻는다. 아디다스의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같은 움직임은 소비자가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이다. 이런 경향은 일시적인 유행일지 모르지만 지속가능성은 그렇지 않다. 물 사용과 오염 같은 문제는 글로벌 메가트렌드(mega-trends, 시대의 큰 흐름)로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의류매장까지
뮤지션 겸 패션 디자이너로 해양 플라스틱 재활용 운동에 앞장서는 퍼렐 윌리엄스가 지난 3월 유엔에서 기후변화 방지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어떻게 패션이 될 수 있을까? 재활용 플라스틱은 면보다 훨씬 더 질긴 섬유로 재탄생한다. 패션 디자이너이기도 한 퍼렐 윌리엄스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프로젝트 ‘바이오닉 얀(Bionic Yarn)’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우리는 바다와 연결돼 있다. 바다는 우리에게 많은 생명을 내어준다. 따라서 우리는 바다에 빚지고 있다.” 윌리엄스가 데님 브랜드 G-스타 로우와의 협업으로 출시한 제품이 현재 매장에 나와 있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70만㎢를 뒤덮을 정도로 양이 어마어마하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바이오닉 섬유를 많이 볼 듯하다.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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