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家)의 기업가정신 연구한 고승희 단국대 명예교수
현대가(家)의 기업가정신 연구한 고승희 단국대 명예교수
1999년 한국경영사학회장을 지낸 고승희(74) 단국대 상경대학 명예교수는 그해 한국경영사학회 연구총서로 『아산 정주영 연구』를 발행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 지난 5월 12일, 자료를 가득 담은 가방을 어깨에 메고 포브스코리아 사무실을 찾은 그는 특별취재팀과 함께 한 자리에서 미리 준비해온 자료를 통해 자신이 연구해온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구 회장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주었다. 경제학 박사인 그는 지난 30여년간 상아탑에서 봉사한 뒤 현재 한국기업경영연구원 부원장으로 있다.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어떤 사람이었는지요?
미국의 젊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연설문에서 아산 정주영의 도전적 개척자의 삶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 훗날 우리는 역사의 심판대에 설 것이다. 그때 역사의 심판관은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네 개의 질문을 던질 것이다. 첫째 그대는 용감한 사람이었는가? 둘째 그대는 총명한 사람이었는가? 셋째 그대는 성실한 사람이었는가? 넷째 그대는 헌신하는 사람이었는가? 이러한 역사의 질문에 우리는 ‘YES’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용기와 비전, 그리고 성실함과 봉사하는 삶을 살았느냐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아산 정주영은 역사의 심판관이 던지는 이 질문에 서슴없이 ‘YES’라고 답할 수 있는 비전과 용기의 창조적 자수성가형 기업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산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정주영의 경영철학은 ‘아산정신(Asanism)’에서 찾아야 합니다. 아산정신의 출발점은 “기업의 존립기반은 국가이기 때문에 기업은 국가의 발전과 사회의 안정에 기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국익사상입니다. 이러한 국익사상의 바탕 위에 근검성실과 용기를 기반으로 하는 불굴의 도전주의적 개척정신, 하면 된다는 캔두이즘(can-doism), 신용이 자본이라는 신용제일주의,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창조주의, 장인의 솜씨를 우선시하는 기술우선주의가 요체입니다.
아산의 기업가정신 정수가 담긴 일화가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1947년 현대건설의 전신인 현대토건사를 창업할 때, 친구인 오인보와 매제인 김영주가 경험도 자본도 없이 무모한 일을 시작하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그러자 아산은 “무슨 일을 시작하든 ‘된다는 확신 90퍼센트’와 ‘반드시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퍼센트’외에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은 단 1퍼센트도 갖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같은 불굴의 신념이 현대그룹으로 성장하는 모태가 된 것입니다. 1954년 밑빠진 독에 물 붓듯이 비용이 들어가는 고령교 복구공사로 도산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아산은 “순경(順境)은 순경대로 장점이 있으며, 역경(逆境)은 역경대로 공적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하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1970년대에 현대건설이 중동으로 진출한 것도 아산의 모험주의와 개척자정신에 바탕을 두고 형성된 기업가능력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아 나가면 된다”고 했던 아산의 캔두이즘 사상이 잘 드러납니다.
현대가(家)를 관통하는 기업가정신의 핵심 DNA는 무엇일까요?
아산의 회고록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 보면 “아버님과 어머님의 부지런하심은 나의 일생에 가장 은혜로운 교훈이었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첫째가는 유산”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황무지를 개척하여 화전 밭을 일구던 그의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근검절약주의와 성실한 용기로 현실에 도전하여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불굴의 도전주의 정신이 현대가의 전통적 DNA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동양의 전통적인 유교정신인 근(勤)·검(儉)·성(誠)·용(勇)을 바탕으로 하는 동양사상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아산이 평소에 흠모했던, 영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요맨리(Yeomanry)정신인 청교도적 개척 정신도 함유되어 있고요.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에게 이어진 아산의 기업가정신은 무엇인가요?
근검성실에 초석을 둔 창조주의 정신과 ‘하면 된다’는 의지로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여 성취하는 도전주의정신, 절대상황과 한계에 응전하여 개척하는 개척주의정신입니다. 이 세 가지를 하나로 요약하면, 캔두이즘 사상이 됩니다. 이것이 ‘현대정신’으로 승화되어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어 가는 기업문화로 녹아내려 있는 것입니다.
정몽구 회장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의 인상적인 사례는 뭘까요?
정몽구 회장은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기 이전인 1977년에 현대정공을 설립하여 세계 컨테이너 시장을 석권함으로써 사업수완을 인정받았고, 현대강관, 인천제철, 현대산업개발 등의 회장직에 잇달아 취임한 뒤 상당한 경영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검소하고 소탈하면서도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보스기질을 가진 경영자라는 점에서 창업자인 아산 정주영과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끈기와 집념을 지닌 기업가입니다. 경영권 승계 이후의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사업과 제철사업에 구심점을 두고 공격 경영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창업자인 아산의 기업가정신에 초석을 두고 면면히 이어져오는 초창기 현대그룹의 기업문화가 그대로 정회장에게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특히 선친의 기업가정신을 계승하고 창업이념에 바탕을 둔 새로운 경영이념으로서 ‘가치경영’의 기치를 내세워 경영혁신을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경영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정 회장은 삼성동에 있는 한국전력 부지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10조 이상의 입찰 가격을 제시해 낙찰에 성공함으로써, 삼성동에 ‘국민의 현대, 세계의 현대’를 상징하는 현대차그룹 멀티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이는 현대가문에 도도히 흐르고 있는 도전적 캔두이즘 정신이 일궈낸 쾌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현대차그룹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기업문화의 특성에 새로운 문화가치가 보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캔두이즘 뿐만 아니라, 상조공생주의에 바탕을 둔 인화(人和)가 이루어지는 기업문화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Mission경영(기업이 사회에 비쳐지고 싶은 모습), Vision경영(그 모습에 다가가려는 생각), Strategy경영(그 생각을 현실에 적응실천하려는 기업활동)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될 때, 현대차그룹은 미래지향의 기업군으로 자리 잡고 글로벌 리더로서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국민과 더욱 가까워지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대담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편집장·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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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는 어떤 사람이었는지요?
미국의 젊은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연설문에서 아산 정주영의 도전적 개척자의 삶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 훗날 우리는 역사의 심판대에 설 것이다. 그때 역사의 심판관은 우리들에게 다음과 같은 네 개의 질문을 던질 것이다. 첫째 그대는 용감한 사람이었는가? 둘째 그대는 총명한 사람이었는가? 셋째 그대는 성실한 사람이었는가? 넷째 그대는 헌신하는 사람이었는가? 이러한 역사의 질문에 우리는 ‘YES’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용기와 비전, 그리고 성실함과 봉사하는 삶을 살았느냐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 아산 정주영은 역사의 심판관이 던지는 이 질문에 서슴없이 ‘YES’라고 답할 수 있는 비전과 용기의 창조적 자수성가형 기업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산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정주영의 경영철학은 ‘아산정신(Asanism)’에서 찾아야 합니다. 아산정신의 출발점은 “기업의 존립기반은 국가이기 때문에 기업은 국가의 발전과 사회의 안정에 기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국익사상입니다. 이러한 국익사상의 바탕 위에 근검성실과 용기를 기반으로 하는 불굴의 도전주의적 개척정신, 하면 된다는 캔두이즘(can-doism), 신용이 자본이라는 신용제일주의,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창조주의, 장인의 솜씨를 우선시하는 기술우선주의가 요체입니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내자는 도전 정신
아산의 기업가정신 정수가 담긴 일화가 있으면 소개해주시죠.
1947년 현대건설의 전신인 현대토건사를 창업할 때, 친구인 오인보와 매제인 김영주가 경험도 자본도 없이 무모한 일을 시작하지 말라고 말렸습니다. 그러자 아산은 “무슨 일을 시작하든 ‘된다는 확신 90퍼센트’와 ‘반드시 되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 10퍼센트’외에 안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은 단 1퍼센트도 갖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같은 불굴의 신념이 현대그룹으로 성장하는 모태가 된 것입니다. 1954년 밑빠진 독에 물 붓듯이 비용이 들어가는 고령교 복구공사로 도산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도 아산은 “순경(順境)은 순경대로 장점이 있으며, 역경(逆境)은 역경대로 공적과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하면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았습니다. 1970년대에 현대건설이 중동으로 진출한 것도 아산의 모험주의와 개척자정신에 바탕을 두고 형성된 기업가능력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아 나가면 된다”고 했던 아산의 캔두이즘 사상이 잘 드러납니다.
현대가(家)를 관통하는 기업가정신의 핵심 DNA는 무엇일까요?
아산의 회고록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에 보면 “아버님과 어머님의 부지런하심은 나의 일생에 가장 은혜로운 교훈이었고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첫째가는 유산”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황무지를 개척하여 화전 밭을 일구던 그의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근검절약주의와 성실한 용기로 현실에 도전하여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불굴의 도전주의 정신이 현대가의 전통적 DNA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동양의 전통적인 유교정신인 근(勤)·검(儉)·성(誠)·용(勇)을 바탕으로 하는 동양사상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아산이 평소에 흠모했던, 영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요맨리(Yeomanry)정신인 청교도적 개척 정신도 함유되어 있고요.
한전부지 낙찰은 캔두이즘 보여준 쾌거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에게 이어진 아산의 기업가정신은 무엇인가요?
근검성실에 초석을 둔 창조주의 정신과 ‘하면 된다’는 의지로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여 성취하는 도전주의정신, 절대상황과 한계에 응전하여 개척하는 개척주의정신입니다. 이 세 가지를 하나로 요약하면, 캔두이즘 사상이 됩니다. 이것이 ‘현대정신’으로 승화되어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어 가는 기업문화로 녹아내려 있는 것입니다.
정몽구 회장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의 인상적인 사례는 뭘까요?
정몽구 회장은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기 이전인 1977년에 현대정공을 설립하여 세계 컨테이너 시장을 석권함으로써 사업수완을 인정받았고, 현대강관, 인천제철, 현대산업개발 등의 회장직에 잇달아 취임한 뒤 상당한 경영능력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검소하고 소탈하면서도 강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보스기질을 가진 경영자라는 점에서 창업자인 아산 정주영과 가장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목표를 세우면,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끈기와 집념을 지닌 기업가입니다. 경영권 승계 이후의 정몽구 회장은 자동차사업과 제철사업에 구심점을 두고 공격 경영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창업자인 아산의 기업가정신에 초석을 두고 면면히 이어져오는 초창기 현대그룹의 기업문화가 그대로 정회장에게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특히 선친의 기업가정신을 계승하고 창업이념에 바탕을 둔 새로운 경영이념으로서 ‘가치경영’의 기치를 내세워 경영혁신을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경영의지를 실천하기 위해 정 회장은 삼성동에 있는 한국전력 부지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10조 이상의 입찰 가격을 제시해 낙찰에 성공함으로써, 삼성동에 ‘국민의 현대, 세계의 현대’를 상징하는 현대차그룹 멀티타운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이는 현대가문에 도도히 흐르고 있는 도전적 캔두이즘 정신이 일궈낸 쾌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의 향후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현대차그룹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기업문화의 특성에 새로운 문화가치가 보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캔두이즘 뿐만 아니라, 상조공생주의에 바탕을 둔 인화(人和)가 이루어지는 기업문화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그러한 Mission경영(기업이 사회에 비쳐지고 싶은 모습), Vision경영(그 모습에 다가가려는 생각), Strategy경영(그 생각을 현실에 적응실천하려는 기업활동)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될 때, 현대차그룹은 미래지향의 기업군으로 자리 잡고 글로벌 리더로서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국민과 더욱 가까워지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대담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편집장·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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