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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넘 더 바틀샵 CEO 제임스 폴리나

매그넘 더 바틀샵 CEO 제임스 폴리나

서울 강남 가로수길에 술을 직접 마셔보고 구입할 수 있는 복합 주류전문점이 등장했다. 제임스 폴리나 대표는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체험형 매장”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폴리나 대표는 열정적이었다. 매그넘에 구비된 주류를 일일이 설명하며 다양성을 강조했다. 매그넘 매장의 백화점, 쇼핑몰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세미 정장 차림의 30대 남성 세 명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와인스테이션 앞에 선 이들은 익숙한 듯 사전에 충전된 시음카드를 꺼내 각 주출구를 옮겨 다니며 결제한 후 시음했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30㎖ 와인 한잔에 3000~4000원 수준. 100개의 구를 갖춘 와인스테이션을 통해 100종류의 술을 시음할 수 있다. 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와인스테이션 내용물은 2주마다 와인뿐 아니라 전통주, 위스키 등으로 바뀐다. 이날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아르헨티나 등 12개국의 와인 100종이 준비됐다.

서울 동대문에서 원단매장을 운영하는 홍모씨는 “이곳이 아니면 병당 수십만 원이 넘는 술을 종류대로 마셔볼 기회가 없다”며 “특히 시음카드에 저장된 기록을 통해 내게 맞는 술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거래처에 선물할 와인을 고르기 위해 방문한 그는 “선물 받을 사람의 직업이나 성격, 스타일을 알려주면 매장 매니저들이 알맞은 술을 추천해 주는데 매번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말 찾은 매그넘 더 바틀샵(Magnum The Bottle Shop, 이하 매그넘) 풍경이다. 서울 가로수길에 자리한 매그넘은 다양한 술을 직접 마셔보고 구입할 수 있는 복합 주류전문점으로, 주류 수입전문기업 인덜지의 제임스 폴리나(37) 대표가 운영한다. 이날 매장에서 만난 그는 “옷과 구두를 먼저 착용해보고 구매하듯, 술도 시음 후 구입할 수 있는 체험형 주류전문점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애주가를 위한 ‘캔디 스토어’
매그넘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술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환호성이 먼저 터져 나온다. 매장을 빽빽이 채운 엄청난 수의 주류가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300여종의 와인, 위스키 보드카 데킬라 등 600여종의 수입증류주, 100여종의 수제맥주, 50여종의 한국·아시아 전통주 등 1000여 종이 구비되어 있다. 가격은 만 원 이하부터 수천만 원대의 빈티지 라인까지 다양하다. 취급하는 품목이 아니더라도 요청하면 구해주는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최고가는 스코틀랜드산 싱글몰트위스키 벤로막 55년산으로 4300만원이다. 역시 스코틀랜드산 위스키인 부나하벤 25년산은 78만1000원으로, 국내 5병 정도가 들어와 있는데 매그넘에서만 만나 볼 수 있다. 럼주 파이럿 역시 매그넘에서만 취급한다. 제임스 폴리나 대표는 “한국에선 저렴한 럼주를 콜라 등 다른 음료와 섞어 마시지만 파이럿은 맛과 향이 워낙 고급스러워 스트레이트로 마신다”며 “최근 유럽에선 소비자들의 취향이 위스키에서 럼주로 바뀌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수제 보드카로 목 넘김이 부드럽고 맛이 좋아 미국 시장에서 앱솔루트의 점유율을 앞지른 보드카 티토스도 매그넘에서만 볼 수 있는 술이다. 가장 저렴한 술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한 맥주 사바나로 3600원이다.

이처럼 매그넘 매장 제품의 50% 이상은 국내에 처음 선보인 제품이다. “한국 주세법상 주류 무료 시음은 출시일로부터 3개월 내 1회 1개월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마셔보지 못한 고급 주류를 구입하는데 망설일 수밖에 없었죠. 주류 공급업체 역시 아무리 좋은 술이라 해도 출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비자에게 시음 기회를 줄 수 없었고요. 매그넘은 유료 시음을 통해 기존 소비자와 주류 공급업체간의 불편함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오픈한 이후 벌써 마니아층이 생겨날 정도로 반응은 고무적이다. 폴리나 대표는 “우리 매장에 처음 들어선 고객들의 눈은 모두 휘둥그레진다. 다양한 선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어른들을 위한 일종의 ‘캔디 스토어’로 여기는 분위기”라며 “아주 독특하고 흥미로운 공간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매그넘에서는 다양한 핑거푸드와 함께 전용잔, 칵테일 셰이커 등 주류관련 액세서리와 서적도 판매하고 있다.

고객층은 크게 두 부류다. 지인 모임에서 마실 용도로 준비하거나 거래처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경우다. 두 경우 모두 자신이 먼저 마셔보고 품질이 좋은지 확인 후 구입한다. 이를 위해 매그넘에서는 와인 시음과 함께 교육 프로그램인 ‘와인 저니’를 운영하고 있다. 매일 2회 또는 그룹별(최소 5인) 신청이 있을 시 진행하는데, 와인·주류 전문가가 술의 세부 특징과 양조장, 지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폴리나 대표는 “한국에서는 유행하는 와인을 선물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독특한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며 “매그넘은 특별한 선물, 기억에 남는 선물을 찾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선물 찾는 이들에게 도움
신사중학교 맞은편에 자리한 매그넘 더 바틀샵. 매그넘은 포도주 등을 담는 1.5ℓ짜리 술독을 뜻한다
3대째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폴리나 대표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고교 시절이다. 미국 뉴저지 주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당시 학생의 30%가 한국인이었다. 자연스레 한국문화를 맛 본 그는 2003년 ‘원 웨이 티켓(One way ticket)’을 끊고 한국에 들어왔다. “청소년 시절부터 레스토랑에서 식음료 담당 지배인으로 일하며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많이 배웠다”는 그는 “한국의 수입주류시장이 급팽창하는 것을 보고 한국행을 택했다”고 말했다.

2004년 주류 수입 및 브랜드 마케팅, 컨설팅 사업을 하는 인덜지를 설립했다. 푸드 컨설턴트, 소믈리에, 믹솔로지스트(칵테일 분야의 예술가), 셰프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하이트, 진로, 롯데, 국순당 등 주류회사의 객원 컨설턴트로 일했다. 현재 인덜지에서는 프리미엄 데킬라 페트론, 허브 리큐르 아그와, 캐주얼 와인 버니니, 프리미엄 맥주 사바나, 이탈리아 와인 보가 등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고 있다.

매그넘은 2008년부터 구상했던 비즈니스 모델이다. 런던, 뉴욕 등지의 주류유통매장을 벤치마킹하며 콘셉트를 정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매장이지만 그러나 큰 수입원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매그넘 오픈을 준비하자 주변에선 ‘너무 이상적인 아이템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개념의 매장을 원하고 있다. 모든 변화에는 성장통이 따르지만 새로운 콘셉트를 먼저 개척하고 선보인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매그넘은 규모가 큰 수입사 외에도 군소 수입사에도 공평한 입점 기회를 준다. “리테일 샵이 성공하려면 소비자 중심의 상품이 구성되어야 하며, 이를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마진율 높은 제품이 아닌 소비자 취향에 중심을 둔 전문가 추천이 중요해요. 그동안 주로 대형 주류수입사가 매장을 운영해 자사 상품을 앞세우는 경우가 많았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해 고객 맞춤형 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향후 상품 구성과 매장 운영은 고객의 음용·구입 이력이 담긴 ‘매그넘 카드’를 활용할 계획이다. 고객별 취향뿐 아니라 ‘2015년 한국의 30대 남성이 선호한 와인과 생산 국가’ 식의 데이터가 축적되기 때문이다. 이는 B2B 사업을 가능케 한다. 주류 공급업체는 매그넘을 통해 직접적인 시음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제품을 알리고 상품 구성을 체크할 수 있다. 벌써부터 주류 브랜드 시음회, 마스터 클래스, 팝업스토어 등으로의 공간 활용을 문의하는 기업이 많다고 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유행에 민감하고, 최상의 품질에 대한 욕구도 강합니다. 이는 다양성으로 표출되고 있어요. 앞으로 매그넘과 같이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겨냥한 매장이 속속 등장할 것입니다.” 그는 매그넘 매장의 백화점, 쇼핑몰 입점을 추진 중이다. 우선 서울 강북지역과 부산이 타깃이다. 이후 브랜드가 정착되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도 펼친다는 포부다.

- 글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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