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진출 후 변신 서두르는 국내 가구 업계] 먹히지 않으려면 변하고 또 변해야
[이케아 진출 후 변신 서두르는 국내 가구 업계] 먹히지 않으려면 변하고 또 변해야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국내 가구 업계가 변하는 데는 6개월이면 충분했다. 지난해 12월 18일 경기 광명시에 1호점을 열면서 한국에 진출한 스웨덴의 세계 1위 가구 전문 기업 이케아가 국내 가구 시장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이케아는 진출 초기만 해도 다른 해외 시장에서보다 비싸게 책정한 국내 판매가격과, 일부 상품에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일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좀 달라졌다. 예상보다도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개장 한 달만인 올 1월 광명점의 누적 방문객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개장 100일째를 맞았던 3월엔 220만명을 돌파했다. 6월 현재는 350만~4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격 경쟁력과 디자인 면에서 소비자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올 3월 이케아가 방문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은 합리적인 가격(45%)과 디자인(39%) 순으로 방문 이유를 밝혔다. 전체 응답자의 88%는 ‘이케아 제품의 가격이 적절하거나 저렴하게 책정됐다’고 응답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른바 ‘가성비’를 무기로 세계 가구 시장을 평정했던 이케아가 국내에 진입하면 이에 호응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라던 기존 예측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내용이다. 물론 이케아가 한국에서 유독 비싸게 가구를 팔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연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을 대상으로 이케아 가정용 가구 49개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케아 광명점의 방문객 수가 많다는 것은 국내 기업 가구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들이 국산 가구의 가격이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현상일 수 있어서다.
이케아의 이 같은 선전에 국내 가구 업계도 전열을 가다듬는데 적극적이다. 변해야 산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먼저 사업 다각화다. 지난해 매출이 1조3250억원으로 업계 부동의 1위였던 한샘은 생활용품과 건자재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이케아 잡기’에 나섰다. 올 2월 14일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인 ‘한샘홈’의 1호 매장(서울 공릉점)을 열고 소비자들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는 이케아를 다분히 의식한 행보다. 강승수 한샘 사장은 “이케아는 가구보다 생활용품의 매출 비중이 크다”며 “가구만 하는 기업 중에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하며 한샘홈을 선보인 배경을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도 매장을 추가로 여는 등 생활용품 부문에서 경쟁력을 계속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한샘 관계자는 “생활용품 부문 매출을 연간 2000억원대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인구가 밀집한 지역인 서울 노원구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다른 하나는 건자재 부문이다. 한샘은 2009년부터 인테리어와 건자재 품목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섰고 최근 들어 건자재 유통점으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한샘의 매출은 인테리어사업부 4614억원(34.8%), 부엌가구사업부 4847억원(36.6%), 기타 건설사 특판사업부 3195억원(24.1%) 등으로 사업 부문별 매출이 고르게 나타났다. 이에 힘입어 전년(1조69억원) 대비 31.6% 증가한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고, 영업이익도 2013년 798억원에서 지난해 1104억원으로 증가했다. 지금까지 그랬듯 사업 다각화가 이케아의 성장에도 안정적인 경영 실적을 올리게끔 하는 역할을 할 것이란 판단이다.
업계 2위 현대리바트도 한샘처럼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이다. 현대리바트는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정관에 완구류와 정보통신기기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가구와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영유아를 위한 장난감까지 제조,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또 사물인터넷 시장이 확대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마트가구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도 나설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앞서 현대리바트는 국내 가구 업계 최초로 만 3~6세 영유아만을 위한 가구 브랜드 ‘리바트키즈’를 선보였다. 완구류 시장 진출 모색은 그 연장선상의 행보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영유아용 가구는 각 가정에서 장만하고 나서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며 “영유아만 대상으로 하는 전문 가구 브랜드가 국내에 아직 없어 리바트키즈를 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플렉사나 벤키즈 등 해외 유명 유아용 가구 브랜드가 국내에서 고가 정책을 펼치는 데 따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리바트키즈의 가격은 해외 브랜드 대비 평균 30%가량 저렴하며, 지난해 출시 이후 리바트키즈의 누적 판매금액은 6월 현재 2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리바트는 올 3월 폼매트리스 브랜드인 ‘누베’를 새로 선보이는 등, 이케아나 한샘 등 경쟁사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틈새시장 개척에 여념이 없다.
다른 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호텔(라까사)과 레스토랑(까사밀)을 운영 중인 까사미아는 직영점에서만 운영하던 까사밀을 최근 일부 대리점에서 운영하면서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찾기 편안한 공간을 우선 만들어야 자연스레 가구 판매도 증가할 것이란 계산이다. 이는 이케아 광명점이 레스토랑과 어린이 놀이 공간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원스톱 쇼핑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에몬스가구와 일룸 등도 상품 다변화에 나서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밖에 국내 기업들은 서비스 체질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이케아가 가격과 디자인으로 승부를 거는 대신 배송이나 조립 등의 서비스에는 약점을 보이는 만큼 이 부분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한샘은 2000명 이상의 서비스 직원들을 ‘한샘서비스원’에 배치했고 현대리바트도 컨설팅숍인 ‘리바트하우징’을 운영 중이다. 한편 이케아의 한국 진출에도 국내 가구 업체들은 올 1 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한샘과 현대리바트, 퍼시스, 에넥스, 에이스침대, 코아스, 디비케이, 보루네오가구 등 8개 기업의 1분기 총 매출은 7749억원으로 전년 동기(6818억원) 대비 14% 증가했다. 총 영업이익은 510억원으로 전년 동기(508억원)와 엇비슷했다. 이케아와 맞붙어서도 얼마든지 승산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첫 결과물이다. 이케아는 2020년까지 국내에서 5개 매장을 연다는 계획이다. 그전까지 국내 기업들이 이케아와의 초기 경쟁에서 승전보를 전하면서 한층 까다로워진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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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력과 디자인 면에서 소비자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올 3월 이케아가 방문객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은 합리적인 가격(45%)과 디자인(39%) 순으로 방문 이유를 밝혔다. 전체 응답자의 88%는 ‘이케아 제품의 가격이 적절하거나 저렴하게 책정됐다’고 응답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른바 ‘가성비’를 무기로 세계 가구 시장을 평정했던 이케아가 국내에 진입하면 이에 호응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이라던 기존 예측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내용이다. 물론 이케아가 한국에서 유독 비싸게 가구를 팔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연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을 대상으로 이케아 가정용 가구 49개 제품의 평균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케아 광명점의 방문객 수가 많다는 것은 국내 기업 가구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비자들이 국산 가구의 가격이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현상일 수 있어서다.
이케아의 이 같은 선전에 국내 가구 업계도 전열을 가다듬는데 적극적이다. 변해야 산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먼저 사업 다각화다. 지난해 매출이 1조3250억원으로 업계 부동의 1위였던 한샘은 생활용품과 건자재 부문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이케아 잡기’에 나섰다. 올 2월 14일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인 ‘한샘홈’의 1호 매장(서울 공릉점)을 열고 소비자들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는 이케아를 다분히 의식한 행보다. 강승수 한샘 사장은 “이케아는 가구보다 생활용품의 매출 비중이 크다”며 “가구만 하는 기업 중에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말하며 한샘홈을 선보인 배경을 설명했다. 올 하반기에도 매장을 추가로 여는 등 생활용품 부문에서 경쟁력을 계속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한샘 관계자는 “생활용품 부문 매출을 연간 2000억원대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임대료가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인구가 밀집한 지역인 서울 노원구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이케아, 해외보다 비싼 가격에도 방문 고객 늘어
업계 2위 현대리바트도 한샘처럼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이다. 현대리바트는 올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정관에 완구류와 정보통신기기의 제조 및 판매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가구와 생활용품은 물론이고 영유아를 위한 장난감까지 제조,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또 사물인터넷 시장이 확대되면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스마트가구를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도 나설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앞서 현대리바트는 국내 가구 업계 최초로 만 3~6세 영유아만을 위한 가구 브랜드 ‘리바트키즈’를 선보였다. 완구류 시장 진출 모색은 그 연장선상의 행보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영유아용 가구는 각 가정에서 장만하고 나서 자녀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바꾸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며 “영유아만 대상으로 하는 전문 가구 브랜드가 국내에 아직 없어 리바트키즈를 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플렉사나 벤키즈 등 해외 유명 유아용 가구 브랜드가 국내에서 고가 정책을 펼치는 데 따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리바트키즈의 가격은 해외 브랜드 대비 평균 30%가량 저렴하며, 지난해 출시 이후 리바트키즈의 누적 판매금액은 6월 현재 200억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리바트는 올 3월 폼매트리스 브랜드인 ‘누베’를 새로 선보이는 등, 이케아나 한샘 등 경쟁사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틈새시장 개척에 여념이 없다.
다른 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호텔(라까사)과 레스토랑(까사밀)을 운영 중인 까사미아는 직영점에서만 운영하던 까사밀을 최근 일부 대리점에서 운영하면서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찾기 편안한 공간을 우선 만들어야 자연스레 가구 판매도 증가할 것이란 계산이다. 이는 이케아 광명점이 레스토랑과 어린이 놀이 공간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원스톱 쇼핑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에몬스가구와 일룸 등도 상품 다변화에 나서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영유아용 가구 런칭부터 레스토랑 운영 확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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