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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인 남녀 메이저 대회 스폰서] 여자대회에선 전면에 나서고 남자대회에선 조연으로 지원

[극과 극인 남녀 메이저 대회 스폰서] 여자대회에선 전면에 나서고 남자대회에선 조연으로 지원

LPGA 메이저 대회인 ‘KPMG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
박인비가 최근 LPGA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지난해엔 ‘웨그먼스 LPGA챔피언십’이란 이름으로 불린 대회였다. 이와 달리 남자 메이저 대회에는 스폰서 이름이 하나도 붙지 않는다. 무슨 차이일까?

왼손잡이 필 미켈슨과 허리에 철심박은 스테이시 루이스의 모자에 크게 써 있는 로고 KPMG는 미국의 회계 컨설팅사다. 설립자 4명의 이름 첫째 스펠링을 딴 KPMG는 세계 4대 회계법인인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DTT(딜로이트토마스투쒸), E&Y(언스트&영)에 속하며 한국에 합작법인 삼정KPMG가 있다. 처음으로 LPGA의 메이저 대회 스폰서가 됐다.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여성 고위 임직원이 늘어나는 추세를 예의주시하던 KPMG는 이런 후원으로 기업 이미지 향상을 기대한다. 5년 동안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로 했으며, 총상금도 기존 225만 달러에서 350만 달러로 대폭 올렸다.
 세계적 기업이 잇따라 후원
올해 대회 명칭에서 ‘LPGA챔피언십’이라는 문패까지 떼자 명분과 실리를 두고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LPGA투어를 이끄는 마이크 완 커미셔너가 스폰서가 없어질 위기에 처하자 미국 PGA를 통해 KPMG를 잡으면서 이름을 내줬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이 대회는 뉴욕 로체스터에 본사를 두고 미국 북동부 100여개 매장을 운영하는 식품소매 체인인 웨그먼스(Wegmans)에서 4년간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1955년 창설된 이 대회는 일본의 마쓰다와 맥도널드 등이 타이틀 스폰서로 대회 명칭 맨 앞에 붙었었다.

LPGA는 올해 첫 메이저 대회도 새로운 이름으로 치렀다. 종전까지는 귀에 익은 ‘나비스코챔피언십’이었으나 지난 4월에는 ‘ANA인스피레이션’이었다. 1972년 치약 브랜드인 콜게이트의 스폰서십으로 다이나쇼어가 창설한 이 대회는 10년 뒤 메이저 대회로 격상되면서 비스킷 회사인 나비스코가 타이틀 스폰서가 됐다. 2002년부터는 스위스의 네슬레와 쌍벽을 이루는 미국 최대 제과회사 크래프트(Kraft)에 나비스코가 합병되면서 대회 명칭도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으로 바뀌었다. 경영난에 봉착한 크래프트가 30여년을 이어오던 스폰서십을 놓자 일본 항공사인 ANA가 올해부터 이어받았다. 대회 장소는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클럽에서 그대로 개최되고 우승자가 연못에 빠지는 세리머니도 그대로다.

올 7월 말에 열리는 리코여자브리티시오픈은 1976년에 유러피언레이디스투어(LET)로 처음 시작했다. 1987년 대회부터 2 0 0 6년까지 시리얼 브랜드인 위타빅스(Weetabix)에서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1994년부터는 미국 LPGA와 공동 개최 대회로 성장한 뒤 2001년부터 메이저 대회로 격상됐다. 이후 높아진 위상과 상금에 맞춰 새로운 타이틀 스폰서가 2007년에 붙었으니 복사기와 팩시밀리, 카메라를 만드는 일본의 리코(Ricoh)사였다.

2013년에야 제 5의 메이저로 등극한 에비앙챔피언십은 프랑스의 글로벌 기업 다농의 생수 브랜드에서 이름을 땄다. 에비앙(Evian)은 탄산가스가 없는 양질의 천연 광천수로 국내에도 유통되고 있다. 프랑스 에비앙 르벵의 에비앙리조트에서 1994년 LET 에비앙마스터스로 시작했고, 2000년부터 13년간 LPGA와 공동 개최했으나 메이저로 승격되면서 9월 중순으로 일정을 옮겼다. 하지만, 고작 20년을 넘긴 대회라 메이저라고 부르기에 약간 어색하다.

올해 메이저 여자 대회 스폰서가 두 곳이나 바뀌자, 일부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LPGA를 휩쓰니까 시청률과 함께 관심도가 떨어지고 스폰서들도 후원을 줄이거나 떨어져나간다는 자학(自虐)적인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스폰서는 홍보와 마케팅 효과를 따져 대회를 후원한다. KPMG는 대회 상금을 올렸을 뿐 아니라, 지상파 TV인 NBC가 주말에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LPGA 대회 전체를 지난해와 비교하면 대회는 1개 늘어난 33개가 열리고, 총상금도 5755만 달러에서 6160만 달러로 증액됐다.

US여자오픈을 제외한 모든 여자 대회가 맨 앞에 타이틀 스폰서를 붙이는 것과는 달리 PGA의 4대 메이저는 대회 명칭에 스폰서를 넣지 않는다. 전통과 역사가 축적된 남자 메이저에는 기업들이 조용히 후원하는 반면, 여자 대회는 메이저라 해도 역사·전통에 팬층까지 남자보다 빈약하기 때문에 후원 기업을 맨 앞에 내세우는 관행이 자리잡은 것이다.

남자 메이저에서 스폰서 기업들은 조연이 되어 대회를 측면 지원한다. 타이틀 스폰서를 두면 막대한 대회 경비를 해결하는 이점이 크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기업들이 후원금을 싸들고 줄을 선다. 게다가 막대한 대회 입장료 수입과 각종 기념품 판매, 중계 방송권료 등으로도 충분히 대회를 치르고도 남는다.

대회 운영 주체부터 남녀차가 난다. LPGA의 5개 메이저 대회를 실질적으로 컨트롤하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건 미국 LPGA투어지만, 남자 메이저는 제각각이다. 마스터스는 오거스타내셔널, U S오픈은 미국골프협회(USGA), 브리티시오픈은 영국왕립골프협회(R&A), PGA챔피언십은 티칭프로와 골프업 종사자 등으로 구성된 미국 PGA가 주관한다. 마스터스는 AT&T·IBM·엑슨모빌을 후원사로 인정한다. 이들은 매번 500만~600만 달러를 내고 공식 방송사 CBS에 시간당 4분의 방송 광고를 한다. 어떤 기업도 코스 내에는 기업 브랜드와 로고나 선전물을 걸 수 없다. 해설자가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는 멘트를 하면 바로 잘린다. 지난해 파트너가 된 메르세데스벤츠조차 선수들 공식 이동 차량을 조용히 후원할 뿐이다.

올해로 115회째 US오픈을 주관한 USGA는 2006년 말에야 아메리칸익스프레스카드와 처음으로 기업 후원사 계약을 했다. 이후 2007년 렉서스, 2008년 IBM·롤렉스와 계약을 이어갔고, 지난해까지 셰브론이 있었으나 올해는 빠졌다. US오픈은 마스터스와는 달리 대회장 안에 기업 텐트가 설치된다. 지난해는 테이블을 2개씩 포함시킨 기업 텐트 49개가 설치되었다. 단순히 텐트와 테이블이 아니다. 기업들이 자신의 VIP를 접대하는 최고의 공간이므로 텐트 설치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마스터스 대회장에는 기업 선전물 걸 수 없어
브리티시오픈의 공식 후원사(패트런)는 8곳이다. ‘패트런’이란 일반 골프 대회의 ‘파트너’와는 다르다. 파트너는 홍보 마케팅 효과와 조건을 따져 한시적으로 대회에 참여하는 업체지만 패트런은 한번 관계를 맺으면 이후로 대회와 쭉 지속되는 동반자다. 따라서 후원사 자격 심사부터 까다롭다. 가장 오랜 후원사는 1979년 시작한 롤렉스이며, 1993년에 일본 기업 니콘이 추가됐고, 한국의 두산은 세 번째로 2010년부터 후원사가 됐다. 이후 2011년에 HSBC·메르세데스벤츠, 2012년에 마스터카드와 랄프로렌, 2013년 일본의 NTT데이터가 합류했다. 브리티시오픈은 기업 텐트와 함께 티잉그라운드 뒤에 기업 홍보 간판도 넣을 수 있다.

PGA챔피언십을 주관하는 미국 PGA는 ‘공식 패트런’‘파트너’ ‘스폰서’ ‘라이선스 사업자’로 후원사를 4등분한다. 공식 패트런에는 아멕스카드·메르세데스벤츠·로열 캐나다뱅크(RBC)가 들어있고, 파트너에는 내셔널렌터카와 오메가 시계가 합류했다. 오메가의 경우 경쟁사인 롤렉스의 메이저 대회 독점 방지를 위해 적극 뛰어든 케이스다. 세계 여자 랭킹을 선정할 때 ‘롤렉스’랭킹이라 부르듯 남녀 메이저 대회를 롤렉스가 싹쓸이하자 부랴부랴 2011년에 미국PGA와 파트너 계약을 강행하면서 PGA챔피언십과 미국에서의 라이더컵 공식 타이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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