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환경 영향 측면에서 세계 대기업들의 순위를 매겼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변화에 대처하는 기업들의 성공 사례도 함께 소개한다. 지난가을 미국 보스턴은 엄청난 눈더미에 깔려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폭풍설의 퍼레이드가 끝없이 계속되는 듯했다. 한편 알래스카의 유명한 이디타로드 개썰매 경주는 강설량이 적어 출발지를 옮겨야 했다. 갑자기 눈밭을 엉금엉금 기어 출퇴근하게 된 보스턴 주민들은 눈이 그만 멈추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반면 와이오밍·유타·캘리포니아 같은 서부 주들은 눈이 내리게 해달라고 하늘에 간청했다. 이들 지역에선 겨울에 쌓인 눈이 은행에 저축한 예금 격이다. 봄이 오면 시내·개천·강·저수지에 녹은 물이 흘러 넘쳐 땅을 적시고 작물을 자라게 하고 여름엔 들불을 막는다. 하지만 눈은 오지 않았다. 따라서 항상 젖은 수건처럼 축축하던 지역까지 지금은 가뭄을 겪고 있다. 우림을 3개나 품에 안고 있는 워싱턴주의 올림픽 반도가 대표적이다.
어느 한 가지 기상이변을 꼬집어 인위적인 기후변화의 결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임박한 단계를 지나 이미 도래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조속히 조치를 취하면 최악의 충격을 완화하고 어쩌면 피해 중 일부를 복구할 수 있다. 특히 민간부문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만한 역량을 갖고 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뉴스위크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환경 영향 측면에서 세계 대기업들의 성과를 평가했다. 이 프로젝트는 비정부 기구, 학문·회계 공동체의 세계적인 몇몇 지속 가능성 권위자 그리고 ‘코퍼리트 나이츠 캐피털’과 공동 진행했다.
여기 소개된 톱 10 글로벌 기업들은 바이오테크로부터 전자통신 그리고 생활소비재에 이르는 각종 산업을 대표한다. 그리고 급속한 인구증가나 세계경제 성장과 관련된 환경위험을 실질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민간기업들이 본받을 만한 일부 성공사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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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이오젠 /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바이오젠은 사업 전반에 걸쳐 물 사용량의 감축에 힘썼다. 바이오테크 산업의 막대한 물 수요량을 인식한 노력이다.바이오젠은 세계 최고의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바이오테크 기업 중 하나다. 다발성경화증, 백혈병, 루푸스(전신성 홍반성 낭창) 같은 신경변성 혈액학적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 개발을 전문으로 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 시설(사진)은 빗물을 받아 관개용수로 활용하는 10만 갤런 규모의 저수조를 갖췄다.바이오젠의 지속가능성 목표는 업종 전반의 지리적·생태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덕분에 바이오젠은 사업을 키워나가면서도 환경 발자국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바이오젠은 사업 전반에 걸쳐 물 사용량의 감축에 힘썼다. 바이오테크 산업의 막대한 물 수요량을 인식한 노력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 시설은 빗물을 받아 관개용수로 활용하는 10만 갤런 규모의 저수조를 갖췄다. 그에 따라 지자체의 물 소비량이 크게 줄었다. 바이오젠은 케임브리지에 있는 2개 주요 실험실에서 혁신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실험실이 자리 잡은 건물은 시설의 난방·환기·냉방·냉동 설비에서 배출되는 응축수(약 240만 갤런)를 저장해 시설의 냉각탑에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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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샤이어 / 아일랜드 더블린
아데랄 정제.글로벌 바이오제약회사인 샤이어는 주의력결핍장애 치료제 아데랄을 개발한 회사로 가장 많이 알려졌다. 샤이어는 근년 들어 환경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힘써 왔다. 2010년 이후 종이 사용량 22%, 매립 폐기물 20%를 감축했다. 또한 폐기물 전환율을 43% 늘렸다.
지난해에는 북미 지역의 전체 산하시설에서 목표보다 1년 일찍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 탄소배출 제로)을 달성했다. 샤이어는 지난해 환경 현안의 우선 순위를 조사했다. 지속가능성이 정적인 측정치가 아니라 지속적인 과정이라는 인식의 결과다. 보고서는 에너지·물·소재의 사용을 향후 2년간의 주요 목표로 지목했다. 온실가스 배출도 잠재적인 문제로 간주됐다. 그런 이유에서 샤이어는 올해 다음의 주요 단계로 포괄적인 기후변화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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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앨러간 /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보톡스.글로벌 건강의료 업체인 앨러간은 제약·바이오약품, 의료기기를 개발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제품으로는 보톡스와 라티쎄가 있다. 주름살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약품과 속눈썹을 다시 자라게 하는 치료제다.
앨러간은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보여 왔다. 20여년 전부터 지속가능성 전략을 수립하고 1990년대에는 전 세계 시설에서 물 사용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0~2010년 물 사용량을 12% 줄였다. 앨러간은 지난해 에너지 효율 향상에 힘쓴 공로를 인정받아 환경보호청으로부터 올해의 ‘에너지 스타 파트너’상과 ‘지속가능 최우수’상을 받았다. 근년 들어선 지속가능성 향상 노력을 공급망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앨러간은 독립적인 지속가능성 공급망 플랫폼인 에코데스크와 공동으로 생산 및 유통 시스템의 에너지, 탄소배출, 물 데이터를 측정하고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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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레킷 벤키서 그룹 / 영국 슬라우
레킷 밴키서의 배니시 세제.200여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레킷 벤키서 그룹은 프렌치스·칼곤·라이솔 등 상징적인 브랜드로 유명하다.
레킷 벤키서 그룹은 2004년 회사 조직의 핵심 기능에 지속가능성이 바탕을 이뤄야 한다고 공표했다. 그해부터 연례적으로 독립적인 연례 환경 보고서 대신 더 포괄적인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2020년까지 엄격한 환경위험 감축 목표를 수립했다. 물 사용량 35%, 폐기물 배출 10%, 에너지 사용 35% 감축뿐 아니라 폐기물 매립 제로 등이다. 레킷 벤키서 그룹은 이 같은 목표를 향해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물 사용량 12%, 에너지 소비 13%를 줄였다. 2020년 목표를 향한 여정 중 이미 3분의 1가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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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도비 시스템스 /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어도비 시스템스의 새너제이 본사 건물 위에 설치된 풍력 터빈.어도비 시스템스는 회사 전반의 전략에 친환경 콘셉트를 통합하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의 창의성을 발휘한다. 2002년 이후 전력 사용량을 절반, 천연가스 30%, 일반 용수와 관개용수도 각각 79%와 71%를 줄였다. 관개용수 감축은 어도비 시스템스의 시설 중 다수가 가뭄에 신음하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특히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어도비 시스템스는 산하의 모든 북미 시설에서 목표보다 1년 일찍 탄소중립을 달성했다. 같은 해 포춘 500대 기업 최초로 첨단기술 업체 스템이 개발한 에너지 인텔리전스 시스템을 설치했다. 어도비 시스템스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에너지(가령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본사에 있는 20개 풍력터빈에서 생산된 전력)를 저장할 뿐 아니라 건물의 전력사 용량이 급증할 때 예비전력을 끌어다 대응할 수 있다. 어도비 시스템스는 또한 이 시스템을 이용해 전력 수요가 절정에 달할 때 현지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건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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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스위스컴 / 스위스 보르블라우펜
휴대전화 재활용은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텔레컴 서비스 업체인 스위스컴은 스위스의 10대 전력 구매자 중 하나다. 2020년까지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강력한 목표를 세웠다. 또한 종이소비의 감축, 폐기된 휴대전화의 재사용과 재활용 목표도 수립했다.
스위스컴은 2010~2015년 에너지 효율의 25% 향상, 그리고 2016년 1월~2020년에는 추가로 35%를 제고한다는 목표로 세웠다. 스위스컴은 환경뿐 아니라 사업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보여준다. 마이클라이미트 그리고 ‘세계자연보호기금(WWF) 스위스지부와 공동으로 개발한 에너지 절약 및 배기가스 배출 평가 방식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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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유니레버 / 네덜란드 로테르담 & 영국 런던
유니레버 북미 사업부의 키스 크루이토프 사장(오른쪽)이 지속가능 정책에 관해 답변하고 있다.유니레버는 세계 최대 소비재 대기업 중 하나다. 개인생활용품으로부터 일인용 피자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제품으로 유명하다. 네덜란드 로테르담과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유니레버는 우리가 무엇을 먹고, 어떻게 위생을 관리하고, 나아가 물을 정화하는 방식까지 결정해 나간다. 유명 브랜드로는 노르, 립튼, 도브, 매그넘, 벤&제리스 아이스크림 등이 있다.
광범위한 사업망을 감안할 때 유니레버의 지속가능성 노력이 주는 혜택 또한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다. 유니레버는 2020년까지 제품의 제조 및 사용과 관련된 환경 발자국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울러 브라이트퓨처(brightFuture) 프로그램도 출범시켰다. ‘글로벌시티즌’ ‘라이브 어스’와 손잡고 결성된 이 프로그램은 더 좋은 사회와 더 나은 환경의 창출에 동참하겠다는 사람 10억 명을 모집하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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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브로드컴 /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브로드컴은 현대 디지털 통신을 지원하는 집적회로를 설계하고 개발한다. 브로드컴의 직접회로는 케이블 박스, 초고속 네트워킹 하드웨어의 부품으로 들어가고, 음성·데이터·동영상 콘텐트의 광대역 디지털 데이터 전송용 백본(대규모 전송회선) 역할을 한다.
브로드컴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천연자원 소비, 온실가스 배출뿐 아니라 산하의 글로벌 부동산 자산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데 힘써 왔다. 브로드컴이 이 같은 약속을 지키는 한 가지 방법은 물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본사에선 매년 1700만 갤런의 물을 재생해 자연경관 관개용으로 사용한다. 어바인에서 재생수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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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로셰 홀딩 / 스위스 바젤
스위스의 글로벌 건강의료 업체 로셰는 보니바(골다공증 치료제), 발륨(항불안제), 타미플루(항바이러스제)로 가장 잘 알려졌다. 이 회사는 생산에서 유통까지 전 공정에 지속가능성을 확산시키려 힘쓴다.
지난해까지 직원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을 10% 줄이겠다고 2009년 공약했다. 그리고 그 약속을 1년 앞당겨 달성했다. 요즘엔 새로운 에너지 소비 감축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중이다. 202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20% 줄이겠다는 목표다. 또한 더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2020년까지 전체 에너지원의 20%를 재생가능한 원료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또한 지속가능성 노력에 직원들도 동참하고 있다. 1995년 이후 매년 ‘에콤피티션(ECOmpetition)’을 주최하고 로셰의 환경실적 향상에 개인의 활동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관해 직원의 의식을 고취시킨다. 콘테스트를 통해 창출된 아이디어는 환경 보호뿐 아니라 회사에 수십만 달러의 절감 효과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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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BT 그룹 / 영국 런던
BT는 전 세계 150여 개국에서 전화, 광대역 인터넷, TV 서비스를 제공하는 런던 기반의 통신업체다. 근년 들어 BT는 고객의 가스 배출 감소와 사업 개선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예컨대 BT는 지난 회계연도에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을 4.5%, 영국 내 매립지로 보내는 폐기물 양을 34%, 영국 내물 사용량을 12% 줄였다. 또 2020년까지 BT의 자체 사업부가 배출하는 탄소 1t 당 전체 고객의 탄소배출을 3t씩 줄일 계획이다. 지금까지 고객기반 감축 목표치의 절반 정도를 달성했다.
BT는 또한 ‘넷 포지티브(Net Positive)’ 운동에 참여해 자신들의 지속가능성 노력을 알린다. 넷 포지티브는 ‘미래 포럼(Forum for the Future)’ WWF 영국 지부, 기후그룹(The Climate Group) 같은 비영리단체들이 이끄는 운동이다. ‘피해를 줄이는(doingless harm)’ 목표를 뛰어넘어 사회에 기여 효과를 가져오는사업관행을 목표로 삼도록 세부 전략을 정의하고 개발·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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