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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한국경제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

“하반기 한국경제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를 예측한 ‘Mr. 쓴소리’ 스티브 마빈(Steve Marvin, 60)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안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과 일본의 돈 푸는 통화정책은 새로운 위기를 가져오고,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다시 불황으로 빠지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998년 쌍용증권 이사 시절의 스티븐 마빈.
Mr. 쓴 소리, 어둠의 주술사, 닥터 둠. 그의 이름 앞에 붙은 별명들이다. 그가 보고서를 낼 때마다 한국 증시는 몸살을 앓았다. 1990년대 후반 대표적인 비관론자이자 독설가로 명성을 떨친 이코노미스트 스티브 마빈 이야기다. 그는 95년 옛 쌍용증권(현 신한금융투자)에 스카우트 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97년 ‘결코 기회는 없다(Not a chance in a hell)’는 보고서로 외환위기를 정확히 예견하면서 스타 이코노미스트로 떴다. 이후에도 ‘죽음의 고통(Death throes)’ 등 한국 경제를 비관적으로 예상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으며 쓴 소리를 했다. 그가 보고서를 낼 때마다 국내 증시엔 매물이 쏟아질 정도였다. 하지만 지나친 비관론 때문에 거센 반격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는 2007년 1월 도이치증권 리서치 센터장을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 8년이 지난 후 그를 다시 만났다. 마빈은 여전히 한국 경제를 신랄하게 비판할까. 마빈과의 인터뷰는 수차례 e메일로 이뤄졌다.



한국을 떠난 후 어떻게 지냈나?


일본의 펜타투자자문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하다가 지난해 그만뒀다. 이후 어린 시절을 보낸 하와이로 터전을 옮겼다. 여행을 다니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가끔은 지역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올 들어 새로 설립된 헤지펀드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다시 펀드매니저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97년 외환위기 예언 적중, 2005년은 불발


97년 외환위기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외환위기가 아니라 경기 불황을 예상했다. 당시 한국은 갈수록 수출이 줄면서 무역수지 적자폭이 커졌다. 여기에 설비투자 촉진정책으로 제조업의 수익성도 나빠졌다. 그때 쓴 보고서가 ‘결코 기회는 없다’였다. 그래서 외국인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은 더 이상 투자 매력이 낮으니 한국 주식을 모두 팔라고 경고했다.



한국에 있었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2005년 예상이 빗나갔을 때였다. 2004년 여름 무렵 한국 제조업체의 수익이 나빠지면서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코스피 지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2005년엔 사상 처음 1000선을 돌파했다. 결국 그해 여름엔 내 시장 전망이 빗나갔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앨런 그리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경솔한 통화정책으로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자산가치가 급격히 올랐던 걸 간과한 게 문제였다. 개인적으로 가슴 아픈 기억이다.



한국을 떠난 지 8년이 넘었다. 요즘 한국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단기적으로 한국 자산가치는 낙관적이지 않다. 원화 가치가 엔화나 유로화에 비해 강세를 띠다 보니 해외 시장에서 한국 상품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면 장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과거에 비해 수익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시장 전문가들 예상처럼 미국이 금리를 올릴지 걱정스럽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해도 빠른 시일 안에 금리를 도로 낮춰야 한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 경제 곳곳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줄어든다. 스탠더드 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은 미국보다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비중이 49%에 이른다. 즉 수퍼 달러일 땐 매출을 달러로 환전한 순간 수익이 쪼그라든다. 또 주식시장 자금은 빠지고, 돈을 빌려 집을 산 대출자는 빚 부담이 커진다. 이처럼 미국 자산가치가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는다면 예상보다 심각한 경기침체나 경기불황이 올 수 있다.
 “ 한국의 은행이 미국 은행보다 훨씬 안전”


그런 상황에서는 투자전략이 뭘까?


유럽과 일본 경제도 심각하다. 경기를 띄우기 위해 돈을 푸는 통화정책은 무모해보인다. 오히려 미래에 새로운 위기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자 입장에서 중장기적으로 보면 국가재정이 탄탄한 한국 시장이 안전하다. 실제 나는 대부분의 현금을 한국의 은행에 넣어뒀다. 한국의 은행이 미국 은행보다 훨씬 안전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한국 경제를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면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그래서 한국 채권을 꾸준히 사들이고, 상업용 부동산에도 투자하고 있다.



당신의 삶에서 한국이 갖는 의미는?


처음 일본에서 한국으로 왔을 때는 힘들었다. 한국어도 모르고 문화가 완전히 달랐다. 큰 도전이기도 했지만 보람도 컸다. 직장 동료들의 도움으로 한국과 한국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또 한국에서 아내를 만났다. 덕분에 두 아이가 한국어와 영어를 구사하고,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아이들은 하와이로 온 이후에도 김치가 있어야 밥을 먹고, 한국 드라마를 챙겨 본다. 학교 식당에서 한국 음식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할 정도다. 둘 다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데 6월엔 검은띠 승급 심사를 받는다. 첫째 딸인 은빈은 미국 태권도 시합에서 금메달을 4개나 딸 정도록 실력이 좋다. 아이들에게 딱 3가지만 강조한다. 한국어를 계속 사용하고, 태권도 훈련을 지속할 것, 그리고 스스로 결정한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얘기한다.”

- 염지현 중앙일보 기자, 임채연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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