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문제 끝이 아니라 시작
이란 핵문제 끝이 아니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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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협상 타결 다음날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합의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는 최선의 길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란 핵합의가 더 안전한 세상을 추구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란 핵합의는 미국과 우리 동맹의 안보이익에 부합한다. 이번 합의를 통해 가장 중대한 위협, 즉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모든 통로를 차단했다. 이번 협상이 없었다면 결국 이란은 핵무기를 개발하는 길로 갔을 것이다. 이번 협상이 모든 위협을 제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란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최상의 협상이다.”
이제 진짜 어려운 문제가 남았다. 우선 이란 핵합의안에 회의적인 의회를 설득해야 한다. 미국 의회의 강한 반이란 정서를 고려하면 최상의 조건과 상황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공화당과 내년 대선에 출마한 공화당 경선후보들이 이번 합의에 강하게 반발하며 유권자에게 반대를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민주당 의원도 몇 달 동안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비난했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이란 핵합의안의 여정이 험난할 게 확실하다.
또 오바마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달래야 한다. 이란의 핵개발 의혹을 이스라엘의 존립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그는 이번 합의를 “역사적 실책”이라고 비난하며 미국 정가에서 이스라엘이 가진 막강한 로비 영향력을 동원해 이란 핵합의안을 부결시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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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국내 강경파를 설득해야 하는 힘든 과제를 안았다. 이란의 일반 국민은 서방의 제재가 풀려 경제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번 합의를 열렬히 환영하지만 강경파는 미국에 변함없는 반감을 품고 있다. 미국의 의도를 가장 의심하는 인물은 이번 합의안의 승인에서 최종 결정권을 가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다. 그를 비롯한 강경파가 이번 협상에서 이란의 양보가 서방의 제재 해제를 얻기 위한 ‘필요악’이라고 인정한다고 해도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미국과 이란 관계의 전반적인 해빙으로 이어지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은퇴한 외교관으로 현재 워싱턴 소재 연구소 대서양위원회의 수석 연구원인 리처드 르배런은 “단기적으론 양국 관계 정상화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모두에서 상대를 불신하고 변화에 불안해 하는 보수파가 많다. 그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의회는 곧바로 이란 핵합의안의 세밀한 검토에 들어갔다. 60일 동안 검토한 후 반대 표결에 들어갈 수 있다.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제재를 해제할 권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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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쪽 본문에 5개의 세부 첨부 문서가 딸린 합의안은 국제 제재의 단계적 해제 대가로 이란 핵프로그램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는 내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봄 기본안에 합의했을 때 우리가 요구한 핵심 사안 전부가 포함됐다”고 말했다.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는 모든 경로가 차단된다. 그 목표 달성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사찰과 투명성을 위한 장치도 마련될 것이다. 이번 합의로 이란은 핵폭탄 제조에 필수 재료인 고농축 우라늄과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회의 초기 반응을 보면 오바마 행정부가 그들을 설득하기 매우 힘들 듯하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은 성명서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합의안 옹호 발언을 비난했다. “이번 합의안이 궁극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불 보듯 뻔하다. 이란은 핵심적인 핵폭탄 제조 기술을 폐기하지 않아도 되며, 방대한 우라늄 농축 시설을 유지할 수 있고, 약 10년 안에 산업화된 핵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도록 연구와 개발을 계속할 수 있다. 이전에 미국이 폐쇄하겠다고 다짐한 이란의 요새화된 지하 핵시설도 그대로 유지한다. 또 이란은 최고지도자가 명령했듯이 여전히 탄도미사일을 대량생산할 수 있다. 테러국가인 이란에 돈이 넘쳐날 것이다. 이란은 이번 합의안의 이행을 속이지 않아도 곧 핵폭탄을 제조하고 중동을 지배하며 독재정권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의회가 수년 동안 추진한 국제 제재로 지금까지 이란 정권이 궁지에 몰렸지만 지금은 이란 정권이 오히려 승리를 외치게 됐다.”
내년 대선의 공화당 경선후보로 나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도 이번 합의안을 이스라엘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질타하며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아랍국들도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을 곤혹스럽게 만들 목적으로 그레이엄 의원은 상원의 핵심 유대계 의원인 척 슈머를 지명하며 합의안에 반대하라고 촉구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척 슈머 의원은 이스라엘의 수호자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어디를 가나 ‘내 이름은 슈머입니다. 이스라엘의 수호자라는 뜻이죠’라고 말한다(‘슈머’와 발음이 비슷한 히브리어 ‘쇼머’는 수호자를 뜻한다). 이스라엘을 위해서도, 미국을 위해서도 이란이 언제라도 핵무장할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있는 여지를 허용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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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협의회를 비롯한 친이스라엘 로비단체는 막후에서 의원들에게 이란 핵합의안에 찬성하면 내년 대선에서 친이스라엘 기부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반대 의사를 밝히도록 압력을 가할 듯하다.
의회 밖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설득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민주당 인사는 당연히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다. 클린턴은 현재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다. 클린턴도 이란 핵합의안에 반대하라는 친이스라엘 로비단체의 심한 압력을 받을 게 확실하다. 실제로 클린턴이 반대한다면 의회의 민주당 의원들도 반대 의견을 내기가 더 편해질 것이다. 그러나 클린턴이 합의안에 찬성한다면 오바마 대통령의 입지는 크게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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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가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하려면 상·하원 모두에서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하다. 그 정도 표를 모으긴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결코 아니다.
[ With JEFF STEIN in Washington ]- JONATHAN BRODER NEWSWEEK 기자 / 번역 이원기
[박스기사] 이란 핵합의안의 골자
이란과 P5!은 이란이 보유한 원심분리기 중 3분의 2, 이란 보유 농축 우라늄의 98%를 제거하고, 이란이 타협안을 위반하면 즉시 경제재재를 재개하고, 핵시설을 사찰한다는 데 합의했다.
우라늄 농축 및 비축량 제한
핵무기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우라늄 농축량 및 비축량이 대폭 제한된다. 우라늄은 핵발전을 위해서만 사용 가능하며 우라늄 농축은 3.67%까지 허용한다. 비축량도 1만㎏에서 300㎏으로 줄였다. 단 우라늄을 이용해 핵발전에 필요한 핵연료를 만들 수 있다.
경제제재 해제
이란은 오는 10월 중순까지 IAEA 핵사찰 등 첫 이행 사항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이란이 합의문을 성실히 이행할 경우 미국, 유럽연합(EU), 유엔 안보리는 핵 관련 제재를 단계적으로 철회할 예정이다.
위반시 경제제재 자동 재개
한 협상국이라도 이란이 협상문을 위반한다고 여길 경우 불만사항을 제기할 수 있다. 이란 협상국들은 최소 35일내에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불만을 제기한 당사국이 협상국들의 합의사항을 불만족스럽게 여기면 경제제재를 다시 재개하도록 유엔 안보리에 요구할 수 있다. 안보리가 받아들이면 경제재제는 자동적으로 재개된다.
핵 시설 제한적 허용
이란 나탄즈와 포르도 지역 핵시설이 허용된다. 핵물질 연구 목적에 한해서다. 핵개발에 필요한 핵분열 물질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두 핵시설은 IAEA 사찰을 받는다.
플루토늄 생산 공장 이라크에 건설
이란은 핵에너지 발전을 목적으로 플루토늄 공장을 이라크에 건설한다.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중수로 사용은 금지된다.
IAEA 핵사찰
IAEA 핵사찰은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군사시설을 포함해 의심되는 시설에 전부 접근할 수 있지만 이란과 P+1이 함께 구성한 중재 기구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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