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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듯 세련되게

무심한 듯 세련되게

지난 6월 ‘런던 컬렉션: 멘’ 패션쇼에 선보인 여름 남성복 패션.
기다리던 여름 휴가다. 그런데 뭘 입지? 대다수 남성들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문제다. 몇년 지난 옷을 입어도 괜찮을까?

이탈리아나 프랑스 남성이라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국 남성에게는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 듯하다. 그동안 영국 남성의 형편없는 여름 패션 감각을 생각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GQ 영국판 편집장 딜런 존스는 영국 남성이 결코 패션의 패자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말이다.

존스 편집장은 “60세가 넘은 영국 남성은 휴가 때 뭘 입어야 할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들은 해변에서 울 소재 양말에 샌들을 신고 다니기도 한다. 패션 감각이 없는 젊은 사람도 더러 있다. 여름엔 7부 바지 한 벌이면 만사해결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다.”

“하지만 30세 미만의 영국 남성들은 대체로 이전 세대보다 옷을 잘 입는다”고 존스 편집장은 말을 이었다. “‘런던 컬렉션: 멘’ 패션쇼에 전시된 인스타그램의 남성 길거리 패션 사진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은 옷을 입을 줄 알 뿐 아니라 자신의 스타일에 자부심을 느낀다.”

존스 편집장은 “런던에서는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재킷과 셔츠, 스카프에 모자까지 쓴 남성들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버켄스탁 슬리퍼에 흰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남성들도 눈에 띈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 걸어 나온 듯한 남성이나 방금 서핑대회에서 돌아온 것처럼 보이는 남성, 모두 보기 좋다. 요즘 영국 남성들은 여름에도 자신감 있게 옷을 입는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영국 남성이 이탈리아 남성의 여름 패션 감각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탈리아 남성들은 패션에서 ‘스프레차투라(sprezzatura)’를 중시한다. 패션에 무관심한 듯한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옷을 잘 입는 기술이다. 멋내기 위해 자신이 쏟아부은 노력을 드러내지 않는 일종의 ‘가장된 무심함’이다. 이 개념의 기원은 르네상스 시대의 작가 발다사레 카스틸리오네가 예절에 관해 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옷 입을 때 의도적인 ‘미숙함’을 곁들여 무심한 듯 보이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하라고 충고했다.

“오늘날 스프레차투라는 신경 쓰지 않은 듯한 옷 입기 기술”이라고 이탈리아에서 30년 동안 살아 온 멋쟁이 고든 길로미어가 말했다. “이것은 이탈리아인 특유의 선천적 우아함의 바탕이다. 사실 이탈리아 남성들은 대체로 미적 강박관념을 타고났다. 여기에 강한 자부심이 합쳐지면 완전무결한 옷 입기에 필수적인 허영심이 발동한다.”

길로미어는 “이탈리아의 여름 패션은 세부사항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신경 쓰면서도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이는 스타일”이라며 “옷차림뿐 아니라 몸단장도 꼼꼼하게 점검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남성은 발톱을 깔끔하게 손질했을 때만 샌들을 신는다. 여름철에 거무스름하게 그을린 피부는 건강하고 섹시한 분위기를 더해 고전적 우아함을 뛰어넘는 멋진 스타일을 완성시켜준다.”

옷 입기에서 겉치장만큼 중요한 건 사고방식이다. 자신감, 약간의 허영심, 위풍당당함 등등. 그렇다면 남성의 여름 패션에서 금기사항은 뭘까?

존스 편집장은 이렇게 말한다. “남성들이 여름 패션에서 저지르는 최악의 실수는 격식을 무시하고 지나칠 정도로 편하게 입는 것이다. 일할 때 입는 옷에 운동화를 신고 볼품없는 선글라스를 쓰는 것이다. 다행히 요즘은 해변에서 축구 셔츠를 입는 남성은 눈에 띄지 않는다.” 남성들이여 부디 명심하시길!

남성용 수영복이 갈수록 짧아진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헐렁한 수영복은 시대에 뒤처져 보인다. 유럽의 멋진 리조트에서는 여전히 빌브레퀸 브랜드가 최고 인기다. 베스트셀러인 무레아 스타일이 약간 길다고 느끼는 소비자를 위해 더 짧은 제품도 나왔다. 고급 속옷으로 유명한 르 슬립 프랑세는 허벅지 중간까지 내려오는 멋진 수영복 라인을 출시했다. 모델 데이비드 갠디가 막스 앤 스펜서를 위해 디자인한 스타일은 길이가 더 짧다. 탄탄한 허벅지를 과시하고 싶은 남성에게 안성맞춤이다.

- ALICE HART-DAVIS NEWSWEEK 기자 / 번역 정경희
 [박스기사] ‘플러스’ 꼬리표를 떼라


다큐멘터리 ‘스트레이트/커브’, 패션 사진가·스타일리스트·모델 인터뷰를 통해 패션업계의 변화 모색해다큐멘터리 ‘스트레이트/커브(Straight/Curve)’는 패션의 플러스 사이즈 혁명을 다룬 작품이다. 제니 매퀘일이 감독하고 플러스 사이즈 모델 출신인 제시카 루이스가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내년 9월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입소문이 자자하다. 사이즈 4(한국 사이즈 55)가 넘는 모델은 ‘플러스 사이즈’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많은 브랜드가 사이즈 10(한국 사이즈 66) 이상의 제품 생산을 꺼리는 미국 패션업계에 닥쳐오는 큰 변화의 조짐을 조명한다.

‘스트레이트/커브’는 패션 사진가와 스타일리스트,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제니 렁크, 사비나 칼슨, 나탈리 토레스 등)의 인터뷰를 담는다. 패션업계와 미용업계 안팎에서 여성의 볼멘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난 키 173㎝에 몸무게 50㎏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다. ‘플러스’라는 말을 빼고 그냥 모델이 되고 싶다. ― 크리스텔 파인


미국 대형 유통업체 타겟은 최근 릴리 퓰리처와의 협업 라인 출시 때 플러스 사이즈를 온라인에서만 판매해 비난을 샀다.

또 유명 란제리 업체 빅토리아 시크릿은 깡마른 모델들을 내세운 ‘퍼펙트 바디(Perfect Body, 완벽한 몸매)’ 광고로 언론의 공격을 받았다. ‘플러스 사이즈’라는 용어가 비정상적이라는 암시를 주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 미국 여성의 평균 사이즈는 12(한국 사이즈 77)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도 원래 사이즈가 0(한국 사이즈 44)인 아름다운 여성들이 있다”고 모델 리아 켈리가 다큐멘터리에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깡마른 여성만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미국 사회를 병들게 한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곡선미 있는 여성에 굶주려 왔다.”

호주 모델 스테파니아 페라리오[사이즈 8(한국 사이즈 66)의 플러스 사이즈 모델]는 최근 #droptheplus(‘플러스’라는 용어 쓰지 말기)라고 불리는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했다. ‘플러스 (사이즈)’라는 용어가 여성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하는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나체 사진을 올리고 이렇게 썼다. “패션업계는 다양한 체형과 사이즈, 민족적 배경의 모델을 두루 고용해야 한다. 그리고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플러스’라는 용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 난 ‘플러스’라는 꼬리표는 자랑스럽지 않지만 ‘모델’이라고 불리는 데는 자부심을 느낀다. 그건 내 직업이다! ‘플러스’라는 꼬리표(특히 외부의 영향을 쉽게 받는 어린 소녀들에게)의 위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으면 droptheplus.org를 참조하라.”

모델 조지나 버크는 “이 운동의 성공은 단순히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수가 늘어난다든가 플러스 사이즈 의류를 구하기가 더 쉬워지는 정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잡지에 실린 플러스 사이즈 모델의 사진을 보면서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지 않게 되는 날 이 운동은 비로소 성공한 것이다.”

- BARBARA H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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