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0시대 (9)가전업계] ‘생활가전 전성시대’ 만든 중견기업 2세들
[재계 3.0시대 (9)가전업계] ‘생활가전 전성시대’ 만든 중견기업 2세들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중견기업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가전업계 2세들은 ‘한 우물’을 파던 창업자와 달리 업종·품종 다각화와 유통채널 개척으로 기업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철저한 트렌드 분석과 스피드한 결정, 난제에 대한 끝없는 도전이 공통점이다.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국내 1분기 가전 시장은 2011년 4조7700억원 이후 최저치인 4조6000억원에 그쳤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소비심리 위축 탓이다. 그러나 소형가전 부문은 1분기 매출이 4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성장했다. 진공청소기와 전기밥솥이 각각 32.1%, 14.5% 성장하며 시장을 견인했고, 주서·제습기·가스레인지·후드 등 소형·주방가전 수요도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가전 시장 성장률은 대형가전보다 높다”며 “나 홀로 사는 1~2인 가구가 부쩍 늘어나면서 중소형가전 제품이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가구는 2015년 기준 48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업체들은 이 중 ‘싱글족’으로 분류되는 25세 이상 50세 미만 1인가구 200만 명을 주요 타깃층으로 설정하고 있다. GfK 관계자는 “생활가전 기업들이 중소형가전 제품과 주방가전 제품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새로운 수요가 소형·주방가전에 집중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주방가전 전문기업’으로 선회하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말했다.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가전업계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 2010년 안팎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업계 2세들이 있다. 이들은 업종 다양화, 품종 다각화로 계절적 위험성을 줄이고 새로운 유통채널 개척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포화상태의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중국 등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이다. 가전업계를 이끌고 있는 2세 경영자 6명을 통해 업계 현안과 비전을 살펴보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기업의 맞수라면 중소기업에선 쿠쿠전자와 쿠첸이 라이벌로 꼽힌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회사에선 2세들이 대를 이어 밥솥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기밥솥 사업을 주력으로 두고 렌탈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 방식이 비슷해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성장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행보도 똑같다. 이 때문에 CEO 경영능력을 직접 비교하는 것에 양사 모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구본학 대표는 창업자 구자신 회장의 뒤를 이어 2006년에 취임했다. 1996년 쿠쿠 기술연구소 직원으로 입사한 그는 1998년 쿠쿠 브랜드 론칭을 주도했다. 이후 정수기 시장에 진출해 홈쇼핑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고, 공기청정 제습기까지 출시했다. 제품 다각화에 성공한 구 대표는 쿠쿠전자의 매출을 2006년 3000억 원에서 지난해 5544억 원으로 끌어올렸다. 쿠첸의 이대희 대표는 2014년 3월 취임했다. 2007년 리빙사업부 대표에 오른 후 2010년 돌연 사임한 그는 아버지 이동건 부방 회장의 뜻에 따라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고, 2012년에는 중국과 러시아에서 성과를 냈다. 경영 실적을 인정받은 후에야 다시 컴백했다.
1969년생인 구 대표와 1971년생인 이 대표는 나이가 비슷한데다 미국 유학 경험도 같다. 하지만 경영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구 대표는 신규 사업 발굴에 적극적이다. 2009년 정수기를 비롯해 제습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안마의자 등 렌탈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해 1000억 원이 넘는 추가 매출을 올렸다. 쿠쿠전자의 렌탈 계약은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에 이어 3위권이다. 이에 반해 이 대표는 그룹 모태인 전자부품(수정디바이스 제조), 회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이 나오는 유통(안양 이마트) 등 밥솥 이외 사업 비중이 높아 신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이다. 최근엔 전기밥솥의 핵심기술인 IH(Induction Heating) 기술을 활용한 전기레인지를 성장동력으로 내세워 쿠쿠전자 추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2017년 전기레인지 사업에서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실적에선 구본학 대표가 웃고 이대희 쿠첸 대표는 울상이다. 쿠쿠전자는 올 상반기 매출 3267억 원, 영업이익 54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9%, 32.2% 증가한 수치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급인 IH압력밥솥 뿐 아니라 열판압력밥솥 등 제품군이 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하면 쿠첸은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0.6% 증가한 1904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00억 원에서 올해 80억원으로 20% 감소했다. 리홈쿠첸 관계자는 “회사 분할 및 지주회사 체제 변경 등으로 비용지출이 늘어나면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간 거래를 통해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비자 기업으로 거듭난 가전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레이캅코리아와 파세코, 위닉스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창업자 2세가 개발과 경영을 맡으면서 B2B기업에서 B2C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침구 전용 청소기 전문업체 레이캅코리아의 매출은 2012년 538억 원에서 2013년 1316억 원, 2014년 1800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일본에서 2년 가까이 침구청소기 분야 1위에 오르는 등 전체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회사의 전신은 1978년 설립 이후 자동차·전자 부품을 생산하던 부강샘스. 하지만 2007년 처음으로 내놓은 침구 청소기 레이캅이 대히트를 치면서 지난해 말 아예 사명을 레이캅코리아로 바꿨다. 변신의 주역은 창업자인 이하우 회장의 장남 이성진 대표다. 의사 출신의 그는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현지 제약사에 들어가 영업 경험을 쌓았다. 2004년 귀국 후 대기업 납품에 만족하지 않고 독자 브랜드 개발에 나섰다. 아버지가 쌓아놓은 기술력에 자신이 잘 아는 건강 분야를 접목한 결과 살균 기능이 있는 침구 전용 청소기를 개발했다. 레이캅은 전 세계 20개국에서 450만대 이상 판매됐다. 헬스케어 전문기업이 이 대표의 포부다. 파세코의 유일한 대표도 석유난로가 주력이던 회사를 주방가전업계의 다크호스로 바꿔놓았다. 1974년 난로용 심지를 만드는 신우직물공업사로 출발한 파세코는 전 세계 40여 개국에 난로를 수출하는 글로벌 1위 기업이다. 하지만 석유난로는 제품 특성상 계절적 영향에 따른 수요 변동이 심하다는 한계가 존재했다. 2008년 파세코에 합류한 유 대표는 이 때문에 식기세척기, 김치냉장고 등 빌트인 가전기기 ODM(제조자 개발생산)을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매출 1381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 대표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가스레인지와 주방후드를 결합해 ‘키친마스터’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한 것. 그는 “ODM 방식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전기레인지, 김치냉장고 등 다른 주방가전 제품으로 점차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144쪽 기사 참조>
국내 제습기 시장 선두 위닉스의 전신은 1973년 설립된 유신기업사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주로 냉장고와 에어컨의 필수 부품인 열교환기를 개발·생산하면서 삼성전자 등에 납품해 왔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대기업의 발주물량에 의존하는 사업구조의 리스크를 확인하면서 사업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2000년에 사명을 위닉스로 변경하고 자체 브랜드를 단 가전제품을 출시했다. 윤희종 위닉스 회장의 아들 윤철민 대표가 제습기 기획부터 판매와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 윤 회장과 영업·마케팅 전문가 윤 대표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마른장마의 영향으로 수만 대의 재고가 생기면서 단일품목에 치우친 매출구조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비데제조기업 삼홍테크의 권지혜 대표는 가전업계에서 보기 드문 2세 여성 경영인이다. 그는 중견건설기업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의 장녀로, 아이에스동서가 삼홍테크를 인수한 2010년 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미국, 유럽 등 해외 55개국에 비데를 수출하면서 부임 전인 2009년 109억원 매출을 지난해 293억 원까지 올려놓았다. 성장의 원동력은 기술력에 기반을 둔 혁신제품이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물청소가 가능한 방수 비데를 출시한데 이어 지난 9월엔 자석을 적용해 설치와 분리를 편리하게 한 제품을 선보였다. 권 대표는 “캐치플레이트 대신 자석 네 개만을 사용했다”며 “설명서를 보지 않고도 쉽게 비데를 부착할 수 있고 원할 때마다 분리해 청소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팎으로 치열해지는 경쟁은 끝없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소형가전, 주방가전 시장이 커지면서 안팎의 도전이 거세다. 우선 외국 생활가전 브랜드의 한국 진출이 속속 늘고 있다. 무인청소기로 유명한 일렉트로룩스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주방 소형가전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매출을 200% 늘렸다. 프라이팬으로 유명한 테팔도 소형가전으로 영역 확장에 나섰다. 블렌더 전체 시장의 50%를 차지한 전략으로 주방 소형가전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계획이다. 선풍기 그린팬을 판매해 온 발뮤다도 곧 토스터기를 시작으로 제품군을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예상치 못했던 복병도 나타났다. 1970년 설립 이후 40년 넘도록 가구와 생활용품 등 홈 인테리어 사업에 전념해온 한샘이 소형 가전기기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한샘은 가구와 가전을 패키지로 구매하는 최근 추세를 반영해 소형 생활가전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한샘, 에넥스 등 다수의 인테리어 업체와 협력해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을 선보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가전업계 2세들은 중국 등 해외 시장개척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다양한 품목에 걸쳐 수요가 늘고 있는 소형가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은 1인 가구 증가, 건강 중시 문화 확산, 프리미엄급 제품 선호 등에 힘입어 전기밥솥·착즙기·공기청정기 등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소형가전은 대형가전에 비해 한중 FTA에 따른 관세 감축 일정도 짧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유수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어 중소 가전업체들의 브랜드 파워가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품이 우수하지만 현지 기업들의 기술력이 턱밑까지 쫓아온 점도 부담이다. 게다가 사회주의 국가라는 중국의 특수성과 더불어 시장이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성과를 얻기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문에 유통방식에 대한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웨이는 현재 유통 채널 확보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위닉스 역시 중국 현지 오우린 그룹에 영업과 마케팅, 사후서비스를 맡긴 상태다. 바디프랜드 역시 특유의 렌탈 방식 판매를 중국 현지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 결정하기 위해 현지 기업들과 장기할부방식 등을 협의 중에 있다. 중국에서 밥솥으로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쿠쿠전자 관계자는 “2003년 진출한 이후 2011년에서야 조금 자리를 잡았다”며 “향후 국내 유커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보다는 중국 내수 시장에 좀 더 집중해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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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가구는 2015년 기준 48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업체들은 이 중 ‘싱글족’으로 분류되는 25세 이상 50세 미만 1인가구 200만 명을 주요 타깃층으로 설정하고 있다. GfK 관계자는 “생활가전 기업들이 중소형가전 제품과 주방가전 제품 시장을 키우고 있다”며 “새로운 수요가 소형·주방가전에 집중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주방가전 전문기업’으로 선회하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말했다.
생활가전을 중심으로 가전업계가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 2010년 안팎으로 경영 일선에 나선 업계 2세들이 있다. 이들은 업종 다양화, 품종 다각화로 계절적 위험성을 줄이고 새로운 유통채널 개척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포화상태의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중국 등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이다. 가전업계를 이끌고 있는 2세 경영자 6명을 통해 업계 현안과 비전을 살펴보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대기업의 맞수라면 중소기업에선 쿠쿠전자와 쿠첸이 라이벌로 꼽힌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회사에선 2세들이 대를 이어 밥솥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전기밥솥 사업을 주력으로 두고 렌탈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 방식이 비슷해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성장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행보도 똑같다. 이 때문에 CEO 경영능력을 직접 비교하는 것에 양사 모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소가전시장에서 치열한 각축
1969년생인 구 대표와 1971년생인 이 대표는 나이가 비슷한데다 미국 유학 경험도 같다. 하지만 경영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 구 대표는 신규 사업 발굴에 적극적이다. 2009년 정수기를 비롯해 제습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안마의자 등 렌탈 사업에 뛰어들어 지난해 1000억 원이 넘는 추가 매출을 올렸다. 쿠쿠전자의 렌탈 계약은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에 이어 3위권이다. 이에 반해 이 대표는 그룹 모태인 전자부품(수정디바이스 제조), 회사 전체 매출의 3분의 1이 나오는 유통(안양 이마트) 등 밥솥 이외 사업 비중이 높아 신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쪽이다. 최근엔 전기밥솥의 핵심기술인 IH(Induction Heating) 기술을 활용한 전기레인지를 성장동력으로 내세워 쿠쿠전자 추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2017년 전기레인지 사업에서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실적에선 구본학 대표가 웃고 이대희 쿠첸 대표는 울상이다. 쿠쿠전자는 올 상반기 매출 3267억 원, 영업이익 54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9%, 32.2% 증가한 수치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급인 IH압력밥솥 뿐 아니라 열판압력밥솥 등 제품군이 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하면 쿠첸은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0.6% 증가한 1904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00억 원에서 올해 80억원으로 20% 감소했다. 리홈쿠첸 관계자는 “회사 분할 및 지주회사 체제 변경 등으로 비용지출이 늘어나면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업 간 거래를 통해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비자 기업으로 거듭난 가전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레이캅코리아와 파세코, 위닉스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창업자 2세가 개발과 경영을 맡으면서 B2B기업에서 B2C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침구 전용 청소기 전문업체 레이캅코리아의 매출은 2012년 538억 원에서 2013년 1316억 원, 2014년 1800억 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일본에서 2년 가까이 침구청소기 분야 1위에 오르는 등 전체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회사의 전신은 1978년 설립 이후 자동차·전자 부품을 생산하던 부강샘스. 하지만 2007년 처음으로 내놓은 침구 청소기 레이캅이 대히트를 치면서 지난해 말 아예 사명을 레이캅코리아로 바꿨다. 변신의 주역은 창업자인 이하우 회장의 장남 이성진 대표다. 의사 출신의 그는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뒤 현지 제약사에 들어가 영업 경험을 쌓았다. 2004년 귀국 후 대기업 납품에 만족하지 않고 독자 브랜드 개발에 나섰다. 아버지가 쌓아놓은 기술력에 자신이 잘 아는 건강 분야를 접목한 결과 살균 기능이 있는 침구 전용 청소기를 개발했다. 레이캅은 전 세계 20개국에서 450만대 이상 판매됐다. 헬스케어 전문기업이 이 대표의 포부다.
B2C 진출·확대로 성장동력 창출
국내 제습기 시장 선두 위닉스의 전신은 1973년 설립된 유신기업사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주로 냉장고와 에어컨의 필수 부품인 열교환기를 개발·생산하면서 삼성전자 등에 납품해 왔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대기업의 발주물량에 의존하는 사업구조의 리스크를 확인하면서 사업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2000년에 사명을 위닉스로 변경하고 자체 브랜드를 단 가전제품을 출시했다. 윤희종 위닉스 회장의 아들 윤철민 대표가 제습기 기획부터 판매와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 윤 회장과 영업·마케팅 전문가 윤 대표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다만 지난해와 올해 마른장마의 영향으로 수만 대의 재고가 생기면서 단일품목에 치우친 매출구조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비데제조기업 삼홍테크의 권지혜 대표는 가전업계에서 보기 드문 2세 여성 경영인이다. 그는 중견건설기업 아이에스동서 권혁운 회장의 장녀로, 아이에스동서가 삼홍테크를 인수한 2010년 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미국, 유럽 등 해외 55개국에 비데를 수출하면서 부임 전인 2009년 109억원 매출을 지난해 293억 원까지 올려놓았다. 성장의 원동력은 기술력에 기반을 둔 혁신제품이다.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물청소가 가능한 방수 비데를 출시한데 이어 지난 9월엔 자석을 적용해 설치와 분리를 편리하게 한 제품을 선보였다. 권 대표는 “캐치플레이트 대신 자석 네 개만을 사용했다”며 “설명서를 보지 않고도 쉽게 비데를 부착할 수 있고 원할 때마다 분리해 청소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유통채널 확보 과제
예상치 못했던 복병도 나타났다. 1970년 설립 이후 40년 넘도록 가구와 생활용품 등 홈 인테리어 사업에 전념해온 한샘이 소형 가전기기 사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한샘은 가구와 가전을 패키지로 구매하는 최근 추세를 반영해 소형 생활가전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 한샘, 에넥스 등 다수의 인테리어 업체와 협력해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을 선보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가전업계 2세들은 중국 등 해외 시장개척에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 다양한 품목에 걸쳐 수요가 늘고 있는 소형가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중국은 1인 가구 증가, 건강 중시 문화 확산, 프리미엄급 제품 선호 등에 힘입어 전기밥솥·착즙기·공기청정기 등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소형가전은 대형가전에 비해 한중 FTA에 따른 관세 감축 일정도 짧다. 하지만 중국은 세계 유수 기업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어 중소 가전업체들의 브랜드 파워가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제품이 우수하지만 현지 기업들의 기술력이 턱밑까지 쫓아온 점도 부담이다. 게다가 사회주의 국가라는 중국의 특수성과 더불어 시장이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성과를 얻기까지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 때문에 유통방식에 대한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코웨이는 현재 유통 채널 확보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위닉스 역시 중국 현지 오우린 그룹에 영업과 마케팅, 사후서비스를 맡긴 상태다. 바디프랜드 역시 특유의 렌탈 방식 판매를 중국 현지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 결정하기 위해 현지 기업들과 장기할부방식 등을 협의 중에 있다. 중국에서 밥솥으로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쿠쿠전자 관계자는 “2003년 진출한 이후 2011년에서야 조금 자리를 잡았다”며 “향후 국내 유커들을 대상으로 한 판매보다는 중국 내수 시장에 좀 더 집중해 점유율 확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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