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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친환경차 개발 경쟁] ‘전기차 vs 수소차’ 최후의 일전?

[다시 불붙은 친환경차 개발 경쟁] ‘전기차 vs 수소차’ 최후의 일전?

사진:중앙포토


summary |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클린디젤’의 신화에 금이 갔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수소차가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이끌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각각 상대적 비효율성, 긴 충전시간, 비싼 차값 등의 약점을 지니고 있어 당장 우열을 가리긴 어렵다. 기술 발전 여부, 정부의 정책 의지 등에 따라 머지않아 희비가 갈릴 전망이다.
1997년 일본의 자동차 브랜드 도요타가 새로운 형태의 차를 출시했다. 이름은 프리우스. 세계 최초의 양산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하이브리드는 하나의 자동차에 가솔린 내연기관과 전기로 작동되는 모터를 동시에 장착한 차를 말한다. 당시 프리우스는 58마력의 힘을 내는 1.5L 가솔린 엔진에 40마력의 힘을 낼 수 있는 전기모터를 결합했다. 강점은 압도적인 연비다. 1997년의 프리우스는 L당 28km의 연비를 달성했다. 웬만한 가솔린차의 2배가 넘는 연료 효율을 달성했다. 도요타는 기술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환경까지 생각하는 브랜드’라는 칭호를 얻었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혹은 새로운 형태의 친환경 자동차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가솔린 내연기관의 종말’이라는 자극적 타이틀을 단 기사가 수없이 쏟아졌다.
 하이브리드의 선공, 클린디젤의 역공
L당 40㎞를 달리는 도요타의 신형 하이브리드 ‘프리우스’.
친환경차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독일차 브랜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고민의 초점이 조금 달랐다. ‘굳이 내연기관을 없애야 하나?’ 100년 전부터 자동차를 만든 독일 입장에서 내연기관은 그들의 자존심이었다. 이것을 포기하는 것은 스스로가 가진 최고의 장점을 버리는 셈이었다. 다시 프리우스를 살폈다. L당 28km의 연비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자동차에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다는 것은 다소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차는 무거워졌고 가격 또한 비쌌다. 그들은 ‘디젤엔진’을 업그레이드 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클린디젤의 시작이었다. 엄청난 매연을 내뿜는 차라는 인식이 강했던 디젤차와 ‘친환경’이라는 단어의 만남은 다소 어색해 보였다. 디젤엔진은 가솔린엔진과 비교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낮지만 입상자물질과 질소산화물이 배출된다는 단점이 있다. 독일차 브랜드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오염물질의 배출을 줄이고, 연료 효율을 높인다면 환경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최근까지 높은 인기를 누린 ‘클린디젤’은 이렇게 등장했다.

닛산 전기차 리프.
클린디젤을 앞세운 독일차 브랜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약 10여년간 전성기를 누렸다. 기술 개발 초기였던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와 달리 기존에 있던 기술을 활용해 빠르게 발전했다. 연비는 1997년에 등장한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디젤차 특유의 폭발적인 주행 감이 더해지니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디젤차는 ‘실현 가능한 기술 수준에서의 친환경차’라는 평가를 받았다. 독일산 클린디젤의 아성을 무너뜨릴 차는 당분간 등장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최근 발생한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태가 발각되기 전까진 말이다. 사실 폴크스바겐 사태가 일기 이전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디젤차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었다. 수치로 발표된 것보다 많은 배기가스가 디젤차로부터 나온다는 논란이 대표적이다. 프랑스와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디젤차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유럽에서는 ‘유로6’라는 새로운 디젤차에 관한 규제도 도입했다. 이런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기술로 디젤에 관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던 폴크스바겐의 기술이 가짜로 드러나면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큰 친환경차라는 클린디젤 자동차가 위기에 놓였다.
 친환경차 춘추전국시대
전기차 테슬라S.
친환경차 논쟁은 다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이 가능한 ‘친환경차’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해 여러 차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 비해 부쩍 기술력이 좋아진 하이브리드·전기차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다소 먼 미래에나 등장이 가능할 법 했던 ‘수소차’의 시대도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다. 일각에서는 ‘진짜 친환경차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환경차라는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가솔린 내연기관에 비해 적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차를 말한다. 각 나라마다 배기가스 배출에 대한 기준을 정해두고 이를 충족하는 차에 ‘친환경차’라는 수식어를 붙여준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가 환경 오염을 덜 시키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들 차도 환경에 나쁜 물질을 배출하는 것은 맞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기존의 가솔린이나 디젤 내연기관을 함께 쓰니 당연히 오염물질이 나온다.

전기차의 경우 직접적인 오염물질을 배출하지는 않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원자력이나 화석연료를 쓰기 때문에 환경을 오염시킨다. 수소도 마찬가지다. 수소차 시대가 열린다면 막대한 양의 수소가 필요하게 되고 이를 생산하고 저장, 수송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태양열 자동차만이 ‘진짜 친환경차’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 가솔린 엔진을 대체하는 미래의 자동차 등장이 머지 않았다. 기술도 충분히 무르익었다. 새로운 시대를 맞기 위한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의지만 갖는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필요한 것은 계기였는데, 폴크스바겐의 어리석은 선택이 친환경차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됐다.

본격적인 친환경차를 논하기에 앞서 꼭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디젤은 이제 친환경차로서의 지위를 잃은 걸까? 단지 폴크스바겐만의 문제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친환경차로서의 클린디젤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한계가 존재한다.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 훨씬 더 적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문제는 디젤 엔진에서 과하게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이다. 독일 브랜드는 질소산화물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장치를 개발해 클린디젤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질소산화물을 없애는 장치는 100만원이 넘는 고가다. 한 자동차 전문가의 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의 차들은 배기량 2000cc 미만의 소형 디젤차였다. 완벽하게 질소 산화물을 없애는 기술은 있지만 비용이 문제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소형차에는 이 기술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 적용이 되는 유로6 기준이야 어떻게 맞춘다고 해도 2018년부터 적용 예정인 유로7, 혹은 그 이후에 도입될 기준을 맞추기란 쉽지 않다. 이르면 5년 안에 디젤차가 가격 경쟁력에서 하이브리드나 전기차에 밀리는 시기가 올 것이다.”
 강화된 환경 기준 맞추려면 가격 경쟁력 떨어져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오광철 자동차부품연구소 차세대엔진 연구센터장의 설명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것은 폴크스바겐의 문제지 디젤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디젤 엔진은 장점이 많다. 가솔린보다 연료 효율이 높고 더 발전할 여지가 있다. 지금 깔려 있는 인프라를 잘 활용해 발전한다면 앞으로도 50년 이상은 지금의 지위를 이어나갈 것으로 본다. 물론 앞으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비중이 커지긴 하겠지만 주류 자동차로서 디젤과 가솔린의 입지는 꽤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다.”

디젤에 맞서는 하이브리드는 어떨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추가적인 인프라 구축 없이도 보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전기모터를 이용해 내연기관의 연비를 높여 환경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현실적인 범위 내에서 가장 가까이 와 있는 친환경차로 볼 수 있다. 주로 일본 자동차 브랜드, 그중에서도 도요타가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도요타는 최근 열린 도쿄모터쇼에서 4세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를 발표했는데, 이 차의 연비는 40km/L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기아자동차도 하이브리드 자동차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쏘나타·그랜저·K5 등 기존 라인업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꾸준히 추가해 나가고 있다.

디젤 엔진에 타격을 입은 독일차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탑재했다는 점에서는 일반 하이브리드와 같다. 다만, 내연기관의 힘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전기를 주입한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따로 충전을 하는 만큼 일반 하이브리드보다는 전기모터의 비중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주로 가정용 전기시설에 플러그를 꼽는 방식으로 대형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보급을 늘릴 수 있는 게 강점이다. 하지만 따로 차고를 둔 단독주택의 경우 가정용 플러그를 연결하기 쉽겠지만, 한국처럼 많은 국민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나라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친환경차의 최종 종착지가 되기는 힘들 것 같다. 전기차나 새로운 에너지를 사용하는 친환경차가 등장하기까지 일시적인 대안에 그칠 확률이 크다. 서인수 카이스트 조천식녹색교통대학원 교수는 “하이브리드란 결국 한 자동차 안에 엔진과 모터를 모두 장착하기 때문에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기술의 수준이 올라가면 내연기관만 쓰는 차나 모터만 사용하는 차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확한 시점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결국 미래의 친환경차는 전기차가 될 공산이 크다. 세계 여러 나라에 환경 규제가 까다로워 진다는 가정 하에 그걸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차가 전기차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은 논외로 치고 자동차 자체에서는 오염물질이 배출되지 않는다. 한때 출력과 토크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최근에는 전기모터를 단 차가 속도의 자웅을 겨루는 레이싱 대회에도 등장하고 있다. BMW i8이나 테슬라 S같은 전기 수퍼카도 등장했다. 단순한 성능에서는 가솔린이나 디젤차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는 소리다. 전기차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자동차 업계의 환경도 전혀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수 있다. 이전까지 자동차 시장은 미국·독일·일본의 독무대였다. 그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많은 기술을 쌓았다. 한국의 현대·기아차나 중국의 자동차 브랜드가 약진하고 있지만 100년 동안 벌어진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전기차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다. 기존에 없던 회사가 혜성처럼 등장할 수 있다. 미국의 테슬라가 이미 그 가능성을 입증했다. IT기업으로 알려진 애플이나 구글, 한국의 LG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 기술 발달해도 충전시간 줄이기 어려워
현대 수소차 투산FCEV.
본격적인 전기차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3가지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 짧은 주행거리와 부족한 인프라, 오랜 충전시간이다. 현재 양산 중인 전기차 중에서 가장 발전된 모델도 한번 충전으로 200km를 달리기 힘들다. 그나마도 오르막이 많거나 도로사정이 좋지 않으면 주행거리는 더욱 줄어든다. 더 긴 거리를 달리기 위해서는 더 큰 용량의 배터리가 필요하고, 용량이 큰 배터리는 무게와 부피를 차지한다. 부피가 늘면 사람이나 짐에 필요한 공간이 줄고, 무게가 늘면 연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기존의 주유소 외에 충전을 위한 인프라도 부족하다. 단순히 기술에 한하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나 다른 사업자의 의지와 관련된 문제라서 해결이 까다롭다.

하지만 가장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충전시간이라는 주장이 있다. 선우명호 한양대 자동차학과 교수의 말이다.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배터리 문제도 과거에 비해 크게 발전했고 앞으로도 발전할 여지가 있다. 지금과 똑같은 부피와 무게의 배터리로도 350km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아 열릴 것으로 본다. 이 정도 주행거리면 일반 자동차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인프라가 부족하다고는 하지만 한번 분위기만 탄다면 생각보다 빠르게 보급이 늘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충전시간을 지금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쉽지 않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는 급속충전에 15~20분, 완속충전에는 6시간 가까이가 소요된다. 그나마 급속충전은 전체 용량의 80% 수준만 채운다. 1~2분이면 연료를 완전히 채울 수 있는 내연기관과 비교해 절대적인 약점이다. 또 배터리는 오랫동안 쓰다 보면 수명이 줄어드는 단점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등장하고 있다. 르노자동차를 비롯한 일부 업체는 충전이 아닌 배터리를 교환하는 방식의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주유소와 같은 충전시설에는 정해진 규격의 완충 배터리를 보유하고, 방전된 차가 오면 다 쓴 배터리와 충전된 배터리를 교환하는 것이다. 5분 이내로 충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무선충전 시스템의 발전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도로 곳곳에 무선충전 시스템을 설치해 차가 달리는 중에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때는 전기료 과금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전기차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차가 수소연료 전지 자동차다. 자동차에 저장해둔 수소를 전기 발생 장치로 이동시킨 후 연료전지에서 전기를 만들어 모터로 보내 구동하는 방식이다. 주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전혀 없다. 수소차 기술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브랜드는 현대차였다. 2010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인 투산ix FCEV를 개발했다. 하지만 대당 가격이 1억5000만원이 넘어 국내 일부 기관이나 지자체의 연구용으로 200여대 팔렸다. 판매를 위한 차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최근 일본이 수소차 생산 경쟁에 가세했다. 지난해 12월 도요타가 양산형 수소차 ‘미라이’를 출시한 것. 투싼 수소차의 절반 가격인 7500만원에 출시해 화제가 됐다. 출시 한 달 만에 1500대를 팔았다. 1회 충전으로 480km를 갈 수 있고, 최고속도도 시속 178km까지 나온다. 올해부터는 유럽 수출도 시작했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달리 충전에 필요한 시간도 3분 정도만 있으면 된다.
 앨런 머스크 “수소차는 바보 같은 차”
도요타 수소차 미라이.
수소차는 두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비싼 자동차 가격과 인프라 보급의 어려움이다. 현재 가장 저렴하게 공급되는 수소차 미라이의 가격이 7500만원 정도다. 현대 투싼ix FCEV도 미라이 출시에 맞춰 가격을 8300만원 수준으로 끌어내렸지만 여전히 비싸다. 다른 부분이야 기술이 올라가면서 가격이 떨어질 수 있지만, 연료전지의 가격은 낮추기가 힘들다. 수소차에 탑재되는 연료전지에는 50~70g의 백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찾고 있지만 당장은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수소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당분간은 정부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수소차 역시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인프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분한 충전시설이 없다면 수소차를 가지고 있어도 사용할 수가 없다. 문제는 주유소와 같은 수소 충전소를 만드는 데 40억~50억원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일반 주유소를 짓는데 드는 비용의 10배가 든다. 수소는 그만큼 생산과 저장, 수송이 까다롭다. 초기 산업 진입 비용이 비싸면 수소를 공급, 판매하는 회사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수소 공급의 어려움은 자연스럽게 연료비의 증가로 이어진다. “수소를 제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과 화석연료를 분해해 제조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경우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 후자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환경을 오염시킨다. 전기분해 방식보다 싸지만 여전히 비싸다. 이 경우 수소 연료 자체가 휘발유나 경유의 몇 배로 비싸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성욱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고성능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의 CEO 앨런 머스크는 수소차에 대해 “바보 같은 존재”라고 언급했다. 수소 자체를 생산하고 저장하고 운반하는 일이 어렵고 자동차 안에서 전기분해 방식으로 수소를 얻는 것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머스크의 말처럼 수소차 자체가 몇몇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편으로는 머스크가 수소차를 그만큼 견제하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미래 자동차의 패권을 전기차가 쥘지, 수소차가 쥘지는 정부 의지에 달렸기 때문이다. 정부가 어떤 환경 정책을 갖고, 어떤 인프라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는지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머스크의 입장에서는 전기차에 더 많은 힘이 실리도록 정부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

예전부터 꾸준히 주목을 받았던 ‘태양열 자동차’의 양산화는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일부 연구기관과 실험실에서 태양열만 이용해 500km를 달리고,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차가 나왔다. 하지만 아직은 실험실에만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기술이 무르익지 않아 아직은 차량을 생산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서다. 무엇보다 날씨가 흐린 날이나 야간에는 연료를 공급할 수 없다는 점에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기존 전기차나 수소차와 결합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지만 이 경우에는 가뜩이나 비싼 수소차나 전기차의 가격이 더욱 높아질 우려가 있다. 태양열 자동차는 아직은 상상 속에만 존재한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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