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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노믹스’의 외화내빈

‘모디노믹스’의 외화내빈

지난 12월 12일 모디 인도 총리와 아베 일본 총리는 상호협력 협정에 서명하며 양국의 우정을 강조했다(왼쪽). 제1야당인 국민회의당의 소냐 간디 총재와 그의 아들 라훌 간디 부총재는 정부의 개혁안에 협조를 거부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해 취임 후 잇따른 해외 순방으로 겉보기엔 외교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국내외 문제를 막론하고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그래서 최근 몇 달 동안 모디 총리는 자신과 정부가 미진했던 부분을 메우려 애썼다.

최근 인도는 일본과 투자협력, 파키스탄과는 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합의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국민회의당의 소냐 간디 총재와 그의 아들 라훌 간디 부총재가 의회에서 협조를 거부하면서 인도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

그동안 모디 총리는 외교 실적이 요란한 해외 순방에 미치지 않는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다. 특히 1000억 달러 이상에 이르는 투자 유치와 교역 증대를 발표했지만 지금까지 진척은 별로 없으며 파키스탄과의 관계에 대한 그의 접근법도 일관성이 없었다.

그 두 가지 이슈는 최근 들어 최소한 부분적으로나마 진전을 이뤘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 12월 9일 오랜 영유권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 문제를 포함해 경제·안보 문제 등 포괄적 주제에 관해 양자 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아베 신조 총리와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지난 12월 12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 견제를 위한 공조를 더욱 강화했다. 원자력 협정에 대한 원칙적 합의, 일본 고속철 신칸센 도입 합의, 방위장비·기술이전 협정 체결이 핵심으로 총 350억 달러 규모다.

모디 총리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제외하곤 다른 나라 수반보다 일본의 아베 총리와 더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지난 11월 영국을 방문했을 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대했던 것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일본과의 원자력 협력에선 5년 간의 협상 끝에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 일본 기업들이 인도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미국과 프랑스 회사(GE·웨스팅하우스·아레바)의 인도 프로젝트에 부품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과거 일본은 인도가 핵보유국이라는 사실 때문에 인도와 협력하기를 꺼렸다. 제안된 협정안은 일본 국회에서 여러 까다로운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고 기술적인 세부사항도 합의돼야 한다. 그러나 원칙적 합의 자체가 중요하다. 중국을 때론 적대적인 이웃나라로 견제하려는 두 나라 사이의 협력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인도의 고속철 개발 협력 분야에서도 중국을 따돌렸다. 중국이 인도네시아의 비슷한 프로젝트에서 일본을 제친 직후라 의미 심장하다. 인도는 서부 마하라슈트주 뭄바이와 구자라트주(모디 총리의 출신 지역) 아마다바드를 잇는 505㎞ 구간에 일본 신칸센 철도를 도입하기로 했고, 일본은 전체 150억 달러의 건설 비용 중 80%에 해당하는 120억 달러를 50년에 걸쳐 연 0.1~0.5%의 저리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총 350억 달러 중 나머지는 좀 더 잠정적이고 문제가 많다.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 펀드에 투자할 120억 달러는 인도의 규제가 완화돼야만 실행될 수 있다. 그 외 첸나이-뱅갈로어 산업 회랑 프로젝트에 55억 달러, 나머지 프로젝트에 50억 달러가 책정됐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의 상호 방위협력과 방위산업 협력도 합의됐다.

일본은 지난해 8월 말 모디 총리의 방일 이래 협력 관계의 진전이 없어 실망했지만 이번 아베 총리의 인도 방문으로 구체적인 발전이 있으리라 기대한다.

카슈미르 영유권을 두고 60여 년 동안 다툼을 벌이던 인도와 파키스탄의 해빙 무드는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11월 말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개막식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따로 만나 양손을 맞잡고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이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일주일 뒤인 지난 12월 6일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과 나시르 칸 잔주아 파키스탄 안보 보좌관이 양국 외교차관과 함께 태국 방콕에서 만나 테러와 카슈미르 지역 국경 안정 문제 등을 논의했다. 파키스탄에서 2013년 5월 나와즈 샤리프 총리가 취임하고 다음해 5월 인도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후 양국 안보 보좌관이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 양국관계 개선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다. 양국은 성명에서 “평화와 안보, 테러리즘, 카슈미르 영유권 분쟁, (사실상 국경인) 실질통제선 안정화 문제 등을 논의했다”며 “솔직하고 성심이 담긴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틀 뒤 수슈마 스와라지 인도 외무장관이 아프간 평화정착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국제회의 참석차 파키스탄을 방문했다. 인도 외무장관이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것도 모디 정부 들어 처음이다. 스와라지 장관은 샤리프 총리를 별도로 예방했다. 다음 단계는 양국 외무장관이 다시 만나 광범위한 대화를 되살리는 것이다.

모디 총리가 파키스탄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지난해 5월 취임식에 참석한 샤리프 총리와 관계 개선에 합의한 뒤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는 비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내에선 잇따른 지방선거 패배로 모디 총리가 앞으로 각종 개혁 정책을 추진하면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냐 간디와 라훌 간디 국민회의당 지도부는 상원에서 의사진행을 중단시켜 부가가치세법 개정안 등 여당이 추진하는 주요 경제 개혁법안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국민회의당 소유로 2008년 발행을 중단한 신문 내셔널 헤럴드에 속한 500억 루피 상당의 부동산을 간디 총재 모자가 불법 취득했다는 혐의로 집권 여당인 인도국민당 소속의 수브라마니안 스와미 전 장관이 2013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최근 법원이 간디 모자를 소환했다.

소냐 간디 총재는 자신의 시어머니이자 인도 첫 여성 총리로 시크교도 경호원에게 피격돼 숨진 인디라 간디 총재를 언급하며 “나는 인디라 간디의 며느리로서 누구도 무섭지 않다”고 말해 정부·여당에 강경 대응할 것임을 시사했다. 라훌 간디 부총재는 이 같은 결정이 “모디 총리 측의 정치 보복”이라며 “그들이 의회를 통해 사법부를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JOHN ELLIOTT / 번역 이원기



[ 필자 존 엘리엇은 인도 전문 언론인이다. 최근 저서 ‘내파: 인도의 현실과 밀회(IMPLOSION: India’s Tryst With Reality)’를 펴냈다. 이 기사는 ‘라이딩 더 엘리펀트(Riding the Elephant)’ 블로그에 먼저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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