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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 피플 (113)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 부총리] 석유산업·투자 책임지는 왕국의 브레인

[글로벌 파워 피플 (113)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 아랍에미리트 부총리] 석유산업·투자 책임지는 왕국의 브레인

이제 국제사회에서 ‘만수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어떤 사람은 단순히 금수저의 상징으로만 여긴다. 왕족으로서 재산과 지위를 물려받았으니 그런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분야에서 그와 접촉해본 사람들은 한결 같이 그를 차가운 판단력과 뜨거운 열정을 바탕으로 초대형 투자를 성공으로 이끄는 집념의 사업 귀재로 평가한다. 그의 이름은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45). 페르시아만 연안의 석유 부국 아랍에미리트(UAE)의 부총리이자 이 나라를 이루는 7개 토후국(이슬람 군주인 에미르가 다스리는 세습군주국) 중 가장 크고 부유한 아부다비의 로열 패밀리다. 정확하게는 아부다비의 왕제(왕의 동생)이다. 아부다비 에미르(이슬람 토후국의 군주)로 UAE의 당연직 대통령인 할리파 빈 자예드 알 나얀(67)이 만수르의 배다른 형이다.
 맨시티 인수한 집념의 사업 귀재
만수르는 국제 스포츠·투자 분야의 ‘큰 손’으로서 ‘돈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돈뿐만 아니라 투자 대상과 시기를 보는 예리한 눈, 투자 대상의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집념과 의지, 그리고 탄탄한 네트워크로 명성을 얻고 있다.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인수해 선수 영입에만 수억 달러를 쏟아부은 결과 지금까지 두 차례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1968년 이래 이 팀이 거둔 첫 우승이며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처음 얻은 영예다.

만수르의 힘은 아부다비투자청(ADIA)에서 나온다. ADIA는 세계 최대 규모 국부펀드를 운용한다. ADIA는 스스로 규모를 밝힌 적이 없을 정도로 베일에 싸여있다. 하지만 국제 금융계에서는 자산 규모를 3000억~8750억 달러 정도로 추산한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아부다비의 에미르 집안인 알 나얀 가문의 재산을 이보다 더 많은 1조 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국가보다 왕실의 재산이 더 많은 것이다.

이 엄청난 부의 원천은 물론 UAE의 석유와 가스다. 아부다비는 매년 2000억 달러에 이르는 UAE 전체 석유 생산의 95%를 차지한다. 가스의 6%를 생산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발견된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9%, 가스 매장량의 5%를 각각 차지한다. 매장 에너지 자원만 가지고도 상당 기간 아무런 문제없이 경제가 굴러갈 수 있다. 이 나라는 인구 1인당 석유와 가스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이웃 국가인 카타르에 이어 세계 2위다.

UAE의 GDP는 400억 달러를 넘으며 그중 아부다비가 3분의 2를 차지한다. 1인당 GDP는 4만5000달러 수준이다. 전 세계를 뒤흔든 재정위기 속에서도 8~9%의 고성장을 이루고 있다. 석유 외에 해외 투자도 활발하기 때문에 저유가에도 오랫동안 경제 활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국가다.

아부다비만 따지면 석유부국 가운데 최고 부자는 물론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기도 하다. 만수르의 형님으로 아부다비의 에미르이자 UAE 대통령인 할리파는 재산 230억 달러로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왕족 재산 순위 2위다. 중동 사막지대에서 전통적인 부의 상징인 낙타도 1만4000마리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분원을 유치해 아부다비를 중동의 문화 중심지로 만드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이 나라의 왕자이자 고위 관료인 만수르는 최근 세계 스포츠계에 중동 오일달러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이미 2008년 UAE 두바이의 기업인인 술라이만 알 파임과 함께 태국 총리 출신의 망명 통신기업인인 탁신 친나왓으로부터 EPL의 맨시티 팀을 사들였다. 국제 무대에서 생소했던 인물인 그는 그 뒤로 전 세계에 해외 투자의 선봉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포브스의 억만장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그의 개인자산은 49억 달러로 추산됐다. 대부분은 상속받은 것이다. 그의 직계 가문은 1970년대 석유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둬 약 150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그는 물려받은 재산에 만족하지 않았다. 만수르는 자신의 이름으로 개인 투자에 나선 최초의 UAE 억만장자 왕족이다. 첫 공식 투자는 맨시티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맨시티를 사들인 직후 59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금액을 들여 브라질 선수 호비뉴를 영입했다. 그 직후 바클레이스 은행이 중동 자본 유치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96억 달러의 현금을 투자했다. 팀을 사들인 만수르는 유명 선수를 스카우트하는 등에 3억 달러 가까운 돈을 투자하며 팀을 최고 수준으로 키웠다.

엄청난 투자의 효과는 2011/2012년 시즌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1년 10월 맨시티는 막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 드래포드에서 6대1로 대승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다. 맨체스터의 두 팀인 맨유와 맨시티의 대결을 맨체스터 더비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맨시티가 대승을 거둔 것은 드물다. 이듬해 5월 14일 맨시티는 맨유와 승점이 동률인 상태에서 마지막 경기에서 퀸즈파크 레인저스를 제물로 삼아 44년 만에 시즌 우승을 거뒀다. 맨시티는 2013/2014년 시즌에서도 마지막 경기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2대0으로 물리치고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무승부만 기록해도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승리해 2위인 리버풀을 승점 2점차로 느긋하게 제쳤다. 만수르의 맨시티는 이후에도 엄청난 돈을 들여 우수 선수를 꾸준히 영입했다. 유럽축구연맹으로부터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수입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쓸 수 없다는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을 정도다.

만수르는 미국 스포츠, 특히 축구 시장을 노리는 해외 자본의 대표 주자이기도 하다. 미국 5대 프로 스포츠 중에 가장 늦게 출범한 메이저리그사커(MLS)는 아이스하키(NHL)와 농구(NBA)를 따돌리고 미국 내 3위의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MLS는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관객수 1만8608명을 기록했다. 미식축구(NFL·6만8397명)와 야구(MLB·3만504명)의 다음이다. 전 세계 프로축구 리그 중에서도 10위권에 들었다. 여기에 만수르가 가세한 것이다. 이미 2008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시티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MLB 명문 뉴욕 양키스와 손잡고 뉴욕을 연고로 하는 20번째 MLS 프로축구 팀인 뉴욕시티FC를 창단했다. 다비드 비야(스페인), 프랭크 램퍼드(잉글랜드) 등이 뉴욕시티FC 유니폼을 입고 2016년 3월 MLS에서 뛴다. 만수르가 스포츠 투자를 강화하기 시작할 당시 그의 부하직원이 했다는 “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는 말이 한때 그의 발언으로 와전되기도 했다.
 개인재산 49억 달러로 추산
만수르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보는 그의 가문이다. 그의 가문에 대한 정보는 그의 이름에 잘 나타나 있다. 만수르 빈자예드 알 나얀은 나얀 가문의 자예드의 아들 만수르라는 뜻이다. 이름 맨 앞에 셰이흐를 붙이기도 하는데 이는 이슬람 율법학자나 부족 지도자, 이슬람 군주 가문 사람에게 붙이는 존칭이다. 여성에겐 셰이하라는 존칭이 붙는다.

만수르의 선친인 자예드 빈 술탄 알 나얀(1918~2004)은 아부다비의 에미르, 즉 이슬람 세습군주였다. 이름에 술탄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을 두고 러시아 차르나 몽골 칸과 동급이라고 주장하는 자료도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빈 술탄은 술탄의 아들이란 뜻으로 자예드의 부친 이름이 술탄이었다. 술탄은 이슬람 군주를 의미하는데 이름으로도 많이 쓰인다.

자예드는 1971년 아랍에미리트를 이루는 7개의 토후국이 독립할 당시 이를 결집해 아랍에미리트(UAE)라는 하나의 나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독립 당시 가장 크고 인구와 자원이 많으며 강했던 아부다비의 에미르가 UAE의 대통령을, 둘째로 큰 두바이의 에미르가 총리를 맡기로 합의했다. 그는 이 자리를 33년간 유지하다 2004년 세상을 떠났다. 아부다비의 에미르는 독립 전인 1966년부터 38년간 그 자리를 맡았다.

자예드는 생전에 6차례 결혼해 19남 9녀의 자녀를 뒀다. 첫 부인 소생으로 장남인 할리파 빈 자예드 알 나얀은 선친이 세상을 떠나자 아부다비의 에미르 자리를 이어받았으며 UAE의 대통령직도 당연히 물려 받았다. 그의 이복동생인 모하메드(54)는 아부다비의 왕세제가 돼 차기 대권 계승자에 올랐으며 UAE군 부사령관을 맡고 있다. 만수르는 이 두 사람의 이복동생인데 선친 자예드의 셋째 부인 파티마의 넷째 아들로 권력 정점으로부터 거리가 멀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점이 있다. 만수르의 동복 형제들이다. 만수르의 생모 파티마는 6남2녀를 낳았는데 아들들은 하나 같이 똑똑하고 유능하다. 이들 여섯 명은 어랍어로 바니 파티마, 즉 파티마의 아들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UAE와 아부다비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파티마의 장남인 함단(52)은 이복동생 술탄(60)과 함께 1997~2009년 UAE의 공동 부총리를 지냈으며 1990~2006년 UAE의 외교 장관을 맡았다. 현재는 아부다비 서부지역의 주지사다.

만수르는 2009년 이복동생 사이프와 함께 이들로부터 공동 부총리를 이어 받았다. 하자(50)는 2006년 퍼스트 걸프 뱅크(현재 FGB로 이름을 바꿈) 회장으로 선출됐으며 동생인 타눈은 부회장을 맡았다. 만수르는 그전까지 이 은행의 회장을 맡다가 하자에게 넘겨줬다. 아부다비에 본부를 두고 있는 이 은행은 1979년 생겼으며 자산 규모에서 UAE 최고를 자랑하며 이슬람 금융과 방카슈랑스를 하고 있다. 만수르의 동생인 압둘라(43)는 1997~2006년 UAE 정보문화 장관을 지낸 뒤 2006년 2월부터 외교장관을 맡고 있다.

만수르는 UAE의 내각위원회 의장, 투자위원회 의장을 겸하고 있으며 최고석유위원회와 국제 석유투자회사와 아부다비 투자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나라의 돈을 만진다는 이야기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개인적으로 우주여행을 추진하고 있는 버진 갤럭틱과 아랍 세계의 주요 미디어인 스카이뉴스 아라비아를 비롯한 벤처 및 주요 기업에 상당한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의 오너라는 사실이다. 2008년 맨시티를 구입해 최근까지 투자 드라이브를 이어오고 있는 바로 그 회사다. 이 회사는 2013년 5월 미국 MLS에서 뉴욕시티FC를 창단했다. 2015년 리그에 데뷔했다.
 쟁쟁한 만수르의 동복 형제들
만수르는 두 명의 부인을 두고 있다. 첫 부인은 1990년대 중반에 결혼한 것으로 알려진 알리아 빈트 모하메드 빈 부티 알 하메드로 총리를 지낸 인물의 딸이다. 둘 사이에는 자예드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다. 중요한 것은 둘째 부인이다. 2005년 5월 둘째 부인인 마날 빈트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37)과 결혼해 2남2녀를 두고 있다. 마날은 두바이의 에미르이자 UAE의 총리인 모하메드의 딸이다. 두바이의 부동산 투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나 자금 부족으로 좌절한 바로 그 집안 출신이다.

마날은 두바이의 왕세자인 함단(32)의 누나다. 두바이 아메리칸 대학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뒤 마케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UAE 여성위원회 의장으로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를 담당하고 있다.

기가 막힌 미인으로도 유명한 마날은 UAE의 최대 에미르 가문인 아부다비의 나흐얀 가문과 서열 2위 격인 두바이의 알막툼 가문을 잇는 가교 역을 맡고 있다. 이런 마날을 부인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만수르의 정치적 위상을 잘 보여준다. 개인의 판단으로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에 50억 달러, 우주여행사 버진 갤럭틱에 2억8000만 달러(지분 32%)를 투자할 수 있는 자금력은 별도다.

-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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