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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의 새해 경제 전망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의 새해 경제 전망

기관마다 새해 경제전망이 쏟아졌다. 대부분 2%대 후반∼3%대 초반의 성장세를 예상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예기치 못했던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을 점치는 이도 많았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을 만나 새해 경제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엇보다 국내외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우리가 국책이나 다른 민간 연구소보다 다소 낮은 경제 성장률(2.8%) 전망을 한 이유입니다.”

국내 민간 경제연구 싱크탱크의 대표 주자인 현대경제연구원의 강인수(54) 원장은 서울 종로 현대그룹 사옥에서 이뤄진 포브스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절대 수요(Demand) 부족으로 산업 대부분에 경기 부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3.0%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내놓은 것과 차이가 있었다. 그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시중 금리 향방도 문제지만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산업의 특성상 중국의 경기 둔화가 걱정”이라며 “저유가 상황까지 이어지면서 2016년에도 세계 경기 부진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로 대표되는 ‘G2(미국·중국) 리스크’를 비롯한 대외적인 이슈부터 물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인상은 이미 예고됐고, 인상 시점이 한 해 동안 이슈였다. 미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이 주요 지표로 생각하는 실업률이 5%대를 유지하면서 자연실업률에 가까워졌다. 미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보다 금리 정상화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언젠가 ‘다운 턴(down-turn·경기하강)’으로 돌아설 때가 오면 금리를 정책 수단으로 쓰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은 금리가 추가로 얼마나 오를지다.



앞으로 어느 정도 더 인상될 것으로 보나.


시장은 금리가 갑작스럽게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과거 미국이 1994~5년, 2004~6년 두 차례 4% 가까이 올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하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당시는 미국 경제 성장률 자체가 높았다. 지금은 경제 성장률이 2%대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우리는 2~3년에 걸쳐 최대 3% 수준의 금리 인상을 예상한다. 시장에서 ‘그레이트 다이버전스(Great Divergence·대분열)’라고 말하듯 미국과 유럽·일본 등의 엇갈린 통화정책으로 당분간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갈 것이다.



중국 경기 둔화 이슈도 주요 리스크로 꼽았다.


걱정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25%를 넘어선다. 게다가 IT·기계·철강 등 주요 10대 산업은 편중도가 더 심하다. 최근 중국은 수출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에 도달했다고 판단하자 내수 중심의 성장전략인 종속성장(신창타이·新常態), 이른바 ‘뉴 노멀’ 노선으로 바꿨다. 산업을 고부가 가치화시키고, 과잉투자된 부분을 구조조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중국 성장엔진의 수혜를 입던 한국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최근 중국 공산당 5중전회(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나온 차세대 성장산업을 보면 놀랍도록 우리와 겹친다. 기업들이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 금리 2~3년간 최대 3% 인상 예상


G2 리스크와 맞물린 신흥국들 성장에 대한 우려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도 신흥국 수출 비중이 60%에 달한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나 중국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면 신흥국에서의 대규모 자금이탈은 물론 신흥국 내수 시장도 급격하게 움츠러들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 다수 국가가 그 대상이다. 대표적인 산유국으로 꼽히는 베네수엘라와 러시아가 ‘저유가’ 상황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수출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저유가’ 상황도 큰 이슈인데...


그렇다. 장기간 유가가 하락하다 보니 이젠 어디까지 떨어질지 지켜보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최대 원유수출국인 사우디가 감산에 소극적이고, 미국 셰일오일 붐마저 아직 건재하다. 사우디의 경우 2015년 재정 적자가 1300억 달러(154조원)를 넘어섰다. 이는 사우디 전체 GDP 대비 20%에 이르는 수치다. 사우디가 세계 각국에 뿌려놓은 국부펀드 회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사우디의 상황이 신흥국들의 자금이탈 움직임에 촉매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강 원장은 G2와 유가 변수 이외에도 유럽과 일본 얘기를 더했다. “유럽이 양적완화에 나선다지만 그 양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일본이 돈을 더 풀겠다지만 현재 240%에 달하는 정부부채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면? 그렇다면 세계 경제 성장도 주춤할 수밖에 없다.” 2016년 대외환경이 정말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국내 경제도 지난해 상반기 메르스 충격, 유가 급락 등으로 내·외수 동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은 상황, 우리 경제의 시급한 얘기로 넘어갔다.



최근 전반적인 한국 경제 상황은 어떻게 해석하나?


정부의 내수 진작 노력을 위한 추경 덕분에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이다. 국내 경제도 2015년 3분기에 2.7%의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을 보여줬다. GDP 민간소비는 2.1%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2016년 상반기에 68% 집행을 목표로 한 예산안만 봐도 ‘내수 살리기’ 의도가 뚜렷하다.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 소비 부분을 최대한 살려보겠다는 의지에 공감한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 개입만으로 경제 전체를 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1200조원 가계 부채, 당장 문제 되지는 않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할인행사로, 정부가 기획하고 백화점과 대형 유통업체가 참여했다. 사진은 세일기간 중 서울의 한 백화점 내부.


대외 변수가 너무 많다.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우리는 ‘불황형 흑자’를 겪고 있다. 수출 부진 속에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현상이다. 문제는 신흥국 소비 부진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자금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 자연스레 신흥국 수요가 줄면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신흥국 수출이 줄어들게 된다. 실제로 최근 저유가 상황까지 겹치면서 사우디·베네수엘라·러시아를 비롯한 산유국과 브라질을 중심으로 한 브릭스 국가 등의 재정적 상황이 좋지 않다.

두 번째, 1200조를 넘어선 가계 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꼽을 수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올랐다고 해서 우리가 바로 쫓아 금리인상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 기업부채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금리 차가 너무 벌어지면 글로벌 자금이 이탈한다. 물론 금리인상이 있어도 당장 우리 금융부문에 급격한 혼란이 찾아올 리는 없다. 우리 외환보유고는 3000억 달러 이상이라 대외적인 지급능력도 양호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해외 투자자 측면에서 봤을 때도 미국을 빼면 한국은 아직 꽤 괜찮은 금리를 주는 나라다.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가계부채 문제가 갑자기 불거질 가능성은 없다. 2014년에도 1000조원이었다. 단지 최근 부채 증가 속도가 과거보다 빨랐다는 게 문제다. 물론 가계부채 자체가 문제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이어진다는 등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뜻이다. 진짜 문제는 이로인한 소비 위축이다. 대출 이자, 원금 갚아야 하는 기업, 가계 모두 살아남기 위한 위험관리 모드에 들어갔다면 쓸 돈이 그만큼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저성장·저물가)’ 상황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디플레 상황은 아니라고 보지만, 저성장·저물가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3분기 2.7% 성장한 GDP 생산은 재고가 늘어난 탓이 컸다. 올해 수요가 늘어 재고가 소진되고 신규생산이 늘어나면 이상적인데, 수요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 같지는 않다. 이번 추경 효과로 성장력을 끌어올렸고 당분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 정부의 재정건전성도 나쁜 편이 아니어서 필요하다면 올해도 적절한 시점에 추경을 시장에 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저성장·저물가 기조의 주요 원인을 꼽는다면?


불황형 흑자가 문제다. 수출이 늘고 소비도 늘어야 하는데 물건 팔 곳도, 살 여력도 많지 않다. 특히 고령화에 따른 노후불안, 주거불안, 일자리불안 등 이른바 ‘3불’이 평균소비 성향을 떨어뜨리고 있다.

다음으로 ‘급락하는 잠재성장률’이 주요 원인이다.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내실 없는 연구개발(R&D) 투자가 문제다. GDP의 8%에 달하는 R&D 투자 규모는 이스라엘을 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하지만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투자는 거의 없는 반면 기존의 것을 약간 변형시켜 성과를 거두는 식의 투자가 주를 이룬다. 소위 역동성을 잃어버린 셈이다. 실제 지난 15년간 10대 수출품목은 거의 바뀌지 않고 오히려 규모만 늘었다. 차세대 신성장 동력의 부재다.
 2016년 산업 경기의 키워드는 DELAY


내년 산업 경기의 키워드로 회복 지연, 연기를 의미하는 ‘DELAY’를 꼽았는데...


다섯 가지 산업 경제 특징의 약자를 따서 만든 것인데 가장 중요한 게 D다. D라는 게 절대 수요가 부족할 때 수요(Demand)의 D자를 딴 것인데, 이게 경제나 산업이나 전반적인 경기 부진을 지속시키는 요인이라고 본 것이다. 올해 대내외적으로 경기가 회복 국면을 보이는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성장 국면 타개를 위한 해결책을 조언한다면.


정부와 민간 모두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우선 정부는 민간이 질적인 산업 혁신을 일으킬 수 있도록 정책·규제 등 여러모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꼭 스마트폰과 같은 IT분야일 필요도 없다. 조선업과 철강업의 진화도 큰 틀에서 가능하다. 스마트 공장을 연내 몇 개 만드는 식보다는 성공한 기업의 메커니즘이 뭔지 따져봐야 한다. 공급 사이드에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일은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혁신도 정부가 나서서 해줄 수 없어 민간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주어진 환경에 최적화하는 데는 능하지만, 프레임 자체를 바꾸는 혁신을 일으킬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애플이나 샤오미는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작은 기업과 생산집단을 구성해 제품을 만들어낸다. 반면 우리나라 대기업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브랜드 생태계 조성에만 집중하고 있다. 대등한 협력 파트너를 인정하는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잘해야 혁신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외적인 경제 변수로 시작한 얘기는 어느새 국내 경제 상황 진단을 넘어 산업구조 혁신의 필요성 얘기도 이어졌다. 강 원장은 “2016년은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많고 커지는 시기”라며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 지속, 일자리 확충, 신성장동력 확보, 중산층 복원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라고 정리했다. 이를 위해 그는 ‘생활 밀착형’ 연구에 주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대외 리스크는 우리가 거쳐야 할 과정입니다. 우리 산업과 생활에 변화를 감지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죠. 그래서 우리 국민이 살면서 체감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기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등 실상을 반영한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 글 김영문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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