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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뚫리면 돈 몰린다] 교통지도 따라 투자전략 새로 짜라

[길 뚫리면 돈 몰린다] 교통지도 따라 투자전략 새로 짜라

충남 아산만 일대 땅값은 2000년에만 해도 ㎡당 1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년 뒤인 2002년 이후엔 ㎡당 50만원으로 폭등했고, 지금은 ㎡당 70만원을 호가한다. 낙후 지역으로 꼽히던 이곳이 서울과 목포를 잇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이후 서해안의 핵심 발전 축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처럼 길은 부동산의 ‘팔자(八字)’을 바꿔 놓기도 한다. 부동산 투자의 고수들이 새로 뚫리는 길을 따라 뭉칫돈을 들고 움직이는 것도 그래서다. 올해는 유독 주변 부동산의 팔자를 바꿔놓을 만한 ‘길’이 많이 생긴다. 올해는 어떤 길이 유망한지, 투자를 한다면 어디의 어떤 상품이 좋을지 올해 개통 예정인 도로·전철 노선을 따라가 봤다.
‘사람이나 동물 또는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게 땅 위에 낸 일정한 너비의 공간’. 길에 대한 사전적 의미다. 우리 주변에서 공기만큼이나 자주 접하는 게 길이다. 그러다 보니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살 듯이 길 또한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사는 때가 많다. 길은 공기처럼 사람이 사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경제적으로는 ‘돈’이 지나는 동맥(動脈)이기도 하다. 길이 없으면 도시를 만들고 주택을 지을 수도 없다. 기본적인 경제활동조차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길이 없는 땅은 결국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길은 부동산시장에서 ‘확실한 재료’로 꼽힌다. 부동산시장이 아무리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길이 새로 놓이거나 뚫리면 주변 집값과 땅값은 상승곡선을 그리게 마련이다. 인구가 유입되고 새로운 상권이 조성되는 등 도시 기반시설이 확충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부동산의 몸값도 오르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크고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에는 길에 대한 가치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시장 상황이 안 좋을수록 기본 원칙에 충실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길은 부동산 투자 노하우가 없는 일반인도 쉽게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요소”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서의 길은 도로뿐 아니라 지하철·경전철 등도 해당된다. 길이 새로 뚫리면 지하철역 주변이나 나들목(인터체인지) 주변 부동산 값은 개통 직전 5~10%, 개통 후 10~20% 오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건설계획·착공 등 그 이전 단계에서도 값은 추가로 더 오를 수 있어 ‘길’ 하나만으로 생기는 가치 상승폭은 그 이상이다.

올해는 수도권 남부권을 중심으로 고속도로와 전철 등 광역 교통망이 줄줄이 개통한다. 1월 말 신분당선 연장선이 개통한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수원~광명고속도로, 5월에는 강남순환 도시고속도로, 6월에는 KTX 수서~평택 노선, 성남~여주 복선 전철, 11월에는 제2영동고속도로가 달릴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 수도권 남부권에 호재 몰려
수원~광명고속도로가 개통하면 수원~광명 간 통행거리가 3.5㎞ 정도 단축되고 소요 시간도 지금보다 20분가량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연 2200억원의 물류 절감 효과, 60억원의 환경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서초구 우면동으로 이어지는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가 개통하면 금천구는 강남권과 30분대로 확 좁혀진다. 성남~여주 복선전철이 개통하면 경기도 광주역에서 신분당선 판교역까지는 세 정거장, 강남역까지는 일곱 정거장이면 갈 수 있다. KTX 수서~평택 노선이 완공되면 평택에서 서울 수서까지는 20분대가 된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경기도 광주·평택시나 서울 금천·관악구 등지는 부족한 교통 인프라 탓에 부동산시장이 저평가 돼 있던 곳”이라며 “각종 도로·전철이 개통하면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개통이 다가오면서 금천구 아파트 값은 지난해에만 5.8% 뛰었다. 광명역세권지구 역시 강남 순환고속도로·수원~광명고속도로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값이 상승세다. 지난해 분양된 새 아파트 분양권엔 벌써 5000만~7000만원의 웃돈이 붙기도 했다. KTX 수서~평택역 인근에는 지난해에만 아파트 1만 가구가 들어서는 등 주택 공급이 한창이다.

새로 길이 나는 곳은 대개 개발 계획만 들려도 부동산 값이 들썩이고 착공 시점에 한 번, 개통 전후로 한 번 더 가격이 상승한다. 단기간에 급등하기보다는 건설 단계에 따라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셈이다. 교통 확충 계획이 발표되고 실제로 도로나 전철이 개통하기까지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장 좋은 투자 시점으로 개발 계획 발표 직후부터 개통 직전을 꼽는다. 이미 개발 계획이 발표된 지 몇 년 지났거나 개통이 임박한 길이라도 굳이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다. 이남수 팀장은 “신설 도로나 전철은 개통 후에도 최소한 5~10% 이상 오를 여력이 있다”며 “해당 수혜 지역이 개통 후 효과를 체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에선 개통 효과 예전 같이 않아
투자 유망 상품으로는 역시 땅과 주택이 꼽힌다. 신설 도로·전철 주변은 허허벌판인 예가 많기 때문에 투자 1순위는 예상 가능한 신설 전철역이나 나들목 주변 땅이다. 일반 투자자의 경우 사실 허허벌판에서 땅에 투자하는 게 쉽지 않으므로 주변 개발이 어느 정도 이뤄진 뒤 주택이나 상가 등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파트 분양시장도 괜찮은 투자처로 꼽힌다. 역세권이나 나들목 프리미엄이 톡톡히 붙는다. 특히 지하철 공사 기간과 아파트 공사 기간이 맞물려 개통과 입주가 비슷한 시기에 이뤄지면 그 영향은 더 크다.

분양마케팅회사인 앰게이츠의 장원석 대표는 “지하철 역세권과 도로 나들목 프리미엄은 부동산 시장에 빠르게 반영되기 때문에 인근 유망 물량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개통이 임박하면 가격은 반영될 대로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에 기존 단지보다는 신규 분양 물량에 관심을 갖는 것이 투자 수익 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지금은 교통 여건이 불편하지만 입주 후 전철 등이 개통이 된다면 역세권 프리미엄에 새 아파트라는 장점까지 겹쳐 투자가치가 단연 돋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섣부른 투자는 삼가야 한다. 도로나 지하철이 새로 놓인다고 해서 무조건 부동산시장이 살아나고 집값·땅값이 뛰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도로망이 잘 갖춰진 곳에서는 신규 개통 효과가 미비할 수 있다. 예컨대 2009년 서울·수도권에서는 서울 지하철 9호선, 경의선 복선전철, 서울~용인 고속도로 등 대형 교통망이 개통했지만 집값이 오른 지역은 많지 않았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2009년 신설 교통망 개통 지역 중 1년 동안 집값이 10% 이상 올랐던 지역은 지하철 9호선이 지나는 서울 강서구가 거의 유일했다. 강서구는 서울에서도 지하철 교통의 오지였던 만큼 9호선 개통과 동시에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개통 효과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와 달리 용인 등지는 아파트 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거나 오히려 떨어진 곳도 있다. 이미 어느 정도 교통망이 갖춰져 개통 효과가 덜했던 것이다. 닥터아파트 김수연 팀장은 “수도권은 교통망이 속속 갖춰지면서 도로나 전철 개통에 따른 효과가 과거보다 줄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설 교통망 개통 효과도 앞으로는 지역에 따라, 주택 수급 사정에 따라 차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도심과 가까운 곳보다 외곽 지역, 전철의 경우에는 종착역 인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단기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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