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맥짚기] 시장보다 종목을 사라
[증시 맥짚기] 시장보다 종목을 사라
summary | 특징적인 면은 최근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매가 시가총액 비중대로 매수하던 과거와 달리 기업 이익을 감안해 종목을 선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 전체보다도 해당 업종 및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긍정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보다 정교한 매매전략이 필요하다. 올해는 시작부터 주가가 하락했다. 발원지는 제각각이었는데 1월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이 원인이었고, 2월에는 선진국이 하락의 주범이었다. 최근에 글로벌 주식시장과 유가가 다소 반등하면서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특히 그동안 주가가 크게 하락했던 업종 대표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들 기업이 부도가 나는 일은 없을 거란 방어심리가 작용한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제 불안정한 상황이 끝난 걸까? 주가가 반등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가는 반등과 하락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은 두 개로 요약된다. 우선 정책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강도도 대단히 셌다.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려 결국 마이너스로 만들었다. 은행의 기능이 돈을 받아 이를 필요로 하는 쪽에 연결해 주면서 중간에 적정한 마진을 챙기는 거란 점을 감안할 때 마이너스 금리는 금융 체계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변화다. 예금을 하는 것 자체로 돈이 줄어들 수 있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저축을 하지 않으려 할 거고, 은행으로부터 자금이 빠져나가 결국 기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마이너스 금리가 일반은행과 중앙은행 간의 거래나 거액 자산가에만 적용돼 영향이 크지 않지만 범위가 넓어질수록 문제점이 보다 뚜렷해질 것이다.
유동성 공급도 엄청났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받은 돈을 다 소화하지 못해 다시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할 정도였다. 정책 강도만 놓고 보면 지금이 1930년 대공황 때보다 훨씬 세다. 당시 미국의 정책 금리는 1.0%로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결과는 실망스럽다. 선진국 경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부진한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조차 성장률이 2%대에 그치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은 1% 성장을 채우는 것도 힘들어하고 있다. 신흥국은 문제가 더 심각해 성장률 하락과 함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앞으로 경기 회복을 위해 선진국들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정책이 시작될 당시 투자자들은 ‘이번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침체를 막을 수 있는 카드가 없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 과연 선진국 정부가 현재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하는 의심인데, 신뢰도 약화가 주가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두 번째는 자산 가격 부담을 떨쳐내야 한다. 채권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외 모두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대에 머물고 있고, 특히 최근에 하락이 빨라졌다. 주가는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지만 금융위기 이전 고점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상태다. 미국 주식시장이 특히 문제다. 현재 S&P 500의 PER(주가수익비율)이 24배 수준으로 IT버블 이후 가장 높다. 실물 자산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영국을 비롯한 몇몇 유럽 선진국의 부동산은 금융위기 이전 가격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도 위기 직후 저점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자산 가격이 높을수록 실물지표와 관련한 부담이 커진다. 지금 경기가 자산 가격을 받쳐줄 수 있을 정도인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할 경우 자산 가격이 상승할수록 실물경제와 괴리가 커져 주가가 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일반적으로 대세 상승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대세 상승 이전에 주가가 하락했던 부분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번에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하락했던 부분을 메우는 과정이 이에 해당했다. 두 번째는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때인데, 가장 강하게 오른다. 2010~2013년이 그때였다. S&P 500 지수가 1100에서 2000까지, 코스피 지수는 1400에서 2200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유동성을 이용해 마지막 상승을 하는 기간으로 2014년 10월 이후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 당시 유럽은행은 양적완화를,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이 조치에 힘입어 선진국 주가가 상승했다. 연초 이후 하락으로 주가가 유동성을 공급하기 이전 수준까지 내려왔다. 유동성 효과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국내외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대세 하락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당분간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주가가 박스권 하단에서 강하게 반등했다는 사실 외에 호재가 될 만한 요인을 찾지 못하겠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리는 등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주식시장이 약세 국면에 놓일 경우 상승이 오래가지 못하는 반등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도 단기적으로는 연초에 비해 시장이 안정을 찾을 걸로 생각된다. 외국인 매수가 유입되면서 하락을 저지하는 동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2월 중순에 원·달러 환율이 1230원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2010년 6월 11일 (1246.10원) 이후 5년 8개월 만에 최고치다. 그나마 정부가 지나친 환율 쏠림 현상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다하겠다며 구두개입에 나섰기 망정이지 그냥 놔뒀으면 1250원대에 육박할 수도 있을 정도로 약세가 강하게 진행됐다. 해당 시점에 외국인은 오랜 매도를 접고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원화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작아 환차손보다 우리 증시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자본차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거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한 1250원을 넘어선 적이 없었고 이미 정부의 구두개입이 시작됐으며, 시장 밸류에이션도 상당히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외국인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기에 무리가 없어 보인다.
외국인 매수가 시장을 안정시키는 핵심 요소가 됨에 따라 이들이 순매수 중인 업종과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22일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업종은 화장품·의류, 화학, IT가전, 건설, 유틸리티, 조선 등 순이었다. 하나 특징적인 면은 최근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매가 시가총액 비중대로 매수하던 과거와 달리 기업 이익을 감안해 종목을 선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 전체보다도 해당 업종 및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긍정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보다 정교한 매매전략이 필요하다.
-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제 불안정한 상황이 끝난 걸까? 주가가 반등했지만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앞으로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가는 반등과 하락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은 두 개로 요약된다. 우선 정책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
선진국 경제정책 신뢰도 높지 않아
유동성 공급도 엄청났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으로부터 받은 돈을 다 소화하지 못해 다시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할 정도였다. 정책 강도만 놓고 보면 지금이 1930년 대공황 때보다 훨씬 세다. 당시 미국의 정책 금리는 1.0%로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그리고 7년이 지났다. 결과는 실망스럽다. 선진국 경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새롭게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졌지만, 부진한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조차 성장률이 2%대에 그치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은 1% 성장을 채우는 것도 힘들어하고 있다. 신흥국은 문제가 더 심각해 성장률 하락과 함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앞으로 경기 회복을 위해 선진국들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정책이 시작될 당시 투자자들은 ‘이번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침체를 막을 수 있는 카드가 없어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책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커지고 있다. 과연 선진국 정부가 현재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하는 의심인데, 신뢰도 약화가 주가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두 번째는 자산 가격 부담을 떨쳐내야 한다. 채권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외 모두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대에 머물고 있고, 특히 최근에 하락이 빨라졌다. 주가는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지만 금융위기 이전 고점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상태다. 미국 주식시장이 특히 문제다. 현재 S&P 500의 PER(주가수익비율)이 24배 수준으로 IT버블 이후 가장 높다. 실물 자산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영국을 비롯한 몇몇 유럽 선진국의 부동산은 금융위기 이전 가격 수준을 넘어섰다. 미국도 위기 직후 저점에 비해 30% 이상 올랐다.
자산 가격이 높을수록 실물지표와 관련한 부담이 커진다. 지금 경기가 자산 가격을 받쳐줄 수 있을 정도인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이 부분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할 경우 자산 가격이 상승할수록 실물경제와 괴리가 커져 주가가 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일반적으로 대세 상승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대세 상승 이전에 주가가 하락했던 부분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번에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하락했던 부분을 메우는 과정이 이에 해당했다. 두 번째는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때인데, 가장 강하게 오른다. 2010~2013년이 그때였다. S&P 500 지수가 1100에서 2000까지, 코스피 지수는 1400에서 2200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유동성을 이용해 마지막 상승을 하는 기간으로 2014년 10월 이후가 여기에 해당한다. 그 당시 유럽은행은 양적완화를,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이 조치에 힘입어 선진국 주가가 상승했다. 연초 이후 하락으로 주가가 유동성을 공급하기 이전 수준까지 내려왔다. 유동성 효과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국내외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대세 하락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당분간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 주가가 박스권 하단에서 강하게 반등했다는 사실 외에 호재가 될 만한 요인을 찾지 못하겠다.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리는 등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주식시장이 약세 국면에 놓일 경우 상승이 오래가지 못하는 반등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보수적인 관점으로
외국인 매수가 시장을 안정시키는 핵심 요소가 됨에 따라 이들이 순매수 중인 업종과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22일 이후 외국인 순매수 상위 업종은 화장품·의류, 화학, IT가전, 건설, 유틸리티, 조선 등 순이었다. 하나 특징적인 면은 최근 외국인의 프로그램 매매가 시가총액 비중대로 매수하던 과거와 달리 기업 이익을 감안해 종목을 선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시장 전체보다도 해당 업종 및 종목에 대한 외국인의 긍정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보다 정교한 매매전략이 필요하다.
-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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