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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베일을 벗기다

‘익명’의 베일을 벗기다

사용자 이름으로 더 많은 주의나 조정이 필요한 플레이어를 파악하면 게이머의 수준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은 자주 익명의 베일 뒤에 숨는다. 비디오게이머도 마찬가지다. 매일 수억 명이 온라인 게임을 하며 직접 만든 짧은 사용자 이름만으로 상대방에게 알려질 뿐이다.

그러나 최근 그런 사용자 이름이 임의적인 단어와 숫자의 조합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엇보다 사용자 이름은 게이머의 성격에 관해 많은 정보를 드러낼 수 있다.

온라인 비디오게임은 심리학자들의 흥미로운 표적이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전술 다중플레이어 게임은 전술적 계획과 체험, 학습이 많이 필요한 역동적인 문제해결 환경을 제공한다. 어떤 측면에선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의 다중플레이어 온라인 전투장을 21세기판 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수십 가지의 선택지를 제공한다. 어떤 캐릭터를 맡을까(공격자냐 방어자냐)? 팀 플레이어가 될까 독자적인 플레이어가 될까? 보상을 예측할 수 있는 ‘안전한’ 전략을 구사할까 아니면 예측할 수 없는 ‘위험한’ 전략을 펼칠까? 각 게임마다 같은 전술을 사용할까 아니면 매번 다른 전술을 사용할까?

우리는 연구 목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개발사 라이엇 게임스와 손잡고 사람들이 지어내는 사용자 이름의 유형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일부 플레이어는 사용자 이름에 고도로 반사회적인 단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입에 담기 어려운 단어가 많아 실례를 들진 않겠지만 거기엔 일반적으로 청소년이 사용하는 발칙한 농담의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 인종적·성적 욕설이 포함된다. 우리는 ‘누가 자신을 그렇게 부를까?’라는 문제를 탐구했다. 답은 예상대로 현실 세계에서도 반사회적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플레이어는 사용자 이름에 종종 두 자리나 네 자릿수를 포함시킨다. 주로 출생연도를 가리킨다고 알려졌다. 우리는 그 숫자와 등록 정보의 출생연도를 비교함으로써 이런 가정이 옳은지 알아봤다. 그 결과 완전히 일치하진 않지만 서로 매우 밀접하게 관련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일부 플레이어의 경우 우리는 사용자 이름의 베일을 들추고 두 가지 중요한 척도를 얻어낼 수 있었다. ‘반사회적 명칭을 사용하는 경향’과 나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현실 세계의 자기 속성을 온라인 세계로 그대로 가져가면 게임에서 그가 어떻게 행동할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특정 성격과 게임 데이터와 연결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특정 플레이어가 전투에서 후퇴한 것이 리스크를 싫어하기 때문일까 뛰어난 전략가라서 그럴까? 그들이 팀메이트보다 더 많은 자원을 모은 것이 강박적인 소유욕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이 선택한 게임 캐릭터가 많은 에너지를 충전 받아 최선을 다한 결과일까?

라이엇 게임스가 반사회적 행동을 완화하기 위해 게임에 포함시킨 ‘리포팅 시스템’이 그 답을 줄 수 있다. 이런 ‘리포트’는 게임 안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반칙을 한다든가 상대방을 욕하는 등 반사회적 태도로 행동하는 플레이어는 부정적인 리포트를 받고 협조적이고 도움을 주는 플레이어는 긍정적인 리포트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어릴수록 충동억제력이 약하고 사교술이 형편없으며 쉽게 화낸다. 우리는 어리거나 반사회적 사용자 이름을 사용하는 플레이어가 좀 더 부정적인 리포트를 받고 보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나이가 좀 더 많고 성숙하거나 거슬리지 않는 사용자 이름을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팀메이트와 비교적 긍정적인 교류를 했다. 그렇다면 이런 연구 결과가 게이머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사용자 이름으로 더 많은 주의나 조정이 필요한 플레이어를 파악하면 게이머의 수준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가능성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비디오 게임이 치매나 뇌졸중 같은 신경질환을 모니터하는 방편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연구 결과의 실용적인 적용은 게임의 차원을 뛰어 넘는다. 흥미진진하게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말한다.

- 알렉스 웨이드



[ 필자는 영국 요크대학 심리학 교수다. 이 기사는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처음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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