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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최신원 SKC 회장이 1년 만에 등기임원으로 복귀했다. SK네트웍스는 3월 18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최신원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 소식을 최신원 회장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라구나 비치에서 들었다. 비정부기구인 유나이티드웨이에서 주최하는 백만달러라운드테이블 참석차 출장 중이었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한류(韓流)를 넘어 기부 시스템 자체를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 최신원 회장의 일정을 3월 17일부터 21일까지 동행했다.
21세기에도 원탁의 기사들이 모인다? 영국 통치자 아서 왕과 십여명의 기사들은 6세기 경 원탁(Round Table)에 둘러 앉아 세상을 바꿨다. 엑스칼리버를 휘두르며 카멜롯(Camelot)을 평화롭게 통치했다. ‘카멜롯의 전설’이다.

성 대신 빌딩으로 가득한 21세기에도 원탁의 기사단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구나 비치(Laguna Beach) 소재 몽타주 라구나 비치 호텔의 그랜드볼룸에서 중세 전설이 되살아났다. 물론 과거처럼 갑옷을 입거나 투구를 쓰고 있진 않다. 대신 세련된 정장에 트렌디한 행커치프를 꼽았다. 중세 기사들이 엑스칼리버로 세상을 바꿨다면, 여기 앉은 열다섯 명의 거부(巨富)들은 ‘기부’라는 칼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원탁에 둘러앉은 이들은 비정부기구(NGO)인 유나이티드웨이(United Way)의 리더십위원회(Worldwide Leadership Council) 위원들이다. 마이클 헤이드(Mochael Hayde) 웨스턴내셔널그룹 최고경영자(CEO)를 위원장으로 총 15명이다. 미국인 8명, 비(非)미국인 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아시아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리더십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분초를 쪼개 쓰는 글로벌 기업 총수급 임원들이 이 곳 라구나 비치에 모인 이유는 뭘까. 전 세계 리더들이 기부와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기부자 수를 늘려 주로 교육·소득·보건 분야에서 세상을 바꿔보자는데 이들은 뜻을 모으고 있다.

2009년 포브스 선정 ‘아시아 기부 영웅’으로 선정됐던 최신원 회장은 이제 전세계 고액기부자들에게 유명인사다. 현지에서 내로라하는 백만장자들이 앞 다퉈 최 회장에게 악수를 청할 정도다. 백만달러라운드테이블 개최 전날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 대표 이사로 선임되자 브라이언 갤러거 유나이티드웨이 회장이 다가와 축하 악수를 건네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부 문화가 양적·질적으로 상당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의 리더십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십 수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기부문화가 활성화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기부를 실천하는 국가로 한 단계 올라섰다. 이를 최일선에서 앞장서서 주도한 인물이 최신원 회장이다.

최신원 회장이 3월 19일 현지 연사로 초청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200여명의 고액기부자 앞에서 그는 우리나라 기부문화가 달라진 배경을 공개했다. 특히 다른 연사와 달리 최신원 회장은 유일하게 고화질 동영상을 곁들여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이날 모든 연사 중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자국의 자선활동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골똘히 고민하던 사람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이들은 최 회장의 발표가 ‘비법 전수’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美 토크빌 모델과 우리나라 특성 조합해
최신원 회장은 1억원 이상 기부한 회원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총대표다. 그가 아너 소사이어티에 참여한 2008년. 당시 회원은 최 회장을 포함에 6명에 불과했다. 그만큼 기부문화가 확산하지 않던 시절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은 1109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만 무려 305명이 가입했다. 고작 7년 만에 고액기부자 수를 비약적으로 늘린 셈이다. 세계에서도 유래가 드문 일에 청중의 눈과 귀가 쏠린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처음엔 최 회장도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았다. 사회 지도층이 주도적으로 기부를 하려면 어떤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알렉시스 드 토크빌 소사이어티(Alexis de Tocqueville Society)’란 모델이었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1805~1859)은 프랑스의 정치철학자다. 『미국의 민주주의』란 저서에서 토크빌은 미국식 봉사정신과 공익에 헌신하는 태도를 격찬한다. 그가 강조한 미국 기부·봉사정신을 현대에 다시 일깨우자는 의미에서 ‘토크빌 소사이어티’란 모임이 1984년 미국에서 만들어졌다.

최신원 회장은 토크빌 소사이어티가 고액 기부 프로그램의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토크빌 소사이어티 역시 주로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 이끌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토크빌 소사이어티의 노하우를 적극 차용했다. 예컨대 토크빌 소사이어티가 기부자를 어떻게 예우하는지 눈여겨봤다. 5년간 100만달러(약 10억원) 이상 기부할 경우 밀리언달러 라운드테이블(Million Dollar Roundtable) 회원으로 예우한다. 라운드테이블 회원은 미국프로미식축구(NFL)가 주최하는 축하 만찬에 초대받고,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발자취를 따라 프랑스·벨기에 투어에 참석할 수 있다. “이런 예우를 받으면 기부자가 본인이 기부했다는 사실을 후회할 수가 없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었다.

기부자에 대한 예우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그는 모든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에게 직접 친필로 편지를 쓰기로 했다. 기부자에게 존경심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최 회장은 “평생 모은 재산을 어느 날 기부해버리는 사람도 많다. 이런 사람들의 명예를 높여주는 것이 아너 소사이어티가 할 역할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토크빌 소사이어티는 1억 이상 기부자 명단을 국가리더십연감(National Leadership Book)에 기재한다. 여기에 착안해 최 회장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이름을 명예의 전당에 새기고 있다.

기부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도록 다양한 이벤트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오찬모임·법률 조찬회·토크빌 리셉션 등을 주기적으로 연다. 본인도 모르게 고액 기부자의 역할을 자각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토크빌 모델을 차용한데서 그치지 않았다. 나아가 한국적 특성을 고려한 ‘신(新) 한국형 기부 시스템’을 개발했다. 예컨대 가족 중심 문화인 우리나라의 특성을 고려했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되면 가입식이 열리는데, 이 자리에 꼭 가족을 초대했다. 이 자리 외에도 가족을 초대하는 ‘패밀리 아너스데이(Family Honors Day)’도 정기적으로 개최했다.

덕분에 부부가 동반 가입하거나 부자가 함께 회원이 되는 경우가 늘었다. 우리보다 기부 역사가 긴 국가에서도 드문 일이다. 3월 기준 66쌍의 부부를 포함해 총 182명이 가족 회원으로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 한국의 고액기부자 확산 속도 놀라워”
1억원 이상 기부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전 세계인들이 이제 ‘한국형 기부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15인의 리더십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인 알폰소 빌랄바 뷔페티빌랄바로펌 파트너변호사는 최신원 회장의 발표 이후 개별 미팅을 요청했다. 멕시코에 ‘한국형 기부 모델’을 이식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빌랄바 변호사는 최 회장에게 “멕시코를 포함한 라틴 아메리카 인구 규모를 민족별로 나눠보면 4번째로 큰 인구집단이 한국인”이라며 “멕시코판 ‘아너 소사이어티’를 만들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조언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라틴 아메리카에 한국 아너 소사이어티 열풍이 불게하고 싶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나아가 빌랄바 변호사는 최 회장에게 멕시코 아너 소사이어티의 명예대사직을 요청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즉석에서 요청을 수락했다.

애정 어린 조언도 이어졌다. “잠재적 기부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초청하세요. 사회 지도층이나 정·관계 인사가 관심을 가질 때 기부문화가 확산할 수 있습니다. 이들 중에서 잠재적 고액기부자가 있을 수도 있고요.”

미팅 이후 포브스코리아와 1대1 인터뷰에서 빌랄바 변호사는 “유나이티드웨이 리더십위원회에서 최신원 회장의 통찰력있는 조언은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 인간적으로 고액 기부자들에게 상당한 영감을 준다. 창의적인 고액 기부자 유치 전략 덕분에 자극받는 글로벌 인사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는 기부 영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유나이티드웨이 고위 인사가 모인 현장에서 만난 최신원 회장은 라틴아메리카 등 비아시아 지역에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었다. 그야말로 세계인들에게 ‘기부문화’를 수출하고 있는 셈이다.

- 라구나 비치(미국)=문희철 기자
 [박스기사]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 명부 살펴보니… - 허동수 父子·이희상·류진 회장에 수지·수애·윤아까지
(왼쪽부터) 허동수, 현숙, 류중일, 수지
최신원 회장과 뜻을 함께하는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 ‘아너 소사이어티’에는 저명인사가 다수 동참하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은 아들 허세홍 GS칼텍스 부사장과 함께 부자(父子) 회원이다. ‘사랑의열매’ 배지로 유명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1998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법정 모금·배분기관이다.

GS그룹 오너 일가 중에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은 또 있다. 허동수 회장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작은아버지뻘인 허승조 전 GS리테일 부회장과 허동수 회장의 사촌동생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이다. 이외에도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등이 아너 소사이어티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1억원 이상을 기부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사람들이 많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와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 등이다.

정 전 대표는 지금까지 총 20억원을 기부했다.

스포츠 선수 중에서는 김태균·정근우 한화이글수 야구선수를 비롯해 류중일 삼성라이언스 감독, 진갑용 삼성라이언스 포수, 손승락 넥센히어로즈 투수 등이 1억원 이상을 기부했다. 축구 선수로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 JS파운데이션 이사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있다. 영화배우 수애 씨와 가수 수지, 윤아(소녀시대), 인순이, 현숙 씨도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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