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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드 | 끝나지 않은 저우샤오촨의 ‘SDR 공정’] 달러에 맞설 힘은 부족하고 달러 그늘에선 벗어나고 싶고

[차이나 인사이드 | 끝나지 않은 저우샤오촨의 ‘SDR 공정’] 달러에 맞설 힘은 부족하고 달러 그늘에선 벗어나고 싶고

중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명실상부한 전 지구적 통화로 실체화하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014년 10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IMF 본부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왼쪽)와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가 미소를 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여전히 낯선 이 단어는 앞으로 국제 금융계에서 더 자주 거론될지 모른다. 지난해 중국 위안화의 SDR 바스켓 통화 편입을 놓고 흔히들 ‘위안화의 국제화 행보’나 ‘준비통화반열에 오른 위안화’ 정도의 의미를 부여했다. 틀린 것은 아니나 이게 전부는 아니다. 중국은 유명무실한 이 가상 통화를 현실 세계에서 명실상부한 전 지구적 통화로 실체화하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공정은 이미 7년째 진행 중이다.



7년전 그날:
돈에는 눈과 귀와 입이 달렸다. 말하는 자, 보는 자, 듣는 자를 불러 모으다 보니 돈은 늘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물론 미담보다는 추문이나 음모론이 더 많다. 2007년 이후 이란이 유독 미국으로부터 가혹한 경제 제재를 받았던 배경에는 원유 수출 대금을 달러에서 유로·금·위안 등으로 다 변화하겠다며 이른바 달러에 대한 불경죄(?)를 범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2011년 5월 한·중·일 삼국이 서로의 무역대금을 자국통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추진했더니 6개월 뒤 미국이 ‘Pivot to Asia’ 전략을 들고 나와 중국을 봉쇄하고,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 수립을 지원했다는 이야기. 성추문으로 물러난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전(前) IMF 총재의 낙마 배경에는 ‘달러가 아닌 SDR을 기축통화로 활용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이 발목을 잡았다는 이야기 등등.

이들 음모론 뒤에는 결제통화, 즉 기축통화가 자리하곤 했다. 그만큼 화폐가 많은 것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장황한 음모론을 열거한 이유는 중국이 진행 중인 SDR 공정과 이후 전개될 국제적 사건이 다양한 설(說)로 윤색될 수 있어서다. 허나 모두에서 밝혔듯 중국이 모색하는 SDR 범용화는 단발적 이벤트가 아니며 상당히 긴 시간을 들여 준비해온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음모라기보다 한바탕 격론과 마찰일지 모른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작년 11월 17일 인민은행 금융연구소의 야오위둥 소장과 사회과학원의 양타오 연구원은 공동으로 현지 언론에 ‘디지털 SDR을 만들자’는 칼럼을 게재했다. 주요 골자는 이렇다. ‘IMF는 디지털 SDR, 즉 e-SDR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SDR이 진정한 기축통화로서 전 세계 금융시장과 지급결제 시스템에서 더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전자화폐 버전의 SDR은 글로벌 통화 시스템이 현재 안고 있는 결함을 개선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 지금의 금융시스템은 이머징의 부상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 준비통화의 공급은 특정 나라의 경제정책과 분리돼야만 한다.’

이들이 말하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중대한 결함이란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변경 때마다 글로벌 유동성과 세계 경제, 특히 신흥시장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던 것을 의미한다. 미국 달러에 주어진 ‘터무니없는 특권’에 비해 미국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는 비난과 같은 맥락이다. 이 칼럼은 작년 11월 14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사실상 위안화의 SDR 편입을 선언한 직후 나온 것이다. 위안화가 준비통화 반열에 오르는 게 굳어진 상황에서 이들은 왜 이런 주장을 편 것일까.

이 칼럼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는 7년 전, 그러니까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창이던 그해 봄부터 인민은행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는 달러 기축 통화 시스템의 폐단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주장을 줄기차게 폈다. ‘SDR의 역할을 대폭 늘려야 한다. 여기에는 SDR의 결제기능도 포함된다. SDR과 여타 통화 사이에 결제시스템을 구축하고, 상품 교역에서 SDR의 활용도를 증진시켜야 한다. 금융거래에서도 마찬가지다. SDR로 투자할 수 있어야 하며, 원자재 가격과 선물가격도 SDR로 책정되게 해야 한다.’

쉽게 말해 배럴당 40 달러가 아닌 배럴당 40SDR로 거래되는 원유시장, 한 국가의 무역흑자가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가 아닌 100억 SDR어치 무역흑자를 냈다로 인식되는 세상을 만들자는 구상이다. 최근 야오위둥과 양타오의 칼럼은 7년 전 저우총재의 이런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저우 키즈’들의 SDR 범용화 주장이 다시 메아리 친 것은 ‘위안화의 SDR 편입은 완료형이 아닌, 2009년 저우샤오촨 구상의 시작점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G20 코뮤니케에 등장한 SDR:
그리고 지난 2월 말 상하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에선 저우의 구상은 마침내 국제 협의 과제로 채택됐다. G20 코뮤니케(성명서) 다섯번째 문항에 ‘SDR 활용도 증대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지지한다’는 문구와 함께 후속 과제중 하나로 ‘오는 7월까지 IMF의 SDR 활용 증대 가능성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기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7월까지 IMF는 SDR 활용도 확대 방안을 검토해 보고해야 하며 중국은 이를 기반으로 G20 내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생각인 거다.

그리고 지난 3월 24일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저우 총재는 작정한 듯 자신의 지론, 즉 단일 국가의 화폐를 기축통화로 삼으면서 발생하는 한계에서 벗어나려면 SDR의 역할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중국은 G20 의장국이다. 오는 9월로 예정된 항저우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이 이슈를 다시 한번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한 뒤, 새로운 국제 통화체제가 자리 잡기까지 대략 15년의 세월이 걸렸다. 이는 격동의 1970년대를 보낸 세계가 금태환에 기초한 달러 시스템에서 사실상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한 달러 본위 시스템으로 이동한 과정이었다. 지금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 즉 달러를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내용상 미국 국채다. 중국은 이제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중국의 편입으로 SDR 구성통화는 이제 전 세계 GDP의 60%가량을 커버하게 됐다. 한 나라의 국채가 아닌 나름의 보편 담보에 기반한 SDR이야 말로 진정한 세계 통화의 자격을 갖춘 게 아닌가’라고.

중국의 이러한 생각 속엔 미국 연준과 달러의 독주 체제가 아닌, IMF 상임이사국과 SDR로 표현되는 집단지도 체제라는 구도가 자리하고 있을 거다. 이는 중국이 IMF의 지배구조 개혁을 주장하며 이머징의 지분율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하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한다.

그런데 위안화 국제화를 강조하는 중국이 SDR 범용화를 함께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달러에 맞설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준과 달러의 지배에서는 자유롭고 싶다. 그러니 SDR을 통해 다국적군을 끌어들이고 있다. 당장의 현실에서는 중국의 SDR 범용화 주장과 이와 관련한 국제적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미국 연준 역시 어느 정도 분위기를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 오상용 글로벌모니터 에디터

SDR: 1969년 IMF가 도입한 가상통화다. 고정환율제를 보완하기 위한 도입한 일종의 준비자산이다. 회원국은 IMF 출자지분만큼 SDR을 배분받는다. 외환위기시 보유한 SDR만큼 SDR 바스켓 통화(달러·유로·파운드·엔 등)로 바꿔 인출할 수 있어 말 그대로 특별인출권이다. 2015년 3월 말 현재 창출된 SDR은 2040억SDR이며 달러로 환산하면 2800억 달러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SDR이 차지하는 비중은 2%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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