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중요한 행사를 ‘프라이빗’하게 치르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경복궁과 창덕궁의 사이, 600년 서울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북촌에 이런 사람들을 위한 장소가 있다. 고궁촬영 전문 한옥스튜디오 ‘예담헌’이다.

‘프라이빗(private)’.

리조트·파티·호텔·여행·예식 등에 럭셔리(luxury)라는 수식어가 붙기 위해서 빼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다. 바로 ‘사적인’이란 단어다. 대부분의 럭셔리 레저와 고급 행사는 ‘프라이빗’이라는 조건이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가정의 기념일도 ‘프라이빗’하게 치르는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경복궁과 창덕궁의 사이, 600년 서울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북촌에 이런 사람들을 위한 장소가 있다. 고궁촬영 전문 한옥스튜디오 ‘예담헌’이다.

예담헌의 특징은 한옥과 고궁, 한복 등 우리나라 전통적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살린 보기 드문 장소라는 점이다. 기존 사람이 살던 집을 스튜디오로 꾸며, 한옥 특유의 단아하고 아담한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작지만 아늑한 한옥은 특히 볕이 잘 든다. 마당 한구석에는 반송이 자리 잡고 있고 제철을 맞은 꽃들이 서로 시샘하듯 피어있다. 마당은 디딤돌 하나까지 오래된 맷돌을 박아서 더욱 정겹다. 처음부터 스튜디오를 생각하고 지었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디테일이다.

예담헌 내부는 물론 바로 인접한 조선 후기 흥선대원군의 사가(私家)였던 ‘운현궁’이나, 민속문화제 제22호 ‘백인제가옥’, 그리고 사적 제123호인 조선시대 궁궐 ‘창경궁’에서도 촬영이 가능하다. 이런 곳에선 아무래도 한복이 어울릴 수밖에 없다. 한옥에 어울리는 색감의 한복 치마는 바이올렛과 그린, 핑크 계열이다. 저고리는 화이트와 그린, 아이보리 계열이 어울린다. 예담헌은 고급 맞춤형 수제 한복으로 유명한 ‘강앤리한복’을 다수 보유해 무료로 대여한다.

예담헌은 특히 럭셔리한 소품들이 돋보인다. 사실 예담헌 내부 소품은 모조품이 거의 없다. 창호지를 바른 한옥 창문 앞에서는 자연채광을 활용해서 가장 자연스러운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창가신이 잘 나오려면 햇살이 좋은 날이 좋겠다.

예담헌에서 격조 있는 분위기를 내는 숨은 공신은 큼직한 병풍이다. 병풍 안에는 생명력을 상징하고 기뻐하는 그림이 힘찬 붓놀림으로 담겨 있다. 사실 병풍은 온라인에서도 많이 구할 수 있다. 대부분 화려하지만 촌스럽거나, 너무 가벼워서 싸구려라는 느낌이 안들 수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예담헌에 설치된 병풍은 생명력과 설렘을 모두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과장되거나 촌스럽지 않다. 나아가 공간의 절제와 차분한 고요까지 한옥 내부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예담헌에서는 피사체들이 행복해하는 순간에 처마를 통과하는 햇살과 그림자, 애정 가득한 그 공기의 느낌까지 단 한 장에 다 담아낸다. 한 여름이 오기 전에 제대로 지은 우리의 한옥에서 제대로 된 전통 한복을 갖춰 입고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가지는 호사를 누리는 것도 좋을듯하다.

- 박보미 아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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