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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한 미국의 여성부호’ 26위 | 케이시 필즈와 케이티 로덴

‘자수성가한 미국의 여성부호’ 26위 | 케이시 필즈와 케이티 로덴

피부과 의사인 케이티 로덴과 케이시 필즈는 크게 성공을 거둔 두 개의 피부관리 브랜드와 파격적인 다단계 마케팅 방법으로 110억의 부를 쌓았다.멋지게 차려 입은 1만 명의 여성이 텍사스 오스틴 컨벤션 센터에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어두운 실내를 디스코 조명이 화려하게 수놓는 가운데 케이시 필즈(Kathy Fields·58) 박사와 케이티 로덴(Katie Rodan·60) 박사가 입장했다. 반짝이는 장식이 달린 검은 드레스를 입고 손을 잡은 채 무대 한가운데로 들어서는 두 사람의 모습이 눈부셨다. “주름 해결사들!” 로덴이 입 주변에 손을 모은 채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소리쳤다. “판을 바꿀 준비가 됐습니까?” 라고 외치며 춤을 췄다. 그 모습에 청중들이 들떠 환호했다.

필즈와 로덴은 지난해 9월 열린 연례 로덴앤필즈(Rodan+Fields) 노화방지 피부관리 제품 컨벤션에 모인 사람들에겐 대스타였다. 하지만 이것이 두 박사의 첫 제품성공 스토리도 아니고 직업도 아니다. 10년도 더 된 로덴앤필즈의 역사는 2002년 두 피부과 의사가 합심해 ‘프로엑티브(Proactiv)’라는 여드름 치료제를 선보이며 시작됐다. 두 사람은 현재도 일주일에 이틀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Bay Area)에 있는 각자의 병원에서 흰 가운을 입고 찾아오는 환자를 치료하기에 바쁘다. 어떤이들은 진료를 받으려면 2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로덴앤필즈 피부관리회사는 이름만 널리 알려진 기업이 아니라 두 사람의 발랄한 성격, 파운데이션을 하지 않은 맑은 피부, 긴밀한 협력과 자수성가한 점 등 때문에 15만 로덴앤필즈 독립 ’컨설턴트’들에게 영감이 되는 필즈와 로덴 그 자체를 상징한다. 두 창립자는 컨설턴트들에게도 본인들과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창업가들에게 힘이 됩시다” 라고 말하는 로덴은 특히 자신의 아버지에게서 배웠다는, 비상식을 배제한 판단력(no-nonsense)을 설파했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많은 사람들 특히, 그런 기회가 없었던 여성들에게 그 점을 확실하게 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을 파는 로덴앤필즈 피부관리회사
로덴앤필즈는 노화방지크림의 매력 그 이상을 홍보한다. 여성들에게 누구든지 경제적 독립과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전달한다. “여성들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고 필즈는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로덴앤필즈를 판매하는 여성 중 대부분에겐 그런 경제적 성공은 요원한 꿈이다. 2015년 공개된 소득 내역에서 독립 컨설턴트의 42%는 소득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이 두 사람의 성공에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지난 6년간의 수익은 2010년 2400만 달러에서 2015년 6억 2700만 달러로 연평균 93% 성장했다. 필즈와 로덴은 의사가 본업이며 사업가는 아니라고 답했지만, 한 개도 아닌 두 개의 수익 높은 스킨케어 브랜드 성공으로 2년 연속 포브스 미국 자수성가 여성부호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 박사의 각각의 순 자산은 2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제는 부업을 세계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마이애미 의과대학 졸업 후 1984년 스탠포드에서 피부과를 전공한 케이시 필즈는 재학 당시 흰색치마에 굽 높은 핑크 펌프스를 신었다. 당시 다른 학우들은 철 지난 셔츠에 주름진 면바지를 입을 때였다. 스탠포드 전공의 시절 동료 중 유일한 예외가 있었다. 바로 케이티 로덴이었다. LA의 USC의대 출신인 로덴은 “나는 라인스톤(모조다이아) 로덴으로 불렸다”며 “그 한마디가 모든 걸 말해 준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패션감각도 비슷했던 둘은 금새 친해졌고 전문의 시험을 함께 준비하면서 사이가 돈독해졌다. 남자의사 일색인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서 각자 일하면서도 친구관계를 유지해왔다.

1989년 유난히 길었던 하루를 마친 후 로덴은 자신이 처방할 수 있는 새로운 여드름 치료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로덴은 필즈에게 제일 먼저 연락했다.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여드름 치료제 부족에 답답함을 느꼈지만 제약 회사 측은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기엔 관련 시장이 너무 작다고 답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강한 화학물질을 사용해 효과 없는 국소치료 정도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건 마치 치과의사가 ‘이를 모두 닦지 말고 썩은 이 하나만 닦으세요’라고 하는 것과 같은 거죠. 우리 같은 피부과 의사에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필즈는 말했다.

피부과 의사로서 보는 스킨케어 시장의 간극과 그 간극을 메우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특히 본업을 유지하면서 부업을 성공시킨다는 건 더욱 어렵다. 두 사람은 피부과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믿었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관련시장을 잘 알고 있었다”라고 필즈는 덧붙였다. 하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정말 힘들게 헤쳐나가야 했다.

조언을 얻기 위해 주변에 사업한다는 사람은 모두 만났는데 그 중엔 로덴의 남편이자 하버드 M.B.A. 출신 암논(현재 로덴앤필즈 이사회 회장)도 있었다. 한번은 얼굴 마스크 팩 제조 노하우가 여드름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 피부미용 전문가를 만났는데 그는 어안이 벙벙한 반응을 보였다. 그때 로덴과 필즈는 정작 필요한 사람은 화장품 연구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즉시 관련 전문가를 컨설턴트로 영입했다.
 여드름 치료제 개발 회사 설립해 50대 50 동업
그리고 1990년에 두 사람은 5항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여기에는 여드름 치료제 개발을 위한 회사설립에 있어 “50대 50 동업자”임을 명시했다. 로덴의 집안 사무실 벽에 걸려있는 소박한 액자 속 계약서는 두터운 우정을 기반으로 이뤄진 사업협력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목표가 같다”고 필즈는 말했다. “이건 우리가 얼마나 다른 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닮았는지는 보여주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한 팀으로 일한다. 1994년 필즈가 힘든 임신기를 보내느라 누워있을 때 로덴이 필즈의 빈자리를 채웠고 프로엑티브 관련한 일을 모두 처리했다. 만난지 32년된 두 사람은 여전히 친하고, 둘만 아는 농담에 웃으며, 무슨 말을 할지도 아는 사이다. 샌프란시스코 로덴앤필즈 본사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고 사진 촬영은 함께 임하는데 주로 흰 가운을 맞춰 입고 찍은 모습이다.

둘은 늘 함께였지만 큰 자금은 없었다. 계약서에는 “50달러 이상의 지출에 대해서는 사용 전 양 측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초기 제품에 100달러를 투자하고 예산초과 된 적도 있었다. ”남들이 봤을 땐 우린 파산상태나 다름없었다. 정말 얼마 없는 계좌를 털어 제품을 출시했다”고 필즈는 말했다.

로덴의 친구이자 마케팅 연구원인 주디 로프만이 초기제품 테스트를 도왔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제품의 첫 테스트를 정말 긴장하며 지켜봤다. “졸업 이후 우리에겐 가장 중차대한 일이었다”라고 로덴은 말했다. 처음 반응은 좋지 않았다. 향과 감촉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이후 로덴과 필즈는 의학적인 부분에만 몰두하지 않고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여드름 치료 성분은 그대로 담은 고급화장품을 생산하는데 주력했다.

“마치 쥐들의 미로 같았다. 계속 어둡고 막다른 길에 봉착하고 정말 많은 실패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버텼더니 결국 성공이 있었다.” 필즈는 말했다. 로덴의 주방에서 저녁과 주말에 여러 가지를 상의했는데 “케이티의 주방(Katie’s Kichen)을 회사이름으로 할 순 없어!”라고 한 적도 있다고 필즈가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주변 친구나 조언자들 외 타인에게는 제품에 대해 함구했다. 아이디어가 도난될 걱정도 있었지만 피부과 의사로서의 명성에 해가 될까 우려한 점도 있었다.

1993년, 두 사람은 첫 제품 프로엑티브를 화장품 대기업에 판매하고자 뉴트로지나에 가져갔다. 거의 일 년 후 1994년, 뉴트로지나 회장 앨런 커츠만은 뉴트로지나가 인수한다면 ‘정보광고’방식으로 시장에 내놓겠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경악했다. “그 회장은 우리를 그 정도로 저급하게 본 거야? 우리는 그 보다는 훨씬 뛰어난 여자들이고 스탠포드 출신이야. 정보광고는 하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다고 로덴은 회상했다. 필즈 역시 “그 회사는 역겨웠다”고 덧붙였다.’
 저스틴 비버도 사용한 첫 제품 프로엑티브
얼마 후 뉴트로지나는 거절했다. “끝났어. 50달러짜리 수표들만 날린 거야. 이제 어쩌지?”로덴이 울상으로 필즈에게 얘기했던 기억을 꺼냈다. 필즈는 “그게 유일한 희망이었어요. 왜냐면 우리는 사업가가 아니라 의사였기 때문이죠.” 라고 했다.

사실 뉴트로지나로부터 크게 얻은 게 있었다. 바로 그 “저급”하지만 강력한 마케팅 계획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학회에서 로덴의 모친이 구시랜커 정보광고회사 공동설립자의 이모를 만났고 소개를 주선해서 미팅이 시작됐다. 1995년 필즈와 로덴은 구시랜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5년간 3만 달러를 직접 투자했다. 외부 투자는 받지 않았다. 구시랜커는 마케팅과 유통을 맡았고 두 사람에게 판매액의 15%를 로열티로 지불했다. “우리는 지적재산권과 프로엑티브 상표를 넘겼다. 고문 자격으로 참여했다”라고 필즈는 설명했다. 시기가 적절했다. 1984년에 연방 통신위원회는 방송규제를 완화했고 정보광고 붐이 일면서 구시랜커같은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

프로엑티브는 구시랜커에서 가장 성공적인 제품 중 하나로 급부상 했다. 회사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저스틴 비버와 바네사 윌리암스 등 연예인들의 사랑을 받으며 2015년 매출 10억 달러를 기록했다. 온라인과 미국 전역의 쇼핑센터 키오스크를 기반으로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3월 구시랜커는 프로엑티브의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해 레슬레와 손잡았다. 계약 조건의 일부가 필즈와 로덴의 남은 권리 양도였고 이로써 두 사람이 받은 금액은 포브스 추정 5000만 달러 이상이다.

프로엑티브 첫 계약에 서명한 후 필즈와 로덴은 평범한 의사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전공의 시절 들었던 “취미가 있어야 한다. 평생 여드름과 무사마귀 치료만 하다 끝난다”라는 주위의 조언을 계속 생각했다. 두 사람은 피부관련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우리한테 원동력이 된 건 그것 뿐이었다. 사업이나 공직은 생각한 적이 없다” 라고 필즈는 말했다.

두 사람은 주변에서 주름을 걱정하는 연령층이 점점 낮아진다는 것을 느꼈다. TV 광고만 하지 않는다면 다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구시랜커와의 계약 조항은 두 사람으로 하여금 다른 시장에 눈을 돌리게 했다. 바로 노화방지였다. 저녁에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서 새로운 제품연구를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2002년에 로덴앤필즈 라인을 출시했고 백화점에서 판매했다. 이듬해 화장품 대기업 에스티 로더가 미공개가로 브랜드를 사들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에스티 로더가 주력하는 건 기존 인기 제품라인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고 로덴앤필즈 제품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답답했던 필즈와 로덴은 뉴스킨 같은 직접판매 회사를 연구했고 로덴앤필즈 파티를 열어 직접 판매 효과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로스엔젤레스 TV방송에서 그 파티를 취재했고 직접판매에 관해 저녁시간대 뉴스에서 두 사람을 인터뷰 했다. 방송 이후 함께 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필즈와 로덴은 2007년 8월 브랜드를 다시 사들였다. “우리는 제품의 효과를 믿었고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걸 확신했기 때문에 멈출 수 없었다”라고 필즈는 말했다. 이후 로덴 앤필즈 제품은 다단계 마케팅 구조를 취했다.

예를 들어 컨설턴트는 본인의 판매 수익과 자신이 모집한 사람들의 판매수익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디지털 시대 다단계 방식이다. 필즈와 로덴은 “공동체 상거래”라고 칭하길 원했다. 판매자가 창고에 물건을 쌓아놓고 파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SNS를 통해 전세계에 로덴 앤필즈를 알린다. 전통적인 파티 방식에서 벗어나 판매자가 가상의 페이스북 이벤트를 열거나 실시간 동영상 재생 앱 페리스콥(Periscope)에 제품을 홍보한다.

컨설턴트가 판매하는 고가의 노화방지 제품은 성인 여드름·주름·자외선 피부 손상·민감성 피부 4가지 라인이다. 두 달치가 소매가 160~190달러에 판매된다. 프로엑티브처럼 클린저, 토너, 크림을 포함한 여러 단계로 구성돼있지만 프로엑티브과 같이 일반의약품으로서 FDA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FDA 일반의약품 지침을 준수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필즈와 로덴이 거의 모든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실질적 운영은 최고경영자인 다이엔 디에츠(Diane Dietz)가 맡고 있다. 이사회 임원인 두 사람은 대외홍보나 신제품 개발 고문직에 집중 할 수 있다. 로덴앤필즈 직원들에게 답답했던 적이 한 번 있었다. 제품 출시를 코앞에 두고 자신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이다. 소비자 보호단체 측은 다단계 마케팅이 피라미드식 다단계 방식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마케팅 전문가 앤서니 마일즈는 “다단계 판매방식이 불법은 아니지만 비도덕적인 수위까지 진화했다”며 “팀의 상위판매자가 하위판매자는 누릴 수 없는 기회를 얻으며 본인의 실적만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단계 방식으로 컨설턴트 네트워크 구축
필즈와 로덴은 정보를 제공하는 광고 ‘인포머셜(infomercial)’이 아닌, 감성에만 호소하는 기존 사업 모델과 분명히 선을 긋기 위해 노력한다. 디지털 채널에 집중하고 긴밀히 연결된 컨설턴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로덴앤필즈는 다른 다단계 회사와 구분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로덴앤필즈가 기업에서 성공적 커리어를 쌓으며 다단계 마케팅에는 관심을 두지 않을 고학력 여성에게 독립적 기업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성공한 컨설턴트들은 두 명의 의사 필즈와 로덴을 존경하며 자신들의 성공 스토리가 로덴앤필즈 사업모델을 정당화시켜 준다고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컨설턴트 대다수는 그렇게 많은 수입을 올리지 못한다. 캘리포니아주 그래니트 베이에 거주하는 전업주부 로빈 그래블린(Robin Gravlin·53)도 그랬다. 2009~2011년까지 로덴앤필즈 컨설턴트로 활약했던 그래블린은 여유시간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파트타임 자리를 찾다가 로덴앤필즈를 알게 됐다. 그녀는 컨설턴트로 일하는 동안 일주일에 20시간을 근무하고 매달 100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2년 후 그녀에게는 오히려 3000달러의 손실만 남았다. 마케팅 자료, 출장, 홍보 행사를 위한 샘플 구매 등으로 지출한 경비였다. “제품은 확실히 좋다. 그러나 그걸 파는 일은 누구에게도 권하고 싶지 않다”고 그래블린은 말했다.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한 사람이 훨씬 많다고 본다. 쉬운 일처럼 광고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실패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 뛰어드는 건 잘못된 행동이 아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드시 인지하고 들어가야 한다. 집요하게 물어보자 필즈와 로덴은 컨설턴트 일이 결코 쉽지 않으며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사람은 극소수라고 재빨리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컨설턴트들이 온라인이나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사업기회를 홍보할 때에는 이런 재무적 현실이 가려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로덴앤필즈가 마케팅으로 자주 사용하는 페이스북 온라인 이벤트만 해도 그렇다. 컨설턴트들은 이벤트 페이지에 자신의 경험담을 올리며 참여를 권유하고, 참가자들은 새로고침을 하며 새로 업로드된 자료를 살펴보는 자리다. 지난 4월에 열린 이벤트 제목은 “로덴앤필즈 올인”이었다. 슬라이드에는 로덴앤필즈 컨설턴트가 되는 일이 얼마나 간단한 지 강조하는 문구가 있다. “제품으로 세수하고 느낌을 말하면 돈을 받습니다. 그만큼 간단하죠!” 다른 슬라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야기한 것처럼 많은 사람이 정규직 연봉을 벌고 있습니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컨설턴트 중 연수입으로 환산했을 때 최소임금 이상을 버는 사람은 전체의 2%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빠져 있다.

이런 면에서 로덴앤필즈 또한 다른 다단계 마케팅 업체와 크게 다를 게 없다. 애드보케어(AdvoCare)와 누스킨(Nu Skin) 등 16개 다단계 업체가 공개한 수입 내역을 조사해 보니, 컨설턴트 중 연간 총수입이 최소임금을 초과한 사람은 전체의 평균 3%밖에 되지 않았다. 90% 가까운 컨설턴트가 한 푼도 돈을 벌지 못한 회사도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컨설턴트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 많은 사람을 컨설턴트로 모집해 그들이 이룬 매출에서 커미션을 받아가는 것뿐이다.

몬태나주 보즈맨(Bozeman)에 사는 브리짓 카바나(Bridget Cavanaugh)는 보기 드문 파워셀러 중 한 명이다. 홍보회사 중역으로 일했던 카바나는 2009년부터 로덴앤필즈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밑에 있는 컨설턴트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5000명이나 된다. 최고 등급 판매자 반열에 오른 카바나는 2010년 이후 나파 밸리, 마우이, 파리, 방콕 등지로 의사들과 함께 떠나는 포상 여행에 초대됐다. 남편과 자식까지 함께 초대된 적도 있다. “우리 가족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카바나가 말을 쏟아냈다. “아이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사업가로 활동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믿기 힘들 정도로 보람차다.”
 아시아의 거대한 스킨케어 시장 노려
이렇게 초긍정적인 마케팅 덕분인지 매년 로덴앤필즈 세일즈 컨설턴트 지원자 수도 늘고 있다. 2008년 로덴앤필즈가 다단계 마케팅으로 업종을 바꿨을 때 1350명에 불과했던 컨설턴트 수는 현재 15만 명까지 늘었다. 이런 급성장은 다단계 마케팅 쪽에서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생계에 거의 확실히 도움 되지 않는 덧없는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자원하는 사람을 다 찾아내면 시장은 포화된다.

포화 상태에 직면했을 때 돌파구가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해외시장 진출이다. 다단계 마케팅의 어머니라 할 수 있는 암웨이의 경우 100개국 이상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미국을 제외한 해외시장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로덴앤필즈 또한 이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국내시장에도 성장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2015년 2월 캐나다에 진출한 회사는 같은 해 예상 수익의 300%를 달성했다. 2017년에는 호주에 진출하고, 그 다음에는 아시아의 거대한 스킨케어 시장을 눈 여겨 보고 있다.

습관처럼 나란히 앉아 글로벌 사업 확장을 논의하는 필즈와 로덴의 모습을 보니 속도를 늦출 생각은 조금도 없어 보였다. 환자 진료업무 이외에도 둘은 스탠포드 의과대학원에서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고 로덴은 말했다. “해변에 앉아 있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어쨌든 피부에도 안 좋으니까!”

- KATE VINTON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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