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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라 김진면 사장 & 정구호 CD(Creative Director)

휠라 김진면 사장 & 정구호 CD(Creative Director)

“젊어져야 한다.” 지난해 10월, 김진면(60) 휠라코리아 사장이 휠라(FILA)의 브랜드 리뉴얼을 선언하며 한 말이다. 7개월이 흐른 지난달 26일, 휠라의 변모 전략을 묻는 질문에 김진면 사장은 “버버리(BURBERRY)처럼”이라고 답했다. 김진면 사장과 그가 십고초려 해 모셔왔다는 정구호(51) CD를 서울 이태원동에서 단독 인터뷰했다.
김진면 사장(왼쪽)은 “브랜드 가치를 어느 정도 끌어올린 이후 내년 가을쯤 일반 매장에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구호 CD는 “휠라에 특별한 스토리를 입혀 핫하고 트랜디한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전 이태원동의 휠라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사진 촬영을 했다. 두 사람은 서로 인사를 건넨 후 아무 말 없이 카메라만 응시했다. “눈빛만 봐도 아니까 굳이 말을 많이 안 합니다.” 김진면 사장의 말에 정구호 CD(Creative Director)는 빙그레 웃었다. 두 사람은 제일모직에서 구호, 빈폴의 브랜드 리뉴얼을 함께 진행했다.

김진면 사장은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는 휠라의 명패”라고 소개했다. 지난 4월 22일 오픈 당시 윤윤수 휠라 회장은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생겼다. 올해 10월 글로벌 미팅 참석자들을 모두 데리고 방문할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스타일리시 퍼포먼스’를 브랜드 콘셉트로
하지만 당시 이태원 매장은 한산했다. 이유를 묻자 김 사장은 “고객 타깃층을 낮추는 과정”이라면서 “버버리처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 버버리 CEO로 취임한 로즈마리 브라보(Rose Marie Bravo)는 버버리 브랜드 혁신을 주도하며 제품 핏을 줄이고 10대 모델만 기용했다. 자연스레 중장년층 고객은 이탈했고 대신 소비를 주도하는 젊은 고객이 늘었다. 휠라 역시 같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기에 고객 이탈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것이다. 버버리와 휠라의 닮은 전략은 또 있다. 로즈마리 브라보는 로베르토 메니체티(Robert Menichetti)를 데려와 프리미엄 라인 ‘버버리 프로섬(BURBERRY PROSUM)’을 만들었는데 휠라 역시 정구호 CD가 휠라의 상위 브랜드 ‘휠라 오리지날레(FILA ORIGINALE)’를 만든 것. 버버리는 브랜드 리뉴얼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1992년 설립된 휠라코리아는 2007년 이탈리아의 휠라 본사를 인수할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이상조짐이 감지됐다. 해외사업을 포함한 매출 규모는 2012년 6704억 원에서 2014년 7974억 원으로 계속 늘었지만 같은 시기 국내 사업은 4238억 원에서 3974억 원으로 계속 줄었다. 위기를 감지한 윤윤수(71) 휠라코리아 회장은 1991년 창립 후 처음으로 김진면 사장을 외부 영입 CEO로 발탁했다. 김진면 사장은 취임 한 달 뒤인 지난해 5월 제일모직에서 구호, 빈폴의 브랜드 리뉴얼을 함께 담당했던 정구호 디자이너를 휠라 최초의 CD로 영입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김 사장은 “낡은 휠라를 젊고 역동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만난 정구호 CD 역시 “브랜드는 길어야 5년이다. 나이키가 선전하는 이유는 계속해서 스포츠에 다양한 패션, 기능을 추가하며 식상하지 않도록 노력을 한 때문”이라며 “휠라도 낯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휠라는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허물어진 ‘애슬레저’ 흐름에 맞춰 ‘스타일리시 퍼포먼스’를 브랜드 콘셉트로 내걸었다.

휠라는 2월 신세계백화점 마산점을 시작으로 대형 매장 9곳을 열었다. 백화점은 100㎡(약 30평), 거리매장은 265㎡(약 80평) 정도를 대형매장으로 분류한다. 9번째 매장은 휠라코리아가 9년 만에 직영점을 연 서울 이태원동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대형매장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늘리는 게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에 정 CD는 “브랜드 리뉴얼은 ‘차근차근’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어느 순간 ‘와우’하고 놀라도록 속도를 높였다”고 했다. 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장은 줄였다. 지난해 12월 711개였던 휠라 매장은 올해 3월까지 645개로 10% 가까이 사라졌다. 아웃도어 사업도 지난해 철수했다.

휠라는 또 지난 3월 서울 한남동에 이어 5월에도 삼청동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다양한 밴드 공연을 겻들인 행사를 진행했다.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 부근에는 별도 공간을 마련해 휠라 리미티드 에디션 ‘휠라 블랙’을 전시해 두고 연예인 등 유명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정구호 CD는 “요즘 젊은 층에게 명품은 에르메스가 아니라 스포츠 브랜드의 한정판 제품”이라면서 “휠라에 특별한 스토리를 입혀 핫하고 트랜디한 브랜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휠라는 6월 중순에 문을 열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강남점 매장을 앞선 활동의 성과로 보고 있다. 단일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40평 규모로 입점하게 됐기 때문이다. 휠라의 변화를 지켜보던 해외 유통업계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 고급백화점인 노스트롬(Nordstrom),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에도 입점하게 됐고 유럽에서도 매장 입점을 문의하고 있다. 정구호 CD는 “패션 브랜드 리뉴얼을 10번 정도 경험했다. 최소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더라”면서 “휠라는 반응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휠라 측은 15~35세 신규 소비자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올해 3월은 107%, 4월은 325%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휠라의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682억 원, 6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각각 22%, 77% 감소했다.
 320명 직원과 도시락… 공감 미팅
김 사장은 “당장은 매출이 아니라 브랜딩에 집중할 것”이라 말했다. 휠라는 젊은 층에 반응이 좋다는 프리미엄 브랜드 휠라 오리지날레 제품을 일반 대리점엔 공급하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브랜드 가치를 어느 정도 끌어올린 이후 내년 가을쯤 일반 매장에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진면 사장은 취임 직후 320명 직원과 1:1 또는 팀별 도시락 미팅을 가졌다. 첫 외부영입 CEO인 만큼 기존 조직과 잘 어우러지기 위해서다. 김 사장은 “기업 혁신은 리더가 아니라 조직이라야 가능하다”면서 “도시락 미팅 말고 공감 미팅으로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정 CD는 대외활동이 많다. 서울패션위크 총감독, 평창 동계올림픽 연출, 한국무용 연출 등 맡은 직책이 다양하고 굵직하다. 주변의 우려에 대해 “그래도 14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던 삼성 시절에 비하면 적다”면서 “내가 활동을 많이 하는 만큼 휠라의 브랜드는 널리 알려지니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항간엔 두 사람이 제일모직 출신이란 점 때문에 ‘휠라코리아에 어떤 방식으로든 삼성의 전략이나 문화를 접목 시킬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삼성의 체계적인 시스템 즉 직원 교육, 성과보상 같은 인사관리를 배운 대로 적용했고 직원들이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제일모직과의 차이점에 대해선 “업무 권한을 많이 받았지만 주인의식은 똑같다”고 했다.

- 글 유부혁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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