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듀퐁 클래식에 새긴 그의 스토리(5)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
S.T.듀퐁 클래식에 새긴 그의 스토리(5)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는 1년에 한 달은 단식과 함께 독서를 하고 듣기만 한다. 15년간 그가 발행인으로 살면서 재충전한 방법이다. 김학원 대표는 10년 동안의 편집자 생활을 거친 후 2001년 출판사를 설립해 올해까지 15년 동안 발행인과 대표를 겸하고 있다. 그 동안 휴머니스트에서 출간한 책은 1000여종, 저자는 1800명이다. 이 중 1만부 이상 팔린 도서가 전체의 20%에 달할 만큼 훌륭한 타율(?)을 자랑한다. 지난 11일,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휴머니스트 사옥에서 송길영 부사장과 김학원 대표가 만났다.
송길영(이하 송 ): 사업가들은 직원 월급 챙기다 보면 세월이 금새 지난다고들 한다. 15년, 어떻게 느껴지나?
김학원(이하 김 ): 30년쯤? 길게 느껴진다.
송: 다른 강연자나 대표를 만나보면 짧게 느껴진다고 하던데. 거꾸로다. 이유는?
김: 편집자 생활을 할 땐 절반의 타협이 필요하다. 하지만 발행인이었던 지난 15년은 내가 출간하고 싶은 책만냈다. 버릴게 많지 않은 시간이어서 길게 느껴진다. 직장생활에선 주로 명장면, 힘들었던 기억을 가지지만 말이다. 100명 이상의 저자와 밤을 지새며 작업했다. 참 오래 산 느낌이다.
송: 한국의 출판시장도 디지털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진입과 퇴출이 빨라졌다. 15년 생존 비결은 뭔가?
김: 사람 사이에서 뿌리를 내린 것이다. 우리 책의 저자 90%가 초중고 교사와 대학교 교수다. 흔히들 말하는 패션, 트랜드에 휘둘리지 않았다.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을 담당하는 이 사람들의 사이에 뿌리를 내리는 동안 나나 회사도 뿌리가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송: 놀라운 이야기다. 저자가 모두 선생님이라니. 하지만 편향성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닌가? 시각이 좁아질 염려도 있을 것 같다.
김: 우리 사회에서 교사는 매년 정기적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시선으로부터 일종의 감시를 받는다. 학생, 학부모, 사회 심지어 동료까지. 교사들과의 작업은 대부분 공동작업이다. 한번의 책을 만들기 위해 30번 이상의 세미나, 5명 이상의 집필진, 10명 이상의 검토를 거친다. 하지만 책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동시대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만드는데 토론을 하면서 작업했고 그렇게 치열한 토론을 거친 작품들이 스테디셀러가 되더라.
송: 한국에서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풀이 넓지 않다. 교사라는 굉장한 풀을 발견하다니. 마치 등용문 역할을 한 것 같다.
김: 우리 책의 70%는 작가로 데뷔하는 분들이다. 진중권 교수 역시 그의 첫 책은 우리가 만들었다. 나는 잠재력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송: 청소부나 기업가일 수도 있는데 왜 하필 교사인가?
김: 우리 사회에서 교사의 역할은 엄청나게 크고 그들 역시 문제의식이 충만하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 여러 시선 때문에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책 작업을 하다 보면 그 에너지가 강하게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다.
송: 흥미롭다. 입장을 계속 유지할 생각인가? 앞으로?
김: 앞으로 15년 동안 1만 명의 저자를 채울거다. 소통 의지만 있다면 계속 물꼬를 터줄 것이다.
송: 필자를 어떻게 발굴하나?
김: 원고지 10매짜리 짧은 글이라도 읽어보면 1000매짜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글은 못쓰더라도 말 속에 감각이 있다면 나와 주변에서 그 감각을 토해낼 수 있도록 돕는다.
송: 이런 일을 다른 출판사는 왜 안할까?
김: 저자만큼 출판사도 강점이 다르다.
송: 한국 사람들은 왜 책을 사지 않을까?
김: 어릴 적 부모가 사주기 때문이다. 커서도 주변에서 사주고. 심지어 회사에서도 책을 사준다. 어릴때나 커서나 내가 아닌 타인이 원하는 책을 사주니까 책의 가치도 모르고 애정도 안가는 것이다.
송: 용돈으로 책을 사는 습관을 만들어야 하나?
김: 그렇다. 개인이 책을 잘 안산다. 부모가 원하는 책을 진열해 두니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 책을 고르고 사서 읽는다’는 단계를 경험하지 못한다. 이런 문화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바꿔야 한다.
송: 다음소프트 사무실 입구에 책장이 있다. 방문하는 기업인들이 책장의 책을 보고 “이런 책을 읽히니 직원들이 훌륭해지겠다”고 말씀하시는데 반대다. 그런 책을 읽은 직원을 뽑았다. 김 대표님은 책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
김: 바뀌는 부분이 있다. 콩나물에 물 주는 것과 비슷하다. 스스로 컸다고 생각하지만 영향을 받고 자란다. 책은 그런 역할을 한다.
송: 요즘 뜨고 있는 개인방송, 인테리어 등의 콘텐트 아이템은 숱한 시도들 가운데 대중들이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본인들이 리드했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수많은 책들을 내다보니 김 대표님 역시 시대 정신을 리드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김: 책의 역할은 단순히 “왜 사니” 정도의 물음이다. 나 역시 같다.
송: 과거 조선시대, 목이 부러질 만큼 무거운 가채를 했던 것처럼 인간은 형식을 통해 욕망을 드러냈다. 형식은 달라지지만 인간의 욕망은 같다. 이러 질문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책이라는 허왕된 마약을 파는 것 아닌가?
김: 요즘 자살이 사회적 문제인데 자살 예방에 책만한 게 없다. 자기와의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지식노동자의 생존이 어려워진 느낌이다.
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말로 글을 써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출판 시장은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대신 그때까지 전업작가적인 사고를 해선 안된다. 일상적으로 말하고 글쓰다 보면 그 자체가 깊고 넓은 소통이 될 거다.
송: 우리 사회의 독자는 누구인가?
김: 내가 들여다 본 바로는 중산층, 중하층이다. 상층사회는 책을 안본다. 책을 정리한 엑기스를 단순히 섭취하려고만 한다. 그러니 자녀들도 책을 안본다. 선진국의 상층 사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은 저자와의 만남에 수억 원을 쓴다.
그래서 중산층이 타격을 입으면 출판 시장이 타격을 받는다. 결국 책 읽는 세상이 돼야 한다.
송: 셔츠에 회사 이름을 새겼다. 회사명이 휴머니타스가 아닌 휴머니스트인 이유는?
김: 휴머니타스가 후배들이다. 내가 휴머니스트를 내고 휴머니타스가 나왔다.
송: 휴머니스트는 인도주의적인 느낌이다.
김: 휴머니타스는 좀 학술적이라면 우리는 중의적인 의미다. 인문정신을 기초한 다양한 지식세계를 말하고 있다. 삶에서도 좀 더 가치지향적인, 대중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다. 그게 곧 회사와 나의 철학이다.
- 대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진행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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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이하 송 ): 사업가들은 직원 월급 챙기다 보면 세월이 금새 지난다고들 한다. 15년, 어떻게 느껴지나?
김학원(이하 김 ): 30년쯤? 길게 느껴진다.
송: 다른 강연자나 대표를 만나보면 짧게 느껴진다고 하던데. 거꾸로다. 이유는?
김: 편집자 생활을 할 땐 절반의 타협이 필요하다. 하지만 발행인이었던 지난 15년은 내가 출간하고 싶은 책만냈다. 버릴게 많지 않은 시간이어서 길게 느껴진다. 직장생활에선 주로 명장면, 힘들었던 기억을 가지지만 말이다. 100명 이상의 저자와 밤을 지새며 작업했다. 참 오래 산 느낌이다.
송: 한국의 출판시장도 디지털화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진입과 퇴출이 빨라졌다. 15년 생존 비결은 뭔가?
김: 사람 사이에서 뿌리를 내린 것이다. 우리 책의 저자 90%가 초중고 교사와 대학교 교수다. 흔히들 말하는 패션, 트랜드에 휘둘리지 않았다.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을 담당하는 이 사람들의 사이에 뿌리를 내리는 동안 나나 회사도 뿌리가 깊어졌다고 생각한다.
패션, 트랜드에 휘둘리지 않은 게 생존비결
송: 놀라운 이야기다. 저자가 모두 선생님이라니. 하지만 편향성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닌가? 시각이 좁아질 염려도 있을 것 같다.
김: 우리 사회에서 교사는 매년 정기적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시선으로부터 일종의 감시를 받는다. 학생, 학부모, 사회 심지어 동료까지. 교사들과의 작업은 대부분 공동작업이다. 한번의 책을 만들기 위해 30번 이상의 세미나, 5명 이상의 집필진, 10명 이상의 검토를 거친다. 하지만 책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동시대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만드는데 토론을 하면서 작업했고 그렇게 치열한 토론을 거친 작품들이 스테디셀러가 되더라.
송: 한국에서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풀이 넓지 않다. 교사라는 굉장한 풀을 발견하다니. 마치 등용문 역할을 한 것 같다.
김: 우리 책의 70%는 작가로 데뷔하는 분들이다. 진중권 교수 역시 그의 첫 책은 우리가 만들었다. 나는 잠재력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송: 청소부나 기업가일 수도 있는데 왜 하필 교사인가?
김: 우리 사회에서 교사의 역할은 엄청나게 크고 그들 역시 문제의식이 충만하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 여러 시선 때문에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책 작업을 하다 보면 그 에너지가 강하게 올라오는 걸 느낄 수 있다.
송: 흥미롭다. 입장을 계속 유지할 생각인가? 앞으로?
김: 앞으로 15년 동안 1만 명의 저자를 채울거다. 소통 의지만 있다면 계속 물꼬를 터줄 것이다.
송: 필자를 어떻게 발굴하나?
김: 원고지 10매짜리 짧은 글이라도 읽어보면 1000매짜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글은 못쓰더라도 말 속에 감각이 있다면 나와 주변에서 그 감각을 토해낼 수 있도록 돕는다.
글은 못쓰더라도 말 속에 감각이 있는 사람 찾아
송: 이런 일을 다른 출판사는 왜 안할까?
김: 저자만큼 출판사도 강점이 다르다.
송: 한국 사람들은 왜 책을 사지 않을까?
김: 어릴 적 부모가 사주기 때문이다. 커서도 주변에서 사주고. 심지어 회사에서도 책을 사준다. 어릴때나 커서나 내가 아닌 타인이 원하는 책을 사주니까 책의 가치도 모르고 애정도 안가는 것이다.
송: 용돈으로 책을 사는 습관을 만들어야 하나?
김: 그렇다. 개인이 책을 잘 안산다. 부모가 원하는 책을 진열해 두니 아이들이 ‘내가 원하는 책을 고르고 사서 읽는다’는 단계를 경험하지 못한다. 이런 문화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바꿔야 한다.
송: 다음소프트 사무실 입구에 책장이 있다. 방문하는 기업인들이 책장의 책을 보고 “이런 책을 읽히니 직원들이 훌륭해지겠다”고 말씀하시는데 반대다. 그런 책을 읽은 직원을 뽑았다. 김 대표님은 책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
김: 바뀌는 부분이 있다. 콩나물에 물 주는 것과 비슷하다. 스스로 컸다고 생각하지만 영향을 받고 자란다. 책은 그런 역할을 한다.
송: 요즘 뜨고 있는 개인방송, 인테리어 등의 콘텐트 아이템은 숱한 시도들 가운데 대중들이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본인들이 리드했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수많은 책들을 내다보니 김 대표님 역시 시대 정신을 리드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김: 책의 역할은 단순히 “왜 사니” 정도의 물음이다. 나 역시 같다.
송: 과거 조선시대, 목이 부러질 만큼 무거운 가채를 했던 것처럼 인간은 형식을 통해 욕망을 드러냈다. 형식은 달라지지만 인간의 욕망은 같다. 이러 질문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책이라는 허왕된 마약을 파는 것 아닌가?
김: 요즘 자살이 사회적 문제인데 자살 예방에 책만한 게 없다. 자기와의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지식노동자의 생존이 어려워진 느낌이다.
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말로 글을 써도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출판 시장은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대신 그때까지 전업작가적인 사고를 해선 안된다. 일상적으로 말하고 글쓰다 보면 그 자체가 깊고 넓은 소통이 될 거다.
유럽은 저자와의 만남에 수억 원을 쓴다
송: 우리 사회의 독자는 누구인가?
김: 내가 들여다 본 바로는 중산층, 중하층이다. 상층사회는 책을 안본다. 책을 정리한 엑기스를 단순히 섭취하려고만 한다. 그러니 자녀들도 책을 안본다. 선진국의 상층 사회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유럽은 저자와의 만남에 수억 원을 쓴다.
그래서 중산층이 타격을 입으면 출판 시장이 타격을 받는다. 결국 책 읽는 세상이 돼야 한다.
송: 셔츠에 회사 이름을 새겼다. 회사명이 휴머니타스가 아닌 휴머니스트인 이유는?
김: 휴머니타스가 후배들이다. 내가 휴머니스트를 내고 휴머니타스가 나왔다.
송: 휴머니스트는 인도주의적인 느낌이다.
김: 휴머니타스는 좀 학술적이라면 우리는 중의적인 의미다. 인문정신을 기초한 다양한 지식세계를 말하고 있다. 삶에서도 좀 더 가치지향적인, 대중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다. 그게 곧 회사와 나의 철학이다.
- 대담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진행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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