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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용 인천폐차사업소 회장] 나눌 줄 알아야 진짜 부자다

[박순용 인천폐차사업소 회장] 나눌 줄 알아야 진짜 부자다

박순용 인천폐차사업소 회장.
인천 남동공단엔 전국 최대 설비를 갖춘 폐차장이 있다. 박순용(64) 인천폐차사업소 회장이 1983년 설립한 업체다. 폐염전 자리였는데, 당시 인천에서 가장 헐값에 구할 수 있는 부지였다. 6600㎡(2000평) 넓이의 폐차장엔 수많은 자동차 부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작업장 앞에서 박 회장을 만났다. 180cm 훌쩍 넘는 훤칠한 키에 사람 좋은 미소를 가진 박 회장은 트럭에 실어온 폐차에 망치질을 해가며 평생 구슬땀을 흘렸다.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셨냐’고 묻자 곧장 보릿고개 이야기가 나왔다. 그는 전라북도 정읍의 빈농 집안에서 8남매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 집을 나와 먹고 살기 위해 발버둥 쳐왔다. “중학교 졸업하고 서울 독립문 앞 내의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기술을 배우고 싶어 공고에도 진학했고, 배구 선수가 되려고 노력한 일도 있었는데 잘 안 되더군요.”
 군 전역 후 고물 줍다 사업 시작
번번이 실패한 그는 특전사로 군대를 다녀왔다. 중사로 전역한 후 고물을 줍기 시작한 게 지금의 사업으로 이어졌다. 박 회장은 “동생이 사업 제안을 했다”며 “폐차를 처분하면 고철과 쓸 만한 부품을 건질 수 있다는 말에 폐차장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980년 초반, 자동차 부품을 재순환하는 폐차사업은 드물었다. 한국에서 자동차 자체가 귀한 시대였다. 마침 인천에서 적당한 부지를 찾은 그는 폐차장을 차린다. 인천 최초의 폐차 사업장이다. 그의 사업은 시대 흐름을 타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인천이 먼저 변했다. 사통팔달의 교통 요지이자 한국의 수출입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교통의 요지에 있어 폐차 수거가 다른 업체에 비해 유리했다. 재개발과 수익성 문제로 서울에 있던 대형 폐차장 두 곳이 폐업한 것도 도움이 됐다. 구로에 있던 2만6400㎡ 규모의 서울 폐차장은 당시 대기업이던 강원개발이 운영했다. 하지만 중소 업체가 난립하며 수익성이 떨어지자 사업을 접었다. 지금 서울엔 폐차장이 한 곳도 없다. 인천폐차 사업소가 반사이익을 얻었다. 사업에 가장 큰 획은 그은 변화는 80년대 중반 열린 마이카 시대다. 당시 자동차는 불량률이 높았고, 수명도 짧았다. 폐차가 늘어난데다, 중고 부품 수요도 크게 늘었다. “자동차가 이렇게 많아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다 하늘이 도와주신 덕에 제가 이렇게 자리 잡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회장은 스스로를 가진 것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중졸의 학력에 시골 출신이다. 폐염전 부지에 폐차장을 운영해왔다. 남보다 못한 처지에서 여기까지 온 것에 감사할 뿐이다. 그는 사업이 자리를 잡자 주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평생 아쉬웠던 것이 공부와 가난이었습니다. 2000년 인근 대학을 다니며 사회복지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주위의 가난한 이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밥을 굶는 아이가 너무 많은 것을 여러분이 꼭 알아야 합니다.”

박 회장은 평소에도 주위를 챙겨왔다. 고향마을에 대소사가 있으면 잔치 비용을 부담하거나, 지인 형편이 궁해지면 남몰래 돕곤 했다. 혼자서 하는 도움에 한계를 느낀 그는 봉사단체를 생각했다. 2000년 인천 라이온스 클럽에 가입해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열정적인 활동 덕에 2005년엔 인천라이온스클럽 총재에 오른다. 산하에 77개 클럽과 3000명의 회원이 활동한다. 2009년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추진하는 고액 기부자 모임인 인천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한다. 인천에서는 두 번째, 전국에서 여덟 번째로 가입한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이다. 이 단체에서 활동하려면 1년에 1억원 이상의 기부를 해야 한다. 그는 “돕겠다는 생각만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웃을 돕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실천하기 위해 클럽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나눔에 앞장선 덕에 지금은 인천지역 아너 소사이어티 회장을 맡아 활동 중이다.

박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인천시 사회복지협의회 부회장을 지내며 지내던 중 안타까운 모습을 자주 접했다. 그는 “보증금 200만원이 없어 월세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이 많다”며 “한 달에 몇 만원이 부족해 자녀와 함께 밥을 굶는 이들을 돌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기부와 봉사는 누구의 권유로 실천하긴 어렵다”
박 회장이 주목한 이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처한 극빈층이다. 예컨대 수입이 거의 없는 노인이라도 법적으로 보호자인 자녀가 있으면 사회보호 대상이 아니다. 더욱이 못난 자식이 손자까지 맡기고 떠나버린 경우엔 어린 손자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한다. 이런 노인들은 대개 폐지를 팔고 빈병을 주워 모아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7월 인천 남동공단의 지인 100여 명과 함께 ‘남동이행복한재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초대 이사장으로 취임해 활동 중이다. 복지 사각지대를 돌아보며 지원하는 민간 단체다. 재단은 어려움을 겪는 복지 빈곤층 20가구에 월세 보증금 200만원을 무이자로 빌려줬다. 빌려준 원금엔 상환기한이 없다. 형편이 될 때 갚으면 된다.

박 회장은 “기부와 봉사는 누구의 권유로 실천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스스로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하고, 여럿이 함께 하면 더 쉽다. 막대한 금액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쓸 필요도 없다. 적은 액수라도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소액 다수 기부가 더욱 의미 있다. 그는 “기부를 안 해도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나눔을 통해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동철 서울여자대학 경영학 교수는 ‘한국의 부자란 누구인가’를 연구하는 ‘부자학연구학회’를 설립한 학자다. 그는 아너소사이이터 회원과 교류하며 부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중 박 회장을 만났다. 한 교수는 “경주 최부자가 왜 지금도 존경받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며 “자신이 살아온 환경을 이겨내며 이웃을 돌아보는 박 회장의 모습에서 부자의 길이 보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남동이행복한재단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을 돕는 단체가 더 많아져야 한다”며 “사업에 성공해 자리 잡은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우리나라가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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