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뭐래도 우린 고양이가 좋아
남이 뭐래도 우린 고양이가 좋아
고양이와 고양이 애호가들을 위한 행사 캣콘LA, 획기적인 관련 상품 선보이고 토론회도 가져 지난 6월 말 반려 고양이 관련 행사 ‘캣콘(CatCon)LA’에 가려고 옷을 3번이나 바꿔 입었다. 처음엔 꽃무늬 레깅스에 연분홍색 셔츠를 입고 그 위에 ‘Ask me about my cat(내 고양이에 관해서 물어보세요)’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스웨터를 입었다. 그리고 셔츠 칼라에 얼룩무늬 고양이 핀을 꽂았다. 하지만 다 차려입고 나니 좀 지나치다 싶었다. 어차피 고양이 집회에 가는 길인데 “난 열렬한 고양이 애호가다!’라고 외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6월 말 로스앤젤레스(LA)의 더운 날씨엔 너무 두꺼운 옷차림이었다. 그래서 스웨터를 벗었더니 유행에 뒤져 보였다. 그 다음엔 꽃무늬 레깅스를 벗고 청바지를 입었더니 고지식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핑크 셔츠를 평범한 블라우스로 갈아 입었다. 그래도 고양이 핀은 달았다. 그 핀을 달아도 조롱 받지 않을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행사장 입구에 털이 복실복실한 회색 시베리아 고양이 한 마리가 구름 위에 앉아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사진이 들어간 대형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이 집회는 LA 사람들이 좋아하는 행사의 모든 요소를 고루 갖췄다. 반려동물, 코스튬을 입고 흥에 겨워 돌아다니는 사람들, 수많은 음식가판대 등등.
캣콘은 지난해 고양이 애호가 수전 마이클스가 처음 열었다. 그녀는 지난 3월 2회째를 맞은 ‘로스앤젤레스 고양이 미술전’(마크 라이든, 메리언 펙 등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를 성공으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전시회의 성공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운 캣콘LA는 고양이와 고양이 애호가들에 대한 인식 변화를 목표로 한다.
“사람들은 고양이 애호가라고 하면 흔히 늙은 여자나 노처녀, 반려동물 수집가(동물을 잘 돌보기보다는 수를 늘리는 데 집착하는 사람), 고양이 오줌 냄새를 좋아하는 괴팍한 여자로 생각한다”고 마이클스는 말했다. “이런 인식의 뿌리는 15~16세기 유럽의 ‘검은 고양이와 늙은 마녀’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자 출입증을 받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던 중 고양이 얼굴이 잔뜩 그려진 보라색 T셔츠를 입은 중년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혼자였다. 난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그를 놀라서 바라봤다. 고양이 관련 행사에 혼자 오다니 특별한 사람 같았다.
“고양이와 고양이 애호가들을 위한 획기적인 상품을 선보여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붙은 오명을 씻어내고자 한다”는 마이클스의 말이 기억났다. “고양이 애호가는 취향이나 스타일이 형편없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멋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약 5500㎡의 행사장을 둘러보니 놀라운 전시품이 많았다. 2층에는 고양이를 위한 장난감과 가구, 먹이, 물그릇 등 최신상품과 세탁기 겸 건조기처럼 생긴 로봇 고양이 변기가 전시됐다.
마이클스가 고양이 애호가들의 오명을 씻어낼 제품이라고 언급한 물건들은 베스퍼나 큐리오 같은 혁신적인 업체에서 생산됐다. 베스퍼는 독특한 디자인의 고양이 트리(고양이의 운동을 위한 층층대식 구조물)로, 큐리오는 고급 목재로 만든 수제 고양이 변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1·2층의 대다수 부스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더라도 고양이와 관련된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고양이 모양의 액세서리, 고양이 무늬가 들어간 의류, 고양이를 주제로 한 미술작품,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고양이들과 관련된 상품 등이다. 한 대형 부스는 피자를 좋아하고 낮잠을 즐기는 웹만화 캐릭터 ‘푸신’과 관련된 상품만 모아 전시했다.
캣콘LA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1만5000명이 참석했다. 이곳에서는 자기 고양이 이야기를 맘껏 늘어놓아도 눈치 주는 사람 하나 없다. 사람들은 셀카를 찍고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릴 법’ 같은 유명 고양이와 인사를 나누려고 줄을 섰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고양이를 위한 행사장에 정작 고양이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주최측이 참석자들에게 고양이를 동반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SPCA 회원들이 고양이 입양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는 2층의 한 코너에는 고양이 100마리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행사가 열린 주말 동안 이 중 99마리가 입양됐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의류를 선보인 부스에는 특히 사람이 많이 몰렸다. 행사 마지막 날 열릴 고양이 패션쇼를 준비하거나 그냥 재미로 입어보려는 사람들이었다. 한 여성이 헐렁한 나이트가운에 샤워 캡을 쓰고 가슴에 가짜 고양이 새끼를 안고 젖 먹이는 시늉을 하며 걸어 나왔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일종의 동류의식이 느껴졌다. 셀카 부스 근처의 소파 위에 한 중년 남자가 혼자 앉아 ‘새뮤얼 보울스의 삶과 시간(The Life and Times of Samuel Bowles)’을 읽고 있었다. 그 옆에서 사람들은 대형 사진틀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그 밖에도 최신 유행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 매력적인 여자들, 유명인사들, 턱수염을 기른 남자들, 몸에 문신을 새긴 사람들, 그리고 ‘피키 블라인더스’(영국 TV 드라마)의 킬리언 머피처럼 머리를 짧게 자른 남자들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배우 루머 윌리스와 제시카 론디스 등 유명인사들이 이런 행사에 참석한 것은 문화적 변화를 입증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게 괴팍한 취미로 여겨지던 예전과 달리 이젠 멋진 일로 받아들여진다는 의미다. 유명인사들의 고양이 사랑은 새삼스럽지 않다. 가수 케이티 페리와 배우 노먼 리더스(‘워킹데드’)는 인스타그램에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또 배우 이언 서머홀더는 2013년 잡지 피플의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 레일라니 지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행사장 입구에 털이 복실복실한 회색 시베리아 고양이 한 마리가 구름 위에 앉아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사진이 들어간 대형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다. 이 집회는 LA 사람들이 좋아하는 행사의 모든 요소를 고루 갖췄다. 반려동물, 코스튬을 입고 흥에 겨워 돌아다니는 사람들, 수많은 음식가판대 등등.
캣콘은 지난해 고양이 애호가 수전 마이클스가 처음 열었다. 그녀는 지난 3월 2회째를 맞은 ‘로스앤젤레스 고양이 미술전’(마크 라이든, 메리언 펙 등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를 성공으로 이끈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전시회의 성공을 바탕으로 규모를 키운 캣콘LA는 고양이와 고양이 애호가들에 대한 인식 변화를 목표로 한다.
“사람들은 고양이 애호가라고 하면 흔히 늙은 여자나 노처녀, 반려동물 수집가(동물을 잘 돌보기보다는 수를 늘리는 데 집착하는 사람), 고양이 오줌 냄새를 좋아하는 괴팍한 여자로 생각한다”고 마이클스는 말했다. “이런 인식의 뿌리는 15~16세기 유럽의 ‘검은 고양이와 늙은 마녀’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자 출입증을 받으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던 중 고양이 얼굴이 잔뜩 그려진 보라색 T셔츠를 입은 중년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는 혼자였다. 난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그를 놀라서 바라봤다. 고양이 관련 행사에 혼자 오다니 특별한 사람 같았다.
“고양이와 고양이 애호가들을 위한 획기적인 상품을 선보여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붙은 오명을 씻어내고자 한다”는 마이클스의 말이 기억났다. “고양이 애호가는 취향이나 스타일이 형편없다는 오해를 자주 받는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도 멋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약 5500㎡의 행사장을 둘러보니 놀라운 전시품이 많았다. 2층에는 고양이를 위한 장난감과 가구, 먹이, 물그릇 등 최신상품과 세탁기 겸 건조기처럼 생긴 로봇 고양이 변기가 전시됐다.
마이클스가 고양이 애호가들의 오명을 씻어낼 제품이라고 언급한 물건들은 베스퍼나 큐리오 같은 혁신적인 업체에서 생산됐다. 베스퍼는 독특한 디자인의 고양이 트리(고양이의 운동을 위한 층층대식 구조물)로, 큐리오는 고급 목재로 만든 수제 고양이 변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1·2층의 대다수 부스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더라도 고양이와 관련된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들을 선보였다. 고양이 모양의 액세서리, 고양이 무늬가 들어간 의류, 고양이를 주제로 한 미술작품,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고양이들과 관련된 상품 등이다. 한 대형 부스는 피자를 좋아하고 낮잠을 즐기는 웹만화 캐릭터 ‘푸신’과 관련된 상품만 모아 전시했다.
캣콘LA에는 세계 각지에서 온 1만5000명이 참석했다. 이곳에서는 자기 고양이 이야기를 맘껏 늘어놓아도 눈치 주는 사람 하나 없다. 사람들은 셀카를 찍고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릴 법’ 같은 유명 고양이와 인사를 나누려고 줄을 섰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고양이를 위한 행사장에 정작 고양이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주최측이 참석자들에게 고양이를 동반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SPCA 회원들이 고양이 입양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는 2층의 한 코너에는 고양이 100마리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행사가 열린 주말 동안 이 중 99마리가 입양됐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의류를 선보인 부스에는 특히 사람이 많이 몰렸다. 행사 마지막 날 열릴 고양이 패션쇼를 준비하거나 그냥 재미로 입어보려는 사람들이었다. 한 여성이 헐렁한 나이트가운에 샤워 캡을 쓰고 가슴에 가짜 고양이 새끼를 안고 젖 먹이는 시늉을 하며 걸어 나왔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각양각색이었지만 그들 사이에서 일종의 동류의식이 느껴졌다. 셀카 부스 근처의 소파 위에 한 중년 남자가 혼자 앉아 ‘새뮤얼 보울스의 삶과 시간(The Life and Times of Samuel Bowles)’을 읽고 있었다. 그 옆에서 사람들은 대형 사진틀 안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 그 밖에도 최신 유행의 옷차림을 한 사람들, 매력적인 여자들, 유명인사들, 턱수염을 기른 남자들, 몸에 문신을 새긴 사람들, 그리고 ‘피키 블라인더스’(영국 TV 드라마)의 킬리언 머피처럼 머리를 짧게 자른 남자들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배우 루머 윌리스와 제시카 론디스 등 유명인사들이 이런 행사에 참석한 것은 문화적 변화를 입증한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게 괴팍한 취미로 여겨지던 예전과 달리 이젠 멋진 일로 받아들여진다는 의미다. 유명인사들의 고양이 사랑은 새삼스럽지 않다. 가수 케이티 페리와 배우 노먼 리더스(‘워킹데드’)는 인스타그램에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낸다. 또 배우 이언 서머홀더는 2013년 잡지 피플의 ‘현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 레일라니 지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브리타, 여기어때 버킷팩과 ‘라크 정수 필터 텀블러’ 협업
2여의도 등 핵심 업무지구, 금리 인하에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감 높아져…
3차량 500회 렌트했다가 대박...GV70 주인공 됐다
410대 소녀 로마서 피자 먹다 사망?…'땅콩 알레르기' 원인
5청담어학원, 문법·독해·어휘 집중 과정 ‘THE OPEN’ 수강생 전년 대비 173% 증가
6서울시 '남산 곤돌라' 공사 제동…서울시 "항고 하겠다"
7삼성전자 3분기 매출 79.1조원...역대 최대 분기 매출
8“美 웨스팅하우스 이의제기”…체코, 한국 원전 계약 일시 보류
9에잇세컨즈, ‘바오패밀리’와 다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