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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가 이멜다보다는 적다”

“구두가 이멜다보다는 적다”

테레사 메이 영국 신임 총리에게 패션은 뛰어난 정치인으로서의 영역 표시
표범 무늬 구두는 메이 총리가 자신의 이미지와 사람들에게 주목 받는 것에 매우 신경 쓴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지난 7월 13일 테레사 메이가 데이비드 캐머런의 뒤를 이어 영국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이로써 영국은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또 다시 여성 국무총리 시대를 맞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여성 총리의 패션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녀의 정치적 의도나 정당 간의 대립, 포스트 브렉시트에 관한 불가피한 논의 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남성이 주도하는 영국 보수주의 정치계에서 입지를 굳힌 여성 리더가 개성 있는 패션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가 그랬고 메이 총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메이 총리의 옷보다 구두에 초점을 맞춰 보려 한다. 그녀가 신는 구두에는 리더로서의 자신감이 담겨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여성 인권단체 ‘포셋 소사이어티’는 지난해 #viewsnotshoes 운동을 시작했다.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여성 정치인의 옷차림보다 정책에 주목할 것을 촉구하는 운동이다. 하지만 메이 총리에겐 패션 스타일이 정치의 일부분이 됐다. 그녀는 줄곧 옷과 구두를 이용해 뛰어난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영역을 확고하게 표시해 왔다.

2002년 보수당 전당대회 당시 당 의장이었던 메이는 연설에서 영국은 ‘펀치와 주디’(익살스런 영국의 인형극)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하며 토니 블레어 당시 총리에게 영국의 일부가 아니라 전체를 대표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메이는 그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표범 무늬 하이힐을 처음 신었다. 그때 그녀가 한 말은 지금도 적용된다. 그녀의 구두도 마찬가지다. 자신감과 대결의 의지를 나타내는 표범 무늬 구두는 메이 총리가 자신의 이미지와 사람들에게 주목 받는 것에 매우 신경 쓴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최근 일간지 이브닝 스탠다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는 구두를 몇 켤레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정확한 숫자 대신 “이멜다 마르코스(사치로 유명했던 필리핀의 전 퍼스트 레이디)보다는 적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어진 사진 촬영에서 강렬한 빨간색 바탕에 표범 무늬가 들어간 그녀의 하이힐이 눈길을 끌었다. 최근 보수당 당수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 신었던 구두와 아주 흡사했다.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그녀의 정치 철학이 됐다. 이런 측면에서 메이의 구두는 대처의 진주처럼 중요한 역할을 한다.메이는 이전부터 성공한 여성 정치인들의 획일적인 스타일과는 거리를 둬 왔다. 단순한 스커트 정장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매치하는 방식으로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앤드리아 레드섬 영국 환경식량농업부 장관 등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메이는 여성 정치인들이 진지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면 단순한 옷차림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거부했다.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 퍼스트 레이디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위가 바뀌었을 때 그녀의 패션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는 그대로였지만 스타일은 유행을 선도하는 쪽에서 진지한 이미지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최근 일간지 이브닝 스탠다드와 가진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는 빨간색 바탕에 표범 무늬가 들어간 하이힐을 신어 눈길을 끌었다. 그녀의 구두는 대처의 진주처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메이는 내무장관 시절 BBC 라디오 4의 대담 프로그램 ‘데저트 아일랜드 디스크’에 출연했을 때 “패션잡지 보그를 평생 구독하겠다”고 말했다. 외모에 신경 쓰는 것은 곧 정치적 무능력을 뜻한다는 일반적인 통념이 그녀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말이다. 장난스런 듯한 구두 선택이 그녀의 경솔함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믿음 또한 전달해준다. 닉 클레그 전 영국 부총리는 메이 총리에 대해 데이비드 로스 전 내각 부장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제 테레사 메이를 좀 좋아하게 됐어요. 처음엔 차갑고 거만한 데다 농담이라곤 할 줄 몰라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메이가 선거를 통해 총리 자리에 올라야 했다면 그녀의 스타일이 힐러리 클린턴처럼 바뀌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한 듯하다. 지난 50년 동안 최장수 내무장관으로 재직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지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무릎까지 올라오는 가죽 부츠를 신고 버킹엄궁에서 여왕을 만나고, 립스틱 자국 문양의 펌프스를 신고 총리 관저를 방문했다. 자신의 개성 있는 패션 스타일이 정치 업무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고 확신한다는 증거다. 물론 그녀의 선택이 늘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감은 높이 살 만하다.

- 앨리스 커프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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