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미국의 쇼핑몰 운영 기업 터브먼센터스와 손잡고 경기도 하남에 ‘스타필드하남’을 개장했다. 단순히 쇼핑만 하는 공간이 아니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체험하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 유통계에 혁신 바람을 몰고 온 정 부회장을 만났다. 200여 명의 취재진이 우르르 몰려들어 정용진(48)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뒤를 바짝 쫓았다. 지난 9일 오전 10시 경기도 하남시에 신세계가 세운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 정문 앞에서 열린 개장식 직후다. 정 부회장은 쇼핑몰 2층의 귀빈 초청 행사장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그를 붙잡고 한마디라도 들으려는 기자들에 둘러싸인 채였다. 개장과 동시에 쏟아져 들어온 손님들 중 일부도 취재진 속에 섞여 따라다니면서 스마트폰으로 정 부회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마치 아이돌 스타와 팬들의 추격전 같은 상황이 펼쳐진지 15분쯤, 귀빈 행사장까지 따라 들어온 취재진 앞에서 마침내 정 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준비가 안됐지만, 열화와 같은 성원에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는 “많은 관심과 성원이 제 입장에서는 눈물나도록 고맙다”고 했다. 상기된 얼굴이었다.
“지난 5년 동안 엄청난 연구와 고민을 했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이제까지 없던 쇼핑센터를 만들겠습니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진짜 머리 많이 썼습니다.”
정 부회장은 “진짜 머리 많이 썼다”고 연거푸 말했다. “작년에 (경기도 일산에) 이마트타운 오픈한 거 아시죠? 이마트타운과 일렉트로마트(전자제품 전문점)를 오픈하면서, (노브랜드·피코크 등) 많은 자체 브랜드들을 개발하면서, 그동안 스타필드하남의 성공적 오픈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사실…너무너무 떨리고 너무 겁이 납니다. 미흡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빼고 더할 것 없이, 잘한 건 칭찬해 주시고 질책과 조언도 아끼지 말아주십시오.”
정 회장은 “걱정이 된다”는 말을 이후에도 여러번 했다. 기자를 포함해, 귀빈 행사장에서 그가 나오기를 기다린 몇몇 취재진에게다. “걱정이 굉장히 많습니다. 새로운 컨셉트도 선보이고 노력했는데 반응이 어떨지 굉장히 걱정됩니다. 아직도 (스타필드하남의 완성도가) 생각한 만큼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채워야 할 지 고민입니다.”
그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에도 여기저기서 쇼핑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렸다. 50~60대 여성 고객들은 “멋있다”며 연예인을 본 것처럼 수군거렸다.
정 부회장이 5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했지만, 걱정이 앞선다고 말할만큼 스타필드하남은 1조원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다. 축구장 70개와 맞먹는 연면적 46만㎡(13만 9000평)으로 단일 쇼핑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식음료 서비스 공간만 해도 서울 잠실의 올림픽주경기장보다 면적이 넓다. 신세계는 규모보다 국내 첫 ‘쇼핑 테마파크’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단순히 쇼핑만 하는 공간이 아니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체험하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라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레저와 힐링 뿐 아니라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식도락, 테마파크 같은 시설과 서비스까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쇼핑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스타필드하남은 회원이 아니라도 이용할 수 있는 창고형 할인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1층에 아동전문관과 놀이시설을 배치한 독특한 구성의 신세계백화점, 노브랜드·일렉트로마트 같은 전문점 외에도 루이비통·구찌·프라다를 비롯한 고급 브랜드 매장, 유니클로·한샘처럼 다양한 의류·생활용품 매장, 람보르기니·BMW·테슬라(올 하반기 입점 예정) 매장 등이 있어서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 세계 첫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테마파크인 ‘스포츠몬스터’는 5300㎡(약 1600평) 규모로 농구·야구 같은 일반 스포츠는 물론 암벽등반, 8.5m에서 자유낙하, 6.5m 상공에서 외줄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1만3000㎡(약 4000평) 규모의 아쿠아필드는 옥상에서 한강과 검단산을 보면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국내 최장(115m) 길이의 인피니티풀(경계선이 안보여 바깥과 바로 연결된 듯한 느낌의 수영장)을 갖춘 워터파크와 찜질 스파를 결합한 형태다. 어린이 전용 영화관을 비롯해 특수 상영관 11개를 갖춘 메가박스, 콘서트장·TV스튜디오 등의 컨셉트를 활용해 50여실로 구성한 노래연습장도 있다.
정 부회장에게 스타필드하남과 신세계의 성장 전략, 그의 일상에 대해 서면으로 좀더 자세히 물어봤다.
스타필드하남에 대한 구상은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하게 됐습니까.
신사업, 미래 먹거리에 대한 구상은 항상 합니다. 탄탄한 기존사업을 토대로 계속 발전할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개발할 필요성이 대두됐고, 모바일 시대에 온라인 경쟁자들 사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교외형 복합쇼핑몰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지친 도시인들이 교외에서 힐링할 수 있으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어머니 이명희 회장께서 영감을 주셨습니다. 어머니(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께선 저보다 훨씬 유통 전문가시죠.
스타필드하남 설립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했습니까.
스타필드라는 이름도 제가 직접 지었습니다. 단순한 판매 시설이 아니라 인기 스타처럼 고객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사랑받는 공간, 단지 넓기만 한 쇼핑몰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놀 수 있는 마당과 같은 곳이라는 뜻을 담아 스타(star)와 필드(field)를 합쳐서 만들었습니다. 도심의 복잡한 쇼핑 시설과는 달리 여가와 레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상을 벗어나서 오래 머물고 싶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2011년 9월 사업 선포식을 하고 미국·일본·영국·호주·아랍에미리트·스페인 등 세계 곳곳의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찾아가 직원들과 함께 걸어다니며 일일이 둘러보고 벤치마킹했습니다. 그렇게 각 쇼핑몰 별로 장점만 다 모아서 ‘쇼핑 테마파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필드하남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세상에 없던 콘텐트를 개발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습니다. 공사기간만 순수하게 33개월 소요됐고요.
스타필드하남의 750여 개 매장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어디인가요.
어느 한 곳도 신경을 안 쓴 곳이 없습니다만, 프리미엄 식품전문관인 ‘PK마켓’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해외여행이나 직구(직접 구매)로 사야했던 프리미엄 식품 등을 기존 고급 수퍼마켓의 70~80%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아우르는 신세계그룹의 해외에서 제품을 발굴해 들여오는 능력이 집약된 곳이지요. 여기에 한국 전통시장의 인간미 넘치는 서비스와 날 것 그대로의 분위기까지 더했습니다.
9일 기자가 찾은 PK마켓은 “여기 좀 보고 가세요! 덤으로 드립니다!”, “맛 없으면 돈 안받습니다!”하고 활기차게 소리를 지르는 판매원들로 시장처럼 왁자지껄했다. 즉석에서 치즈를 만들어 쭉쭉 찢어 시식을 하라고 나눠주고, 정육 코너 옆에서는 스테이크 덮밥을 파는 식이었다.
스타필드하남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고객의 일상을, 시간을 점유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수없이 강조합니다만, 물건을 많이 팔 생각을 하기보다는 최대한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과거에는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빨리 사고 빨리 나가야 효율적이라고 봤지만, 지금은 다른 장소나 매장에 못 가게 오랫동안 머무르게 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필드하남이 겨냥하는 주요 고객층은 누구인가요.
야구장·극장·놀이공원에 가는 사람들, 집에서 쉬는 사람들, 해외여행 나가려는 사람들입니다. 스타필드하남에서 레저와 힐링, 쇼핑과 여가를 한꺼번에 다 누릴 수 있습니다.
스타필드하남 같은 초대형 쇼핑몰은 넓은 부지와 매출을 담보할 주변 인구를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이런 쇼핑몰을 계속 지을 곳을 찾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복합쇼핑몰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하고는 상권을 분석하고 나누는 방법이 다릅니다. 반경 몇 ㎞안에 거주하는 인구가 몇 명인지를 계산해 거리 단위로 핵심·광역 상권으로 나누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상권을 전국화해서 부산·대구·전주 같은 다른 지역 고객들이 한 달에 몇 번, 연간으로는 몇 번 방문하느냐를 꼼꼼히 따집니다. 내년 상반기 중에 스타필드고양을 개장하고, 2020년까지 경기도 안성과 부천, 인천 청라·송도 등지에 교외형 복합 쇼핑몰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스타필드 하남의 고객이 될 겁니다.
스타필드하남이라는 매머드급 유통시설이 개장하면서 주변 상권을 다 흡수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정 부회장은 이에 대해 “오히려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를 발전시킨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스타필드하남 개장으로 인한 고용 효과를 강조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하남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5000여 명을 직접 고용했고, 투자와 공사를 진행하면서 생긴 간접고용 효과는 3만4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생산유발 효과는 3조4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조5000억원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하남 지역 맛집을 유치하는 등의 상생 방안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필드하남에 노브랜드(브랜드 이름을 빼고 가격을 낮춘 상품)·피코크(가정간편식)·데이즈(의류) 전문점을 여는 등 이마트 자체브랜드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대형마트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끼고 제조업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봐야 하나요?
이미 시장은 제조회사에서 유통회사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물량이나 가격, 품질 등 모든 것을 제조회사가 주도했다면 지금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유통회사가 제품 개발부터 가격과 판촉·할인행사 등 다양한 형태의 협상력을 갖고 있습니다. 피코크·노브랜드·데이즈처럼 이마트가 선보이는 자체 브랜드 제품들은 이미 단순히 ‘이마트에서만 파는 상품’을 뛰어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과거 이마트가 동네수퍼와 마트를 대체하는 고유명사가 된 것처럼 말이지요. 이번에 스타필드 하남에서 처음 선보인 전문점 사업의 경우 대형마트 출점 제한으로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이마트의 상품이 하나의 콘텐트로서, 사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스타필드 하남이 콘텐트의 인큐베이터가 되는 셈이죠.
지금까지 해외 진출이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제조업을 통해 또다른 해외 시장 개척을 시도하는 건지요.
소비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데 비해서 유통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직접 진출, 경영 제휴, 자체 브랜드 제품 수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합니다. 지난해 12월 호치민시에 이마트 1호점을 오픈하고 최근에 2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등 베트남 시장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경영 제휴 방식으로 이마트 1호점을 오픈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기존 이마트 점포를 재정비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노브랜드처럼 우수한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출도 추진 중입니다.
신세계도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떤 식으로 차별화가 가능할까요.
단순히 관세와 세금 없이 쇼핑하기 위해 방문하는 면세점이 아니라 ‘즐거운 곳, 한국에 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을 지향합니다. 문화와 체험이 있는 ‘세상에 없던 면세점’이죠.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쇼핑도 하고 사진도 찍어서 SNS에 올리며 자랑할 수 있는 곳, 갤러리처럼 오래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곳, 그래서 한국에 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이 될 겁니다. 면세점 업계 최초로 일대일 고객 맞춤형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제공해 VIP 고객을 더 많이 모실 예정입니다.
소셜커머스와 1원 단위로 가격 경쟁을 펼쳤습니다. 유통공룡인 신세계가 그렇게까지 해야했을까 하는 비판과 함께,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그다지 낮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이마트가 선보인 ‘가격의 끝’상품은 이마트가 다른 유통 채널보다 비싸다라는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 상품입니다. 고객들의 반응은 온라인에서 특히 효과가 컸는데, 해당상품 중 이마트몰에서 3~4배까지 매출이 늘어난 상품도 있습니다. 이마트 가격 경쟁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소비자들의 가계소비 절감에 도움되는 품목이라면 추가로 선정해서 계속 선보일 계획입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세계 브랜드를 자주 홍보합니다. SNS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러 계층의 다양한 소비자들과 공식 석상에서, 딱딱한 어투로 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SNS를 활용합니다. 제가 직접 관여하고 관심이 있는 회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볼 수 있고,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으니까요.
SNS는 직접 관리하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까.
제가 직접 합니다. 필요한 자료들이 있을 땐 실무자들에게 직접 요청해서 받습니다.
SNS에 노브랜드와 데이즈, 피코크 등 이마트 상품을 자주 올리시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자주 쓰는지요.
매주 피코크 비밀 연구소에서 정기적으로 신상품들을 테스트합니다.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피코크 나초칩인데요, 맛이 깊고 풍부합니다. 강력히 추천하는 상품입니다. 일상 생활에서도 노브랜드와 데이즈를 직접 먹어보고 입어보고 있습니다. 피코크 ‘엄마 기준’처럼 아이들을 위한 제품은 제가 직접 조리해서 먹이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과 인터뷰 직후인 개장 첫 주말(9일~11일)에만 53만 명이 스타필드하남을 찾았다. 지난 18일까지 150만 7000명이 몰렸다. 그는 걱정을 조금쯤 덜었을까.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더 채울까’골몰하고 있을까.
-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콘텐트야말로 왕이고, 정용진 부회장은 그런 콘텐트의 왕입니다 (Content is the king and YJ is the king of content).”
9월 9일 스타필드하남에서 만난 로버트 터브먼(63) 회장은 정 부회장을 영문 이름 머릿글자를 따서‘YJ’라고 친근하게 불렀다. 그는 몇 번이나 “YJ는 콘텐트의 왕”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의 ‘창의성(creativity)’와 ‘감각(sensibility)’이 놀랍다고도 했다. 터브먼센터스는 신세계그룹과 함께 스타필드하남에 투자(지분율 49%)한 미국의 쇼핑몰 운영 기업이다. 1950년 설립했으며, 92년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 중 처음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15세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터브먼 회장과 정 부회장은 매우 친한 듯 했다. 개장식에서도 여러번 깊게, 오랫동안 포옹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서로를 격려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수제맥주점 ‘데블스도어’에서 터브먼 회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가 본 ‘YJ’에 대해 물었다.
콘텐트의 왕이라니.
식당에는 밥이 맛있어야 가고, 가게엔 물건이 좋아야 간다. 그러니 콘텐트가 왕이다. 그런데 YJ는 그 콘텐트를 만드는데 왕이다. 스타필드하남의 콘텐트는 다 그에게서 나온 것이다. 모든 것을 다갖춘 애견용품 숍도 그렇고, 이곳 데블스도어만 해도 독특한 분위기와 메뉴가 놀랍다.
YJ가 아니라 신세계 팀이 콘텐트를 만든 거 아닐까.
그 팀을 이끄는 것이 YJ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의지가 있다. 아주 독특한 감수성(unique sensibility)과 본능적인 감각, 고객 중심의 마인드, 기업가 정신이 있다. 매우 창의적(creative)이다. 새 비즈니스를 할 때는 비전과 창조성, 디테일을 다 갖춰야 하는데, 그가 그렇다.
YJ랑 앞으로도 같이 사업을 할 건가.
물론이다. 5년 이상 스타필드하남 프로젝트를 같이 했는데, 만난 첫날부터 비전을 공유했다. 자연스럽게 계약이 이루어졌다.
결혼처럼?
그렇다. 어떨 땐 비즈니스가 결혼보다도 더 낫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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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안됐지만, 열화와 같은 성원에 몇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는 “많은 관심과 성원이 제 입장에서는 눈물나도록 고맙다”고 했다. 상기된 얼굴이었다.
“지난 5년 동안 엄청난 연구와 고민을 했습니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이제까지 없던 쇼핑센터를 만들겠습니다.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진짜 머리 많이 썼습니다.”
정 부회장은 “진짜 머리 많이 썼다”고 연거푸 말했다. “작년에 (경기도 일산에) 이마트타운 오픈한 거 아시죠? 이마트타운과 일렉트로마트(전자제품 전문점)를 오픈하면서, (노브랜드·피코크 등) 많은 자체 브랜드들을 개발하면서, 그동안 스타필드하남의 성공적 오픈을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사실…너무너무 떨리고 너무 겁이 납니다. 미흡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빼고 더할 것 없이, 잘한 건 칭찬해 주시고 질책과 조언도 아끼지 말아주십시오.”
정 회장은 “걱정이 된다”는 말을 이후에도 여러번 했다. 기자를 포함해, 귀빈 행사장에서 그가 나오기를 기다린 몇몇 취재진에게다.
1조원짜리 초대형 프로젝트
그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동안에도 여기저기서 쇼핑객들이 스마트폰으로 찰칵찰칵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렸다. 50~60대 여성 고객들은 “멋있다”며 연예인을 본 것처럼 수군거렸다.
정 부회장이 5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했지만, 걱정이 앞선다고 말할만큼 스타필드하남은 1조원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다. 축구장 70개와 맞먹는 연면적 46만㎡(13만 9000평)으로 단일 쇼핑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식음료 서비스 공간만 해도 서울 잠실의 올림픽주경기장보다 면적이 넓다. 신세계는 규모보다 국내 첫 ‘쇼핑 테마파크’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단순히 쇼핑만 하는 공간이 아니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체험하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라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레저와 힐링 뿐 아니라 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식도락, 테마파크 같은 시설과 서비스까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쇼핑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 스타필드하남은 회원이 아니라도 이용할 수 있는 창고형 할인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1층에 아동전문관과 놀이시설을 배치한 독특한 구성의 신세계백화점, 노브랜드·일렉트로마트 같은 전문점 외에도 루이비통·구찌·프라다를 비롯한 고급 브랜드 매장, 유니클로·한샘처럼 다양한 의류·생활용품 매장, 람보르기니·BMW·테슬라(올 하반기 입점 예정) 매장 등이 있어서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시설이다. 세계 첫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테마파크인 ‘스포츠몬스터’는 5300㎡(약 1600평) 규모로 농구·야구 같은 일반 스포츠는 물론 암벽등반, 8.5m에서 자유낙하, 6.5m 상공에서 외줄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1만3000㎡(약 4000평) 규모의 아쿠아필드는 옥상에서 한강과 검단산을 보면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국내 최장(115m) 길이의 인피니티풀(경계선이 안보여 바깥과 바로 연결된 듯한 느낌의 수영장)을 갖춘 워터파크와 찜질 스파를 결합한 형태다. 어린이 전용 영화관을 비롯해 특수 상영관 11개를 갖춘 메가박스, 콘서트장·TV스튜디오 등의 컨셉트를 활용해 50여실로 구성한 노래연습장도 있다.
정 부회장에게 스타필드하남과 신세계의 성장 전략, 그의 일상에 대해 서면으로 좀더 자세히 물어봤다.
스타(star)필드(field) 이름 직접 지어
스타필드하남에 대한 구상은 구체적으로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하게 됐습니까.
신사업, 미래 먹거리에 대한 구상은 항상 합니다. 탄탄한 기존사업을 토대로 계속 발전할 수 있는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개발할 필요성이 대두됐고, 모바일 시대에 온라인 경쟁자들 사이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교외형 복합쇼핑몰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지친 도시인들이 교외에서 힐링할 수 있으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건 어머니 이명희 회장께서 영감을 주셨습니다. 어머니(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께선 저보다 훨씬 유통 전문가시죠.
스타필드하남 설립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여했습니까.
스타필드라는 이름도 제가 직접 지었습니다. 단순한 판매 시설이 아니라 인기 스타처럼 고객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사랑받는 공간, 단지 넓기만 한 쇼핑몰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놀 수 있는 마당과 같은 곳이라는 뜻을 담아 스타(star)와 필드(field)를 합쳐서 만들었습니다. 도심의 복잡한 쇼핑 시설과는 달리 여가와 레저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상을 벗어나서 오래 머물고 싶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2011년 9월 사업 선포식을 하고 미국·일본·영국·호주·아랍에미리트·스페인 등 세계 곳곳의 교외형 복합쇼핑몰을 찾아가 직원들과 함께 걸어다니며 일일이 둘러보고 벤치마킹했습니다. 그렇게 각 쇼핑몰 별로 장점만 다 모아서 ‘쇼핑 테마파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할 수 있었습니다.
스타필드하남을 만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세상에 없던 콘텐트를 개발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습니다. 공사기간만 순수하게 33개월 소요됐고요.
스타필드하남의 750여 개 매장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곳은 어디인가요.
어느 한 곳도 신경을 안 쓴 곳이 없습니다만, 프리미엄 식품전문관인 ‘PK마켓’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해외여행이나 직구(직접 구매)로 사야했던 프리미엄 식품 등을 기존 고급 수퍼마켓의 70~80% 가격에 살 수 있습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아우르는 신세계그룹의 해외에서 제품을 발굴해 들여오는 능력이 집약된 곳이지요. 여기에 한국 전통시장의 인간미 넘치는 서비스와 날 것 그대로의 분위기까지 더했습니다.
9일 기자가 찾은 PK마켓은 “여기 좀 보고 가세요! 덤으로 드립니다!”, “맛 없으면 돈 안받습니다!”하고 활기차게 소리를 지르는 판매원들로 시장처럼 왁자지껄했다. 즉석에서 치즈를 만들어 쭉쭉 찢어 시식을 하라고 나눠주고, 정육 코너 옆에서는 스테이크 덮밥을 파는 식이었다.
레저와 힐링, 쇼핑과 여가를 한꺼번에
스타필드하남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고객의 일상을, 시간을 점유하는 것입니다. 직원들에게 수없이 강조합니다만, 물건을 많이 팔 생각을 하기보다는 최대한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과거에는 매장에 방문한 고객이 빨리 사고 빨리 나가야 효율적이라고 봤지만, 지금은 다른 장소나 매장에 못 가게 오랫동안 머무르게 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필드하남이 겨냥하는 주요 고객층은 누구인가요.
야구장·극장·놀이공원에 가는 사람들, 집에서 쉬는 사람들, 해외여행 나가려는 사람들입니다. 스타필드하남에서 레저와 힐링, 쇼핑과 여가를 한꺼번에 다 누릴 수 있습니다.
스타필드하남 같은 초대형 쇼핑몰은 넓은 부지와 매출을 담보할 주변 인구를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이런 쇼핑몰을 계속 지을 곳을 찾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복합쇼핑몰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하고는 상권을 분석하고 나누는 방법이 다릅니다. 반경 몇 ㎞안에 거주하는 인구가 몇 명인지를 계산해 거리 단위로 핵심·광역 상권으로 나누는 것은 기본이고, 아예 상권을 전국화해서 부산·대구·전주 같은 다른 지역 고객들이 한 달에 몇 번, 연간으로는 몇 번 방문하느냐를 꼼꼼히 따집니다. 내년 상반기 중에 스타필드고양을 개장하고, 2020년까지 경기도 안성과 부천, 인천 청라·송도 등지에 교외형 복합 쇼핑몰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대한민국 전 국민이 스타필드 하남의 고객이 될 겁니다.
스타필드하남이라는 매머드급 유통시설이 개장하면서 주변 상권을 다 흡수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정 부회장은 이에 대해 “오히려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 경제를 발전시킨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며 스타필드하남 개장으로 인한 고용 효과를 강조했다. 신세계에 따르면 하남 지역 주민들을 비롯해 5000여 명을 직접 고용했고, 투자와 공사를 진행하면서 생긴 간접고용 효과는 3만4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생산유발 효과는 3조400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조5000억원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하남 지역 맛집을 유치하는 등의 상생 방안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스타필드하남에 노브랜드(브랜드 이름을 빼고 가격을 낮춘 상품)·피코크(가정간편식)·데이즈(의류) 전문점을 여는 등 이마트 자체브랜드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대형마트로는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느끼고 제조업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봐야 하나요?
이미 시장은 제조회사에서 유통회사로 패러다임이 전환됐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물량이나 가격, 품질 등 모든 것을 제조회사가 주도했다면 지금은 소비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유통회사가 제품 개발부터 가격과 판촉·할인행사 등 다양한 형태의 협상력을 갖고 있습니다. 피코크·노브랜드·데이즈처럼 이마트가 선보이는 자체 브랜드 제품들은 이미 단순히 ‘이마트에서만 파는 상품’을 뛰어넘어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과거 이마트가 동네수퍼와 마트를 대체하는 고유명사가 된 것처럼 말이지요. 이번에 스타필드 하남에서 처음 선보인 전문점 사업의 경우 대형마트 출점 제한으로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이마트의 상품이 하나의 콘텐트로서, 사업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스타필드 하남이 콘텐트의 인큐베이터가 되는 셈이죠.
베트남·몽골·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
지금까지 해외 진출이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제조업을 통해 또다른 해외 시장 개척을 시도하는 건지요.
소비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데 비해서 유통은 상대적으로 낙후된 국가들을 대상으로 직접 진출, 경영 제휴, 자체 브랜드 제품 수출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합니다. 지난해 12월 호치민시에 이마트 1호점을 오픈하고 최근에 2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는 등 베트남 시장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몽골 울란바토르에 경영 제휴 방식으로 이마트 1호점을 오픈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해외 진출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기존 이마트 점포를 재정비해서 효율성을 높이고, 노브랜드처럼 우수한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수출도 추진 중입니다.
신세계도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어떤 식으로 차별화가 가능할까요.
단순히 관세와 세금 없이 쇼핑하기 위해 방문하는 면세점이 아니라 ‘즐거운 곳, 한국에 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을 지향합니다. 문화와 체험이 있는 ‘세상에 없던 면세점’이죠. 관광객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서울의 랜드마크 역할을 할 것입니다. 신세계면세점은 쇼핑도 하고 사진도 찍어서 SNS에 올리며 자랑할 수 있는 곳, 갤러리처럼 오래 머물며 즐길 수 있는 곳, 그래서 한국에 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하는 곳이 될 겁니다. 면세점 업계 최초로 일대일 고객 맞춤형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제공해 VIP 고객을 더 많이 모실 예정입니다.
소셜커머스와 1원 단위로 가격 경쟁을 펼쳤습니다. 유통공룡인 신세계가 그렇게까지 해야했을까 하는 비판과 함께, 실질적으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은 그다지 낮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이마트가 선보인 ‘가격의 끝’상품은 이마트가 다른 유통 채널보다 비싸다라는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된 상품입니다. 고객들의 반응은 온라인에서 특히 효과가 컸는데, 해당상품 중 이마트몰에서 3~4배까지 매출이 늘어난 상품도 있습니다. 이마트 가격 경쟁력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와 소비자들의 가계소비 절감에 도움되는 품목이라면 추가로 선정해서 계속 선보일 계획입니다.
SNS에 직접 올리고 관리하며 소통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신세계 브랜드를 자주 홍보합니다. SNS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러 계층의 다양한 소비자들과 공식 석상에서, 딱딱한 어투로 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SNS를 활용합니다. 제가 직접 관여하고 관심이 있는 회사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볼 수 있고,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으니까요.
SNS는 직접 관리하나요,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까.
제가 직접 합니다. 필요한 자료들이 있을 땐 실무자들에게 직접 요청해서 받습니다.
SNS에 노브랜드와 데이즈, 피코크 등 이마트 상품을 자주 올리시는데 실제로는 얼마나 자주 쓰는지요.
매주 피코크 비밀 연구소에서 정기적으로 신상품들을 테스트합니다. 최근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피코크 나초칩인데요, 맛이 깊고 풍부합니다. 강력히 추천하는 상품입니다. 일상 생활에서도 노브랜드와 데이즈를 직접 먹어보고 입어보고 있습니다. 피코크 ‘엄마 기준’처럼 아이들을 위한 제품은 제가 직접 조리해서 먹이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과 인터뷰 직후인 개장 첫 주말(9일~11일)에만 53만 명이 스타필드하남을 찾았다. 지난 18일까지 150만 7000명이 몰렸다. 그는 걱정을 조금쯤 덜었을까.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더 채울까’골몰하고 있을까.
- 구희령 기자 healing@joongang.co.kr
[박스기사] 공동 투자자 로버트 터브먼이 말하는 정용진 부회장 - “정용진은 콘텐트의 왕”
“콘텐트야말로 왕이고, 정용진 부회장은 그런 콘텐트의 왕입니다 (Content is the king and YJ is the king of content).”
9월 9일 스타필드하남에서 만난 로버트 터브먼(63) 회장은 정 부회장을 영문 이름 머릿글자를 따서‘YJ’라고 친근하게 불렀다. 그는 몇 번이나 “YJ는 콘텐트의 왕”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의 ‘창의성(creativity)’와 ‘감각(sensibility)’이 놀랍다고도 했다. 터브먼센터스는 신세계그룹과 함께 스타필드하남에 투자(지분율 49%)한 미국의 쇼핑몰 운영 기업이다. 1950년 설립했으며, 92년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 중 처음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15세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터브먼 회장과 정 부회장은 매우 친한 듯 했다. 개장식에서도 여러번 깊게, 오랫동안 포옹하고 어깨를 두드리며 서로를 격려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수제맥주점 ‘데블스도어’에서 터브먼 회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가 본 ‘YJ’에 대해 물었다.
콘텐트의 왕이라니.
식당에는 밥이 맛있어야 가고, 가게엔 물건이 좋아야 간다. 그러니 콘텐트가 왕이다. 그런데 YJ는 그 콘텐트를 만드는데 왕이다. 스타필드하남의 콘텐트는 다 그에게서 나온 것이다. 모든 것을 다갖춘 애견용품 숍도 그렇고, 이곳 데블스도어만 해도 독특한 분위기와 메뉴가 놀랍다.
YJ가 아니라 신세계 팀이 콘텐트를 만든 거 아닐까.
그 팀을 이끄는 것이 YJ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의지가 있다. 아주 독특한 감수성(unique sensibility)과 본능적인 감각, 고객 중심의 마인드, 기업가 정신이 있다. 매우 창의적(creative)이다. 새 비즈니스를 할 때는 비전과 창조성, 디테일을 다 갖춰야 하는데, 그가 그렇다.
YJ랑 앞으로도 같이 사업을 할 건가.
물론이다. 5년 이상 스타필드하남 프로젝트를 같이 했는데, 만난 첫날부터 비전을 공유했다. 자연스럽게 계약이 이루어졌다.
결혼처럼?
그렇다. 어떨 땐 비즈니스가 결혼보다도 더 낫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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