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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피를 뚫은 기업들 |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신약 ‘잭팟’... 실적 날개 달고 훨훨

[박스피를 뚫은 기업들 |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신약 ‘잭팟’... 실적 날개 달고 훨훨

한미약품그룹 지주사로 오너 일가가 최대주주... 꾸준한 R&D로 성장 기대감 여전
‘오너의 편에 서라’. 주식시장의 진리다. 박근혜 정부 출범(2013년 2월 25일) 이후 최근(11월 11일)까지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은 한미사이언스다. 유일하게 1000% 넘게 올랐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다. 자회사인 한미약품의 가치 상승에 따라 주가가 상승했다. 그런데 정작 돈을 버는 한미약품은 같은 기간 250% 올랐다. 오너 일가는 한미약품 주식이 한 주도 없다. 한미약품의 최대주주는 한미사이언스(41.4%).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가 임성기 회장을 비롯한 친인척이다. 지분율이 총 60.6%다.

한미사이언스의 미래는 핵심 자회사인 한미약품에 달려 있다. 한미약품은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이 1967년 서울 종로에 세운 ‘임성기약국’에서 출발했다. 1973년 그룹 모태인 한미약품공업을 설립했고, 1988년 상장했다. 2000년 식품사업을 계열사(한미)에 넘기고 의약품 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기존 신약을 복제하는 제네릭 전문의약품 업체였다. 2010년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회사는 지주회사 한미홀딩스(현 한미사이언스)로 존속하고 사업회사 한미약품을 설립했다. 이때부터 신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지난해까지 연구개발(R&D)에 투자한 돈이 7000억원에 이른다.

인고의 세월 끝에 지난해 신약 개발 ‘잭팟’이 터졌다. 스펙트럼(3월)·일라이릴리(3월)·베링거인겔하임(7월)·사노피(11월)·얀센(11월)·자이랩(11월) 등 글로벌 제약사 6곳과 총 8조원에 달하는 신약 기술수출 계약을 했다. 주가 폭등은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10만원 안팎을 맴돌던 주가는 11월 초엔 86만원으로 뛰었다.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날았다. 1만5000원 언저리에서 21만원으로 치솟았다.

‘한미 신화’는 지난 9월 30일 벌어진 ‘늑장공시’ 사태로 금이 갔다. 이날 한미약품은 전날 들어온 8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사실을 개장 후 약 30분이 지나서야 공시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투자한 개인들은 급작스런 악재에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하면서 큰 손실을 봤다. 반면 10만주 넘게 팔아치운 공매도 세력은 큰 차익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이 의도적으로 공시를 늦게 한 거 아니냐는 뒷말이 돌았다.

시장의 신뢰 상실에 고평가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한미약품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듯’ 높게 오른 한미사이언스는 더 깊게 추락했다. 3분기 실적도 신통치 않다. 한미약품의 영업이익은 1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5%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유입된 기술수출 계약금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회사는 설명하지만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꾸준한 R&D를 통해 마련한 신약개발 기대감은 유효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태영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은 세계 상위권 수준”이라며 “정보공시 과정에서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연구개발진들의 피땀이 어린 파이프라인(상품으로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연구화 단계에 있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은 죄가 없다”고 말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글로벌 신약개발 과정에서 임상실패나 기술수출 반환 이슈는 통상적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신뢰 상실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지금은 너무 싸서 주변 사람들에게 돈이 있다면 사라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 가이드에 따르면, 10월 이후 한미약품에 대한 투자의견을 낸 증권사 15곳이 모두 ‘매수’를 추천했다. 목표주가는 평균 66만 7500원이다. 현재 주가보다 70% 정도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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