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필요한 말 “너나 잘하세요”
우리에게 필요한 말 “너나 잘하세요”
18번 홀 그린에서 마지막 퍼팅을 마쳤다. 고개를 들어 뒤돌아보니 지나온 페어웨이가 그리도 넓고 편안한 곳이었음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티박스에 서서 괜한 욕심과 쓸데없는 근심을 가졌구나.’ 한 해를 마감하는 12월의 막바지에 서서 한 해를 돌아보니 딱 그런 마음이 든다.
책상 위 다이어리를 한 장 한 장 다시 넘겨본다. 그 평범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단어가 이렇게나 어울리는 한 해가 있었을까. 달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일이 생겼고, 그 다음달에도 어김없이 다른 이슈가 생겨나고 사라짐을 반복했다.
2016년 대한민국의 다이어리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는 단어는 ‘촛불’이다. 지난 한 달 동안, 규모와 질서 면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촛불들이 주말마다 광화문과 전국을 채워왔다. 그런데 안타깝고 아쉽다. 그 촛불만큼이나 뜨거운 광장의 온도가 실물경제의 현장으로 와서는 빙점 아래로 곤두박질한다. 과연 정치가 탄핵을 당한 것일까, 경제가 탄핵을 당한 것일까? 기업 입장에서는 폭풍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인데, 도대체 무엇을 해야 좋을지 눈앞이 캄캄하다. 죽은 제갈량이라도 불러내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건만, 정작 이렇다 할 처방전은 아무도 내놓지 않는다.
재벌들이 청문회에 섰다. 국민 입장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사람들의 면면도 파악하고 대응능력도 검증하는 자리일 수 있으니 흥미로웠으리라. 청문의원의 호통에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국민도 있었을 테고, 재벌들의 면면이 저 정도밖에 안 되느냐면서 실망한 사람도 있었을지 모른다.
답변 한마디에 조직이 해체되어 날아가고, 네티즌들의 융단폭격이 시작되어 행여 불매운동이라도 일어난다면 그 기업은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묻어가는 전략’이 증인으로 나선 총수들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비록 본인은 모자란 기억력과 지적능력 부족,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동문서답의 대가라는 핀잔을 들었을지 몰라도 기업과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는 감내해야만 했던 상황은 아니었을지.
어찌 생각하면 청문회가 제대로 시간을 갖고 수술을 해야 할 환자들을 상대로 우선 눈에 잘 띄는 빨간 소독약이나 발라준 행태가 아니었는지 의문이 든다. 언제나 그렇듯 정답은 나 자신에게 있다. ‘너나 잘하세요’라는 철 지난 유행어는 2016년을 보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비상시국일수록, 나라가 불안할수록 각 주체는 본연의 임무를 해야만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이은 소비심리 위축과 수출 감소로 인해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서민과 중소기업이 그 직격탄을 맞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 같은 위기를 틈타 경제를 혼란으로 몰아넣어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는 기업과 개인에 대해서는 어느 때보다 엄정한 법의 집행도 필요하다.
오늘은 새 다이어리를 사러 교보문고에 나가볼까 한다. 그 첫 장에 ‘사명감을 가진 공직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전면에 앞장서고, 기업인들이 합심 동참해 위기를 멋지게 극복했다’는 성공담을 적고 싶다. 2016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염원이자, 2017년의 첫 소망이다. 유달리 소명의식과 정의감이 강한 우리 국민과 공직자라면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책상 위 다이어리를 한 장 한 장 다시 넘겨본다. 그 평범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단어가 이렇게나 어울리는 한 해가 있었을까. 달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일이 생겼고, 그 다음달에도 어김없이 다른 이슈가 생겨나고 사라짐을 반복했다.
2016년 대한민국의 다이어리 마지막 장을 장식하고 있는 단어는 ‘촛불’이다. 지난 한 달 동안, 규모와 질서 면에서 지금껏 보지 못했던 촛불들이 주말마다 광화문과 전국을 채워왔다. 그런데 안타깝고 아쉽다. 그 촛불만큼이나 뜨거운 광장의 온도가 실물경제의 현장으로 와서는 빙점 아래로 곤두박질한다. 과연 정치가 탄핵을 당한 것일까, 경제가 탄핵을 당한 것일까? 기업 입장에서는 폭풍 속으로 들어가기 직전인데, 도대체 무엇을 해야 좋을지 눈앞이 캄캄하다. 죽은 제갈량이라도 불러내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건만, 정작 이렇다 할 처방전은 아무도 내놓지 않는다.
재벌들이 청문회에 섰다. 국민 입장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사람들의 면면도 파악하고 대응능력도 검증하는 자리일 수 있으니 흥미로웠으리라. 청문의원의 호통에 카타르시스를 느꼈을 국민도 있었을 테고, 재벌들의 면면이 저 정도밖에 안 되느냐면서 실망한 사람도 있었을지 모른다.
답변 한마디에 조직이 해체되어 날아가고, 네티즌들의 융단폭격이 시작되어 행여 불매운동이라도 일어난다면 그 기업은 낭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묻어가는 전략’이 증인으로 나선 총수들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비록 본인은 모자란 기억력과 지적능력 부족,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동문서답의 대가라는 핀잔을 들었을지 몰라도 기업과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는 감내해야만 했던 상황은 아니었을지.
어찌 생각하면 청문회가 제대로 시간을 갖고 수술을 해야 할 환자들을 상대로 우선 눈에 잘 띄는 빨간 소독약이나 발라준 행태가 아니었는지 의문이 든다. 언제나 그렇듯 정답은 나 자신에게 있다. ‘너나 잘하세요’라는 철 지난 유행어는 2016년을 보내는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비상시국일수록, 나라가 불안할수록 각 주체는 본연의 임무를 해야만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연이은 소비심리 위축과 수출 감소로 인해 경제적·사회적 약자인 서민과 중소기업이 그 직격탄을 맞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이 같은 위기를 틈타 경제를 혼란으로 몰아넣어 사리사욕을 채우려 하는 기업과 개인에 대해서는 어느 때보다 엄정한 법의 집행도 필요하다.
오늘은 새 다이어리를 사러 교보문고에 나가볼까 한다. 그 첫 장에 ‘사명감을 가진 공직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전면에 앞장서고, 기업인들이 합심 동참해 위기를 멋지게 극복했다’는 성공담을 적고 싶다. 2016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염원이자, 2017년의 첫 소망이다. 유달리 소명의식과 정의감이 강한 우리 국민과 공직자라면 그 작은 소망은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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