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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장하는 인도 골프 시장] 인도 출신 골퍼 연이은 해외 투어 우승에 ‘아차아차(인도어로 ‘좋다’는 뜻)’

[급성장하는 인도 골프 시장] 인도 출신 골퍼 연이은 해외 투어 우승에 ‘아차아차(인도어로 ‘좋다’는 뜻)’

쿠마르·아트왈·밀카싱 등 선전... 대도시 주변에 골프장 건설 바람 거세
지난 12월4일 인도파나소닉오픈에서 최고령 우승한 무케시 쿠마르.
인구대국 인도에서 골프가 꿈틀대고 있다. 국기로 불리는 크리켓의 인기에 눌리고, 골프장은 234곳에 불과하지만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인의 평균 연령이 27세인만큼 잠재력만으로 보면 엄청난 시장이다.
 51세 쿠마르의 인생 역전
아니르반 라히리는 최근 인도 선수중에 가장 촉망받는 20대 유망주다.
올해 51세인 무케시 쿠마르는 1965년 8월1일 인도 무하우에서 태어난 노장 골퍼다. 87년에 프로에 데뷔했으니 인도 프로 골프의 1세대에 해당한다. 쿠마르는 지난 32년간 상금왕을 6번이나 차지한 인도 프로골프의 대표 선수다. 지역 대회를 포함한 통산 승수가 123승에 달한다. 한국으로 치면 한장상(76·KPGA 고문), 최상호(61·타이틀리스트) 정도쯤 된다. 쿠마르는 인도의 대표 프로골프 투어로 자리를 잡은 인도프로투어(PGTI)가 2007년에 창립되기 전인 AMBI투어에서 2004~05년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그해 22개 대회에 출전에 5승을 거뒀다. 톱10에는 19번 이름을 올렸고, 2위만도 5번을 차지했다. PGTI투어 설립 이후 2008년에는 4승을 거뒀다. 타타오픈에서는 100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쿠마르는 뛰어난 선수였지만 국내용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4일 아시안투어로 열린 파나소닉 인도오픈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데뷔 32년 만에 국제대회인 아시안투어에서 최고령으로 우승한 것이다. 그는 인도 델리골프클럽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우승 경험이 많은 조티 란다와, 라시드 칸을 한 타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아시안투어 우승은 쿠마르 인생의 역전이자 대박이었다. 우승상금 7만2000달러(약 8400만원)는 예전에 받아보지 못했던 거액이었다.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32년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렸다. 국내에서 123번을 우승한 것과는 전혀 다른 감격이다.”

쿠마르는 이 대회 우승으로 아시안투어이자 유러피언투어와 공동 개최되는 홍콩오픈에 출전할 절호의 찬스까지 얻었지만 이내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졌다. 생전 해외 대회에 나가보지 못한 쿠마르였기에 자신의 여권 유효 기간이 만료된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쿠마르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여권을 갱신할 시간이 없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지만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걱정없다. 아시안투어 우승으로 다른 해외 대회 출전의 기회는 언제든 다시 올 것이다.

파나소닉 인도오픈에서 4위를 한 스리랑카의 미툰 페레라를 제외하고는 이 대회 톱10에 인도 선수 9명이 이름을 올렸다. 인도에서 치러진 대회라고 해도, 인도의 골프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유명한 인도 선수는 95년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한 아준 아트왈(43)이다. 그는 주니어 시절부터 골프를 배워 미국에서 자랐고 22세에 프로가 됐다. 잘 풀리진 못했으나 반전이 있었다. 2010년에 투어 생활 15년 만에 시드를 잃은 아트왈은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챔피언십에서 먼데이 퀄리파잉(대회가 열리는 주 월요일에 18홀 경기를 벌여 상위 입상자에게 대회 출전자격을 주는 제도)으로 출전권을 얻어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인도인으로는 처음으로 PGA투어 우승이라는 위업을 쌓았다.

인도인 중에서 유일하게 미국 PGA투어 우승한 아준 아트왈.
지브 밀카 싱(45), 아니르반 라히리(29)는 아시안투어를 거쳐 유럽·미국의 큰 무대로 나아간 케이스다. 밀카싱은 유러피언투어 3승, 일본 JGTO투어 4승, 아시안투어 6승을 거두는 등 해외에서 13승을 거둔 인도의 대표 골퍼다. 2009년에는 인도인으로는 가장 높은 세계랭킹 29위까지 올랐고, 아시안투어 상금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아시안투어 상금왕인 라히리는 대표적인 유망주다. 유러피언투어 2승에 아시안투어 7승을 하고 지난해 송도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도 출전했다. 올해는 미국 PGA투어에서도 모습을 볼 수 있다. 2006년 PGA투어에 데뷔한 가간짓 불라(28)는 올해 한국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했다.
 영국 제외하면 세계 최초로 골프장 들어서
여성 골퍼도 있다. 아디티 아쇽(18)은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에서 올해 2승을 거뒀다. 지난달 인도 구르가온에서 열린 히로인디언여자오픈에서 첫 승을 올린 뒤로 2주 만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레이디스오픈에서도 우승했다. 아쇽은 지난해 LET 퀄리파잉 스쿨을 1위로 통과한 후 2승을 거뒀다.

세계 골프 역사에서 보면 인도는 매우 특별한 곳이다. 영국을 제외하고 세계 최초의 골프장이 들어선 나라는 미국이나 캐나다가 아니라 인도였다. 1829년 동인도회사로 영국 주둔군의 숙영지에 조성된 것이 인도 동쪽 끝 콜카타의 로 열캘커타 골프장이다. 이 코스는 1911년에 영국왕 조지 5세와 메리 여왕으로부터 ‘로열’이란 칭호를 받았다. 그린은 평탄하며 챔피언티에서 전장도 6978야드로 짧은 편이다. 그 뒤로 봄베이CC, 방갈로르GC가 1876년에 개장했다. 1873년 캐나다에 북미 최초의 골프장인 로열몬트리올이 생겨난 것에 비하면 일찍부터 골프장이 조성됐다.

그러나 두 번의 세계대전이 모든 것을 앗아가 버렸다. 영국 웬트워스 골프장 회원이던 마하라자 바로다가 1939년 인도 골프계의 대부였던 조부의 지원으로 인도골프협회를 만들었으나 이내 전쟁의 참화에 묻혔다. 종전 10년 뒤인 55년에야 인도골프협회(IGU)가 창립되면서 소멸하다시피 했던 골프가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인도 오픈은 64년부터 열렸다.

현재 인도의 골프장 수는 234곳이지만 이중 94곳이 군전용 골프장이다. 이곳에서는 일반인들의 라운드가 제한된다. 멤버십 코스의 회원이 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전통 있는 델리GC는 회원 신청 후 무려 25년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전체 골프장 중에 9홀 코스가 총 코스의 60%를 차지하며 18홀은 39%다. 27홀 코스는 3개다. 하지만 현재 개발되거나 공사 중인 골프장만 32곳에 달한다. 인도의 골프코스 설계가인 비짓 난드라족은 “인도는 크리켓 팬이 다수지만 골프를 배우는 인도인이 최근 급속도로 늘었다”고 말한다. 그는 “선수들이 유럽과 미국 해외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계기가 됐다”며 “9홀 코스는 큰 도시 주변에 대부분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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