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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같은 골잡이 없이도 이길 수 있다”

“메시 같은 골잡이 없이도 이길 수 있다”

맨시티 감독 과르디올라, 유명 요리사 아드리아의 조언으로 독자적인 축구 철학 완성해
지난 11월 1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맨시티와 바르셀로나의 경기 중 재미있는 제스처를 보이는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


현대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프 “페프” 과르디올라가 지난여름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맡았다.

스페인 국가대표팀 등 선수로 화려한 경력을 쌓은 과르디올라는 2007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에서 감독 경력을 시작했다. 그 팀의 선수로도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프랑크 레이카르트 감독 아래서 비틀거리기 시작한 바르셀로나를 미적 감각이나 득점 실적 양면에서 프리메라리가 최고 수준으로 올려 놓았다.

과르디올라는 2013년 6월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으로 옮겼을 때 자신의 축구철학에서 처음으로 큰 도전에 직면했다. 리오넬 메시 등 바르셀로나에서 배출한 스타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그가 고유한 스타일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바이에른의 새로운 요구를 수용할 것인가?

페프 과르디올라의 진화 / 마르티 페라르나우 지음 / 아레나 스포츠 펴냄
바로 그때 적절한 조언을 해준 사람은 뜻밖에도 유명한 요리사 페단 아드리아였다. 작가 마르티 페라르나우는 새로 펴낸 전기 ‘페프 과르디올라의 진화’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아드리아에게서 예기치 않았던 조언을 얻은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다음은 그 책에서 발췌한 글이다.


과르디올라는 뮌헨에 처음 도착했을 때 요한 크루이프(1988∼96년까지 바르셀로나에서 감독 생활을 하며 91년부터 4년 연속 스페인리그 우승을 이뤄냈고, 92년에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유러피안컵 우승을 이끌었다)가 구축한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바이에른에 도입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바이에른에서 자리 잡자마자 그와는 다른 길을 택해야 한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우선 바이에른에는 바르셀로나를 모델로 한 게임을 재연할 적절한 선수가 없었다. 또 다양한 재능을 가진 바이에른 선수들은 전략과 전술에서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세계 최고의 셰프로 알려진 스페인 출신의 페란 아드리아가 과르디올라에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개인적인 발전과 교육의 필요성에 관한 그의 조언은 특히 통찰력이 있었다. 아드리아는 이렇게 돌이켰다.

“바이에른 같은 클럽이 감독직을 제안해오면 거절하기 힘들다. 이해한다. 그처럼 인상적인 역사와 실적을 가진 클럽이 많지 않다. 과르디올라는 기회가 오자 잡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을 두고 지평선을 넓혔더라면 더 나았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 그런지 설명해 보겠다. 기본적으로 과르디올라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게임 방법을 개발한 적이 없다. 그가 뉴욕에 있을 때 내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 가보라고 권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MIT는 세계에서 가장 선구적인 혁신 센터다. 나는 과르디올라가 이스라엘 루이즈 부총장을 만나 기술·디자인 융합기술연구소인 미디어랩에서 그들이 하는 작업을 보고 배울 수 있기를 바랐다. 그 과정이 과르디올라가 고유한 축구 전술과 전략을 개발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수천 경기를 지켜본 축구 전문가가 되는 것과 과학적인 원칙을 경기에 적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후자의 경우 감독은 선수를 자신의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로봇으로 생각한다. 적어도 과학적인 맥락에선 이상적 시나리오가 그렇다. 과르디올라는 늘 ‘바르셀로나에선 감독으로서 내 전술이 공을 메시에게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

우린 아주 친해서 난 그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그가 검증된 과학적 접근법을 경기에 적용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물론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라는 것은 어려운 요구였다. 한동안 축구를 완전히 떠나야 경기를 해체해서 올바른 방법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 자신은 그렇게 했다. 난 잘 나가던 레스토랑 엘불리의 문을 닫고 나 자신과 일 사이에 거리를 뒀다. 그 다음 요리를 해체하면서 연구했다.”

아드리아의 과르디올라 언급 인용은 정확했다. 실제로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 난 우리 팀이 적시에 제대로 해서 메시가 필요한 순간 공을 그에게 전해주는 것이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메시가 골을 만들어냈다”고 자주 말했다.

하지만 바이에른에선 다른 접근법이 필요했다. 우선 바르셀로나의 메시처럼 마법을 일으킬 선수가 없었다. 젊었을 때부터 경기장에서 자신의 철학에 따르도록 훈련시킨 다른 선수들도 없었다. 따라서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에선 바르셀로나에서와 아주 다른 새로운 축구 회로판을 만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메시 같은 골잡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드리아는 축구도 농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미국 프로농구의 ‘명장’ 필 잭슨은 시카고 불스에서 마이클 조던이 펄펄 날 수 있었던 것은 단짝으로 그의 득점을 도왔던 스코티 피펜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에서 메시가 골잡이로 명성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은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덕분이었다.”

바이에른은 과르디올라에게 그런 선수를 제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바로 그런 점이 새롭고 더 창의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촉진제가 됐다.

아드리아는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겠다는 과르디올라의 의도적인 결정이 우리가 바이에른에서 목격한 창의성의 폭발과 새로 발견한 다재다능함의 촉매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과르디올라는 바이에른이 또 다른 바르셀로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곧바로 깨달았다. 메시나 에르난데스, 이니에스타 없이는 그가 바르셀로나에서 만들어낸 기적을 재창조하기는 불가능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의 본능과 주어진 선수들에게 의존하기로 했다. 현명한 결정이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시험대에 올렸다.

과르디올라는 바르셀로나에서 사용한 기본 모델을 수정된 개념과 다른 해석으로 재창조했다. 어떤 개념은 적용이 불가능해서, 또 어떤 개념은 더 적절한 적용 방법이 있어서 수정됐다. 메시 같은 스타 선수가 없어서 바르셀로나 시절의 영광을 완전히 재현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바이에른에서 이룬 그의 수많은 승리는 메시 마법이 있든 없든 그의 모델이 주효했다는 것을 입증했다.”

바이에른에서 과르디올라를 3년 동안 지켜본 저자로선 그가 새로 발견한 바로 그 ‘절충주의’가 이젠 그의 고유한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믿는다. 그는 급진적인 ‘크루이프주의’(스페인 출신의 유명 감독 요한 크루이프의 전술로 공을 차지해 패스하며 공격하고 곧바로 수비하는 방식)와 베켄바우어주의(독일 출신의 명감독 프란츠 베켄바워의 전술로 속도와 수직 플레이가 주를 이룬다)를 절묘하게 혼합해냈다.

현실에서 감독을 평가하는 진정한 척도는 그가 가진 소신보다는 힘든 조건에서도 선수들에게 그 소신을 가르치고 게임에 적용시키는 능력이다. 훌륭한 감독은 자신의 신조를 끊임없이 수정함으로써 자신의 철학과 선수들의 완벽한 시너지를 얻어낸다. 한 가지 믿음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이제 과르디올라는 자신의 철학을 하나의 거대한 틀로만 활용하며 그 안에서 맘껏 움직이고 영역을 확장해간다.

- 마르티 페라르나우



[ 필자는 스포츠 저널리스트로 최근 발간된 책 ‘페프 과르디올라의 진화(Pep Guardiola: The Evolution)’의 저자다. 이 기사는 그의 책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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