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조니워커’ 꿈꾼다
‘제2의 조니워커’ 꿈꾼다
대만 최초의 위스키 제조업체 카발란, 창업 10년 만에 생산 능력 연간 900만로 세계 몰트 위스키 제조업체 톱 10에 진입 대만 북동부 시골에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리 티엔-차이는 논과 협곡, 산으로 둘러싸인 고향에서 일으킨 사업을 50년 동안 어마어마한 제국으로 키웠다. 10대 시절 모기향을 팔러 다니던 그가 1950년대에는 대만 최고 갑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이루지 못한 야망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는 대만 최초의 증류업체를 세워 자신을 비롯해 많은 대만인이 좋아하는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를 자사 브랜드로 생산해 마시는 게 꿈이었다.
그 꿈은 대만 정부가 주류사업의 국가독점을 해제한 2002년 이후에나 이룰 수 있었다. 리와 그의 사업 후계자인 아들 유-팅은 곧바로 증류주 사업에 뛰어들었고 4년 후엔 카발란 증류소에서 첫 위스키 제품을 생산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6년 12월 많은 대만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이례적인 전화회담 소식에 축배를 들었지만 리는 사뭇 다른 이유로 잔을 들었다.
리는 2016년 12월 7일 주류업계 주요 인사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스키 생산 10주년을 기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만 북부 일란 지역에 두 번째 증류소를 연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업 확장으로 카발란의 생산 능력은 연간 900만ℓ로 늘어나 세계 몰트 위스키 제조업체 톱 10에 진입했다. 아시아의 아열대 섬이라는 의외의 환경에서 단기간에 이 정도 규모의 위스키 증류업체를 일구는 것은 독창성과 야망, 인내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카발란은 새 증류소를 열기 얼마 전 업계의 권위 있는 상을 여러 개 받았다. 가장 최근에는 ‘솔리스트 아몬틸라도’가 2016 월드 위스키 어워드(WWA)에서 ‘최고의 싱글 캐스크 싱글 몰트’ 상을 받았다. 카발란은 또 국제 와인·증류주 경연대회에서 ‘올해의 위스키 업체’로 선정됐다.
리 가문은 새우 양식장부터 커피, 청량음료까지 광범위한 사업을 펼치는 대기업 킹카 그룹의 소유주다. 비상장 민영기업인 킹카 그룹은 재정을 공개하지 않지만 포브스는 2016년 리의 자산가치를 9억7000만 달러로 추정했다.
2016년 12월 뉴스위크는 카탈란의 두 번째 정류소 개업식에 참석했다. 설산 아래 자리 잡은 이 정류소는 그 산에서 나는 천연 샘물로 위스키를 만든다. 일란 지역은 대만에서 강우량이 가장 많으며 겨울철엔 설산의 계곡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하지만 여름에는 기온이 40℃까지 오르고 습도가 매우 높다. 고급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만들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숙성이 중시되는 위스키 산업에서 카발란이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 더운 기후 덕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열대 지역에서 위스키를 만들다 보니 어떻게든 고온과 습기를 우리 쪽에 유리하게 이용해야만 했다”고 카발란의 마스터 블렌더 이언 창이 말했다. “고온은 캐스크의 풍미를 위스키에 빨리 스며들게 해 숙성 속도를 촉진시킨다. 대만의 고온에서 캐스크에 1년 동안 숙성시키면 서늘한 기후에서 4~5년 숙성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된다”
카발란이 기존의 증류소보다 더 서둘러 위스키를 내놓아야 하는 데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오크통 안에서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동안 증발로 인한 손실을 일컫는 이른바 ‘에인절스 셰어(angel’s share)’가 다른 나라에선 평균 2%에 불과하지만 카발란에선 최대 15%에 이른다. 따라서 위스키를 통 속에서 너무 오래 숙성시키면 남는 양이 얼마 안 된다.
창은 영국 레딩대학과 런던 발효·증류연구소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또 위스키 마스터 짐 스완으로부터도 배웠다. 리 가문은 2002년 대만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주류산업의 국가독점을 해제했을 때 위스키 사업에 뛰어들 만한 재력이 있었다. 그들은 125년 역사를 지닌 스코틀랜드의 증류기 제조업체 포사이스에 증류기 공급과 최신 제조 시설 공사의 감독을 의뢰했다.
위스키 제조의 전문 지식 전수는 스코틀랜드의 유명 위스키 컨설턴트인 화학 박사 스완에게 맡겼다. 스완은 더운 기후에서 위스키를 만드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더운 지역에서 제조된 위스키는 맛이 ‘밍밍하고 텁텁하다’는 평가를 자주 받는다”고 스완은 말했다. “그게 큰 문제였지만 고온에 대처하기 위해 제조방법을 수정하는 것과 관련된 몇 가지 이론이 있었다. 그 이론들이 맞아떨어졌고 행운도 따라서 카발란 위스키가 성공할 수 있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완이 카발란의 성공을 행운으로 돌리는 것은 겸손한 처사라고 말한다. 증류주 전문가이자 심사위원인 베른하르트 섀퍼는 “스완은 위스키 업계에서 최고로 꼽힌다”고 말했다. 카발란의 성공에는 스완의 노하우와 포사이스의 증류기, 스코틀랜드산 맥아 등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 비롯된 요소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만 현지의 샘물과 미기후, 리 가문의 든든한 재력과 사업 열의 등도 큰 몫을 했다.
카발란은 최근 각종 위스키 경연대회에서 210개가 넘는 금상을 받았다. 올해 WWA에서 ‘최고의 싱글 캐스크 싱글 몰트’ 상을 받은 솔리스트 아몬틸라도를 심사위원들은 이렇게 칭찬했다. “건포도와 코코넛 향이 살짝 돌고 구아바와 멜론 맛이 난다. 거기에 소나무 향과 캬라멜 향이 더해지면서 여운이 오래 남는다.”
카발란은 이제 전문가들의 칭찬을 뛰어넘어 세계 곳곳의 애호가 확보를 목표로 한다. 현재 유럽연합(EU)이 총 매출의 40%를 차지해 가장 큰 시장이며 미국이 27%로 그 뒤를 쫓는다. 창은 앞으로 10년 후엔 회사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대단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는 제2의 조니워커나 디아지오가 되고 싶다. 그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 필립 셰르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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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이루지 못한 야망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는 대만 최초의 증류업체를 세워 자신을 비롯해 많은 대만인이 좋아하는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를 자사 브랜드로 생산해 마시는 게 꿈이었다.
그 꿈은 대만 정부가 주류사업의 국가독점을 해제한 2002년 이후에나 이룰 수 있었다. 리와 그의 사업 후계자인 아들 유-팅은 곧바로 증류주 사업에 뛰어들었고 4년 후엔 카발란 증류소에서 첫 위스키 제품을 생산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6년 12월 많은 대만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이례적인 전화회담 소식에 축배를 들었지만 리는 사뭇 다른 이유로 잔을 들었다.
리는 2016년 12월 7일 주류업계 주요 인사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스키 생산 10주년을 기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만 북부 일란 지역에 두 번째 증류소를 연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업 확장으로 카발란의 생산 능력은 연간 900만ℓ로 늘어나 세계 몰트 위스키 제조업체 톱 10에 진입했다. 아시아의 아열대 섬이라는 의외의 환경에서 단기간에 이 정도 규모의 위스키 증류업체를 일구는 것은 독창성과 야망, 인내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카발란은 새 증류소를 열기 얼마 전 업계의 권위 있는 상을 여러 개 받았다. 가장 최근에는 ‘솔리스트 아몬틸라도’가 2016 월드 위스키 어워드(WWA)에서 ‘최고의 싱글 캐스크 싱글 몰트’ 상을 받았다. 카발란은 또 국제 와인·증류주 경연대회에서 ‘올해의 위스키 업체’로 선정됐다.
리 가문은 새우 양식장부터 커피, 청량음료까지 광범위한 사업을 펼치는 대기업 킹카 그룹의 소유주다. 비상장 민영기업인 킹카 그룹은 재정을 공개하지 않지만 포브스는 2016년 리의 자산가치를 9억7000만 달러로 추정했다.
2016년 12월 뉴스위크는 카탈란의 두 번째 정류소 개업식에 참석했다. 설산 아래 자리 잡은 이 정류소는 그 산에서 나는 천연 샘물로 위스키를 만든다. 일란 지역은 대만에서 강우량이 가장 많으며 겨울철엔 설산의 계곡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하지만 여름에는 기온이 40℃까지 오르고 습도가 매우 높다. 고급 싱글 몰트 위스키를 만들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숙성이 중시되는 위스키 산업에서 카발란이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 더운 기후 덕분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아열대 지역에서 위스키를 만들다 보니 어떻게든 고온과 습기를 우리 쪽에 유리하게 이용해야만 했다”고 카발란의 마스터 블렌더 이언 창이 말했다. “고온은 캐스크의 풍미를 위스키에 빨리 스며들게 해 숙성 속도를 촉진시킨다. 대만의 고온에서 캐스크에 1년 동안 숙성시키면 서늘한 기후에서 4~5년 숙성시키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정된다”
카발란이 기존의 증류소보다 더 서둘러 위스키를 내놓아야 하는 데는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오크통 안에서 위스키를 숙성시키는 동안 증발로 인한 손실을 일컫는 이른바 ‘에인절스 셰어(angel’s share)’가 다른 나라에선 평균 2%에 불과하지만 카발란에선 최대 15%에 이른다. 따라서 위스키를 통 속에서 너무 오래 숙성시키면 남는 양이 얼마 안 된다.
창은 영국 레딩대학과 런던 발효·증류연구소에서 식품공학을 공부했다. 그는 또 위스키 마스터 짐 스완으로부터도 배웠다. 리 가문은 2002년 대만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주류산업의 국가독점을 해제했을 때 위스키 사업에 뛰어들 만한 재력이 있었다. 그들은 125년 역사를 지닌 스코틀랜드의 증류기 제조업체 포사이스에 증류기 공급과 최신 제조 시설 공사의 감독을 의뢰했다.
위스키 제조의 전문 지식 전수는 스코틀랜드의 유명 위스키 컨설턴트인 화학 박사 스완에게 맡겼다. 스완은 더운 기후에서 위스키를 만드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더운 지역에서 제조된 위스키는 맛이 ‘밍밍하고 텁텁하다’는 평가를 자주 받는다”고 스완은 말했다. “그게 큰 문제였지만 고온에 대처하기 위해 제조방법을 수정하는 것과 관련된 몇 가지 이론이 있었다. 그 이론들이 맞아떨어졌고 행운도 따라서 카발란 위스키가 성공할 수 있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완이 카발란의 성공을 행운으로 돌리는 것은 겸손한 처사라고 말한다. 증류주 전문가이자 심사위원인 베른하르트 섀퍼는 “스완은 위스키 업계에서 최고로 꼽힌다”고 말했다. 카발란의 성공에는 스완의 노하우와 포사이스의 증류기, 스코틀랜드산 맥아 등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에서 비롯된 요소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대만 현지의 샘물과 미기후, 리 가문의 든든한 재력과 사업 열의 등도 큰 몫을 했다.
카발란은 최근 각종 위스키 경연대회에서 210개가 넘는 금상을 받았다. 올해 WWA에서 ‘최고의 싱글 캐스크 싱글 몰트’ 상을 받은 솔리스트 아몬틸라도를 심사위원들은 이렇게 칭찬했다. “건포도와 코코넛 향이 살짝 돌고 구아바와 멜론 맛이 난다. 거기에 소나무 향과 캬라멜 향이 더해지면서 여운이 오래 남는다.”
카발란은 이제 전문가들의 칭찬을 뛰어넘어 세계 곳곳의 애호가 확보를 목표로 한다. 현재 유럽연합(EU)이 총 매출의 40%를 차지해 가장 큰 시장이며 미국이 27%로 그 뒤를 쫓는다. 창은 앞으로 10년 후엔 회사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대단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우리는 제2의 조니워커나 디아지오가 되고 싶다. 그 목표를 향해 제대로 가고 있다고 믿는다.”
- 필립 셰르웰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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