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100년 넘은 차 도매상들 즐비한 타이페이
[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100년 넘은 차 도매상들 즐비한 타이페이
명물 야시장 랴오허제에서 다양한 차 판매 … 따다오청(大稻埕)의 찻집 탐방은 여행 묘미 타이완의 수도 타이베이는 한국인이 방문한 성탄절 휴가지 1위에 올랐다. 2014년 성탄절 인기 여행지 5위로 선전한 타이베이가 2015년에는 3위로 부상하더니 지난해에는 최고의 성탄절 여행지로 등극한 것. 단순히 추위를 피하기 위해 찾는 따뜻한 휴양지를 넘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축제 분위기로 가득한 낭만 도시 타이베이는 차(茶)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보물지도 같은 곳이다.
올해 설 연휴 직전에 내린 폭설에 시달리는 인천국제공항을 3시간이나 늦게 이륙한 비행기는 2시간 30분 만에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타이베이의 관문 타오위안 국제공항은 지난해 1년 동안 처리한 항공여객 수가 4230만 명으로 역대 최다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타이베이에 도착하자마자 랜드마크인 101빌딩에 있는 명품 차 판매 상가를 찾았다. 전 세계 명품 브랜드가 1층부터 5층까지 포진해 있는 이 빌딩의 5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싱가포르의 차 브랜드인 TWG가 넓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101빌딩 전망대 매표소 옆에는 타이완 토종브랜드로 한국에도 알려진 티엔런밍차(天仁茗茶)가 소박한 시음 코너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래된 노차(老茶)와 수공으로 만들어진 타이완 명차를 판매하는 세련된 숍과 고급스런 생활자기가 진열돼 있었다. 유명 도예가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도 전시돼 있는 공간은 차 애호가의 발길을 잡기에 충분했다. 타이완에서 가장 높은 101빌딩의 정식명칭은 타이베이국제금융빌딩이다. 2004년부터 전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군림하던 101빌딩은 2010년 이 빌딩보다 320m 더 높은 두바이 부르즈칼리파(828m)가 위용을 드러내자 제왕 자리를 물려줬다. 101빌딩은 타이완의 세계적 건축가 리쭈웬이 설계한 것을 삼성물산이 시공했다. 이른바 ‘마천루의 저주’를 피한 101빌딩은 예상보다 빠른 2010년 손익분기점을 넘어 2012년부터 주주에게 배당을 시작했다고 한다. 101빌딩 지하 식품부에서도 다양한 타이완 차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지하 1층에 있는 세금환급소를 방문해 여권과 영수증을 제시하면 즉시 세금을 환급해주는 면세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팁이다. 지하에는 헐리우드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방문했던 딘타이펑도 입점해 있다. 대기 줄이 길 때는 번호표를 먼저 받고 잠시 쇼핑을 하고 오는 것도 시간절약에 도움이 된다.
타이완의 밤 나들이에서 야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800m 길이를 자랑하는 랴오허제 야시장은 길 양쪽의 상점과 노점상들이 불야성을 이루며 ‘먹방 천국’으로 불린다. 왁자지껄한 인산인해의 장터에서도 사방에서 한국어가 들려 한국의 재래시장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한국어 간판은 기본이고 매운 떡볶이와 소주를 파는 집, 춘천 닭갈비와 한국식 닭튀김을 파는 주점도 보였다. 차를 즐기는 중화민국답게 야시장에서도 다양한 차를 팔고 있었다. 현지에서는 쩐주나이차로 불리는 밀크 버블티를 필두로 피부 미용과 지방 감소에 유용하다는 양생차를 들고다니며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원하는 차를 즉석에서 우려 주는 간이찻집도 성업 중이었다.
타이완에는 차마고도가 없다. 황실에 바치던 공차도 없다. 1645년 야생 차나무가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최초의 차나무 재배 기록은 푸젠성 출신 커차오가 과거시험을 보고 1796년 타이완에 돌아올 때 차나무를 가져와 심은 것이다. 1881년 우푸웬이 타이베이에 차 제조공장을 세운 것이 타이완 차 산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대나무를 주원료로 약간의 볏 집을 섞어 만드는 거친 질감의 모변지(毛邊紙)를 이용해 차를 포장해 출시하면서 포종차(包種茶)라는 명칭이 타이완 청차의 대명사가 됐다. 차 재배 역사가 짧은 타이완에는 국경 교역과 황실로 가는 차마고도 대신 차엽고도(茶葉古道)가 있다. 지금은 산책로로 변한 좁고 경사진 차엽고도를 통해 무자(木柵) 지역에서 생산된 차를 사람이 둘러매고 운반했다고 한다. 전국에서 생산된 차가 모여 유통되는 곳은 따다오청이다. 타이완 무역의 중심지였던 따다오청은 딴수이허에 있는 선착장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상권이다. 예전에는 상가 사이로 배가 드나들었던 디화지에(迪化街) 재래시장은 잘 보존된 청나라 건축물을 전시보호용이 아닌 상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 허다했다. 차 문화와 교역의 중심지였던 따다오청에는 1911년 10월 10일을 건국일로 삼은 타이완의 역사보다 훨씬 더 긴 세월 속에 대를 이어 내려온 차 유통 상점이 많다. 2013년 만들어진 예티엔룬 감독의 영화 ‘따다오청’은 타이완판 ‘백투더퓨쳐’로 1920년대의 따다오청을 보여준다. 그 당시에는 타이완 수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가 담당했다. 영화에서 타이완 최고 갑부로 등장하는 차 도매상은 지금도 유효한 법칙인 “봄 차는 향이 좋고 겨울 차는 맛이 좋다”는 유언을 아들에게 남기고 죽는다.
타이완의 밸런타인데이에 해당하는 7월7석(음력 7월7일)에 화려한 불꽃놀이로 청춘남녀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따다오청의 또 다른 묘미는 찻집 탐방이다. 신세대를 위한 티 하우스와 뿌리 깊은 전통차관이 산재한 거리에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15세 때부터 가업을 이어 차 농사와 제조·유통을 시작했다는 리리쥔(65세)은 30년 전부터 한국을 왕래하며 한국의 차인들과 폭 넓은 교제를 해온 차 전문가다. 그와 마주한 찻자리에서 언어의 장벽은 차향 속에 녹아들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강의를 하고 돌아온 날이어서 피곤한 와중에도 기분이 좋아진 그가 창고에서 가져온 100년 묵은 포종차를 함께 시음했다. 다소 어색해 하던 일행들 모두가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다. 찻잎이 아닌 세월을 마시며 잠시나마 시간 여행자가 된 호사를 누렸다. 뻔하고 빤한 여행보다 작은 테마를 정해 동선을 잡는 것도 나만의 특별한 여행 지도가 된다. 국적과 나이와 성은 달라도 한 잔의 차로 만나는 인연은 낯선 곳에서 맛보는 별미다.
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설 연휴 직전에 내린 폭설에 시달리는 인천국제공항을 3시간이나 늦게 이륙한 비행기는 2시간 30분 만에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타이베이의 관문 타오위안 국제공항은 지난해 1년 동안 처리한 항공여객 수가 4230만 명으로 역대 최다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타이베이에 도착하자마자 랜드마크인 101빌딩에 있는 명품 차 판매 상가를 찾았다. 전 세계 명품 브랜드가 1층부터 5층까지 포진해 있는 이 빌딩의 5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에 싱가포르의 차 브랜드인 TWG가 넓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101빌딩 전망대 매표소 옆에는 타이완 토종브랜드로 한국에도 알려진 티엔런밍차(天仁茗茶)가 소박한 시음 코너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래된 노차(老茶)와 수공으로 만들어진 타이완 명차를 판매하는 세련된 숍과 고급스런 생활자기가 진열돼 있었다. 유명 도예가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도 전시돼 있는 공간은 차 애호가의 발길을 잡기에 충분했다.
19세 말에야 대만에서 차 산업 시작
타이완의 밤 나들이에서 야시장을 빼놓을 수 없다. 800m 길이를 자랑하는 랴오허제 야시장은 길 양쪽의 상점과 노점상들이 불야성을 이루며 ‘먹방 천국’으로 불린다. 왁자지껄한 인산인해의 장터에서도 사방에서 한국어가 들려 한국의 재래시장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였다. 한국어 간판은 기본이고 매운 떡볶이와 소주를 파는 집, 춘천 닭갈비와 한국식 닭튀김을 파는 주점도 보였다. 차를 즐기는 중화민국답게 야시장에서도 다양한 차를 팔고 있었다. 현지에서는 쩐주나이차로 불리는 밀크 버블티를 필두로 피부 미용과 지방 감소에 유용하다는 양생차를 들고다니며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다. 원하는 차를 즉석에서 우려 주는 간이찻집도 성업 중이었다.
타이완에는 차마고도가 없다. 황실에 바치던 공차도 없다. 1645년 야생 차나무가 존재했다는 기록이 있지만 최초의 차나무 재배 기록은 푸젠성 출신 커차오가 과거시험을 보고 1796년 타이완에 돌아올 때 차나무를 가져와 심은 것이다. 1881년 우푸웬이 타이베이에 차 제조공장을 세운 것이 타이완 차 산업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대나무를 주원료로 약간의 볏 집을 섞어 만드는 거친 질감의 모변지(毛邊紙)를 이용해 차를 포장해 출시하면서 포종차(包種茶)라는 명칭이 타이완 청차의 대명사가 됐다. 차 재배 역사가 짧은 타이완에는 국경 교역과 황실로 가는 차마고도 대신 차엽고도(茶葉古道)가 있다. 지금은 산책로로 변한 좁고 경사진 차엽고도를 통해 무자(木柵) 지역에서 생산된 차를 사람이 둘러매고 운반했다고 한다. 전국에서 생산된 차가 모여 유통되는 곳은 따다오청이다.
한잔의 차로 만나는 인연
타이완의 밸런타인데이에 해당하는 7월7석(음력 7월7일)에 화려한 불꽃놀이로 청춘남녀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따다오청의 또 다른 묘미는 찻집 탐방이다. 신세대를 위한 티 하우스와 뿌리 깊은 전통차관이 산재한 거리에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15세 때부터 가업을 이어 차 농사와 제조·유통을 시작했다는 리리쥔(65세)은 30년 전부터 한국을 왕래하며 한국의 차인들과 폭 넓은 교제를 해온 차 전문가다. 그와 마주한 찻자리에서 언어의 장벽은 차향 속에 녹아들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본에서 강의를 하고 돌아온 날이어서 피곤한 와중에도 기분이 좋아진 그가 창고에서 가져온 100년 묵은 포종차를 함께 시음했다. 다소 어색해 하던 일행들 모두가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다. 찻잎이 아닌 세월을 마시며 잠시나마 시간 여행자가 된 호사를 누렸다. 뻔하고 빤한 여행보다 작은 테마를 정해 동선을 잡는 것도 나만의 특별한 여행 지도가 된다. 국적과 나이와 성은 달라도 한 잔의 차로 만나는 인연은 낯선 곳에서 맛보는 별미다.
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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