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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자리 놓고 중국과 미국 격돌

‘글로벌 리더’ 자리 놓고 중국과 미국 격돌

트럼프가 ‘미국 우선’을 표방하면서 내놓은 리더십에 중국이 군침 삼키지만 국내 문제 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선서를 하고 제 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기 3일 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찰스 디킨스의 문구를 인용했다. 시 주석은 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정·재계 지도자들에게 “최고의 시기이자 최악의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화의 결함을 시인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옹호했다. “글로벌 성장을 이끌고, 재화·자본의 이동, 과학·기술·문명의 발전, 인적 교류를 촉진했다.”

5일 뒤 트럼프 신임 대통령은 1월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명령에 서명했다. 국제 무역협정에 대한 입장이 시 주석과 다르다는 것을 최대한 명명백백하게 드러낸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 정부에서 힘들게 성사시킨 무역협정이었다. TPP는 일본·페루·베트남 등 12개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해 전체적으로 글로벌 경제의 40%를 차지했을 것이다. 이 협정에는 중국이 제외됐는데 워싱턴 정계에선 그것을 중국의 지역적 패권을 억제하는 방편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트럼프의 TPP 탈퇴 결정에 중국 시 주석은 감정이 교차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정이 자유무역 시대에 중대한 타격을 가했지만 일정 부분 중국의 방대한 무역엔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협정의 실패에 시 주석은 분명 기뻐했을 것이다.

미국이 주요 국제 협정에서 발을 빼는 동안 중국은 계속 다른 나라들과 협정을 추진했다. 트럼프가 TPP 협정 문서를 백악관 쓰레기 통에 던져버린 바로 그날 중국이 추진하는 프로그램에 희소식이 전해졌다. 2015년 베이징 정부 주도 아래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프로젝트 자금 지원 목적으로 설립된 다자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기존 57개 주주 외에 추가로 아프리카·유럽·남미의 25개 국가가 새로 참가신청을 했다. 미국은 AIIB를 세계은행 같은 기존 기관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가입을 거부했다. 그리고 영국 등 다른 참가국들을 비난했다. 진리췬 AIIB 총재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중국은 책임감 있는 지도자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세계화의 결함을 시인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옹호했다.
세계화 대변자로서 중국의 역할이 커진다는 징후가 잇따라 나타났다. 다음날인 1월 24일 말레이시아 총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신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중국이 지역의 경제통합 확대를 약속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16개국을 끌어들인 태평양 지역 무역협정이다. 이틀 뒤 태국 부총리도 신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세계 무역의 29%를 차지하는 이들 예비 회원국은 2월 중 일본에 모여 협정을 타결 지을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성장을 보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맹주 자리를 둘러싼 중-미간 전쟁에 요 며칠 사이 큰 변화가 생겼다. 일본·호주·한국을 비롯한 미국의 지역 우방들은 이 같은 세력균형의 변화가 자신들의 앞날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라 불안에 빠졌다.

이들 미국의 3대 핵심 우방들은 대만·베트남과 함께 미군의 지역 주둔을 통한 안전보장, 그리고 오바마 정부 초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국 외교·무역 정책의 초점을 맞추기로 한 데 따른 정치적 보장을 누려 왔다. 그와 함께 세계 최대 다자간 무역협정 구상이 대두됐다. 무역협정안은 표준을 단일화하고 비관세 장벽을 점진적으로 철폐해 더 긴밀한 통합을 약속했다. 특정 제품의 수입을 사실상 금지할 수 있는 식품안전 규제 또는 그 밖에 수출업체들에 부담스런 기준 등이 대표적이다. TPP는 회원국의 경제개혁을 촉진하고 경제관계 다변화를 장려해 중국에의 의존을 낮추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부는 TPP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그룹 내 단연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빠지고도 존속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고맙지만 사양할래요, 오바마
TPP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시아 회귀 정책의 핵심 요소였다. 아시아를 비롯한 주변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적 패권 확대를 후임자가 견제하기 좀 더 쉽게 해주기 위한 선물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에서 승리했다면 그 복잡한 협상을 재개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지역 관측통들은 자신들이 예상하는 클린턴 스타일의 문제 제기와 다자간 무역 체제에 대한 트럼프의 거부 사이엔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후원하는 RCEP는 TPP보다 덜 야심적이다. 일차적으로 중국, 다른 동남아 국가들, 호주, 인도, 일본, 한국, 뉴질랜드 간 무역에 대한 관세 인하 또는 철폐를 추구한다. TPP가 약속한 것과 같은 더 긴밀한 통합을 지향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방식을 선호한다. RCEP에는 베이징 정부에 걸림돌이 되는 환경·노동 보호가 포함되지 않는다. 중국이 이 협정을 선호하는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룹 내 최대 경제대국으로서 장차 영향력 확대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 그리고 그에 따라 중국에 주어지는 기회는 모두 시 주석에게는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돌발 상황이었다. 그는 덩샤오핑 이후 어떤 전임자보다 더 확고히 중국 내 권력기반을 다져왔다. 통상적으로 내부지향적인 중국 지도자들은 글로벌 리더십 지위에 익숙하지 않다. 시 주석은 다보스 포럼에서 중국은 글로벌 무역과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청중을 안심시켰다. 이런 문제에서 중국이 솔선수범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다.

중국은 국내시장을 보호해 왔으며 여전히 세계 최대 오염원 배출 국가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의 새 정부가 벗어나고 싶어 하는 자리에 올라 앉을 기회를 시 주석에게 제공했다. 시 주석은 또한 자유무역을 옹호할 수밖에 없다고 느낄지 모른다. 트럼프가 취임연설에서 강조한 ‘미국 우선’ 정책은 중국 경제가 의존하는 글로벌 무역 체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은 향후 2년 사이 석탄·철강 같은 침체 산업에서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지만 1000만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보스에 모인 정·재계 지도자와 정책입안자들은 시 주석의 약속을 환영했다. 그의 언행은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글로벌 지도자에 걸맞았다. 갈수록 권위주의와 중상주의를 더해가는 공산국가의 지도자로선 눈부신 발전이었다. 서방의 재계 지도자와 정치인들은 중국이 불공정 무역관행을 통해 선진국 경제를 해친다고 비난해 왔다. 예를 들면 은밀히 보조금을 지급해 철강 같은 제품을 세계 시장에 덤핑하는 식이다. 덩샤오핑은 1976년 마오쩌둥 사후 중국 경제의 대외 시장 개방을 이끌었다. 그런 그도 글로벌 지도자들에게 존경 받는 것은 거의 꿈도 꿀 수 없었다.

1990년대 초 중국이 30년에 걸쳐 자칭 두 자리 수 성장에 돌입하면서 덩샤오핑이 후임자들에게 한 가지 충고를 했다. 힘을 감춘 채 겸손하고 낮은 자세를 취해 중국의 부상이 기존 이해집단과 세력에 아무 위협도 주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라는 것이었다(도광양회). 중국은 패권을 추구하지 않으며 자국의 경제성장이 세계 전반에 혜택을 준다고 항상 주장해 왔다.

서방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글로벌 경제 통합을 장려해 왔다. 중국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가 되려면 기존 질서를 받아들이고 대만과 한국이 그런 것처럼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향한 정치진화를 거쳐야 한다는 사고가 그 바탕에 깔려 있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자유시장 경제 편입으로 중국과 경제 파트너 모두 혜택을 보리라고 기대했다.

5년 전 시 주석이 권좌에 오르면서 그런 기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 주석은 트럼프처럼 자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약속으로 국내 지지기반을 구축했다. 다른 강국들로부터 그의 표현을 빌리면 ‘한 세기 동안 굴욕’을 당한 뒤 중국은 세계무대에서 중추적 위상의 회복과 무리의 존중을 모색했다. 지역에서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웃 5개국과 이해가 충돌하고 중첩됐지만 남중국해 전반에 대한 영유권 강화에 나섰다. 그들은 일정 부분 해상 무역로와 에너지 공급 안정화 차원에서 해군력에 투자했다.

시 주석은 당원뿐 아니라 중국 사회 전반에 공산주의에의 신념을 재주입하려 애쓴다. 70여 년 째 권력 독점으로 부패가 만연된 중국 공산당에 분명 닥쳐올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다. 공산주의 이념이 중국의 사회·경제적 현실과 갈수록 충돌하기 때문이다. 2013년 ‘9호 문건’으로 알려진 당 내부 문서는 공산당 지배를 위협하는 이념들에 ‘맞서 싸우라’고 당원들에게 지시했다. 서방 입헌 민주주의, 보편적 가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모두 그 리스트에 올랐다.

그 뒤로 논쟁과 반체제의 여지가 줄었다. 국가의 인터넷 통제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국가가 제시하는 역사 해석만이 허용된다고 강조한다. 지난 1월 저우창 중국 최고인민법원 법원장은 지방 판사들에게 “그릇된 서구적 사고와 사법부 독립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공산당 리더십을 부정하는 구호와 싸우라”고 또 다시 종용했다.

중국은 이번에 예기치 않게 글로벌 리더 승격의 기회를 잡고도 그런 내부 압력으로 인해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글로벌 리더십의 위상은 분명 탐나겠지만 시 주석에게는 국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지난 40년간 고도 성장을 이끌어온 저임금 고투자 수출 주도형 경제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비스·혁신·내수 중심의 고부가가치·고효율·저성장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게다가 거대 국영기업들이 자유시장으로의 전환에 저항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관료들이 사그라드는 성장의 불길을 살리려 애쓰는 동안 중국은 어느 때보다 큰 부채에 허덕인다.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고 자본은 안전한 도피처와 더 나은 수익을 찾아 국외로 빠져나간다.

공산당은 오는 10월 중요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중국을 이끌어가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7명 중 5명이 은퇴하게 된다. 5년 임기 재선을 기대할 수 있는 시 주석은 오는 10월까지 그 자리에 충성파들을 앉히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일 것이다. 당이 직면한 더 큰 불확실성은 경제가 약화될 경우 불만이 터져나올 위험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발적인 중국 관련 발언을 행동에 옮길 경우 그 가능성은 더 커진다. 그는 중국이 불공정 무역 관행을 통해 미국을 ‘강간했다’고 비난하면서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중국은 그에 맞서 미국산 항공기 같은 고가품 불매운동을 통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누리는 낮은 제조원가로 미국 소비자가 혜택을 입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과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중국은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현재 중국이 미국보다 더 수출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은 1960년 9%에서 41%까지 확대됐다(미국은 28%). 무역전쟁은 중-미 양국에 타격을 주겠지만 중국의 무역 의존도가 더 높은데다 경제규모가 작을수록 무역보복에 따르는 희생이 커 중국이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이다.
 시진핑의 트럼프 카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미국의 신정부가 벗어나고 싶어 안달하는 듯한 자리에 올라 앉을 기회를 시 주석에게 제공했다.
지난 40년간 구축된 글로벌 무역 시스템이 현재 여러 나라에서의 정치적 역풍으로 흔들리고 있음은 다보스 포럼 참석자들도 익히 안다. 그중 영국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 결정, 그리고 TPP와 북미자유무역협정 등 다자간 무역협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공격 등이 가장 명확한 증거다. 글로벌 무역은 40년간 꾸준히 증가해 왔지만 지금 쪼그라든다면 중국보다는 미국이 더 이겨내기 유리한 위치에 있다.

미국은 국내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제품을 수입하며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다. 수입이 줄면 경상수지 적자가 완화된다. 반면 중국은 대규모 제조기반을 계속 가동시키려면 수출을 해야 한다. 미국의 중국 제품 수입이 줄어들 경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러나 완전히 일방적인 게임은 아니다. 중국의 13억 소비자는 여전히 미국 기업들에 잠재력 있는 시장이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적대적인 조치를 취한다면 중국이 그런 미국 기업들을 호의적으로 대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중국의 또 다른 잠재적인 무기는 중국이 보유한 1조115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다. 미국이 안고 있는 3조841억 달러의 외채 중 29%를 차지한다. 중국이 손실을 감수하고 그런 자산을 투매해 달러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중국으로선 더 큰 리더십의 부담을 짊어지기에 이상적인 타이밍이 아닐지라도 미국의 글로벌 리더 책임 회피에서 생기는 기회는 중국의 위용을 되찾으려는 지도자로서는 거부하기 힘들다. 그런 기회를 외면하는 데도 큰 리스크가 따른다.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무역에 의존하기 때문에 무역 시스템을 떠받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동시에 미국이 발을 뺌에 따라 중국은 개인의 자유, 인권, 민주주의, 법치의 가치관에 기초한 미국 중심적 국제 질서에 도전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처럼 손에 넣기 어려웠던 보물이 저절로 굴러 들어올 수 있다. 글로벌 리더십에 따르는 도덕적 지위와 존경, 부유한 초강대국이 다른 나라나 국민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칠 때 생기는 마법 같은 지렛대다. 궁극적으로는 그 초강대국에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말이다.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이의를 제기하면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따르고, 미래의 이산화탄소 배출감소뿐 아니라 기후변화가 글로벌 경제번영에 제기하는 위협에서 기회를 내다보는 중국 주석의 위상이 높아진다. 고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인권 침해에 관해 훈계할 입장이 못 된다. 그리고 검증 가능한 사실을 무시하는 트럼프의 태도는 과거와 현재의 논란에 대해 종종 의심스런 해석을 강요한다는 비난을 받는 베이징 정부로서는 좋은 면피 거리가 된다. 트럼프로 인해 당혹감과 우려에 빠진 세상에서 중국은 국내의 정치적 문제, 보호주의적인 정책, 투명성과 책임감 부족을 축소 포장하기가 훨씬 더 쉬울 것이다. 어쩌면 결국에는 경제력을 정치적 영향력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야기되는 경제적 고통을 견뎌낼 수 있다면 글로벌 무역 시스템의 와해가 중국의 내부 개혁에 박차를 가할 수도 있다. 사실상 내수 확대와 수출 감소 그리고 시장 중심의 더 효율적인 경제로 탈바꿈하는 시나리오다. 중국은 그동안 거대 국유기업들의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내부개혁을 실행하기가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실제 중국 경제가 더 효율화하고, 개인들의 저축성향보다 소비성향이 커질 경우 중국은 궁극적으로 그 위기를 통해 더 강해질 것이다.

답을 찾지 못한 중요한 의문이 한 가지 남아 있다. 미국의 소비가 계속 글로벌 성장을 견인할 것이냐는 점이다.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인 미국이 반세기 동안 수행해온 이른바 ‘마지막 보루로서의 소비자’ 역할 말이다. 경제대국이 모두 순수출국이 되려 하는 글로벌 경제는 성장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그것을 사는 미국 소비자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고 글로벌 무역이 와해되면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는 미국의 TPP 탈퇴 명령에 서명하면서 “우리가 방금 한 일은 미국 근로자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기대대로 일부 제조업이 미국으로 돌아온다 해도 고도로 자동화되거나 극히 저임의 일자리일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미국 내 로봇을 위한 일자리 창출에 미국 소비자가 세금을 내는 격이다(중국을 비롯한 나라들의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 인상분을 소비자가 부담한다).

그 밖에 글로벌 무역 감소에 따르는 또 다른 전략적인 위험도 베이징 정부는 잘 알고 있다. 국가간 협력이 약화되면 위기 발생 위험이 커진다. 그리고 아시아에는 한반도부터 남중국해까지 잠재적인 분쟁지역이 적지 않다. 남중국해에선 중국이 세운 인공 섬들에의 접근을 막겠다고 트럼프가 새로 지명한 당국자들이 중국에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의 근접 영향권 내에선 홍콩과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폭발할 수도 있다. 중국 군대는 글로벌 안전 보장의 부담을 전적으로 떠맡을 만큼 강하지도 않고 그러기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안정과 협력 체제가 흔들리면 일본 같은 미국 우방을 포함한 나라들이 제각기 방위력 강화에 투자하면서 아시아에 또 다른 군비경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은 세계 일부 지역에 갑작스런 변화를 초래했다. 그에 따라 앞으로 세계 양대 경제대국이 서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시 주석이 앞으로 세계 지도자 역할을 계속 할 경우 중국인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약속 말이다.

- 이사벨 힐튼



[ 필자는 작가 겸 방송인이자 ChinaDialogue.net의 설립자 겸 편집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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