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경영을 말하다 (1) 박주봉 대주·KC그룹 회장
명품경영을 말하다 (1) 박주봉 대주·KC그룹 회장
인천에 기업의 뿌리를 두고 있는 대주·KC그룹 박주봉 회장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세계 시장을 향해 달려가기까지 고난 속에서도 신뢰를 생명처럼 여기고 불타는 신념과 강한 의지로 달려온 여정이 엿보인다. 지난 2월6일 대주·KC그룹 본사가 자리하고 있는 인천시 사동을 찾았다.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게 생활화돼있고 부지런함이 몸에 밴 박주봉(60) 회장이 기다렸다는 듯 깔끔한 정장에 반가운 얼굴로 맞았다. 박주봉 회장은 자수성가한 기업인이다. 지난해 매출액만 1조5천억원을 넘어서고 12개 계열사에 임직원 2000여 명인 중견기업의 CEO다. 그의 기업인에 대한 꿈은 가난한 나라 대한민국이 막 성장을 시작하던 70년대 오일쇼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 서울 세검정에 사는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았다. 대궐 같은 양옥집에서 밥을 먹고 나니 친구의 어머님이 후식으로 귤을 내왔다. 당시에는 귤이 무척 귀하고 비쌌다. 귤나무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자녀들을 대학까지 가르친다고 해서 귤나무가 ‘대학나무’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양껏 배를 채우고 나자 슬금슬금 호기심이 피어 올랐다. “아버님이 뭐 하시냐?” 친구에게 물었다. “사업을 하신다”는 대답을 듣고 가슴 속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사업가로 성공하면 잘살 수 있고 부자가 되겠구나.’ 친구 집 대문을 나서면서 박 회장은 ‘나중에 꼭 사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몇 년 뒤, 청년 박주봉은 재형저축으로 마련한 150만원을 종잣돈으로 8톤짜리 중고 덤프트럭 한 대를 구입했다. 첫 사업은 연탄 수송이었다. 박주봉은 이른 새벽 가장 먼저 인천항에 도착했다. 수입한 연탄을 인천에서 영등포 대성연탄공장, 망우리 삼표연탄공장, 이문동 동원연탄공장 등 서울의 연탄공장으로 부지런히 실어날랐다.
‘가진 것 없는 어려운 환경에서 남들보다 앞서려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지금도 박 회장이 강조하는 말이다. 그 말처럼 박 회장은 무엇을 하더라도 남들보다 하나를 더 하려고 몸부림쳤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보니 연탄 운송량에서 다른 트럭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노력은 보상으로 돌아왔다. 7년이 지나자 그가 보유한 트럭은 50대까지 불어났다. 그의 나이 겨우 30대 초반이었다. 박 회장은 트럭 운송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서서히 제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건설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심한 박 회장은 1988년 철구조물 제작 시공업체인 ‘대주개발’ 대표 이사에 취임한다. 현재 철구조물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품질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회사다.
흥미로운 점은, 청년 박주봉이 정주영 회장을 기업인의 멘토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는 정주영 회장을 존경했고, 실제로도 닮아가려 애썼다. 아산의 새벽 출근길을 몰래 따라가 그의 옷차림과 걸음걸이까지 따라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그렇게 배운 열정과 패기와 용기를 기업이 닥친 위기 극복에 활용했다. 박 회장의 명품경영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박 회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 겪었던 어려움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매출 500억원의 회사가 80억 원의 부도를 맞은 것. 회사에 엄청난 위기가 찾아왔다. 돈을 갚기 위해 사장인 자신은 물론 전 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극복해나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극복했느냐?”고 묻자 “차량 1대에 12톤 실을 때 우리는 1톤을 더 실었다”고 했다.
그렇게 한 고비를 넘자 IMF 외환위기가 박 회장에게 또 다른 기회로 작용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회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왔는데, 그중에는 알짜 회사들도 제법 있었다.
경영학자들은 기업가가 갖춰야 할 기업정신으로 불굴의 도전정신, 개척정신, 기업혁신, 인재양성, 산업보국과 사회적 책임의식을 꼽는다. 박주봉 회장은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과감히 도전하고 추진하는 기업가 정신의 전형을 보여준다.
박 회장이 뚝심으로 일궈낸 화학산업 진출이 그 사례다. 2001년, 박주봉은 민영화되는 공기업들 중 ‘한국종합화학’에 주목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종합화학을 인수한 그는 노조 파업 등 여러 산적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다. 그렇게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한국종합화학을 ‘KC’로 새출발시키며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곧바로 위기가 닥쳐온다. 경쟁 상대인 일본 기업들이 반발하며 덤핑을 빌미로 제소를 해온 것. 박 회장은 정면 돌파를 택한다. KC는 일본의 화학 3사의 제소에 정공법으로 대응, 반덤핑 제소를 당한지 1년 만에 승소한다.
박 회장은 그 과정에서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직원들을 독려해 우수한 신제품을 개발하도록 적극 지원한다. 직원들도 팔을 걷어 붙였다. 일본의 경쟁기업이 10년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던 기술을 1년 만에 개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KC는 박주봉 회장이 인수한 뒤 고강도의 경영혁신을 통해 흑자로 전환됐고, 대통령 금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글로벌기업인 삼성(10개 라인 중 7개 라인에 공급)과 LG 등 안정된 공급처를 확보해 세계 2위 기업으로 발돋움한 KC는 현재 국내 유일의 수산화알루미늄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지금 KC는 선진 기술을 일본에 역수출하고 있다.
대주·KC는 박 회장의 강한 추진력에 힘입어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는 회사로 발돋움했다. 그룹 내에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인재개발원을 두고 있다. 기술개발을 통해 신성장동력 사업을 발굴하는 중앙연구소는 그룹의 핵심 역량 중 하나다. 박주봉 회장은 이같은 도전과 혁신의 정신으로 알루미늄 압출과 가공, 자동차 항공 분야 및 건설 에너지 사업에 이르기까지 대주·KC의 영토를 크게 넓혀왔다.
대주·KC의 기업비전은 ‘수익향상과 사회공헌’이다. 박 회장은 성장과 분배가 균형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대주·KC는 상장한 회사의 주식을 직원들한테 나눠주어 주가가 오르면 자산 증식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을 임직원들에게도 나눠주는 이익공유제다. 성과를 내면 낸 만큼 인센티브를 준다. 수익이 나는 만큼 직원의 월급도 올라간다. 직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대주·KC그룹을 지속가능한 장수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한 생각도 확고하다. 박 회장은 “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한다. 독일과 일본 기업들이 잘 되어 있는 것을 벤치마킹해 가업승계에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 회장은 기업인들이면 공감하는 상속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현행 상속법대로 하면, 기업의 상속자산이 100억원일 경우 최고 세율을 적용하면 65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기업인들이 상속 문제에 민감한 이유다. 박 회장은 자녀 상속보다 전문 경영인에 맡기는 경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으려면, 이제는 가업승계보다는 경영 능력을 위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창업한 지 25~30년 된 기업들의 경우 소유와 경영이 정확하게 분리가 된다면 세금을 낮춰주고 2세들을 위한 승계 준비를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2011년)을 지낸 박 회장은 우리 사회의 중소기업에 대한 고정관념의 문제도 지적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신입 사원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글로벌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임금 격차를 10% 이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인들을 신명나게 춤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은행이 계속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저금리로 중소기업에 빌려주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 은행이 비전 있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준다면 그 기업은 은행 금리보다 몇 배의 이익을 내서 갚을 수 있다”며 아쉬워했다.
경영자로서 박주봉 회장은 직원들 간 ‘인화와 단결’을 중시한다. 그의 직원사랑은 유명하다. 박 회장은 “직원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어렵게 자란 만큼 생활이 어려운 직원들을 부모의 심정으로 도울 때가 많다고 한다. 직원이 일만 잘하면 좋은 회사가 되는 게 아니라 사장이 직원들의 생활까지도 신경 써 줄 수 있어야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회장은 또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아너 소사이어티’에도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살기에 지금도 예고 없이 회사 주변 노인정이나 무의탁시설 등을 방문하기도 한다. 회사에 장애인을 많이 고용해 이들을 위한 사내 편의 시절을 제공하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기업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강한 산업 환경을 조성하고 소외된 이웃을 도우며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박 회장의 오래된 생각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시간, 박 회장이 사진을 촬영하던 사진기자에게 포즈를 취하며 농담처럼 한마디를 건넸다.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를 만나는 미국 기업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하나같이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트럼프를 만나고 있었다”며 “우리 기업인들은 청와대에 가면 사전에 주고받은 내용만 질문하고 답한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 기업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인터뷰 도중 일어나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고 미국의 개방적인 기업문화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정주영 회장의 새벽 출근길을 몰래 따라갔듯이 인상적이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벤치마킹하는 박 회장의 성향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일찍부터 사업가의 꿈을 키워 자수성가한 기업인, 국내 정상의 중소기업을 일군 박주봉 회장의 다음 목표는 뭘까? 박 회장은 글로벌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에너지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부품을 개발해 유럽에 있는 자동차 회사에 공급할 수 있도록 2018년 1월부터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KC가 주도하는 신소재 개발로 유럽으로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현재 우리 실력으로는 바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수는 없기 때문에 폴란드, 베트남, 미얀마 등에 지점을 열고 공장설비를 구축하는 등 신소재 개발에 적극 매진할 계획이다. 몇 년 뒤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주봉 회장의 탁월한 기업가정신과 명품 윤리경영으로 세상을 가치 있게 만들어온 대주·KC. 물류 운송에서 시작해 철강·화학을 디딤돌 삼아 자동차·항공, 건설·에너지로 영토를 넓힌 대주·KC그룹은 이제 그 도전과 혁신의 정신으로 글로벌 장수기업의 미래 비전을 착실히 준비해가고 있다.
박주봉 회장
1957년생
1998년 대주개발 대표이사
2005년 한중경제협회 부회장
2006년 대주·KC회장
2011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014년 기업혁신대상 최우수 CEO상
전병화 - 희망경제정책연구소장. 대학 강단에서 기업윤리와 경영·경제학을 가르치며 기업전문 경영컨설팅을 수행중이다. 한국기업의 사회적 성과 평가와 존경받는 기업을 선정하는 경실련 ‘경제정의기업상’ 시상 업무를 10년 동안 맡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고등학교 2학년 겨울, 서울 세검정에 사는 친구 집에 초대를 받았다. 대궐 같은 양옥집에서 밥을 먹고 나니 친구의 어머님이 후식으로 귤을 내왔다. 당시에는 귤이 무척 귀하고 비쌌다. 귤나무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자녀들을 대학까지 가르친다고 해서 귤나무가 ‘대학나무’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양껏 배를 채우고 나자 슬금슬금 호기심이 피어 올랐다. “아버님이 뭐 하시냐?” 친구에게 물었다. “사업을 하신다”는 대답을 듣고 가슴 속에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사업가로 성공하면 잘살 수 있고 부자가 되겠구나.’ 친구 집 대문을 나서면서 박 회장은 ‘나중에 꼭 사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정주영 회장의 새벽 출근길을 좇다
‘가진 것 없는 어려운 환경에서 남들보다 앞서려면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지금도 박 회장이 강조하는 말이다. 그 말처럼 박 회장은 무엇을 하더라도 남들보다 하나를 더 하려고 몸부림쳤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다보니 연탄 운송량에서 다른 트럭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노력은 보상으로 돌아왔다. 7년이 지나자 그가 보유한 트럭은 50대까지 불어났다. 그의 나이 겨우 30대 초반이었다. 박 회장은 트럭 운송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서서히 제조업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건설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심한 박 회장은 1988년 철구조물 제작 시공업체인 ‘대주개발’ 대표 이사에 취임한다. 현재 철구조물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품질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회사다.
흥미로운 점은, 청년 박주봉이 정주영 회장을 기업인의 멘토로 삼았다는 것이다. 그는 정주영 회장을 존경했고, 실제로도 닮아가려 애썼다. 아산의 새벽 출근길을 몰래 따라가 그의 옷차림과 걸음걸이까지 따라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그렇게 배운 열정과 패기와 용기를 기업이 닥친 위기 극복에 활용했다. 박 회장의 명품경영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박 회장은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 겪었던 어려움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매출 500억원의 회사가 80억 원의 부도를 맞은 것. 회사에 엄청난 위기가 찾아왔다. 돈을 갚기 위해 사장인 자신은 물론 전 직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극복해나갔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극복했느냐?”고 묻자 “차량 1대에 12톤 실을 때 우리는 1톤을 더 실었다”고 했다.
그렇게 한 고비를 넘자 IMF 외환위기가 박 회장에게 또 다른 기회로 작용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회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왔는데, 그중에는 알짜 회사들도 제법 있었다.
경영학자들은 기업가가 갖춰야 할 기업정신으로 불굴의 도전정신, 개척정신, 기업혁신, 인재양성, 산업보국과 사회적 책임의식을 꼽는다. 박주봉 회장은 주변 환경을 탓하지 않고 새로운 일에 과감히 도전하고 추진하는 기업가 정신의 전형을 보여준다.
박 회장이 뚝심으로 일궈낸 화학산업 진출이 그 사례다. 2001년, 박주봉은 민영화되는 공기업들 중 ‘한국종합화학’에 주목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종합화학을 인수한 그는 노조 파업 등 여러 산적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다. 그렇게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한국종합화학을 ‘KC’로 새출발시키며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곧바로 위기가 닥쳐온다. 경쟁 상대인 일본 기업들이 반발하며 덤핑을 빌미로 제소를 해온 것. 박 회장은 정면 돌파를 택한다. KC는 일본의 화학 3사의 제소에 정공법으로 대응, 반덤핑 제소를 당한지 1년 만에 승소한다.
박 회장은 그 과정에서 기술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직원들을 독려해 우수한 신제품을 개발하도록 적극 지원한다. 직원들도 팔을 걷어 붙였다. 일본의 경쟁기업이 10년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던 기술을 1년 만에 개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KC는 박주봉 회장이 인수한 뒤 고강도의 경영혁신을 통해 흑자로 전환됐고, 대통령 금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글로벌기업인 삼성(10개 라인 중 7개 라인에 공급)과 LG 등 안정된 공급처를 확보해 세계 2위 기업으로 발돋움한 KC는 현재 국내 유일의 수산화알루미늄 전문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지금 KC는 선진 기술을 일본에 역수출하고 있다.
대주·KC는 박 회장의 강한 추진력에 힘입어 기술개발에 역점을 두는 회사로 발돋움했다. 그룹 내에 기술인재를 양성하는 인재개발원을 두고 있다. 기술개발을 통해 신성장동력 사업을 발굴하는 중앙연구소는 그룹의 핵심 역량 중 하나다. 박주봉 회장은 이같은 도전과 혁신의 정신으로 알루미늄 압출과 가공, 자동차 항공 분야 및 건설 에너지 사업에 이르기까지 대주·KC의 영토를 크게 넓혀왔다.
대주·KC의 기업비전은 ‘수익향상과 사회공헌’이다. 박 회장은 성장과 분배가 균형있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대주·KC는 상장한 회사의 주식을 직원들한테 나눠주어 주가가 오르면 자산 증식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수익을 임직원들에게도 나눠주는 이익공유제다. 성과를 내면 낸 만큼 인센티브를 준다. 수익이 나는 만큼 직원의 월급도 올라간다. 직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배려하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대주·KC그룹을 지속가능한 장수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소유와 경영의 분리에 대한 생각도 확고하다. 박 회장은 “기업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한다. 독일과 일본 기업들이 잘 되어 있는 것을 벤치마킹해 가업승계에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경영자들도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해서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익향상과 사회공헌’의 균형 추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2011년)을 지낸 박 회장은 우리 사회의 중소기업에 대한 고정관념의 문제도 지적했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신입 사원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글로벌기업으로 가기 위해서는 임금 격차를 10% 이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인들을 신명나게 춤추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데, 은행이 계속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저금리로 중소기업에 빌려주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 은행이 비전 있는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준다면 그 기업은 은행 금리보다 몇 배의 이익을 내서 갚을 수 있다”며 아쉬워했다.
경영자로서 박주봉 회장은 직원들 간 ‘인화와 단결’을 중시한다. 그의 직원사랑은 유명하다. 박 회장은 “직원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어렵게 자란 만큼 생활이 어려운 직원들을 부모의 심정으로 도울 때가 많다고 한다. 직원이 일만 잘하면 좋은 회사가 되는 게 아니라 사장이 직원들의 생활까지도 신경 써 줄 수 있어야 좋은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박 회장은 또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아너 소사이어티’에도 가입해 활동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살기에 지금도 예고 없이 회사 주변 노인정이나 무의탁시설 등을 방문하기도 한다. 회사에 장애인을 많이 고용해 이들을 위한 사내 편의 시절을 제공하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기업은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건강한 산업 환경을 조성하고 소외된 이웃을 도우며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박 회장의 오래된 생각이다.
글로벌 장수기업 도약을 새 비전으로
박 회장은 그러면서 인터뷰 도중 일어나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고 미국의 개방적인 기업문화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앞서 정주영 회장의 새벽 출근길을 몰래 따라갔듯이 인상적이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면 주저 없이 벤치마킹하는 박 회장의 성향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일찍부터 사업가의 꿈을 키워 자수성가한 기업인, 국내 정상의 중소기업을 일군 박주봉 회장의 다음 목표는 뭘까? 박 회장은 글로벌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에너지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 부품을 개발해 유럽에 있는 자동차 회사에 공급할 수 있도록 2018년 1월부터 세계 시장에 진출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KC가 주도하는 신소재 개발로 유럽으로 적극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현재 우리 실력으로는 바로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수는 없기 때문에 폴란드, 베트남, 미얀마 등에 지점을 열고 공장설비를 구축하는 등 신소재 개발에 적극 매진할 계획이다. 몇 년 뒤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박주봉 회장의 탁월한 기업가정신과 명품 윤리경영으로 세상을 가치 있게 만들어온 대주·KC. 물류 운송에서 시작해 철강·화학을 디딤돌 삼아 자동차·항공, 건설·에너지로 영토를 넓힌 대주·KC그룹은 이제 그 도전과 혁신의 정신으로 글로벌 장수기업의 미래 비전을 착실히 준비해가고 있다.
박주봉 회장
1957년생
1998년 대주개발 대표이사
2005년 한중경제협회 부회장
2006년 대주·KC회장
2011년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014년 기업혁신대상 최우수 CEO상
전병화 - 희망경제정책연구소장. 대학 강단에서 기업윤리와 경영·경제학을 가르치며 기업전문 경영컨설팅을 수행중이다. 한국기업의 사회적 성과 평가와 존경받는 기업을 선정하는 경실련 ‘경제정의기업상’ 시상 업무를 10년 동안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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