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사익 편취 얼마나 개선됐나] 대기업 내부 거래 비중 0.7%P(2015년 2월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감소
[총수 일가 사익 편취 얼마나 개선됐나] 대기업 내부 거래 비중 0.7%P(2015년 2월 공정거래법 개정 이후) 감소
사익 편취 제재받은 대기업 현대·CJ·한진 세 곳 … 최근 5년간 내부 거래 비중 감소세 ‘일감 몰아주기’.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뉘앙스를 불러 일으킨다. 그런데 ‘총수 일가 사익 편취’는 단어 자체로서도 범죄 행위를 강조하는 느낌을 준다. 개정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이 2015년 2월 시행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제23조의2항(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을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규정’이라고 적시했다. 시행 이후 법 집행 사례가 많지 않아 기업과 관계자들이 제도 내용과 적용 기준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공정위는 올 1월 아예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규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단어 자체는 범죄 행위라는 공포감을 자아내지만 실제 적용 대상은 줄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총수 일가 사익 편취 행위의 주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지원받는 회사는 총수 일가(특수 관계인 및 친족) 지분이 상장회사는 30%, 비상장회사는 20% 이상인 경우에만 규제를 받는다. 공정위는 매년 4월 대기업집단을 지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언론에서 내부 거래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회사라고 멍에를 씌운 중견·중소기업은 일단 그 속박에서 벗어났다. 이런 가운데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정무위)은 규제 강화를 취지로 총수 가족 소유 지분 30%(상장사), 20%(비상장사) 이상으로 나눠진 기준을 20%로 일괄 적용하겠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실제 제재를 받은 곳은 세 곳이다. 처음 적발당한 대기업집단은 현대그룹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증권(현 KB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총수 친족 회사인 에이치에스티(HST)와 쓰리비에 부당 지원을 했다며 시정명령, 12억8500만 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동생과 제부가 에이치에스티의 주식 90%를, 현 회장의 조카와 제부는 쓰리비의 주식 100%를 각각 보유했다. 현대증권은 2015년 2월~2016년 3월 제록스와 직거래할 수 있음에도 에이치에스티를 거래 단계에 끼워넣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2012년 5월~2015년 4월 쓰리비로부터 택배 운송장을 높은 단가(12~45%)로 구매했다.
CJ그룹의 CJ CGV도 재산커뮤니케이션즈(현 CJ파워캐스트)를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로 지난해 9월 시정명령과 함께 72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 이재환 대표가 100% 소유했던 회사다. CJ CGV는 2005년 기존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한 뒤 사업 이력이 전혀 없는 신설 회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유리한 조건으로 스크린 광고 영업 대행 업무를 위탁했다.
한진그룹의 대한항공도 계열회사인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와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로 지난해 11월 시정명령과 과징금(14억3000만원)이 부과됐다. 대한항공 법인과 함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현 사장)도 검찰에 고발됐다.
그렇다면 공정거래법 개정 시행 이후 내부 거래는 얼마나 줄어들었을까. 공정위는 법 시행 전후의 대기업집단 계열회사 간 내부 거래 현황을 분석해 봤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대기업집단은 모두 65개였으나, 공기업집단 13개와 내부 거래 현황 공시 의무가 없는 신규 지정 민간집단 5개(카카오·하림·한국투자금융·셀트리온·금호석유화학)를 빼고 보니 분석 대상은 47개 민간 대기업집단(1274개 계열회사)이었다. 민간 대기업집단의 내부 거래 비중은 11.7%, 금액은 159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 시행 전보다 비중은 0.7%포인트, 금액은 21조원 각각 줄어든 것이다. 최근 5년간 내부 거래 비중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내부 거래 금액도 2011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사보다는 비상장사에서, 총수가 없는 집단보다는 있는 집단에서 내부 거래 비중이 크게 나타났다. 내부 거래 비중이 큰 대기업집단은 SK(24.2%), 포스코(18.8%), 태영(18.5%) 순이었다. 금액으로는 SK(33조원), 현대자동차(31조원), 삼성(20조원) 순이었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내부 거래 금액이 많은 SK는 석유화학제품, 현대차는 자동차, 삼성은 전자제품을 제조하는데 수직 계열화를 이룬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내부 거래의 증감 요인으로는 매출액 증감, 합병·분할 및 거래처 변경 등 사업구조 개편, 계열 편입·제외 등 다양한 사유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분석 대상인 1274개 계열사 가운데 내부 거래가 있는 회사는 1050개사로 82.4%를 차지했다. 그런데 내부 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회사는 467개사(36.7%)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봤을 때 내부 거래 비중은 서비스업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내부 거래 금액이 2조원 이상인 업종 중 내부 거래 비중이 큰 상위 5개 업종은 창고·운송서비스업, 시스템통합관리업(SI), 부동산업, 전문서비스업, 사업지원서비스업처럼 모두 서비스 업종이었다.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 거래 비중이 역시 높았다. 특히 총수 2세 지분율과 내부 거래 비중 간 상관 관계는 총수 일가 전체 지분율에 비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총수 2세의 지분율이 100%인 회사의 경우 내부 거래 비중은 무려 59.4%로 조사됐다. 총수 일가 전체 지분율이 100%인 회사의 내부 거래 비중 34.6%보다 크게 높았다.
대기업집단 중 실제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147개사)의 내부 거래 비중은 12.1%, 금액은 9조원으로 법 시행 전보다 오히려 비중과 금액이 늘었다. 2013년 이후 감소 추세에서 되레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착시 현상이란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내부 거래가 많은 중흥건설과 롯데정보통신이 새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중흥건설의 전체 계열사 중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된 회사의 내부 거래 비중이 51.9%로 높기 때문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총수 일가 지분율 증가(2016년 2월)로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됐는데 내부 거래 비중(86.2%)이 높았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규정은 지배 주주의 의도가 없는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효율적인 내부 거래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규제가 생겨도 적용 대상 기업이 내부 거래를 증가시킨다면 거래의 효율성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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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포스코·태영, 내부 거래 비중 커
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실제 제재를 받은 곳은 세 곳이다. 처음 적발당한 대기업집단은 현대그룹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증권(현 KB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총수 친족 회사인 에이치에스티(HST)와 쓰리비에 부당 지원을 했다며 시정명령, 12억8500만 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동생과 제부가 에이치에스티의 주식 90%를, 현 회장의 조카와 제부는 쓰리비의 주식 100%를 각각 보유했다. 현대증권은 2015년 2월~2016년 3월 제록스와 직거래할 수 있음에도 에이치에스티를 거래 단계에 끼워넣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2012년 5월~2015년 4월 쓰리비로부터 택배 운송장을 높은 단가(12~45%)로 구매했다.
CJ그룹의 CJ CGV도 재산커뮤니케이션즈(현 CJ파워캐스트)를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로 지난해 9월 시정명령과 함께 72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동생 이재환 대표가 100% 소유했던 회사다. CJ CGV는 2005년 기존 중소기업과의 거래를 중단한 뒤 사업 이력이 전혀 없는 신설 회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유리한 조건으로 스크린 광고 영업 대행 업무를 위탁했다.
한진그룹의 대한항공도 계열회사인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와 내부 거래를 통해 총수 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로 지난해 11월 시정명령과 과징금(14억3000만원)이 부과됐다. 대한항공 법인과 함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현 사장)도 검찰에 고발됐다.
그렇다면 공정거래법 개정 시행 이후 내부 거래는 얼마나 줄어들었을까. 공정위는 법 시행 전후의 대기업집단 계열회사 간 내부 거래 현황을 분석해 봤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대기업집단은 모두 65개였으나, 공기업집단 13개와 내부 거래 현황 공시 의무가 없는 신규 지정 민간집단 5개(카카오·하림·한국투자금융·셀트리온·금호석유화학)를 빼고 보니 분석 대상은 47개 민간 대기업집단(1274개 계열회사)이었다.
총수 2세 지분 높을수록 내부 거래 많아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내부 거래 금액이 많은 SK는 석유화학제품, 현대차는 자동차, 삼성은 전자제품을 제조하는데 수직 계열화를 이룬 것이 주요 원인”이라며 “내부 거래의 증감 요인으로는 매출액 증감, 합병·분할 및 거래처 변경 등 사업구조 개편, 계열 편입·제외 등 다양한 사유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분석 대상인 1274개 계열사 가운데 내부 거래가 있는 회사는 1050개사로 82.4%를 차지했다. 그런데 내부 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회사는 467개사(36.7%)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봤을 때 내부 거래 비중은 서비스업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내부 거래 금액이 2조원 이상인 업종 중 내부 거래 비중이 큰 상위 5개 업종은 창고·운송서비스업, 시스템통합관리업(SI), 부동산업, 전문서비스업, 사업지원서비스업처럼 모두 서비스 업종이었다.
총수 2세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 거래 비중이 역시 높았다. 특히 총수 2세 지분율과 내부 거래 비중 간 상관 관계는 총수 일가 전체 지분율에 비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총수 2세의 지분율이 100%인 회사의 경우 내부 거래 비중은 무려 59.4%로 조사됐다. 총수 일가 전체 지분율이 100%인 회사의 내부 거래 비중 34.6%보다 크게 높았다.
대기업집단 중 실제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147개사)의 내부 거래 비중은 12.1%, 금액은 9조원으로 법 시행 전보다 오히려 비중과 금액이 늘었다. 2013년 이후 감소 추세에서 되레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착시 현상이란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내부 거래가 많은 중흥건설과 롯데정보통신이 새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중흥건설의 전체 계열사 중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된 회사의 내부 거래 비중이 51.9%로 높기 때문이다. 롯데정보통신은 총수 일가 지분율 증가(2016년 2월)로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 포함됐는데 내부 거래 비중(86.2%)이 높았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규정은 지배 주주의 의도가 없는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효율적인 내부 거래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규제가 생겨도 적용 대상 기업이 내부 거래를 증가시킨다면 거래의 효율성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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