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로 끝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애초에 이룰 수 없었던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경제개발
[신기루로 끝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애초에 이룰 수 없었던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경제개발
대통령 한 마디에 두 달 만에 계획 뚝딱 수립 … 정부 주도 성장의 한계 여실히 드러내 “기초가 튼튼한 경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는 경제를 만들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월 6일 ‘신년 국정 구상’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계 부처는 발칵 뒤집혔다. 사전에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게다가 전달인 2013년 12월 이미 ‘2014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은 뒤였다. 정부는 부랴부랴 “2월 말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해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경제의 청사진을 불과 두 달여 만에 완성한 것이다. 3개년 계획에는 장밋빛 목표가 담겼다. 잠재성장률 4%, 고용률(15~64세 기준)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수준을 달성한다는 목표였다. 3월 1일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끝났다. 현실은 정반대다. 3년간 실적을 수치로 따져 보면 정책 목표와 현실 간 괴리가 두드러진다. 낙제점이다. 한국은행 등이 추정한 올해 잠재성장률은 2%대 후반이다. 지난해 고용률은 66.1%다. 산업 구조조정 여파에 따른 제조업 취업자 급감 등으로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15년 기준 2만7340달러다. 4만 달러는커녕 3만 달러 벽도 높기만 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정부 주도의 수출·투자 확산이 경제 전반에 퍼지는 ‘낙수효과’가 나타났지만 이젠 성장모델은 작동할 수 없다”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정부 주도 성장의 한계를 보여 준다”고 말했다.
재탕·백화점식 정책 나열은 필연적 결과였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세부 항목은 59개나 된다. 공공기관 개혁부터 벤처·창업 활성화, 가계부채 관리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지만 세부 실행 계획은 정부가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과 다르지 않았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그해 경제정책방향을 끝낸 상황에서 두 달 만에 새로운 걸 내놓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과거 정책을 다시 뒤져보거나 아이디어 수준인 내용을 검증 없이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발표 당일까지도 청와대와 정부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담화를 한 당일 정부가 사전 배포한 자료의 일부 내용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정부안에 없던 ‘통일시대 준비’ 항목이 들어가는 식이었다. 당시 “내용이 왜 바뀌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관료들은 우물쭈물하며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졸속 계획’이 제대로 성과를 낼 리 없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올해까지 달성하겠다는 비전인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15~64세 기준)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중 어느 하나도 이뤄내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가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기도 했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60% 초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 비율이 2013년에는 160.3%였다. 그런데 2014년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73.6%까지 올랐다. 게다가 정부가 내세웠던 ‘장밋빛 구호’는 현 상황에서 비춰보면 황당한 수준이다. 당시 정부가 낸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 참고자료’ 중에는 ‘3년 후 우리 경제의 모습’ 부분이 있다. 여기에는 사교육비 부담 경감, 안정적인 노후생활 기반 마련,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이 완화돼 일한 만큼 보상 가능과 같은 문구가 담겼다. 현실과 괴리가 크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외에도 적지 않은 경제개발 및 개혁 정책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호평을 받거나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정책은 드물었다.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상징이던 4대 구조개혁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동개혁 분야의 핵심인 5대 법안은 끝내 좌초했다. 노동계 등의 반발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법 개정안, 파견 근로자보호법 개정안은 입법 시도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만이라도 처리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공공개혁 분야의 핵심 과제였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도 법원이 5개 공공기관 노조가 낸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무효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주창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를 설립하고 19개 미래성장동력을 선정해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투자 및 예산집행기관과 종합조정 기관의 중복 논란 등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로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면서 살뜰히 챙겼던 규제개혁장관회의와 규제개혁 끝장토론회 등도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규제완화의 상징과도 같은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최순실씨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폐기 여론에 직면해 있다. 이런 실패의 주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과거 성공 모델의 답습을 꼽는다. 60년대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한국 경제성장에 초석을 놓았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현재의 국내외 경제 환경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지금의 한국 경제성장 단계,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환경 속에서 ‘나를 따르라’는 식의 정책은 효과는커녕 민간의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방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대통령이 ‘큰 제목’을 제시하고 정부가 이를 억지로 꿰맞춘 터라 정책 발표 이후 제대로 된 정책 추진 체계도 다지지 못했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경우 1년 이상의 여론수렴과정을 거쳤지만 이런 절차도 사실상 생략됐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내세운 방향 자체가 틀린 건 아니지만 향후 정책에 대한 민간의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추진 체계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 등 이해 당사자 간 조율도 이뤄지지 않아 정책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향후 정부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을 직접 선도하기보다는 법·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인이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제조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환경에서 정부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앞서 뛸 수 있도록 정부는 사전 규제를 최소화하고 사후 규제를 하되 공공성을 훼손하면 강하게 대응하는 식으로 정부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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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월 6일 ‘신년 국정 구상’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했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계 부처는 발칵 뒤집혔다. 사전에 전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게다가 전달인 2013년 12월 이미 ‘2014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은 뒤였다. 정부는 부랴부랴 “2월 말까지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해 2월 25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경제의 청사진을 불과 두 달여 만에 완성한 것이다.
재탕·백화점식 정책의 필연적 결과
재탕·백화점식 정책 나열은 필연적 결과였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세부 항목은 59개나 된다. 공공기관 개혁부터 벤처·창업 활성화, 가계부채 관리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지만 세부 실행 계획은 정부가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과 다르지 않았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그해 경제정책방향을 끝낸 상황에서 두 달 만에 새로운 걸 내놓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과거 정책을 다시 뒤져보거나 아이디어 수준인 내용을 검증 없이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발표 당일까지도 청와대와 정부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담화를 한 당일 정부가 사전 배포한 자료의 일부 내용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정부안에 없던 ‘통일시대 준비’ 항목이 들어가는 식이었다. 당시 “내용이 왜 바뀌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관료들은 우물쭈물하며 적절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런 ‘졸속 계획’이 제대로 성과를 낼 리 없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올해까지 달성하겠다는 비전인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15~64세 기준) 70%,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중 어느 하나도 이뤄내지 못했다. 오히려 정부가 이에 역행하는 정책을 내기도 했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60% 초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했다. 이 비율이 2013년에는 160.3%였다. 그런데 2014년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로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73.6%까지 올랐다. 게다가 정부가 내세웠던 ‘장밋빛 구호’는 현 상황에서 비춰보면 황당한 수준이다. 당시 정부가 낸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 참고자료’ 중에는 ‘3년 후 우리 경제의 모습’ 부분이 있다. 여기에는 사교육비 부담 경감, 안정적인 노후생활 기반 마련,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이 완화돼 일한 만큼 보상 가능과 같은 문구가 담겼다. 현실과 괴리가 크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외에도 적지 않은 경제개발 및 개혁 정책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호평을 받거나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정책은 드물었다.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상징이던 4대 구조개혁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동개혁 분야의 핵심인 5대 법안은 끝내 좌초했다. 노동계 등의 반발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법 개정안, 파견 근로자보호법 개정안은 입법 시도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만이라도 처리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공공개혁 분야의 핵심 과제였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도 법원이 5개 공공기관 노조가 낸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무효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주창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를 설립하고 19개 미래성장동력을 선정해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투자 및 예산집행기관과 종합조정 기관의 중복 논란 등으로 인한 효율성 저하로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면서 살뜰히 챙겼던 규제개혁장관회의와 규제개혁 끝장토론회 등도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규제완화의 상징과도 같은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최순실씨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폐기 여론에 직면해 있다.
정부 역할에 대한 재정립 필요
게다가 대통령이 ‘큰 제목’을 제시하고 정부가 이를 억지로 꿰맞춘 터라 정책 발표 이후 제대로 된 정책 추진 체계도 다지지 못했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경우 1년 이상의 여론수렴과정을 거쳤지만 이런 절차도 사실상 생략됐다. 백웅기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내세운 방향 자체가 틀린 건 아니지만 향후 정책에 대한 민간의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추진 체계가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 등 이해 당사자 간 조율도 이뤄지지 않아 정책이 제대로 돌아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향후 정부 역할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을 직접 선도하기보다는 법·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인이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제조업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환경에서 정부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앞서 뛸 수 있도록 정부는 사전 규제를 최소화하고 사후 규제를 하되 공공성을 훼손하면 강하게 대응하는 식으로 정부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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