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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샴푸 쓴다고 모발 좋아질까

비싼 샴푸 쓴다고 모발 좋아질까

어떤 제품이든 세정 성분은 비슷하고 향과 컨디셔닝 성분에서 차이 날 뿐이다
모발에 맞거나 향을 좋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단순히 모발 세정 목적이라면 샴푸를 바꿔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샴푸를 살 때 어떻게 고르는가? 미용사의 조언을 따르는가, 또는 잡지나 TV 광고를 믿는가? 또는 그때그때 마트에서 세일하는 브랜드를 선택하는가? 무엇보다도 브랜드별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것은 전적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하느냐에 달렸다. 내가 최근 조사한 바로는 몇몇 경우엔 어떤 브랜드든 가격이 얼마든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모든 샴푸가 비슷한 모발 세정 성분을 함유하기 때문이다. 계면활성제로 알려진 이들 성분은 주방세제 같은 다른 많은 세정용품에 사용되는 것과 똑같은 화합물이다.

이들 화합물은 때와 기름기 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계면활성제는 물을 잘 흡수하는 반면 물을 멀리 하는 성질도 지녀 기름기와 때를 끌어들인다. 이런 계면활성제 분자가 물을 만나면 금방 구형 구조를 이루며 내부의 기름기 때를 붙잡아 머리카락 표면에서 떨어져 나가게 한다. 샴푸 속의 계면활성제 분자가 물과 섞여 머리카락을 헹굴 때 때와 함께 씻겨나가기 때문에 모발세정에는 안성맞춤이다.

이것이 유일한 목적이라면 샴푸는 비싸든 싸든 모두 똑같다. 이는 박사 과정생 2명에게 일주일 동안 머리를 감지 않도록 한 실험에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씻지 않은 머리카락 표본을 수거해 다양한 샴푸로 세정 실험을 한 뒤 현미경으로 모발 표면을 관찰하며 어떤 때와 기름기가 남아 있는지 살폈다. 조사 결과 브랜드와 샴푸 가격에 상관없이 모든 샘플이 세정 후 똑같이 깨끗했다.

다만 가장 싸구려 샴푸(병 당 약 1500원)를 사용한 학생의 머리카락에 약간의 정전기가 남아 금방 때와 먼지가 표면에 달라붙었다. 이 경우 머리를 감은 뒤 처음에는 깨끗한 듯하지만 머리카락에 금방 먼지가 달라붙어 장기적으로는 세정효과가 떨어진다. 그런 점에서 너무 싸구려 브랜드는 피하는 편이 현명하다. 그렇다 해도 중급 샴푸 샘플과 병 당 약 5만8000원 하는 샴푸 간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었다.

모발 세정 효과가 모두 비슷하다면 샴푸에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사실상 향과 별도의 컨디셔너 같은 온갖 다른 성분에 돈을 지불하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모발 세정력은 샴푸의 기능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소비자는 진하고 질감 좋고 머리 감을 때 향기 좋은 샴푸를 원한다. 우리 조사에선 진한 샴푸의 세정효과가 더 뛰어나지 않았지만 점도와 품질 간에 연관성이 있다고 사람들이 믿다 보니 업계에서 제품의 점성을 높이게 됐다.

이들 점성을 높이는 화합물에 별도의 비용이 들어 샴푸 가격이 올라간다. 이색적인 식물과 화초 추출물 같은 독특한 향의 고유 혼합물도 가격인상 요인이다. 다양한 컨디셔닝 성분을 함유한 고가 샴푸는 정전기를 방지하고 부드럽고 관리하고 손질하기 쉽게 만든다.

그러나 샴푸에 컨디셔닝 성분이 포함된다 해도 별도의 컨디셔너가 필요하다. 컨디셔너를 함유한 고가의 샴푸에 별도의 컨디셔닝 트리트먼트를 함께 사용할 때 가장 결과가 좋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샴푸 선택 기준은 다양하다. 자신의 모발에 맞아서(그리고 향이 좋아서) 특정 브랜드를 선호한다면 바꿀 이유가 없다. 그러나 단순히 모발 세정 목적이라면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샴푸를 바꾸면 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 로라 워터스



[필자는 영국 허더스필드대학의 연구원이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나는 5년간 물로만 머리 감았다” - 샴푸로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도 내 머리카락은 깔끔해
영국 가수 게리 발로우는 15년간 샴푸를 쓰지 않았다.
영국 팝그룹 ‘테이크 댓’의 게리 발로우가 14년 동안 샴푸를 쓰지 않았다니 현명한 사람이다. 나도 5년 이상 어떤 종류의 세정제나 화학물질도 모발에 쓰지 않았는데 깨끗하고 냄새 좋고 부드럽고 관리하기 쉽다.

두피는 천연기름을 배출한다. 미용업계는 그것을 모두 씻어내도록 한다. 그것도 헤어케어 업체 필립 킹슬리의 모발전문가 애나벨 킹슬리에 따르면 최소 3일에 한 번씩 그래야 한다. 그 뒤 ‘컨디셔너’라는 또 다른 값비싼 제품으로 기름을 입히거나 헤어젤을 발라 매끄럽게 만들라고 한다.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영국 여성들은 모발용품에 연평균 460파운드를 지출한다. 그중 3분의 1이 샴푸와 컨디셔너에 쓰인다. 평생 동안 무려 2만8520파운드를 지출하는 셈이다. 미용실에서 쓰는 돈은 제외한 금액이다.

샴푸는 악순환을 이룬다. 기름기를 씻어낼수록 두피는 그것을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이 만들어낸다. 그러면 우리는 그것을 씻어 내려고 필요 없는 고가 샴푸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한다.

머리에 샴푸를 쓰지 않으면 모발이 적응하는 데 며칠 걸린다. 그동안에는 약간 탄력 없어 보일 수 있다. 평생 샴푸를 썼다면 분명 두피가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며칠 만 참고 기다리면 제 모습을 되찾는다.

(모발의) ‘자율세정’은 근거 없는 이론이다. 그러나 값비싼 액체로 머리카락을 씻어낼 필요는 없다. 좋은 머리빗을 장만하자. 빗질을 하면 모낭을 따라 기름기가 골고루 분산된다. 천연 컨디셔너다. 비듬·먼지·때를 털어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고양이 털 손질과 다소 비슷하다. 나는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빗질을 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어린이들은 머리카락에 윤기가 날 때까지 100번 빗질을 하도록 교육 받았다. 실제로 효과가 있다.

따뜻한 물로 머리를 감으면서 동시에 두피를 마사지하면 샴푸를 쓸 때와 똑같이 산뜻하고 깔끔해진다. 나는 한 주에 두 번 정도 그렇게 한다. 2분도 채 안돼 끝난다.

물로만 머리카락을 감아도 ‘전문가들’ 말처럼 ‘냄새 나고 기름기 흐르고 비듬 생기는’ 일은 없다. 나는 상업적 이해가 얽힌 ‘전문가’들의 조언은 무시해도 좋다고 본다. 많은 기업이 판매하는 각종 헤어케어 제품이 모발 세정을 강조한다. 그들로선 고객이 계속 더 많은 제품을 찾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의 불안감을 이용해 서서히 잠식해 들어가는 광고 형식이다. 머리에서 냄새 날까 걱정하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떨어진다.

과거 이 문제로 언론 인터뷰를 했을 때 나의 이른바 ‘더러운 습관’에 관해 상당히 심한 말도 들었다. 다행히 나머지는 관심을 보이는 선에 그쳤다. 발로우가 샴푸를 하지 않는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더럽다’ ‘혐오스럽다’ ‘역겹다’는 반응이 있었다.

탈모방지 클리닉 벨그라비아 센터 관계자는 최근 BBC 인터뷰에서 “기름기 있는 머리는 물로만 씻으면 두피의 박테리아나 남아도는 기름기가 씻겨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름기와 박테리아에 관한 내 생각은 다르다. 신체의 모든 성분이 그렇듯이 저마다 존재 이유가 있다. 영국 미용사협회 회장을 지낸 마크 코레이 카디프-살롱 사장은 샴푸 성분이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빗질을 잘해 깨끗하게만 관리해도 그런 효과를 낸다.

샴푸와 기타 모발관리 제품과 관련된 바가지 상술을 간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듯하다. 지난해 샴푸·컨디셔너·헤어스타일링 제품 매출액이 2300만 파운드(약 331억원) 감소했다. 모발도 더 건강해진다. 내 모발은 과거 내가 하루 걸러 샴푸질을 할 때보다 오히려 더 좋아 보인다. 게다가 하수구로 흘려 보내는 세제가 줄어드니 환경에도 좋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단 한 가지 미스터리라면 발로우가 14년 동안 현명하게 사용하지 않던 샴푸를 왜 다시 집어 들었느냐는 점이다.

- 수전 엘킨



[ 필자는 프리랜서 기자이자 50여 종의 책을 써낸 저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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