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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통 큰 투자 나선 아시아 IT 거물들] 트럼프의 기질과 심리를 읽었다

[미국에 통 큰 투자 나선 아시아 IT 거물들] 트럼프의 기질과 심리를 읽었다

손정의·마윈·궈타이밍, 트럼프에 460조 선물 보따리... 미국에 ‘조공’ 아닌 ‘확장’ 전략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5번가의 트럼프 타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함께 모습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45분간의 만남 후 “마사는 훌륭한 사람”이라며 애칭을 불렀다. 첫 만남이었지만 둘 사이의 친밀도를 드러내는 데는 부족함이 없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회동을 두고 “손정의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급히 기념품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말한 기념품은 ‘북미에 500억 달러를 투자해 5만 명의 일자리를 만든다’는 약속이었다. 손 회장은 이 약속을 앞세워 향후 미국 사업을 추진하는 데 각종 규제를 완화해주겠다는 트럼프 측의 답신을 선물로 챙겼다.
 “원하는 것 얻으려면 큰 것 약속하라”
아시아 정보기술(IT) 업계를 대표하는 거물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에 맞춰 발 빠르게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미국 소기업이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향후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폭스콘의 궈타이밍 회장은 펜실베이니아주의 평면 패널 생산시설 설비에 70억 달러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5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규모다. 파이낸셜타임스(FT) 추산에 따르면 세 명의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에게 약속한 투자 금액과 일자리 합계는 4000억 달러(약 462조원), 110만 개에 이른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시아 IT 기업들의 통 큰 약속은 트럼프의 심리와 기질을 잘 분석한 결과이자, 정치권에 예민하게 반응해온 동아시아 기업들의 익숙한 대처 방식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어 트럼프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에 나오는 문장을 인용하며 “트럼프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큰 것을 약속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아시아의 최고 협상가들은 이미 그의 원칙을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과 실리콘밸리의 불화를 틈타 아시아 IT기업들이 미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시대에 발맞춰 가장 빠른 투자 계획을 내놓은 이는 손정의 회장이다. 그는 셸던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과의 인맥을 활용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미국에 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이동통신 자회사인 스프린트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야심이 있다. 일본 통신회사인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이동통신회사인 스프린트의 지분 86%를 갖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통신 시장에서 스프린트의 지배력을 더 높이기 위해 소프트뱅크는 M&A를 모색 중”이라며 “이번 정권 교체로 소프트뱅크가 T 모바일 인수를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13년 소프트뱅크는 스프린트의 라이벌인 T모바일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국 당국의 독과점 규제로 무산됐다. 손정의 회장은 2월 8일 열린 결산회의에서 “미국 신임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규제 완화를 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사업 기회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이 세운 사업 계획은 빠르게 실현됐다. 소프트뱅크는 2월 15일 미국의 대형 자산운용사인 포트리스인베스트먼트그룹을 33억 달러(약 3조760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손 회장은 이날 “이번 인수는 곧 설립되는 비전펀드와 함께 대담한 투자와 장기적 성장이라는 우리의 다음 성장전략인 ‘소프트뱅크 2.0’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차세대 기술에 투자하기 위해 1000억 달러(약 114조원) 규모로 출범시킨 펀드다.
 소프트뱅크·알리바바·폭스콘 관계 공고해질 가능성
미·중 갈등 속에 알리바바 마윈 회장도 일자리를 앞세워 트럼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윈은 지난 1월 뉴욕에 있는 트럼프 타워에서 40분간 트럼프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마윈은 알리바바의 플랫폼을 통해 미국 소기업이 중국과 아시아에 제품을 팔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마윈은 트럼프와의 만남 후 트위터에 “미국 소기업과 농민들이 3억 명의 중국 중산층에게 제품을 팔 수 있도록 하겠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도 “오늘 잭(Jack Ma·마윈의 영어 이름)과 훌륭한 미팅을 했다”며 “잭과 나는 대단한 일을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당시 트럼프는 중국의 환율 문제를 거론하며 불공정한 무역을 하는 중국에 45%의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미·중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가와 만났다는 것에 대한 여러 해석을 염두에 둔 듯 마 회장은 “우리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더욱 우호적이고 공고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현지언론인 환구시보는 ‘마윈은 미국에 조공하러 간 것이 아니라 확장하러 간 것’이라는 제하의 사설을 통해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성공하면 중·미 양국의 경제는 더 긴밀해질 것이고 양대 경제대국도 윈-윈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만 폭스콘의 궈타이밍 회장은 트럼프와 회동하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미국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를 만난 손정의 회장을 통해 미국 투자 의향을 전달했다. 궈 회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손 회장이 트럼프와 만난 자리에서 폭스콘이 향후 TV용 패널과 TV 조립 공장 등을 미국에 세워 3만~5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했다. 지난 1월 대만에서 열린 행사에서 궈타이밍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 70억 달러를 투자해 디스플레이 패널 공장을 만들 계획이 있음을 알렸다. 폭스콘은 소프트뱅크가 곧 출범시킬 비전펀드에도 자금을 보탤 계획이다. 이와 관련, 닛케이아시안리뷰는 “폭스콘은 외연을 넓혀 아이폰을 조립하는 위탁제조업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어하지만 최근 중국과 대만,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중국 공장 혹은 미국 공장을 선택해야 하는 투자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SMBC닛코증권의 애널리스트 기구치 사토루는 “소프트뱅크·알리바바·폭스콘 등 3개 회사가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재무 리스크를 줄이며 폭넓게 투자하기 위해 손을 잡을 것”이라며 글로벌 확장 동반자로 더욱 관계가 깊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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