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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3시간 경기 너무 길지 않나요?

야구 3시간 경기 너무 길지 않나요?

팬들에게 외면당하기 전에 경기시간 단축을 위한 5가지 제안
야구가 팬들에게 계속 사랑 받고 싶다면 경기시간을 2시간 30분~2시간 45분 대로 단축한 필요가 있다.
야구계의 불가해한 현인 요기 베라는 언젠가 양키 스타디움의 왼쪽 외야 그늘을 가리켜 “저쪽은 일찍 날이 저문다(It gets late early out there)”고 말했다. 그것은 야구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지난해 야구 경기 평균시간이 처음으로 3시간 대로 올라섰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최근 “경기 진행속도는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문제”라고 USA 투데이 신문에 말했다. 거기서 ‘우리’에는 “선수·구단주·심판… 야구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포함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1869년 처음 경기를 시작한 메이저리그 야구는 첫 150년의 대부분을 시간관리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경기의 집중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더블데이(Doubleday)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발명한 경기에서 무엇을 더 기대하겠는가?

야구 비공식 찬가 ‘Take Me Out to the Ballgame’은 1908년 작곡됐다. 작사·작곡자 잭 노워스와 앨버트 본 틸저가 그 곡을 선보인 때는 스포츠를 좋아하고 그것을 즐길 만한 수단을 가진 미국인이라면 24시간 자전거 레이스와 49라운드 지속됐던 헤비급 복싱 경기를 관전하던 한가롭고 평온한 시대였다. 1908년 보통 사람들이 맘껏 구경한 것은 일몰뿐이었다.

노워스와 본 틸저가 곡을 썼을 당시 둘 다 야구 경기를 보러 간 적도 없었다. 노워스나 틸저가 다음날 오전 7시의 헬스 강습에 이미 34달러를 납부하지도 않았을 테니 경기 시간에 무슨 관심이 있었겠는가.

특히 한눈 팔 일이 곳곳에 널린 요즘 21세기에 야구 경기는 지겹도록 오래 늘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충분한 데이터가 공개된 첫해인 1920년 야구경기 평균 시간은 1시간 47분이었다. 지난해 평균시간은 3시간 2분으로 적당한 길이다. 마라톤을 한다면 말이다!

요즘 야구경기는 우드로 윌슨이 대통령이던 1910년대보다 70% 더 시간이 길어졌다(모두 TV의 잘못은 아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최근 이번 시즌부터 적용되는 규칙을 새로 도입했다. 고의사구로 타자를 내보낼 때 4회 투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칙이다. 대신 덕아웃에서 신호를 보내게 된다. 전 구원투수 그랜트 밸포어의 대형 사진을 그 신호로 정하지 않은 건 사무국의 유감스런 상상력 부족을 말해준다.

당연히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선수와 전통주의자 모두의 저항에 부닥쳤다(그는 또한 2015년부터 마이너리그에서 채택했던 20초 투구 제한시간도 도입하려 한다). 그를 탓하지 말자. 야구는 스스로 포스아웃 상황에 빠졌다. 야구가 팬들의 사랑을 계속 받고 싶다면 경기시간을 2시간 30분~2시간 45분 대로 단축한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선수들과 전통주의자들은 지난 6회의 인디애나폴리스 500 자동차 경주 중 5회의 경기 시간이 지난해 통상적인 경기보다 단축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인디 500은 여전히 잠재적인 충돌의 서스펜스를 관중에게 제공하는 반면 야구는 홈플레이트에서의 충돌을 금지한다. 야구 협회와 팬들이 열린 마음으로 이런 아이디어를 받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경기속도를 높이는 5가지 방안을 제안한다(그런데 통상적으로 30개 팀 전체의 경기가 진행되는 날, 고의사구로 걸어나가는 회수는 평균 5건이다. 따라서 여기선 그런 측면은 건드리지 않겠다).



1. 주자 당 1루 견제 1회
1루에 주자가 있을 때 투수 견제를 1회로 제한한다. 그 뒤엔 한 번 견제할 때마다 타자 볼카운트에서 볼로 간주된다. 이는 경기 전략을 강화하는 규정이다. 투수는 야유가 빗발치는 동안 더는 1루수와 무한정 캐치볼을 할 수 없다. 게다가 투수가 1루로 또 다시 공을 던지는 것과 피치아웃 간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이는 투수가 더 현명하게 상황을 판단하게 하려는 것이지 견제능력을 제한하는 건 아니다.



2. 배터 박스를 벗어나면 안 된다
타자가 배터 박스에 일단 들어서면 파울볼·와일드피치·패스트볼이 되지 않는 한 타석을 벗어나면 안 된다. 공에 맞을 뻔할 경우엔 벗어나도 되지만 주심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 밖의 경우 타석을 벗어나면 타자에게 원 스트라이크의 페널티가 주어진다. 마찬가지로 투수도 투구 후 앞서 언급한 파울볼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구판을 벗어나면 안 된다. 그럴 때는 페널티로 타자에게 원 볼이 주어진다.



3. 20초 투구 시간 제한
타자가 타석을 벗어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투수는 때 맞춰 플레이트로 공을 던져야 한다. 어쨌든 투수들이 시간제한을 넘기는 일은 드물다. 그저 타자를 안달하게 만들지 못하게 하는 정도다.



4. 서밋 미팅을 줄여라
투수 마운드가 야구장에서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서의 대화는 서밋(정상) 미팅이다. 그런 회담을 너무 자주 갖는다. 특히 배터리(투수와 포수) 간에 특별한 의미 없는 한담이 상당수다. 해법을 제시하자면 경기 중 투수 당 배터리 미팅 1회(위반 시 타자 1루 진루), 그리고 경기 중 투수 당 투수 코치나 감독의 마운드 방문 1회로 제한하는 것이다.



5. 6회를 없앤다
우스갯소리로, 빌딩에선 불길한 의미가 담긴 13층을 없애는데 야구에서 6회를 없앤다고 무슨 문제가 있을까? 5회를 넘기면 경기가 공식 인정된다. 감독들은 마지막 3회를 기준으로 불펜 투수의 우선순위를 정한다(참고로 구원투수의 웜업 투구 수도 현재의 8회 대신 3회로 줄여야 한다). 6회는 하나의 연결고리다. 그리고 어쨌든 누가 중간 계투 선수를 돈 내고 보려 하겠는가? 당장 경기 시간의 11%, 다시 말해 얼추 19분이 줄어든다. 이 규칙을 채택할 때 무엇도 바꿀 필요가 없다.

- 존 월터스 뉴스위크 기자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1년 만에 묘책이 나올 수는 없다”고 USA 투데이에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만 야구의 느림보 진행속도 문제는 진작에 해결했어야 할 문제다. 올봄엔 주심이 “플레이볼!”을 선언할 때 팬들은 “더 빨리!”라고 외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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