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트레일워커’
‘옥스팜 트레일워커’
5월 신록이 피어나는 자연 속을 걸으며 기부하는 ‘옥스팜 트레일워커’가 한국에서 처음 진행된다. 100를 38시간 안에 완주하는 만만치 않은 코스여서 해외에서는 ‘인생기부’ 프로젝트로 불린다. 기부나 자선은 늘 있어왔지만 그 형식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엔 직접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면서 이웃을 돕는 ‘도전형 기부’, ‘스포츠 기부’가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오는 5월 20~21일 한국에서 열리는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세계 최대 체험형 기부 행사 중 하나다. 옥스팜은 1942년 영국 옥스퍼드에서 설립된 국제구호개발기구로, 옥스퍼드와 ‘기근(famine)’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을 걸고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1981년 홍콩에서 처음 시작한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4명이 한 팀을 이뤄 100㎞를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아프리카 등 환경이 열악한 국가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물을 얻기 위해 매일 30㎞씩 걷곤 한다. 기나긴 코스에는 이들의 고된 삶을 나눈다는 의미가 담겼다. 특이한 것은 개인별 레이스가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같이 시작해 완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르막과 내리막, 멋진 풍경과 힘든 순간 그 모든 시간을 팀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나눔’의 본질이다. 지경영 옥스팜코리아 대표는 “나 자신의 도전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생각하고, 가난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취지를 담았다”며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모금 과정도 특이하다. 일정한 참가비를 내는 게 아니라 팀별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후원금을 모아 내는 ‘기부펀딩’ 방식이다. 참가를 원하는 4명이 옥스팜코리아트레일워커 홈페이지(www.oxfamtrailwalker.or.kr)에서 ‘참가신청’을 선택해 팀원 소개와 참가 취지 등을 써 올린다. 이어 주변 사람을 비롯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기부펀딩을 받는데, 팀당 50만원 이상이 목표다. 참가신청 마감일인 4월30일까지 50만원을 모으지 못하더라도 기부는 계속 받을 수 있고 행사에도 참가할 수 있다. 3월15일 현재 ‘BDWALKERS’, ‘캠핑온알파인클럽’ 등 58개 팀이 참가 신청했다.
1981년 이래 지금까지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참여한 사람은 전 세계 2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모아 기부한 후원금도 2억 달러(약 228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12개국의 18개 도시에서 열리는데 올해 전라남도 구례군이 한국에선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각국의 날씨에 맞춰 이미 인도 벵갈루루(1월), 뉴질랜드 와카타인(3월), 스페인 히로나(4월) 등에서 행사가 열렸다.
한국의 100㎞ 코스는 지리산 성삼재부터 노고단, 피아골을 지나 지리산 둘레길과 구례군 곳곳을 잇는다. 오는 5월20일(토요일) 새벽 5시30분부터 21일(일요일) 오후 7시30분까지 총 9개의 체크포인트를 지나 도착하는 코스다. 10㎞마다 체크포인트를 마련해 간단한 식사와 휴식을 할 수 있고 의료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게 했다. 38시간 규정은 ‘도전과 극기’의 상징일 뿐 사실상 시간 제한은 없고 완주에 의미를 둔다. 다만 체력이 필요한 장거리 코스인 만큼 만 19세 이상으로 참가자 나이를 제한했다.
초보자나 가족 단위 등 누구나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10㎞ 패밀리 프로그램도 있다. 구례 자연드림파크, 지리산호수(구만제), 야생화테마랜드, 지리산호수 경관다리 등 지리산 둘레길과 구례 관광지를 연결했다. 패밀리 프로그램의 경우 1인당 2만5000원의 참가비를 기부한다.
옥스팜 트레일러는 매년 특별한 사람들이 참가해 감동을 주곤 한다. 2011년 호주대회에 참가한 벤 필립스는 시각장애인으로 100㎞를 완주했다. 완주 뒤 그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기쁨이 벅차올랐다”면서 “도전과 약속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됐다”고 감격했다. 올해 65세인 펑캄훙 씨는 1979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고도 2011년 홍콩 대회에서 27시간 만에 100㎞를 완주했다. 이후 그는 한 해도 빠짐없이 이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한국 대회에도 어린 시절 소아암을 극복한 대학생 팀인 ‘뻔한 칠드런’이 눈길을 끈다. 이담희·윤서영씨는 “소아암은 완치가 되지 않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병마를 극복한 우리의 이야기가 희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도전 이유를 밝혔다. 산악가이드이자 사진작가인 로저 셰퍼드는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한국대회 홍보대사를 맡게됐다. 뉴질랜드 출신인 그는 남한 백두대간을 종주하고 북한 백두대간의 주요 산을 오른 최초의 외국인이다. 그는 “홍콩에서 트레일워커를 경험하면서 이 대회가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을 꼭 알리고 싶었다”면서 “지극히 평범한 참가자들이 묵묵히 자기 몫을 해가며 최선을 다해 완주해 내는 장면은 정말 뭉클하고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100㎞를 38시간 안에 걷는 일은 체력 못지않게 팀원들이 서로를 격려해주고 끌어주는 리더십과 정신력이 중요하다”며 “전세계의 가난에 도전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프로젝트의 기본 목표와도 닮아있다”고 말했다.
-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옥스팜코리아 트레일워커장소 : 전라남도 구례군과 지리산 국립공원 일대
일시 : 2017년 5월20일(토)~21일(일)
참가비 : 팀당 40만원(1인 10만원)
신청마감 : 4월30일까지
기부펀딩 : 팀당 50만원 이상 목표
참가자 : 만 19세 이상 신체건강한 남·녀
패밀리 프로그램 : 옥스팜트레일워커 10㎞
부대 이벤트 : 옥스팜X샘킴의 푸드트럭
조선시대 ‘노블레스 오블리주’-운조루(雲鳥樓) 한국 대회 100㎞ 코스 중반부에는 조선시대 전통가옥인 ‘운조루’가 있다.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사는 집이라는 뜻의 운조루는 조선 영조 52년(1776년)에 삼수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세운 저택으로 기부를 상징하는 명소다. 이 집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 즉 ‘누구나 능히 열 수 있다’고 적힌 쌀 뒤주가 있다. 흉년이나 보릿고개에 굶주린 마을 사람들이 누구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운조루는 대대로 쌀 뒤주를 며느리가 관리하게 하고 뒤주에 쌀이 남으면 ‘덕이 부족한 탓’이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걷고 달리는 스포츠 기부 행사들
테리폭스런(Terry Fox Run) : 캐나다 암 운동가인 테리 폭스는 암으로 인해 절단한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달고 1980년 암 연구비 모금을 위해 캐나다를 횡단하는 마라톤에 나섰다. 하지만 종양으로 인해 143일 동안 5373㎞를 달린 뒤 멈출 수 밖에 없었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듬해 포시즌스 호텔 창업자인 이저도어 샤프가 행사를 시작했다. 5~15㎞까지 여러 코스를 뛰는 테리폭스런은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홍콩·중국·베트남·일본 등에서 세계적인 자선행사로 발전했고 6억50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았다.
산타펀런(Santa Fun Run) : 매년 12월 영국과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산타달리기’ 행사는 산타 복장을 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자선 행사다. 특히 호주 시드니의 행사는 반바지 복장의 여름 산타들이 오페라하우스 근처 5㎞를 달리는 이색 경관을 연출해 세계인의 이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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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1년 홍콩에서 처음 시작한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4명이 한 팀을 이뤄 100㎞를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아프리카 등 환경이 열악한 국가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물을 얻기 위해 매일 30㎞씩 걷곤 한다. 기나긴 코스에는 이들의 고된 삶을 나눈다는 의미가 담겼다. 특이한 것은 개인별 레이스가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같이 시작해 완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르막과 내리막, 멋진 풍경과 힘든 순간 그 모든 시간을 팀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야말로 ‘나눔’의 본질이다. 지경영 옥스팜코리아 대표는 “나 자신의 도전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생각하고, 가난에 도전하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취지를 담았다”며 “누구나 인생에서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5월 20~21일 지리산 일대에서 진행
1981년 이래 지금까지 옥스팜 트레일워커에 참여한 사람은 전 세계 2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모아 기부한 후원금도 2억 달러(약 2280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12개국의 18개 도시에서 열리는데 올해 전라남도 구례군이 한국에선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각국의 날씨에 맞춰 이미 인도 벵갈루루(1월), 뉴질랜드 와카타인(3월), 스페인 히로나(4월) 등에서 행사가 열렸다.
한국의 100㎞ 코스는 지리산 성삼재부터 노고단, 피아골을 지나 지리산 둘레길과 구례군 곳곳을 잇는다. 오는 5월20일(토요일) 새벽 5시30분부터 21일(일요일) 오후 7시30분까지 총 9개의 체크포인트를 지나 도착하는 코스다. 10㎞마다 체크포인트를 마련해 간단한 식사와 휴식을 할 수 있고 의료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게 했다. 38시간 규정은 ‘도전과 극기’의 상징일 뿐 사실상 시간 제한은 없고 완주에 의미를 둔다. 다만 체력이 필요한 장거리 코스인 만큼 만 19세 이상으로 참가자 나이를 제한했다.
초보자나 가족 단위 등 누구나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10㎞ 패밀리 프로그램도 있다. 구례 자연드림파크, 지리산호수(구만제), 야생화테마랜드, 지리산호수 경관다리 등 지리산 둘레길과 구례 관광지를 연결했다. 패밀리 프로그램의 경우 1인당 2만5000원의 참가비를 기부한다.
옥스팜 트레일러는 매년 특별한 사람들이 참가해 감동을 주곤 한다. 2011년 호주대회에 참가한 벤 필립스는 시각장애인으로 100㎞를 완주했다. 완주 뒤 그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기쁨이 벅차올랐다”면서 “도전과 약속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됐다”고 감격했다. 올해 65세인 펑캄훙 씨는 1979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고도 2011년 홍콩 대회에서 27시간 만에 100㎞를 완주했다. 이후 그는 한 해도 빠짐없이 이 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특별한 사람들이 참가해 감동 만발
-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옥스팜코리아 트레일워커장소 : 전라남도 구례군과 지리산 국립공원 일대
일시 : 2017년 5월20일(토)~21일(일)
참가비 : 팀당 40만원(1인 10만원)
신청마감 : 4월30일까지
기부펀딩 : 팀당 50만원 이상 목표
참가자 : 만 19세 이상 신체건강한 남·녀
패밀리 프로그램 : 옥스팜트레일워커 10㎞
부대 이벤트 : 옥스팜X샘킴의 푸드트럭
조선시대 ‘노블레스 오블리주’-운조루(雲鳥樓) 한국 대회 100㎞ 코스 중반부에는 조선시대 전통가옥인 ‘운조루’가 있다.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사는 집이라는 뜻의 운조루는 조선 영조 52년(1776년)에 삼수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세운 저택으로 기부를 상징하는 명소다. 이 집에는 ‘타인능해(他人能解)’, 즉 ‘누구나 능히 열 수 있다’고 적힌 쌀 뒤주가 있다. 흉년이나 보릿고개에 굶주린 마을 사람들이 누구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운조루는 대대로 쌀 뒤주를 며느리가 관리하게 하고 뒤주에 쌀이 남으면 ‘덕이 부족한 탓’이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걷고 달리는 스포츠 기부 행사들
테리폭스런(Terry Fox Run) : 캐나다 암 운동가인 테리 폭스는 암으로 인해 절단한 오른쪽 다리에 의족을 달고 1980년 암 연구비 모금을 위해 캐나다를 횡단하는 마라톤에 나섰다. 하지만 종양으로 인해 143일 동안 5373㎞를 달린 뒤 멈출 수 밖에 없었는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이듬해 포시즌스 호텔 창업자인 이저도어 샤프가 행사를 시작했다. 5~15㎞까지 여러 코스를 뛰는 테리폭스런은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홍콩·중국·베트남·일본 등에서 세계적인 자선행사로 발전했고 6억5000만 달러 이상의 기금을 모았다.
산타펀런(Santa Fun Run) : 매년 12월 영국과 호주 등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산타달리기’ 행사는 산타 복장을 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함께 달리는 자선 행사다. 특히 호주 시드니의 행사는 반바지 복장의 여름 산타들이 오페라하우스 근처 5㎞를 달리는 이색 경관을 연출해 세계인의 이목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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