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경영을 말하다(4) 조병호 DY 회장
명품경영을 말하다(4) 조병호 DY 회장
DY는 임직원과 이익을 공유하는 기업, 성과배분을 잘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자리한 DY 본사를 방문, 지난 39년 동안 명품경영을 실천해온 조병호 회장을 만났다. 조병호(71) DY 회장은 소탈하다. 격식을 갖춘 정장보다는 회사복 차림을 즐긴다. 누구를 만나건 늘 편안한 미소로 사람을 맞이한다. 필자가 남동공단을 찾은 그 날도, 딱딱한 접견실 대신 책들이 가득찬 북카페로 안내했다. DY하면 잘 몰라도 ‘동양기전’ 하면 남동공단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동양기전은 “끈끈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에다 근로자 복지에 노력하는 기업”으로 오래전부터 소문이 나 있다.
조병호 회장은 동양기전의 모태가 된 동양유압주식회사를 1978년 설립했다. 동양기전은 특장차 제조업체로 유명하다. 저속 카트기 자동차(골프장 운행), 세차기, 파워 유압장비, AUTO 자동차 부품 등도 꾸준히 만들고 있다. 창립 이후 39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동양기전은 기술의 완전 국산화를 주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지속 가능한 변화를 추구하는 회사로 자리 잡았다. 국내 기계부품소재 산업의 대표주자다. DY는 지난해 연말 문재인 대통령, 당시 대통령 후보가 방문한 기업으로 유명세를 탔다. 물어보지 않아도 알만했다. 임직원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기업으로 명성이 높았기에 유력 대통령 후보가 찾았을 것이다. 당시 문 대통령 후보가 “기업하는 데 어려운 점이 없으신가요?”라고 묻자 중국 출장을 앞두고 마음이 급했던 조병호 회장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했다.
“원래부터 기업은 기업하는 사람이 하고,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이 합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모든 부문에 문제가 많습니다. 대통령이 되시면 정치만 하기에도 바쁘실텐데 경제를 생각할 틈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탄핵 정국에서도 이렇게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경제 활성화는 정치적 간섭이 없을 때 더 잘 되는 것 같습니다.(웃음)” 정치가 평안하면 경제도 걱정 없다는, 달리 말하면 정치와 경제의 관계는 그만큼 어렵다는 뉘앙스를 담은 여담이었지만 할 말은 하면서도 변화에 적응하고, 기업체 경영에 전념하고자 하는 조 회장의 평소 신념이 잘 드러난 발언이기도 하다.
필자는 1996년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가 제정한 ‘경제정의기업상’ 시상식 때 조병호 회장을 처음 만났다. 그 후로도 간간히 만남을 이어왔다. 2005년에는 필자가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던 바른경제동인회(회장 박종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며 조 회장이 사무실을 노크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필자가 아는 조 회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달려가고자 하는 적극적인 성품의 소유자다.
조 회장의 장점은 그렇게 적극적으로 뛰면서도 늘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2011년 제48회 무역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능률협회에서 ‘한국의 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조 회장은 당시 능률협회 수상 소감에서 “30 몇 년 딴 짓 안하고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이 정도는 됩니다”며 짧고 강한 소감을 남겼다. 시상식 현장에서 그 소감을 접한 어느 중소기업 CEO는 “저도 30년 이상을 경영하였는데 그럼 나 같은 사람은 뭡니까?”하며 부러움 섞인 투정을 했다고 한다.
DY는 기업의 이익을 임직원이 공유하는 공정성과 분배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업계에서 비슷한 규모의 기업들과 비교하면 DY의 ‘공정한 성과배분’ 정도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중상급 이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도를 걷는 기업도 늘 승승장구할 수만은 없는 법이다. 기업인도 마찬가지다. 평생 겸손함과 소탈함이 몸에 배인 조 회장에게도 극복하기 힘들었던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그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가 언제였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1998년 IMF 구제금융을 거치면서 300여 명의 직원을 내보내어야 했을 때”였다고 조용히 회고했다. 그래도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CEO와 임직원들이 공동체정신으로 똘똘 뭉쳐 함께 운영해가는 동양기전만의 시스템이 정착된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39년을 이어오면서도 변하지 않는 DY의 경영철학은 인간존중, 독서경영, 전원참여경영, 윤리경영이다. 특히 ‘공동체경영과 독서경영’이 동양기전 때부터 조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다. 조 회장의 독서경영은 1991년부터 시작되었다. 벌써 4반세기가 넘었다. 책읽기를 즐겼던 조 회장은 1991년 사내에 ‘독서대학’을 설치했다. 4년 과정으로 개설한 동양기전의 독서대학은 4년간 총 100권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 졸업이다. 각종 독서 관련 토론회와 강연에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8학기 과정을 마쳤다고 끝이 아니다. 논문을 제출해야 졸업할 수 있는데, 첫 4년간 179명이 수료했지만 겨우 10명만 졸업의 영예를 안은 것도 그 때문이다.
사내 독서대학의 성공에 고무된 조 회장은 1995년부터 아예 ‘독서 경영’을 동양기전의 기업 이념으로 내걸었다. 조 회장이 업계에서 ‘독서 전도사’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조 회장이 어떻게 책에 빠져들게 됐을까? 조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외국에 나가서 선진국 국민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어요. 어디를 가더라도 책을 들고 다니더라는 거죠. 특히 우리보다 선진국인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지하철을 타면 누구나 책을 읽더군요. 그런 일을 겪으면서 사원의 지식과 교양수준을 높이는 것이 결국 회사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믿게 됐습니다.”
조 회장의 독특한 독서경영은 당시 경제계뿐만 아니라 언론계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2004년 10월 <동아일보> 는 조 회장의 독서경영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조병호 회장의 책상 위에 흩어져 있는 책마다 ‘동양기전은 책 읽는 사람을 좋아합니다’라는 글귀가 스탬프로 찍혀 있다. “저는 읽고 난 책은 다른 사람에게 나눠줍니다. 책은 쌓아두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읽으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일주일에 2, 3권의 책을 ‘뚝딱’ 읽어내는 다독(多讀)의 조 회장이지만 그런 소신 때문인지 집에는 서재도 없다. 그 대신 회사에 누구라도 책을 집어가서 읽을 수 있는 서가를 마련했다. 직원들에게 책값도 지원해준다.
조 회장은 동양기전을 ‘독서경영’이라는 독특한 철학으로 이끌고 있다. 사원들은 독후감을 써 내고 독서 토론회도 갖는다. 사업장별로 ‘독서지도사’를 고용해 사원들의 책 읽기를 도와준다. ‘독서경영’은 단순히 직원들에게 “책을 많이 읽자”고 독려하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이 회사에서는 독서가 승진과 연결된다. 독서 논문과 독후감을 제출해 심사를 통과해야만 승진할 수 있다. 사원을 채용하는 데에도 독서는 예외 없는 심사조항이다. 입사 지원자는 면접 전에 미리 나눠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올해 입사 지원자들에게도 책 500권을 나눠줬다. 조 회장은 “입사하지 못해도 책 한 권은 읽은 것이니 괜찮지 않느냐”며 웃었다.
“처음 독서를 회사 운영에 도입했을 때만 해도 사원들 사이에서 ‘뭐 이런 걸…’ 하는 반응이 있었어요. 하지만 한번 책의 재미에 빠지게 되면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DY는 현재 기업 혁신이 한창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전술을 다시 짜고, 기업지배구조와 인사시스템 등을 새로 만들어가는 숨가쁜 과정에 있다. DY의 기업사를 살펴보면, 창업부터 IMF 구제금융 때까지는 일본식 경영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21세기 들어서는 일본식 경영에 미국식 성과주의를 가미했다. 1991년부터 ‘전원 참여경영, 집단 의사결정, 공정 성과배분’을 경영방침으로 정했을 정도로 회사와 임직원이 이익을 공유하는데 선도적으로 앞장서왔다.
DY는 노사관계도 잘 풀어나갔다. 노조가 결성되었다가 자진 해산하는 고통스런 과정을 겪은 후 합리적 노사 제도를 사내에 정착시켰고, 구성원들이 경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독특한 전원참여경영으로 임직원 모두가 보람을 느끼는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조 회장은 현재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등 기술혁신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최근의 경영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적 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올해와 내년이 경영방식에 새로움을 추구할 때라고 보고 계열사 임원들과 한 달에 한 번씩 간담회를 갖는 등 지속가능한 기업을 목표로 새로운 경영방침을 정립하는데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에서의 포트폴리오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와 ‘자율정년제’ 라는 2가지 경영의 핵심가치를 정했다고 한다.
조 회장은 특히 DY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조했다. 조회장은 “나는 5년 안에 내가 가진 주식의 대부분을 공익법인과 사원 공동소유(근로복지기금)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사원들은 누구나 회사의 주인으로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성장의 동력이 되기 바란다”고 선언했다. 사실 DY는 일찍부터 전문경영인제도를 통해 임직원 이익공유제를 실천해온 기업으로 소문나 있다. 현재도 경영성과에 따른 이익의 10%는 공익기금에 지원하고, 근로복지기금에도 이익의 10%를 투자하고 있다.
조 회장은 “공동체 경영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는 바람으로 현재 ‘자율정년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임직원들이 보람 있는 일생을 살 수 있는 회사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자율정년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DY의 자율정년제는 사실상 정년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조 회장의 생각에서 나왔다. 조 회장 스스로가 ”궁극적으로는 사원들의 안정되고 행복한 삶이 기업활동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CEO와 임직원이 이렇게 똘똘 뭉쳐 기업을 운영해왔지만 DY도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매출은 정체됐고, 이익은 줄어들었다. 그래도 사회공헌은 변함없이 꾸준히 해오고 있다. 장학재단 운영, 새터민과 다문화가정지원 등을 지속하면서도 고령자 헬스케어, 대안학교 관리 등 새로운 사업의 포트폴리오도 마련해가고 있다.
내년이면 만 40년을 맞는 조병호 회장의 경영 소회는 무엇일까? 그는 담담하게 “늘 바른경영을 하고자 노력해왔다. 경영에는 정답이 없더라. 내가 하고 있는 업종이나 조직문화를 고려해 하루 하루 최선을 선택할 뿐이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독서경영과 공동체경영이 21세기를 넘어서도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병호 회장 - 1946년생,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1969), 독일 뷔페르탈 공대 수학(1972), (주)대기정밀 대표이사(1977), 동양기전 대표이사 회장(1978~현재), 책의 해 조직위원회 선정 책의 인물(1993), 경제정의기업상(1996), 노사화합부문 대통령 표창(1996), 독서문화상 대통령 표창(1997), 능률협회 한국의 경영자상 수상(2012)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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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호 회장은 동양기전의 모태가 된 동양유압주식회사를 1978년 설립했다. 동양기전은 특장차 제조업체로 유명하다. 저속 카트기 자동차(골프장 운행), 세차기, 파워 유압장비, AUTO 자동차 부품 등도 꾸준히 만들고 있다. 창립 이후 39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동양기전은 기술의 완전 국산화를 주도하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지속 가능한 변화를 추구하는 회사로 자리 잡았다. 국내 기계부품소재 산업의 대표주자다.
대통령이 방문한 대표 중견기업
“원래부터 기업은 기업하는 사람이 하고, 정치는 정치하는 사람이 합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 모든 부문에 문제가 많습니다. 대통령이 되시면 정치만 하기에도 바쁘실텐데 경제를 생각할 틈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탄핵 정국에서도 이렇게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보면, 경제 활성화는 정치적 간섭이 없을 때 더 잘 되는 것 같습니다.(웃음)” 정치가 평안하면 경제도 걱정 없다는, 달리 말하면 정치와 경제의 관계는 그만큼 어렵다는 뉘앙스를 담은 여담이었지만 할 말은 하면서도 변화에 적응하고, 기업체 경영에 전념하고자 하는 조 회장의 평소 신념이 잘 드러난 발언이기도 하다.
필자는 1996년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가 제정한 ‘경제정의기업상’ 시상식 때 조병호 회장을 처음 만났다. 그 후로도 간간히 만남을 이어왔다. 2005년에는 필자가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던 바른경제동인회(회장 박종규)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며 조 회장이 사무실을 노크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필자가 아는 조 회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달려가고자 하는 적극적인 성품의 소유자다.
조 회장의 장점은 그렇게 적극적으로 뛰면서도 늘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2011년 제48회 무역의 날에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능률협회에서 ‘한국의 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조 회장은 당시 능률협회 수상 소감에서 “30 몇 년 딴 짓 안하고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이 정도는 됩니다”며 짧고 강한 소감을 남겼다. 시상식 현장에서 그 소감을 접한 어느 중소기업 CEO는 “저도 30년 이상을 경영하였는데 그럼 나 같은 사람은 뭡니까?”하며 부러움 섞인 투정을 했다고 한다.
DY는 기업의 이익을 임직원이 공유하는 공정성과 분배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업계에서 비슷한 규모의 기업들과 비교하면 DY의 ‘공정한 성과배분’ 정도는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중상급 이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정도를 걷는 기업도 늘 승승장구할 수만은 없는 법이다. 기업인도 마찬가지다. 평생 겸손함과 소탈함이 몸에 배인 조 회장에게도 극복하기 힘들었던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그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가 언제였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1998년 IMF 구제금융을 거치면서 300여 명의 직원을 내보내어야 했을 때”였다고 조용히 회고했다. 그래도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CEO와 임직원들이 공동체정신으로 똘똘 뭉쳐 함께 운영해가는 동양기전만의 시스템이 정착된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업계의 화제가 된 ‘독서경영’
사내 독서대학의 성공에 고무된 조 회장은 1995년부터 아예 ‘독서 경영’을 동양기전의 기업 이념으로 내걸었다. 조 회장이 업계에서 ‘독서 전도사’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조 회장이 어떻게 책에 빠져들게 됐을까? 조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외국에 나가서 선진국 국민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있었어요. 어디를 가더라도 책을 들고 다니더라는 거죠. 특히 우리보다 선진국인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지하철을 타면 누구나 책을 읽더군요. 그런 일을 겪으면서 사원의 지식과 교양수준을 높이는 것이 결국 회사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믿게 됐습니다.”
조 회장의 독특한 독서경영은 당시 경제계뿐만 아니라 언론계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2004년 10월 <동아일보> 는 조 회장의 독서경영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조병호 회장의 책상 위에 흩어져 있는 책마다 ‘동양기전은 책 읽는 사람을 좋아합니다’라는 글귀가 스탬프로 찍혀 있다. “저는 읽고 난 책은 다른 사람에게 나눠줍니다. 책은 쌓아두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읽으라고 있는 것이니까요.”
일주일에 2, 3권의 책을 ‘뚝딱’ 읽어내는 다독(多讀)의 조 회장이지만 그런 소신 때문인지 집에는 서재도 없다. 그 대신 회사에 누구라도 책을 집어가서 읽을 수 있는 서가를 마련했다. 직원들에게 책값도 지원해준다.
조 회장은 동양기전을 ‘독서경영’이라는 독특한 철학으로 이끌고 있다. 사원들은 독후감을 써 내고 독서 토론회도 갖는다. 사업장별로 ‘독서지도사’를 고용해 사원들의 책 읽기를 도와준다. ‘독서경영’은 단순히 직원들에게 “책을 많이 읽자”고 독려하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이 회사에서는 독서가 승진과 연결된다. 독서 논문과 독후감을 제출해 심사를 통과해야만 승진할 수 있다. 사원을 채용하는 데에도 독서는 예외 없는 심사조항이다. 입사 지원자는 면접 전에 미리 나눠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올해 입사 지원자들에게도 책 500권을 나눠줬다. 조 회장은 “입사하지 못해도 책 한 권은 읽은 것이니 괜찮지 않느냐”며 웃었다.
“처음 독서를 회사 운영에 도입했을 때만 해도 사원들 사이에서 ‘뭐 이런 걸…’ 하는 반응이 있었어요. 하지만 한번 책의 재미에 빠지게 되면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DY는 현재 기업 혁신이 한창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하고, 글로벌 전략과 경영전술을 다시 짜고, 기업지배구조와 인사시스템 등을 새로 만들어가는 숨가쁜 과정에 있다. DY의 기업사를 살펴보면, 창업부터 IMF 구제금융 때까지는 일본식 경영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21세기 들어서는 일본식 경영에 미국식 성과주의를 가미했다. 1991년부터 ‘전원 참여경영, 집단 의사결정, 공정 성과배분’을 경영방침으로 정했을 정도로 회사와 임직원이 이익을 공유하는데 선도적으로 앞장서왔다.
DY는 노사관계도 잘 풀어나갔다. 노조가 결성되었다가 자진 해산하는 고통스런 과정을 겪은 후 합리적 노사 제도를 사내에 정착시켰고, 구성원들이 경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독특한 전원참여경영으로 임직원 모두가 보람을 느끼는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전문경영인 체제와 자율정년제
조 회장은 특히 DY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조했다. 조회장은 “나는 5년 안에 내가 가진 주식의 대부분을 공익법인과 사원 공동소유(근로복지기금)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사원들은 누구나 회사의 주인으로서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성장의 동력이 되기 바란다”고 선언했다. 사실 DY는 일찍부터 전문경영인제도를 통해 임직원 이익공유제를 실천해온 기업으로 소문나 있다. 현재도 경영성과에 따른 이익의 10%는 공익기금에 지원하고, 근로복지기금에도 이익의 10%를 투자하고 있다.
조 회장은 “공동체 경영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는 바람으로 현재 ‘자율정년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임직원들이 보람 있는 일생을 살 수 있는 회사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자율정년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DY의 자율정년제는 사실상 정년없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조 회장의 생각에서 나왔다. 조 회장 스스로가 ”궁극적으로는 사원들의 안정되고 행복한 삶이 기업활동의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CEO와 임직원이 이렇게 똘똘 뭉쳐 기업을 운영해왔지만 DY도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매출은 정체됐고, 이익은 줄어들었다. 그래도 사회공헌은 변함없이 꾸준히 해오고 있다. 장학재단 운영, 새터민과 다문화가정지원 등을 지속하면서도 고령자 헬스케어, 대안학교 관리 등 새로운 사업의 포트폴리오도 마련해가고 있다.
내년이면 만 40년을 맞는 조병호 회장의 경영 소회는 무엇일까? 그는 담담하게 “늘 바른경영을 하고자 노력해왔다. 경영에는 정답이 없더라. 내가 하고 있는 업종이나 조직문화를 고려해 하루 하루 최선을 선택할 뿐이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독서경영과 공동체경영이 21세기를 넘어서도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병호 회장 - 1946년생,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1969), 독일 뷔페르탈 공대 수학(1972), (주)대기정밀 대표이사(1977), 동양기전 대표이사 회장(1978~현재), 책의 해 조직위원회 선정 책의 인물(1993), 경제정의기업상(1996), 노사화합부문 대통령 표창(1996), 독서문화상 대통령 표창(1997), 능률협회 한국의 경영자상 수상(2012)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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