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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5년은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앞으로 15년은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

마윈이 이끄는 알리바바는 이베이를 무찌르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자리 잡았다. 그의 다음 상대는 실리콘밸리다
미 대선이 끝난 후 트럼프타워로는 국내외 명사의 순례 행렬이 이어졌다. 역사상 가장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임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가늠해 보려는 시도였다. 그중에서도 트럼프와 가장 안 어울리는 조합을 보여준 사람이 있다. 한쪽으로 공들여 빗어 넘긴 머리, 큰 키의 트럼프 옆에 선 자그마한 몸집의 사내, 후보 시절 트럼프가 교역 문제로 비난을 퍼부었던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인, 마윈이다.

서구에서 ‘잭 마’로 알려진 마윈의 범상치 않은 삶 속에서도 힘이 넘쳤던 이번 만남과 환영은 또 한번의 특별한 순간이었음에 틀림없다. 중국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이자 CEO인 마윈이 맨해튼에 온 건 미국 상공인이 직접 중국에 상품을 판매하도록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통로는 바로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자신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다. 기자회견에서 마윈이 발언하는 동안, 트럼프가 마이크 쪽으로 몸을 내밀고 말했다. “이 분은 미국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말실수했음을 곧바로 알아차렸다. 권위주의 정부가 통치하고, 아무리 좋게 말해도 미국의 전략적 라이벌 밖에 될 수 없는 국가에서 해외로 진출 중인 기업 대표가 미국을 “사랑한다”고 온 천하에 알린다면 마윈이 중국으로 돌아갔을 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윈이 미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그마한 상대를 향해 몸을 기울이며 어색하게 덧붙였다. “당연히 중국도 사랑하죠.”(각자의 친구가 말했듯이) 이 날 두 남자는 죽이 척척 맞았다. 예상했던 일이다. 자신만만하고 직설적이란 점에서 마윈은 트럼프 대통령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얼굴 정면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필사적으로 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인은 보통 자신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걸 피하는데 마윈만큼은 예외다. “그는 외계인 같다”고 상하이 거대기업 포선그룹 창업자이자 마윈의 친구인 억만장자 구오 광창은 말했다. “그는 자신을 온전히 드러낸다.” 마윈은 항저우 알리바바 본사에서 전 세계 ‘알리렌’(‘알리바바인’이란 뜻)을 초대하는 연례 행사도 주최한다. 행사가 열리면 직원과 고객은 마윈의 브랜드 ‘전도’를 듣기 위해 행사장으로 몰려 온다. 알리바바의 그해 성과와 실패를 이야기하는 그의 연설은 열정이 넘쳐서 정말 전도하는 것 같다. 유명인과 정치인, 기업인도 행사에 참여한다.

마윈(오른쪽)의 미국 방문은 현지 상공인이 직접 중국에 상품을 판매하도록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지난번에는 아놀드 슈워제네거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행사에 왔다. 존 헌츠먼 당시 주중 미국대사가 왔을 때는 마윈이 통역했고, 그가 중국 시장에서 기쁘게 내쫓았던 메그 휘트먼(현재 휴렉팩커드 경영자) 이베이 CEO와는 한 무대에 섰다.

나는 2000년대 초반 알리바바가 이베이를 몰아갈 때 마윈을 처음 인터뷰로 만났다.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당시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최대 경쟁자였던 이베이가 어떻게 수렁에 빠지고 있는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기사에 나갈 수 있는 공식 발언에서도 비화를 털어놓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휘트먼이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해 중국팀과 수 주일 함께 지내면서 잘못된 전략을 수정하려 애쓴다는 정보였다. 그녀가 중국에 올 때마다 묵는 숙소(상하이 J.W. 메리어트 프라이빗 레지던스)가 어딘지도 말해줬다. 라이벌 휘트먼과 그녀의 회사 이베이를 놀리면서 대화 중 여러 번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거침 없는 솔직함에 중국 CEO를 인터뷰하고 있다는 걸 믿기 힘들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사무실을 나와서 메리어트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마윈의 말이 맞다는 걸 확인했다.트럼프 대통령처럼 으스대는 건 아니지만 마윈은 자신과 회사에 대해 큰 야심을 품고 있다. 너무 거침이 없어 알리바바에 위험할 정도라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다음 달, 미-중 무역에서 “공정한 환경을 조성”(마윈의 발언 인용)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미국 시장에서 활동 반경을 확장할 것이다. 곧 디트로이트를 방문해 이틀간 ‘게이트웨이 17’ 행사도 진행한다. 행사의 목적은 하나, 미국 기업과 상공인이 알리바바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중국에 직접 상품을 판매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이미 알리바바를 사용 중인 미국 기업인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그는 워싱턴에서 3대째 체리를 재배한 농부가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수 톤’의 체리를 판매했다고 열정적으로 말했다. 필라델피아 가족이 소유한 약국 럭키 비타민이 중국에 수천 가지 제품을 판매한 기록도 있다.

지난 1월 알리바바는 올해 전자상거래 매출이 53%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윈의 연설은 군더더기가 없다. 중국 시장이 열렸으니 자신의 플랫폼을 활용해 걸리적대는 중간 유통업체와 정부기관을 통하지 말고 중국 소비자와 직거래하라는 메시지다. 중국 경제가 둔화하지만 소매유통 산업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 소비자 지출은 5조 달러에 근접하며 미국 소매유통 시장을 추월했다고 마윈은 말한다. 내년이면 중국 온라인 구매는 전 세계 모든 국가 온라인 쇼핑 금액보다 커질 것이다. 디트로이트 소상공인에게 마윈이 보낼 메시지도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중국에는 잠재 고객 13억 명이 있다. 그러니 알리바바를 통해 그들을 찾아라’다.

미국만 엄청난 적자를 이어가는 미-중 교역 판도를 알리바바가 변화시킬 것이란 주장은 진심일까? 아니다. “그러나 그 방향으로 물꼬를 틀어줄 긍정적 요소는 될 수 있다.” 바로 이 메시지에 이끌린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 물론, 대북 문제에서 지원 사격에 나서기로 한 중국 정부의 결정이 마윈의 개인적 매력보다 더 큰 작용을 했겠지만.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기록한 폭발적 성장의 일등공신이 마윈이란 주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창고에서 애플 컴퓨터를 만들었다는 고 스티브 잡스(마윈은 여러 이유로 스티브 잡스에 비유된다)의 이야기처럼, 마윈의 이야기는 현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성공 신화다. 두 번의 창업에서 실패한 마윈은 베이징 정부 경제부서에 취직해 2년간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고향 항저우로 돌아왔다.

그리고 친구 여러 명을 모아 자신의 아파트에서 벤처회사 알리바바를 구상했다. 1999년 2월의 일이다. 마윈의 친구이자 오랜 시간 알리바바 컨설턴트로 일하고 최근 ‘마윈이 세운 집(The House That Jack Built)’을 저술한 던컨 클라크는 두 번이나 실패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설명하는 마윈의 말투에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후대에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그날 모임을 녹화까지 해뒀다고 한다.당시 마윈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포레스트검프’였다. 그는 주인공이 태풍 후 새우잡이로 부자가 된 장면을 종종 이야기했다. 친구들을 불러모은 자리에서 그는 미국 전자상거래 초기의 대규모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대부분 B2B(기업간 거래)였다고 말했다. “미국의 B2B 사이트는 전부 고래”라고 말한 그는 “그런데 바다 어장의 85%는 새우 정도의 작은 물고기야. 고래잡이로 돈을 번 사람은 못 봤는데 새우잡이로 돈 번 사람은 많아.” 그 말과 함께 그는 중국 인터넷 사용자가 200만 명 밖에 안 되던 시절(현재 인터넷 사용자는 7억3000만 명)에 개인 및 소상공인이 서로 거래하는 사업모델을 이야기했다.

마윈은 회사 이벤트에 스칼렛 요한슨(왼쪽) 같은 할리우드 스타를 자주 초청한다.
앞으로 마윈은 미국 상공인을 향해 매력적 제안을 할 것이다. 그러나 알리바바를 통한 거래에는 위험이 있다. 지난 수년간 미국 기업은 중국의 심각한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 문제는 마윈과 알리바바의 이미지 또한 해친다. 루이뷔통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만든 지갑, 가짜 에르메스 스카프 등 중국에는 소위 ‘짝퉁’이 너무 많다. 알리바바의 주요 플랫폼 타오바오 쇼핑몰에 들어가면 짝퉁이 넘쳐난다. 중국 중앙정부마저 타오바오에 올라온 짝퉁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다며 알리바바를 비판할 정도다.

알리바바의 문제를 직접 느낀 미국인도 있다. 지난 1월 마윈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을 가진 이후 인디애나 주에서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미셸 케크는 소상공인들에게 알리바바를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알리바바에 어떤 물건도 등록한 적이 없는데 자신의 작품 중 인기가 높았던 콜라주의 짝퉁이 정식 판매가의 3%밖에 안 되는 가격에 올라왔다는 것이다. “위조범이 판치는 곳에서 자신의 피땀이 들어간 예술 작품과 생계를 건 상품을 판매할 사람이 있을까?” 그녀가 물었다.

알리바바 대변인은 수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짝퉁 적발이 “훨씬 효과적이고 발전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지적재산권 침해가 의심되는 제품 3억8000만 개를 삭제하고 타오바오에 올라온 개인 쇼핑몰 18만 개(개인이나 기업이 각자의 ‘가상 매장’을 만들 수 있다)를 폐쇄했다.

지난해 12월, 미 정부는 알리바바를 모조품 판매로 ‘악명 높은 온라인몰’ 목록에 재등록했다. 익명을 요구한 알리바바 경영진은 “모조품 퇴출과 관련해 진전이 있지만 아직 이슈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매수자와 매도인은 주의가 필요하다.

마윈의 대외 이미지와 이를 가다듬는 세련된 방식(트럼프 대통령 옆에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은 후 게이트웨이17를 주최하는 등)은 세계무대에서 그가 중국 기업을 대표하도록 만들었다. 마윈의 이미지 또한 호감이다. 그러나 미국보다 훨씬 규제가 엄격한 중국 경제에서 급부상했다는 점만 봐도 그가 필요할 때 가차없이 움직이고 자신의 이익에 맞게 조용히 체제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준다. 거침없는 움직임으로 논란을 초래한 사례는 다음과 같다.

알리바바의 주요 플랫폼 타오바오 쇼핑몰에 들어가면 짝퉁이 넘쳐난다.
야후와 소프트뱅크가 알리바바의 지분 상당수를 보유하던 시절, 마윈은 전자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를 알리바바 이커머스(Alibaba E-Commerce Co. Ltd)로 분사하며 지분 80%를 손에 넣었다. 처음 타오바오 결제시스템이었던 알리페이는 하루 7억 달러의 결제 건수를 처리하며 알리바바의 성공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애널리스트들은 알리페이의 사업가치를 10억 달러로 평가한다). 2011년 중국 정부가 애플 페이 등 전자결제 서비스 영업권 심사에 들어갔을 때 중국인민은행이 발행한 허가권 001번을 손에 넣은 쪽은 바로 알리페이와 마윈이었다.

수상쩍은 결정에 많은 투자자가 항의했다. 그러자 마윈은 비금융기업의 경우 100% 중국기업이어야만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 외국기업이 지분을 가진 알리바바에서 알리페이를 분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정당화시켰다.분사를 통해 알리페이의 다수 지분을 자신이 가져간 이유가 진짜 규제 때문이든 아님 자기만족을 위한 정당화든, 마윈은 말 그대로 돈방석에 앉았다. 이는 그가 중국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는지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다. 소식을 듣고 격분한 제리 양 야후 창업자가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인민은행을 찾았지만 그 관료는 그에게 해당 문제가 자신들의 “손을 떠났음”을 강조했다고 클라크는 말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외국투자지분이 있는 기업의 경우 결제서비스 승인 절차가 좀 더 길고 복잡해질 뿐, 참여 자체가 배제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따져봐야 소용없다. 마윈은 조용히 그리고 신속하게,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가진 영업권을 자신의 손에 넣었다.

마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사진)이 소유한 제작사 앰블린의 비공개 지분을 인수했다.
알리페이는 이제 중국 최고의 전자결제 서비스가 됐다. 이렇게 ‘거침없는 대담함(chutzpah)’을 중국어로는 뭐라고 할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가 알리바바의 핵심 사업인 전자상거래 둔화를 예견했지만 알리바바는 이를 보기 좋게 뒤집었다. 지난 1월에 알리바바는 올해 회사의 전자상거래 매출이 53%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초 발표했던 48%에서 상향 조정한 것이다. 가장 최근 발표한 영업이익은 월스트리트 예상과 달리 38% 증가해 25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가는 전년대비 40% 이상 상승했다.

당연한 의문이 떠오른다. 알리바바 그룹은 왜 그렇게 많은 지역과 부문에서 인수에 나섰을까? 지난해 동남아시아 전자상거래 사이트 라자다 인수는 전략적으로 의미가 있긴 했지만‘중국의 유튜브’인 유쿠 투도우 인수는 과연 필요했을까? 이미 손실을 보는 사업이었고 전문가 말에 따르면 상황이 곧 변할 것 같지도 않다. 비난을 일축한 마윈은 자신이 동영상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알리바바 전자상거래와 연계할 방법이 있으므로 ‘곧’ 수익을 낼 거라고 장담했다.

마윈은 클라우드 컴퓨팅 쪽에도 투자를 늘리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전통적 강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마윈의 친구 중 한 명은 알리바바가 클라우드 컴퓨팅에 뛰어든 주요 동기가 아마존에 도전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마윈은 베조스와 겨루고 싶어 한다. 베조스의 상대가 될 뿐 아니라 그를 앞서갈 수 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후 마윈은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알리바바가 점유율 증가를 위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며 가격을 인하한 사례가 있어 월스트리트쪽에서는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투자를 두 손 들고 환영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앤트 파이낸셜로 사명을 바꾼 알리페이는 댈러스에 본사를 둔 머니그램 인터내셔널 입찰 전쟁에 나섰다. 머니그램은 웨스턴유니언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금이체서비스다. 마윈은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손꼽히는 회사의 지분을 늘렸고, 지금은 이 회사의 경영 지배권을 실질적으로 갖고 있다. 다시 말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베조스 CEO가 이끄는 아마존과 붙는 사람도 마윈이란 뜻이다.

할리우드로도 진출했다. 파라마운트 ‘스타트렉 비욘드’를 비롯한 여러 영화에 투자한 마윈은 알리바바의 엔터테인먼트 사업부 알리바바 픽처스 그룹을 통해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소유한 제작사 앰블린의 비공개 지분을 인수했다. 중국과 해외에서 모두 인기를 끌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라고 마윈은 밝혔다. 알리바바 픽처스의 모회사 알리바바 디지털 미디어 앤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총괄로 임명된 유 용푸(40)는 향후 3년간 영화 제작에 72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72억 달러라니, 합당한 수준일까 아니면 스타 산업에 대한 집착일까? 마윈은 알리바바가 영화산업의 전문성과 지식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 확실치 않지만 “중국과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둔 영화를 제작하는 건 100% 합리적인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이렇다 보니 마윈이 회사 경영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고 의심할 근거가 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한다. “벌려놓은 일이 너무 많다”고 컨설턴트인 클라크는 말했다. 마윈은 포괄적인 전략 우선순위를 수립하는 게 자신의 일이고, 효과적으로 사업을 경영하는 건 경영진 임무라고 말한다. “제너럴 일렉트릭, 혹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를 게 뭔가?” 지난해 마윈이 한 말이다. “우리가 집중하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알리바바는 많은 곳에 다양하게 투자한 글로벌 기업이다. 다른 글로벌 기업과 같다.”

1999년 자신의 아파트에서 친구들에게 설파했던 사업 계획 덕분에 마윈은 중국 최고 부호로 엄청난 영향력과 권력을 가졌다. 그리고 지금은 스필버그 감독이나 배우 톰 크루즈를 비롯한 할리우드 왕족, 백악관을 거쳐간 오바마와 트럼프 대통령 등 실세와 어울리는 사람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막강한 경쟁기업인 아마존이 중국 시장에서 세력을 넓히지 못한 덕분이기도 하다.

마윈은 연설을 할 때마다 “지난 15년간 우리 덕분에 중국이 변화했다”는 말을 즐겨 한다.

이제 그의 눈은 중국을 넘어 훨씬 먼 곳을 바라본다. “앞으로 15년은 우리가 세상을 변화시킬 차례”라고 그는 말한다. 실리콘밸리 엘리트 기업과 겨루는 것이 거침없는 마윈의 다음 목표다. 1999년 그는 함께할 동료들(이 중 다수가 초기 알리바바에 투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경쟁자는 중국에 있지 않고 실리콘밸리에 있어.”

맞는 말이다. 마윈과 알리바바는 아무 것도 없고 비전만 있던 중국 전자상거래 산업을 실질적으로 일으킨 일등공신이다. 경영 컨설턴트들은 그가 단단히 움켜쥔 중국 시장에서 ‘선점효과’를 십분 누렸다고 진단한다. 이제 마윈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자동결제, 할리우드에서 마윈의 진격이 임박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가 지금껏 만들어낸 성과가 놀랍긴 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2막은 1막보다 훨씬 어려울지 모른다.

-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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