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엔코드 대표
정준영 엔코드 대표
국내 최초로 1:1 채팅 기반의 개인 맞춤형 모바일앱을 선보인 정준영 엔코드 대표를 만났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북미, 유럽을 연결하는 패션계의 아마존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는 그의 남다른 사업 철학과 비전을 들어봤다. 국내 명품 시장은 118억 달러(약 13조원), 세계 8위 규모(2015년 기준)를 자랑한다. 그중 2조원 정도가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지난 5년간 연평균 2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20년까지 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모바일 앱을 이용한 명품 쇼핑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고, 인공지능이나 채팅봇 같은 최첨단 기술이 등장하면서 1:1 채팅을 통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더욱 발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준영(28) 엔코드 대표는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명품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낸 청년 사업가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쇼핑 어플리케이션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온라인 명품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엔코드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는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갖고 모바일 사업에 뛰어든 건 아니었다”며 “명품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시초였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또래들이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빠져 있을 때 저는 패션잡지 보고 블로그 운영하는 게 더 재미있었으니까요. 쇼핑도 자주 다녔죠. 그러다 취미를 살려 비즈니스도 하고 돈까지 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정 대표가 원래 하고 싶었던 사업은 명품 패션 커뮤니티였다. 하이엔드나 럭셔리 제품, 디자이너 브랜드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소개해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단다. “그런데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뜻대로 잘 안 되더라고요. 지난해 초에는 그냥 사업을 접을까 고민까지 했죠. 그러다 미국 유학 시절 이태리 친구와 동업하던 게 생각나더라고요. 이태리에서 물건을 떼어다 한국 유학생들한테 팔았는데 수입이 꽤 짭짤했죠.(웃음)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스마트폰으로 이태리 현지 제품을 빠르고 싸게 제공할 수만 있다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그때부터 유럽 명품업체들에게 수백 통의 메일을 보내고 수차례 찾아가 설득 작업을 했습니다. 노력은 헛되지 않더라고요. 이태리의 한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지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정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엔코드는 모바일 명품 편집숍 ‘디코드(d.code)’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프라다·구찌·페라가모·디올·버버리· 아르마니 같은 전통 브랜드는 물론 디스퀘어드·골든구스·아틀란틱 스타스·돈덥·as65 같은 신진 브랜드를 취급하는 해외 편집숍과 제휴, 국내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럭셔리 제품을 선보인다. 지난해 4월 첫 파트너와 판매 계약을 체결한 후 1년여 만에 제휴업체가 25개로 늘었고 올해 말까지 5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디코드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는 400개 정도. 10만 개가 넘는 다양한 상품을 국내 매장들보다 20% 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디코드는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에서나 가능했던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모바일로 구현한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전문 MD와의 1:1 채팅을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받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팅을 통한 추천 시스템도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됐어요. 어느 날 청바지를 사간 고객이 계셨는데, 그 분이 며칠 뒤에 그 청바지와 어울리는 재킷을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취향을 여쭤보고 몇가지 아이템을 추천해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하더군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청바지는 10만원짜리였는데 재킷은 100만원짜리였다는 거에요.‘살갑고 정성스러운 소통을 통해 더 큰 구매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고객을 감동시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대부분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어떤 제품을 받아들이고 살 때까지 담당 판매직원이 끊임없이 관여하고 도움을 드리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거래가 한번 성사되면 고객과 판매자 간에 끈끈한 유대관계가 쌓이게 되는 겁니다. 바로 그런 과정을 모바일에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엔코드는 차별화된 고객 만족 서비스를 통해 국내 모바일 쇼핑 시장에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는 50억, 내년에는 100억~200억원 매출에 도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최근 인재 영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천다이저, 어카운트 매니저, 디자이너 등 패션에 특화된 직원들을 통해 고객들에게 보다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엔코드의 미래 비전은 ‘패션계의 아마존’이 되는 것이다. 패션 산업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소비자들에게 모바일 쇼핑의 감동과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앞으로 해외 진출에도 주력해 글로벌 패션 허브로서의 역할을 하고 싶다”며 “전세계 모바일 사용자들의 패션 취향을 발굴하고 개발해 그들과 함께 시장을 키우고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사실 처음부터 한국 시장만 보고 비즈니스를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해외 시장에 나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에요. 특히 일본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한국은 모바일 서비스로 성공하기 쉬운 조건을 갖고 있어요. 인터넷 보급률이나 인구 밀집도가 높기 때문에 테스트하기가 편하죠. 이런 한국과 가장 유사한 나라가 일본입니다. 패션 트렌드도 한국보다 빠르기 때문에 일본을 이해하면 더욱 빠르게 대처할 수 있죠.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후에 디코드 재팬, 디코드 차이나도 만들 예정이에요. 이를 통해 국내의 우수한 제품들을 해외에 역수출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 북미를 연결하는 패션 플랫폼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에요. 명품 패션 하면 디코드가 떠오르게 할 겁니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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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28) 엔코드 대표는 이처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명품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낸 청년 사업가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쇼핑 어플리케이션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온라인 명품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엔코드 본사에서 만난 정 대표는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갖고 모바일 사업에 뛰어든 건 아니었다”며 “명품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시초였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어요. 또래들이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빠져 있을 때 저는 패션잡지 보고 블로그 운영하는 게 더 재미있었으니까요. 쇼핑도 자주 다녔죠. 그러다 취미를 살려 비즈니스도 하고 돈까지 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정 대표가 원래 하고 싶었던 사업은 명품 패션 커뮤니티였다. 하이엔드나 럭셔리 제품, 디자이너 브랜드에 관심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소개해주면 재미있을 것 같았단다. “그런데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뜻대로 잘 안 되더라고요. 지난해 초에는 그냥 사업을 접을까 고민까지 했죠. 그러다 미국 유학 시절 이태리 친구와 동업하던 게 생각나더라고요. 이태리에서 물건을 떼어다 한국 유학생들한테 팔았는데 수입이 꽤 짭짤했죠.(웃음)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스마트폰으로 이태리 현지 제품을 빠르고 싸게 제공할 수만 있다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그때부터 유럽 명품업체들에게 수백 통의 메일을 보내고 수차례 찾아가 설득 작업을 했습니다. 노력은 헛되지 않더라고요. 이태리의 한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지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정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엔코드는 모바일 명품 편집숍 ‘디코드(d.code)’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프라다·구찌·페라가모·디올·버버리· 아르마니 같은 전통 브랜드는 물론 디스퀘어드·골든구스·아틀란틱 스타스·돈덥·as65 같은 신진 브랜드를 취급하는 해외 편집숍과 제휴, 국내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럭셔리 제품을 선보인다. 지난해 4월 첫 파트너와 판매 계약을 체결한 후 1년여 만에 제휴업체가 25개로 늘었고 올해 말까지 50개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디코드에서 만날 수 있는 브랜드는 400개 정도. 10만 개가 넘는 다양한 상품을 국내 매장들보다 20% 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정 대표는 “디코드는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에서나 가능했던 퍼스널 쇼퍼 서비스를 모바일로 구현한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전문 MD와의 1:1 채팅을 통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받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팅을 통한 추천 시스템도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됐어요. 어느 날 청바지를 사간 고객이 계셨는데, 그 분이 며칠 뒤에 그 청바지와 어울리는 재킷을 추천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취향을 여쭤보고 몇가지 아이템을 추천해드렸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하더군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청바지는 10만원짜리였는데 재킷은 100만원짜리였다는 거에요.‘살갑고 정성스러운 소통을 통해 더 큰 구매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고객을 감동시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대부분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어떤 제품을 받아들이고 살 때까지 담당 판매직원이 끊임없이 관여하고 도움을 드리죠.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거래가 한번 성사되면 고객과 판매자 간에 끈끈한 유대관계가 쌓이게 되는 겁니다. 바로 그런 과정을 모바일에서 구현하고 싶었습니다.”
한국 넘어 전세계 연결하는 패션 플랫폼이 목표
“사실 처음부터 한국 시장만 보고 비즈니스를 시작하지는 않았어요. 해외 시장에 나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에요. 특히 일본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한국은 모바일 서비스로 성공하기 쉬운 조건을 갖고 있어요. 인터넷 보급률이나 인구 밀집도가 높기 때문에 테스트하기가 편하죠. 이런 한국과 가장 유사한 나라가 일본입니다. 패션 트렌드도 한국보다 빠르기 때문에 일본을 이해하면 더욱 빠르게 대처할 수 있죠.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후에 디코드 재팬, 디코드 차이나도 만들 예정이에요. 이를 통해 국내의 우수한 제품들을 해외에 역수출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유럽, 북미를 연결하는 패션 플랫폼을 건설하는 것이 목표에요. 명품 패션 하면 디코드가 떠오르게 할 겁니다.”
-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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