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시선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세계 최고가 되는 ‘World Best CJ’를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2020년 그룹은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고 Great CJ를 완성해야 한다. 더 나아가 2030년에는 Great CJ 완성을 발판으로 세 개 이상의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고, 궁극적으로 세계 최고가 되어 영속 성장하는 World Best CJ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5월 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2017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석한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말이다.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의 행보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로 향하고 있다. 이 회장이 강조하는 ‘Wolrd Best CJ’는 2010년 발표한 ‘GCP(Great CJ Plan)2020’의 중장기 계획을 발판으로 확장했다. CJ그룹 관계자는 “‘World Best CJ’는 말 그대로 세계 최고가 되자는 의미로 2020년 Great CJ 완성을 발판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World Best CJ가 품고 있는 의미는 ‘사업보국’이다. 이날 임직원 앞에 선 이 회장은 “오늘부터 다시 경영에 정진해 미완의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고 사업보국을 완성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위해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14일 고(故) 이맹희 명예회장의 2주기 추모 행사에서도 사업보국 정신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경기도 여주시 연하산 선영에서 비공개로 열린 추도식에서 “장자로서 도리를 다 하지 못했다”며 회한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2015년 명예 회장이 별세했을 때와 지난해 1주기 추모행사에 건강이 악화되면서 참여하지 못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추모식에 참여한 그룹 경영진에게 “아버지의 뜻인 사업보국의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World Best CJ’는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약속의 청사진이다. ‘World Best CJ’를 이루기 위해 이 회장은 3가지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미래성장 동력 발굴 ▶공격적 투자 ▶기업문화 혁신이다.
이 회장이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지난 5월 CJ블로썸파크(CJ Blossom Park) 개관식과 지난 7월 개관한 CGV용산이다.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이 회장은 “기존 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CJ의 콘텐트, 생활문화서비스, 물류, 식품, 바이오의 사업군은 국가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올해 5조원을 비롯해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트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 중심으로 M&A를 포함해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CJ블로썸파크는 국내 최초·최대의 식품·바이오 융복합 R&D 연구소다. 축구장 15개 크기(연면적 11만㎡) 규모에 600여 명의 전문 연구인력을 수용할 수 있다. 4800억원이 투입된 거대 프로젝트다. CJ제일제당은 서울과 인천 등에 흩어져 있던 R&D 조직을 CJ블로썸파크로 통합했다. 이곳은 CJ제일제당이 보유한 발효·미생물 기술을 토대로 ‘친환경 신소재 개발’, ‘첨단 사료 개발’, ‘식량주권 확보를 위한 종자개발’, ‘한식 세계화 연구’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장은 “블로썸파크는 최초, 최고, 차별화라는 CJ의 ‘OnlyOne’ DNA가 응축된 곳”이라며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구현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한 “CJ제일제당의 미래 발전은 기술력에 달려 있고, 그 원천은 R&D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라고 믿는다”면서 “한국을 바이오 및 식품 분야의 기술강국으로 이끄는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GV용산아이파크몰 개관은 생활문화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CGV용산은 20개 상영관, 3884석의 규모를 자랑한다. 기존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없던 특별한 상영관이 마련되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4DX with ScreenX’로 세계 최초의 신개념 기술 융합 특별관이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두 개의 상영관 모델을 하나로 결합해 기존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IMAX 레이저’ 상영관은 전 세계 멀티플렉스가 보유한 IMAX 상영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외에도 ‘스카이박스’, ‘에그박스’, ‘살롱S’ 등 특별한 콘셉트 상영관도 마련했다. CJ CGV 정성필 국내사업본부장은 “이번에 오픈한 CGV용산아이파크몰을 연간 400만명 이상 찾는 국내 최고의 플래그십 사이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CJ E&M이 2012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KCON은 문화콘텐트 글로벌 진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컨벤션과 콘서트를 결합한 최초의 K-Culture 페스티벌이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을 시작으로 북미, 중남미, 중동,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6월 23일부터 24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린 ‘KCON 2017 NY’의 스폰서로는 아마존·AT&T·보험사 스테이트 팜 등이 참여해 KCON의 위상을 대변했다. CJ E&M 관계자는 “지난 2012년부터 미국에서 한류를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현지인에게 꾸준히 전파해 온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KCON에 참여한 누적 관객수는 56만5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KCON 2017 LA’에는 한국의 중소기업 68개 사가 함께 참여했다. 이 회장은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격적 투자를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이 회장이 부재했던 지난 3년 동안 CJ그룹은 전략적 M&A를 많이 추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2013년과 2014년에는 1000억원 이상 규모의 M&A 실적이 전무할 정도. 2016년 초에는 1년 이상 협상했던 중국 바이오기업 ‘메이화성우’와의 인수계약이 막판에 결렬되기도 했다.
계획했던 투자가 취소되거나 미뤄지는 경우도 많았다. CJ그룹은 2010년부터 매년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하지만 2013년에는 계획했던 3조2000억원에 못 미치는 2조5000억원에 그쳤고, 2014년에는 1조9000억원, 2015년에는 1조7000억원으로 투자 규모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투자가 미뤄진 대표적인 사례는 CJ대한통운이다. 2014년 포화상태인 수도권 물류처리를 개선하기 위해 아시아 최대 규모 택배터미널 건설 계획을 세웠지만 2년이나 미뤄진 뒤 2016년 착공에 들어갔다.
CJ그룹의 지지부진한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방안이 공격적인 투자인 셈이다. 이 회장도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며 “2020년까지 3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12일 계열사 중 처음으로 CJ제일제당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처음으로 나온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우선 2020년까지 충북 진천에 54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된다. 이 공장에서 햇반(컵반), 육가공, 냉동가공식품 등을 생산한다. 다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혁신적인 포장 기술 및 다양한 복합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M&A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식물성 고단백 소재 업체인 브라질 셀렉타(Selecta)사를 3600억원에 인수한다. 식물성 고단백 사료소재 대표 제품인 농축대두단백과 발효대두박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된다.
CJ대한통운도 글로벌 M&A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지난해 7월 중국 TCL그룹과 물류합작 법인 CJ스피덱스를 설립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필리핀 5대 물류기업인 TDG그룹과 합작법인 CJ트랜스네셔널 필리핀을 설립해 필리핀 전역을 대상으로 택배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공격적 투자로 짧은 시간에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임직원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일하기 즐거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 CJ그룹을 Wolrd Best CJ로 이루기 위해서 가장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을 이 회장도 잘 알고 있다. ‘기업문화 혁신’을 천명한 이유다. CJ그룹은 기업문화 혁신에 일찌감치 나선 대기업으로 꼽힌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직급 대신 ‘님 호칭’으로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주도한 바 있다. 심지어 공식석상에서 이 회장을 호칭할 때도 ‘이재현님’으로 부를 정도다. 당시 CJ그룹은 님 호칭 제도에 대해 “직장 내 선후배 간 모두 존중하는 문화를 이끌 수 있고, 직급이 낮은 사람의 생각도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경영 복귀에 맞춰 CJ그룹은 기업문화 혁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과 가정의 양립 및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이 중심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녀를 둔 CJ 임직원에게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남녀에 관계없이 2주간 유급 지원하고, 희망자에 한해 무급으로 2주를 추가할 수 있다. 긴급하게 자녀를 돌봐야 할 상황이 생기면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면 된다.
임신·출산 관련 지원도 대폭 확대했다. 배우자가 출산한 남성 임직원의 경우 출산휴가를 현행 5일에서 2주 유급으로 늘렸다. 배우자가 출산한 후 1개월 이내에 신청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와 출산이 임박한 36주 후에만 신청했던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12주와 36주 사이 8주를 추가해 매일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
임직원의 글로벌 시각을 넓힐 수 있는 지원책도 마련했다. ‘글로벌 노크(Global Knock)’와 ‘글로벌 봐야지(Global Voyage)’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노크는 어학연수나 글로벌 직무교육 등을 위해 최대 6개월까지 글로벌 연수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봐야지는 그룹 내 신임 과장 승진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이다. 5년마다 최대한 달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창의 휴가’ 제도, 8시간 근무를 바탕으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시행한다. 자신이 원하는 다른 직무에 지원할 수 있는 캐리어 챌린지나 입사 후 10년 이내 임원 승진이 가능한 패스트 트랙 같은 제도도 기업 문화 혁신을 위해 도입했다.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제도를 다양하게 도입한 것은 평소 “내 꿈은 함께 일한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이고, 문화와 인재를 통해 Great CJ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온 이 회장의 뜻이기 때문이다.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회장은 CJ그룹을 글로벌 생활문화그룹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 CJ를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존경받는 기업, 국민들이 자랑으로 여기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어갑시다.” 이 회장이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강조한 말이다. 1953년 설립된 제일제당이 CJ그룹의 모태다. 1990년대 중반 제일제당은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를 했다. 당시에는 내수 위주 식품기업에 불과했다. 점차 영화방송·미디어·음악·멀티플렉스·홈쇼핑·물류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그 사이 매출은 20배, 일자리는 4만여 개가 늘어났다.
CJ그룹의 4대 사업군 중 문화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지만, CJ그룹의 이미지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문화콘텐트 사업은 1995년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영화 유통업에 그치는 게 아니라 멀티플렉스를 짓고 영화도 직접 제작하겠다.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구상은 하나씩 현실화했다.
드림웍스 투자를 계기로 제일제당에는 멀티미디어 사업부가 만들어졌고, 이후 뮤직네트워크(Mnet) 인수(1997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강변 오픈(1998년), CJ헬로비전 모태인 양천방송 인수(2000), CJ 인터넷(넷마블) 설립(2003), 온미디어 인수(2009)를 거쳐 2011년 CJ E&M을 출범시키면서 완성했다.
글로벌 문화콘텐트 기업으로 나아가는 데는 여러 우여곡절을 이겨내야만 했다. 문화사업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CJ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식품회사가 영화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도박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전체 자산(1조원)의 23%에 해당하는 3억 달러를 생소한 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결단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강변CGV 공사가 한창이었던 1998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까지 터지면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비슷한 시기에 영화산업에 뛰어들었던 삼성, 대우, SK 등은 이때 시장을 떠났다. 이런 어려움에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것은 “CJ그룹의 성장을 견인할 미래 동력은 결국 문화산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이 회장의 믿음 덕분이다.
20년 뒤 이 회장의 결단은 옳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글로벌 한류 열풍의 선두에 CJ E&M이 있다. 지난 5월 CJ E&M은 콘텐트 업계 최초로 터키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올해 안에 한·터키 합작영화 2편을 제작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에는 태국 최대 미디어 기업 트루비전스와 합작법인 ‘트루 CJ크리에이션’도 설립했다. 베트남에서는 콘텐트 제작·광고대행사인 블루그룹을 인수해 ‘CJ블루’를 출범했다. CJ그룹 관계자는 “CJ의 콘텐트는 이미 기획부터 글로벌이라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의 뿌리인 식품&식품서비스 분야는 미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 1960년생으로 경복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일반 회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다. 1985 년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제일제당에 입사했다. 2002년부터 CJ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팀 팀장이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아들 선호 씨는 CJ주식회사 기획팀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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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에서 열린 ‘CJ블로썸파크 개관식’ 겸 ‘2017 온리원 컨퍼런스’에 참석한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말이다.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의 행보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로 향하고 있다. 이 회장이 강조하는 ‘Wolrd Best CJ’는 2010년 발표한 ‘GCP(Great CJ Plan)2020’의 중장기 계획을 발판으로 확장했다. CJ그룹 관계자는 “‘World Best CJ’는 말 그대로 세계 최고가 되자는 의미로 2020년 Great CJ 완성을 발판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하겠다”
지난 8월14일 고(故) 이맹희 명예회장의 2주기 추모 행사에서도 사업보국 정신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경기도 여주시 연하산 선영에서 비공개로 열린 추도식에서 “장자로서 도리를 다 하지 못했다”며 회한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2015년 명예 회장이 별세했을 때와 지난해 1주기 추모행사에 건강이 악화되면서 참여하지 못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추모식에 참여한 그룹 경영진에게 “아버지의 뜻인 사업보국의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World Best CJ’는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약속의 청사진이다. ‘World Best CJ’를 이루기 위해 이 회장은 3가지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미래성장 동력 발굴 ▶공격적 투자 ▶기업문화 혁신이다.
이 회장이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했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지난 5월 CJ블로썸파크(CJ Blossom Park) 개관식과 지난 7월 개관한 CGV용산이다.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이 회장은 “기존 산업이 쇠퇴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CJ의 콘텐트, 생활문화서비스, 물류, 식품, 바이오의 사업군은 국가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그룹 관계자는 “올해 5조원을 비롯해 2020년까지 물류, 바이오, 문화콘텐트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 중심으로 M&A를 포함해 36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CJ블로썸파크는 국내 최초·최대의 식품·바이오 융복합 R&D 연구소다. 축구장 15개 크기(연면적 11만㎡) 규모에 600여 명의 전문 연구인력을 수용할 수 있다. 4800억원이 투입된 거대 프로젝트다. CJ제일제당은 서울과 인천 등에 흩어져 있던 R&D 조직을 CJ블로썸파크로 통합했다. 이곳은 CJ제일제당이 보유한 발효·미생물 기술을 토대로 ‘친환경 신소재 개발’, ‘첨단 사료 개발’, ‘식량주권 확보를 위한 종자개발’, ‘한식 세계화 연구’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이 회장은 “블로썸파크는 최초, 최고, 차별화라는 CJ의 ‘OnlyOne’ DNA가 응축된 곳”이라며 “연구에만 몰입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구현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한 “CJ제일제당의 미래 발전은 기술력에 달려 있고, 그 원천은 R&D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라고 믿는다”면서 “한국을 바이오 및 식품 분야의 기술강국으로 이끄는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GV용산아이파크몰 개관은 생활문화서비스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CGV용산은 20개 상영관, 3884석의 규모를 자랑한다. 기존 멀티플렉스에서 볼 수 없던 특별한 상영관이 마련되어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4DX with ScreenX’로 세계 최초의 신개념 기술 융합 특별관이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두 개의 상영관 모델을 하나로 결합해 기존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IMAX 레이저’ 상영관은 전 세계 멀티플렉스가 보유한 IMAX 상영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 외에도 ‘스카이박스’, ‘에그박스’, ‘살롱S’ 등 특별한 콘셉트 상영관도 마련했다. CJ CGV 정성필 국내사업본부장은 “이번에 오픈한 CGV용산아이파크몰을 연간 400만명 이상 찾는 국내 최고의 플래그십 사이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CJ E&M이 2012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는 KCON은 문화콘텐트 글로벌 진출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컨벤션과 콘서트를 결합한 최초의 K-Culture 페스티벌이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을 시작으로 북미, 중남미, 중동,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6월 23일부터 24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린 ‘KCON 2017 NY’의 스폰서로는 아마존·AT&T·보험사 스테이트 팜 등이 참여해 KCON의 위상을 대변했다. CJ E&M 관계자는 “지난 2012년부터 미국에서 한류를 중심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한국의 라이프스타일을 현지인에게 꾸준히 전파해 온 노력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KCON에 참여한 누적 관객수는 56만5000여 명에 이른다. 지난 8월 18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KCON 2017 LA’에는 한국의 중소기업 68개 사가 함께 참여했다.
2020년까지 36조원 투자
계획했던 투자가 취소되거나 미뤄지는 경우도 많았다. CJ그룹은 2010년부터 매년 투자 규모를 늘려왔다. 하지만 2013년에는 계획했던 3조2000억원에 못 미치는 2조5000억원에 그쳤고, 2014년에는 1조9000억원, 2015년에는 1조7000억원으로 투자 규모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투자가 미뤄진 대표적인 사례는 CJ대한통운이다. 2014년 포화상태인 수도권 물류처리를 개선하기 위해 아시아 최대 규모 택배터미널 건설 계획을 세웠지만 2년이나 미뤄진 뒤 2016년 착공에 들어갔다.
CJ그룹의 지지부진한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방안이 공격적인 투자인 셈이다. 이 회장도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그룹의 시급한 과제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미완의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며 “2020년까지 3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12일 계열사 중 처음으로 CJ제일제당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처음으로 나온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우선 2020년까지 충북 진천에 54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고 수준의 식품 통합생산기지를 구축하게 된다. 이 공장에서 햇반(컵반), 육가공, 냉동가공식품 등을 생산한다. 다품종 대량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혁신적인 포장 기술 및 다양한 복합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M&A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가장 먼저 식물성 고단백 소재 업체인 브라질 셀렉타(Selecta)사를 3600억원에 인수한다. 식물성 고단백 사료소재 대표 제품인 농축대두단백과 발효대두박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갖추게 된다.
CJ대한통운도 글로벌 M&A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지난해 7월 중국 TCL그룹과 물류합작 법인 CJ스피덱스를 설립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필리핀 5대 물류기업인 TDG그룹과 합작법인 CJ트랜스네셔널 필리핀을 설립해 필리핀 전역을 대상으로 택배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공격적 투자로 짧은 시간에 본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임직원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일하기 즐거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 CJ그룹을 Wolrd Best CJ로 이루기 위해서 가장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을 이 회장도 잘 알고 있다. ‘기업문화 혁신’을 천명한 이유다.
기업문화 혁신과 현장경영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자녀를 둔 CJ 임직원에게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전후로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남녀에 관계없이 2주간 유급 지원하고, 희망자에 한해 무급으로 2주를 추가할 수 있다. 긴급하게 자녀를 돌봐야 할 상황이 생기면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면 된다.
임신·출산 관련 지원도 대폭 확대했다. 배우자가 출산한 남성 임직원의 경우 출산휴가를 현행 5일에서 2주 유급으로 늘렸다. 배우자가 출산한 후 1개월 이내에 신청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와 출산이 임박한 36주 후에만 신청했던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12주와 36주 사이 8주를 추가해 매일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
임직원의 글로벌 시각을 넓힐 수 있는 지원책도 마련했다. ‘글로벌 노크(Global Knock)’와 ‘글로벌 봐야지(Global Voyage)’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노크는 어학연수나 글로벌 직무교육 등을 위해 최대 6개월까지 글로벌 연수 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봐야지는 그룹 내 신임 과장 승진자 전원을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연수 프로그램이다. 5년마다 최대한 달 동안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창의 휴가’ 제도, 8시간 근무를 바탕으로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시행한다. 자신이 원하는 다른 직무에 지원할 수 있는 캐리어 챌린지나 입사 후 10년 이내 임원 승진이 가능한 패스트 트랙 같은 제도도 기업 문화 혁신을 위해 도입했다. 기업문화 혁신을 위한 제도를 다양하게 도입한 것은 평소 “내 꿈은 함께 일한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이고, 문화와 인재를 통해 Great CJ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온 이 회장의 뜻이기 때문이다.
4년 만에 경영에 복귀한 이재현 회장은 CJ그룹을 글로벌 생활문화그룹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 CJ를 국민들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존경받는 기업, 국민들이 자랑으로 여기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어갑시다.” 이 회장이 CJ블로썸파크 개관식에서 강조한 말이다.
[박스기사] CJ그룹 64년 - 글로벌 문화콘텐트 기업으로 성장하다
CJ그룹의 4대 사업군 중 문화사업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지만, CJ그룹의 이미지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문화콘텐트 사업은 1995년 드림웍스에 3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영화 유통업에 그치는 게 아니라 멀티플렉스를 짓고 영화도 직접 제작하겠다. 아시아의 할리우드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구상은 하나씩 현실화했다.
드림웍스 투자를 계기로 제일제당에는 멀티미디어 사업부가 만들어졌고, 이후 뮤직네트워크(Mnet) 인수(1997년), 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CGV강변 오픈(1998년), CJ헬로비전 모태인 양천방송 인수(2000), CJ 인터넷(넷마블) 설립(2003), 온미디어 인수(2009)를 거쳐 2011년 CJ E&M을 출범시키면서 완성했다.
글로벌 문화콘텐트 기업으로 나아가는 데는 여러 우여곡절을 이겨내야만 했다. 문화사업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CJ 내부에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식품회사가 영화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도박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전체 자산(1조원)의 23%에 해당하는 3억 달러를 생소한 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결단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강변CGV 공사가 한창이었던 1998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까지 터지면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비슷한 시기에 영화산업에 뛰어들었던 삼성, 대우, SK 등은 이때 시장을 떠났다. 이런 어려움에서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던 것은 “CJ그룹의 성장을 견인할 미래 동력은 결국 문화산업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이 회장의 믿음 덕분이다.
20년 뒤 이 회장의 결단은 옳았다는 것이 입증됐다. 글로벌 한류 열풍의 선두에 CJ E&M이 있다. 지난 5월 CJ E&M은 콘텐트 업계 최초로 터키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올해 안에 한·터키 합작영화 2편을 제작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에는 태국 최대 미디어 기업 트루비전스와 합작법인 ‘트루 CJ크리에이션’도 설립했다. 베트남에서는 콘텐트 제작·광고대행사인 블루그룹을 인수해 ‘CJ블루’를 출범했다. CJ그룹 관계자는 “CJ의 콘텐트는 이미 기획부터 글로벌이라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CJ그룹의 뿌리인 식품&식품서비스 분야는 미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 1960년생으로 경복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일반 회사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다. 1985 년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제일제당에 입사했다. 2002년부터 CJ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이 회장의 장녀 이경후 미국지역본부 통합마케팀 팀장이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아들 선호 씨는 CJ주식회사 기획팀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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